여주를 이끄는 교도관의 손길이 다부졌다. 저를 이끄는 다부진 손을 야살스럽게 쓰다듬던 여주가 교도관의 짜증섞인 목소리에 그를 올려다 보았다.
체격이 큰 교도관에 그가 여주를 내려다 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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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미친 변태야, 그만 좀 쓰다듬어. 넌 질리지도 않냐."
그 교도관의 이름은 전정국. 루이터 수용소에서 거의 꼭대기에 속하는 교도관이었고, 미친 범죄자들만 다루는 교도관이었다.
그 '미친 범죄자'들에는 김여주라는 여자도 포함이었다.
정국이 더 미치겠는건 이 여자가 정말 왠만한 미인 뺨치게 예쁘다는 거였다.
그래서 마구 패기도 좀 그랬고, 무엇보다 이 여자는 범죄자 주제에 뭐가 그리 당당한지 여러 남자들에게 대쉬를 하곤했다.
남녀가 분리 되지 않은 이 수용소에서 수많은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난다지만, 제일 큰 문제를 일으키는 건 바로 김여주였다.
여자 중에는 김여주랑 정수정이 엄청나게 날뛰고, 정국이 관리하는 죄수에 남자들 중에는 김남준, 박지민, 김태형이 문제였다.
이들은 각각 들어온 날짜도 다른데다, 이 수용소에 들어오기 전에 알던 사이도 아니였으면서 이곳에서 이렇게 횡포를 놓는지 모르는 일이었다.
허구언날 탈옥 계획만 짜는 김남준. 하루가 마다하고 폭력사건을 일으키는 박지민. 마약에 미쳐버린 김태형 , 정수정.
제일 미친 건 김여주였지만, 그녀는 그냥 이중인격이다.
마약같은건 입에 대지도 않았다지만, 혹시 모르지. 너무 많이 빨아서기억을 잃은건지도.
엘리트의 길을 걸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정국에게 이들은 수석으로 졸업함과 동시에 떠안은 짐들이었다.
왜 수석으로 졸업을 해선 골칫덩어리들을 모조리 끌어안은건지, 참으로 거지같을 따름이었다.
"오빠, 오빠 오늘 내 독방으로 올래? 나랑 자자. 우리 잘 때 되지 않았나? 벌써 우리 1년은 본거 같은데."
나이는 정국보다 4살이나 많은 주제에 잘도 오빠라고 부르는 여주를 보며 정국을 혀를 찼다. 미쳤으면 곱게 미쳐라. 내가 너랑 왜 자.
그러자 여주가 제 손목을 채우던 수갑을 순식간에 풀어냈다.
그리고 정국이 뭐라 말할 틈도 없이 길고 얇은 검지손가락으로
정국의 턱선을 쓸어내리더니 , 그대로 입술을 목에 묻었다.
"야, 너 미쳤, 어?"
민망한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여주의 입술을 바라보던 정국이 급한대로 여주의 손목을 제 손으로 포박했다. 열쇠 가지고 다니지도 않았는데, 수갑은 대체 어떻게 푼거야.
"오빠가 자꾸 나 무시하잖아. 그리고 오빠, 나 김여주야. 이깟 수갑 풀고 진작에 안나간걸 다행으로 생각해. 잊었어? 나 아이큐 180인거?"
신은 공평하다더니, 정신을 반으로 쪼개는 대신 그녀에겐 쓸데없는 지능을 퍼부어주셨다. 뇌가 똑똑하면 뭘하나, 그걸 오직 자신을 위해 쓰는데. 그녀가 이 악명 높은 수용소에 들어온 이유도 그녀가 마술사로 변장한 뒤에 인체 분리 마술을 보여준답시고 진짜로 분리하고, 그 뿐만 아니라 지 공연 보러온 사람들 정신병원가게 만들었지. 참 대단한 사람이었다. 사람이라고 하기에도 좀 그런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밥이나 쳐먹어."
오늘 정국의 담당은 오직 '김여주'였다. 정국의 수하아래 그 외에도 정수정 , 김태형 등. 많은 미친자들이 있지만 워낙 미친년이라 일주일에 3번쯤은 1대1로 붙어야했다.
정국이 제일 싫어하는게 여주지만,
그와 반대로 제일 흥미있어하는게 여주이기도했다. 같이 있으면 별의별 광경을 맛보게 해주었으니.
"아! 저거 김태형이다. 맞지! 저 새끼 또 약한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여주가 가르킨 급식소 한 구석에선 여자 죄수의 머리카락을 한올씩 뽑으며 즐거워하는 태형이 있었다. 약만 안하면 참 잘생긴 얼굴일텐데. 어떻게 저렇게 변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애초에 마약에 손을 댄 것 부터가 잘못이었다. 그리고 이 수용소에서 왜 마약중독자들을 받게 된건진 모르겠지만, 마약중독자들 중에 가장 심한 사람을 꼽으라면 정국은 망설임없이 남의 머리카락을 뽑는 태형과 김여주의 유일한 동성친구인 정수정을 고를 것 이다. 어제는 정수정이 마약하고 칼들고 설치더니, 오늘은 김태형이었다. 진짜 미친것들.
"너, 밥 먹고 가만히 앉아있어. 어디 도망하면 정호석부른다."
정호석을 부른다는 정국의 말에 사색이 된 여주가 알겠다며 급식판에 고개를 쳐박았다. 호석과 여주는 천적이었다. 여주는 자신에게 애정을 표하는 사람들을 보면 경끼를 일으킨다. 그냥 자신을 누가 좋아한다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편이라 제게 잔뜩 애정을 안겨주는 호석이 여주는 마냥 버겁기만 한 것이다. 그래서 호석이 정수정 전담 교도관으로 바뀌지 않았다면 여주가 탈옥했을지도 모른다.
정국이 정말 의문스러운 것은, 저들이 대체 어떻게 이 수용소에서 마약을 할 수 있냐는 것이었다. 내통자가 있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저들이 마약만 하면 미치는 걸 알고도 마약을 건네주다니. 내통자도 미친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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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잡에서 괜찮다고 해준 분들 고마워요. 반응 좋으면 이걸로 연재 한 번 해봐야겠당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