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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태일] 악남 01-05 | 인스티즈


01-05

악남

w Maje












1_


 유난히 재수가 없는 날이었다. 특종이랍시고 얼른 오라던 선배의 말에 후다닥 달려간 현장엔, 왠 치킨집이 개업행사를 하고있었고, 닭의 탈을 쓴 알바생과 사장이 육탄전을 벌이고있었다. 닭털 날린다 닭털 날려. 씁쓸하게 웃으며 제 옆의 선배에게 '이게 특종입니까.'라고 묻자, '그럼 이런게 특종이지. 뭐해 안찍고?'라며 낄낄거리는 이 미친 남자덕에 태일은 난생 처음은 아니지만 살해 충동이 들었다.


하지만 최근에 드디어 장만한 니콘 D700. 삼백 오십만원을 한순간에 깨버리기에 태일은 너무도 소심했다.


입을 앙 다물며 '예 선배. 그럼 가볼게요.'라 말한 태일이 몸을 돌렸고 그 후에도 영 재수없는 일이 이어졌다. 세월아 네월아 기다리던 버스가 태일을 쌩 지나쳐 제 갈길 가버리고, 얼이 빠진 태일이 '뭐야!'하는 동시와 함께 버스정류장에 같이 있던 할아버지가 '뭐 임마?'하며 껄떡하니 다가오셨고, 잔뜩 졸아버린 태일은 그저 죄송하단말만 되풀이할수밖에 없었다. 그뿐이랴, 태일이 타는 버스는 어떤 생각인지 도무지 다시 올 생각을 하지않았고 결국 택시를 잡았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태일은 얼음 빙판을 밟고 미끄러질뻔했고, 간신히 중심을 잡기 무섭게 자켓 주머니에 있던 오백원짜리 동전이 뒤구르르 비탈길을 미끄러져내려갔다. '아악!'하며 오백원을 따라가려던 태일은, 저를 주시하는 슈퍼 아주머니의 시선에 결국 포기하고말았다.


날이 추웠다. 그리고 태일의 기분도 매우 시렸다. 제 피,뼈보다도 귀한 카메라를 꽁꽁 감싸며 태일은 열심히 제 옥탑방으로 발을 놀렸다. 그리고 그때 마침 울리는 문자 알림음에 태일은 잠시 멈춰섰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영 팀장의 문자. 대출이고 나발이고, 태일은 짜증이 솟구쳤다. 세상이 저만 미워하는것같아 조금 울컥하기도했다. 꾹꾹 힘줘가며 삭제버튼을 누른 태일이 다시 걸었다. 


집앞에 다다른 태일이 이불에 빨리 들어간답시고 신발을 꾸겨신고걸으려던 참이였다. 제 옥탑방 앞 평상에 뭔가 있었다. 건물주인 아줌마가 고추를 말린답시고 온건가 싶어 살펴보았지만 아니였다. 아줌마 치곤 말랐고, 어깨도 좀 넓었다. 게다가 머리도 짧았다. 태일은 평상 앞에 멈춰서, 평상 위에서 새근새근 잘도 자고있는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아직 겨울임에도 얇은 니트에 면바지만 걸치고 있는 남자.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캐리어 한개.


엄청도 불안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그 불안함을 떨쳐버리기위해, 태일은 그 남자를 지나쳐 문앞으로 향했다. 열쇠를 꺼내 철컥 문을열고 들어가 카메라부터 내려놓았다 그리고 라면을 찾았다. 갑자기 허기짐이 거하게 느껴져왔기때문이었다. 꼬르륵거리는 배를 잡고 냄배에 물을 받던 태일의 표정이 일순 굳었다. 수도꼭지에서 흙탕물이 나오고있었다.





'또 뭐야!'





 전에도 이런적이있는데 역류라나 뭐라나. 수도꼭지의 수돗물과 어디선가 흐르는 흙탕물이 돌고돌고 뫼비우스의 띠를 만들어낸다고했다. 이런 썩어빠진 옥탑방! 이를 갈던 태일이 흙탕물이 나온 물을 받아낸 냄비를 들고 현관으로 향했다. 주인아주머니의 이런물은 밖에 한번 내다버리라고했던 충고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냥 다시 버리면 또 흙탕물이 나온다나 뭐라나.


그때 태일의 머릿속엔 오직 라면. 그리고 흙탕물, 유난히 재수없었던 오늘.


문을 벌컥 열고 태일은 아무생각없이 '흙탕물'을 내뿌렸다. 촤아악-!......하는 소리를 기대한 태일은 '철퍽!'는 소리에 잠시 생각했다. '이게 무슨 소릴까?' 그러다 말았다. 왜냐면 제 눈앞에 펼쳐져있으니.


평상에 누워있던 남자다. 그것도 제가 뿌린 흙탕물을 모두 뒤집어 쓴 채로! 태일은 경악했다. 남자의 표정의 심하게 일그러졌다. 캐리어 손잡이를 쥔 오른손이 부들부들 떨리고있었다. 태일은 문을 닫을까하다, 세상에서 가장 미련한 생각이 있다면 지금 제 생각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태일은 꿀꺽 침을 삼켰다. 남자는 눈을 떴다. 그리고 잠시.





"나가!!!!!!"





태일은 순간 제가 잘못들었나 싶었다. 그래서 다시 눈을 감았다 떴다.





"내 집에서 당장 나가라고!!!!!!!!!"





 유난히 재수가 없는 날이었다. 특종이라 달려간곳엔 닭과 사람이 머리를 쥐어뜯고있었고, 버스는 제앞에서 슝 떠났으며 왠 할아버님께 맞을뻔했고 비싼 택시비를 내고 도착한 집앞 골목에선 오백원짜리 동전을 그대로 떠나보냈다. 제 집앞엔 왠 남자가 자고있었고 라면을 끓여먹으려 물을 받았을땐 흙탕물이 저를 향해 하이라 외치고있었다. 그리고 아무생각없이 그 물을 버렸을 뿐인데 이게 뭔 왓더퍽인지 방금 제 집 앞 평상에서 자고있던 남자가 그 물을 몸으로 몽땅 받아버렸다. 그리고 지금 그 남자가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태일. 제 집을 자기 집이라 우기며 나가라하고있다.


이게 오늘 하루중 가장 어이없고. 재수없는일 같다, 태일은 생각했다.










 기자. 태일은 특종을 잡으러 다니는 기자다. '특종'한마디면 서울에서 부산까지는 예사고, 제주도까지 날아간적도있다. 그뿐이랴, 연예계부에 있을때는 저보다 두세살어린 아이돌 꽁무니만 졸졸 쫓아다니곤했다. 밀애 현장 포착을 원하는 편집장 덕에, 한 여배우 집앞에서만 삼일을 꼬박 밤 샌적도있었다. 그러다 보니 태일은 가수고 배우고 꽤 많이 볼수밖에 없었다. 더불어 모델까지도.


태일은 제 앞의 남자가 아주 익숙함에 잠시 미간을 찌푸렸다. 분명 어디서 본 얼굴이었고, 이런 옥탑방에서 볼 인물이 절대 아니었다. 관리를 잘 받은건지, 염색머리에도 불구, 찰랑이는 머릿결. 남자임에도 불구, 잘 다듬은 눈썹. 좀 허름하다 싶지만 저 죽이는 핏감! 절대. 절대 이런데서 그냥 마주칠 인물이 아니란걸 깨닫기에 3초는 조금 길었다.


남자는 화를 내고있었다. 이 추운날씨에 흙탕물을 뒤집어쓰고 '나가!'를 외치던 남자가 태일을 밀어내 방 안으로 들어갔다. 냄비를 든 태일은 그저 멀뚱멀뚱 그 뒷태만을 좆고있었다.


아이돌? 아니다. 본적이없다. 배우? 그것도 아니다. 매니저? 그건 절대 아니다. 


머릿속을 빙빙 돌리던 태일의 기억속에, 한 잡지가 클로즈업됬다. 편집장이 다 읽고 버리라며 제게 건내주던 그 아레나 잡지. 그리고 그 잡지 표지에 박혀있던 모델. 언젠가 제가 좇던 여배우의 바로 그 스캔.





"표.......표지........."

"넌 뭔데 이 집에 있어. 당장 나가. 짜증나는거 죽기보다 싫으니까 당장 나가."

"저........저기........."

"씨발! 뭐냐. 너 여기 살림차렸나? 빈집은 개뿔.........아 씨발 나가라는 소리 안들려!?"

"표지훈?"





 탑 모델 표지훈. 

여기까지 알아챈 태일이 '힉!'하며 뒷걸음질쳤고, 그런 태일의 말과 행동에 움찔한 '표지훈'이 고개를 돌렸다.





"뭐."

"표지훈?"

".........그래."

"정말 표지훈?"

"................그렇다고."

"표지훈?"

"아 씨발 그렇다고!!!!!!!!"





 순간 태일의 머릿속으로 '오늘의 이슈'가 슈라락 지나갔다. 제 동네 건널목에서 뺑소니가 났었다. 이건 김선배가 취재하러갔고. 옆동네에서는 대형화재가 났었다. 이것역시 김선배가 취재하러갔다. 아이돌 A가 술을 마시고 소속사에서 깽판을 쳤댄다. 이것역시 일주일전 김선배가 취재를 모두 끝낸상태. 그리고 오늘 메인에 뜬 바로 그 뉴스. 김선배가 꼭 찾아서 취재하고만다던 바로 그 뉴스!





'표지훈 사망설!'





아침에 크게 메인에 뜬 뉴스임에도 불구, 태일은 잠결에 그냥 넘겨버렸다. 죽던지 말던지라 생각하며. 그리고 제 눈앞에 멀쩡히 숨쉬고 살아있는 지훈 덕에 태일은 제가 숨이 멎어 죽어버릴지경이었다.


어버버하는 태일의 이마를 한 손가락으로 꾸욱 밀어낸 지훈이 입을 열었다.





"너.........나 봤다고 인터넷에 올리거나 하면 죽는다."

"................표......표지..."

"헛소리 하면 찾아내서 아작을 낼꺼니까 그렇게알아. 알았으면 지금 당장 나가고."





 어버.어버버.어버버버!!!!! 

특종. 특종이다! 이건 정말 특종이다! 숨이 멎어가는 가운데서도 태일의 머릿속엔 '특종'이란 단어만이 깜박거리고있었다. 정말 특종이다. 이걸 보낸다면, 보너스는 물론이요 승진과 제 앞길은 창창히 열려있다. 아무리 삼류기자라할지라도, 그중에서도 상류층와 하위층이 있단말이다. 


태일은 빠르게 카메라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전원을 눌렀다. 놀란 지훈이 렌즈를 잡았고. 휙 하는 소리와 함께.





"............."

".................."





파삭!

 태일이 이번에 장만한 밥줄 니콘 D700이 웅장하고 장엄하게. 그리고 처연하게 숨을 멎는 순간이었다.





"....................너 기자냐?"





 나지막한 지훈의 말과 함께.








2_


 사람은 훅간다는 말이있다. 그리고 그 순간을 바라보는건 그리 어렵지않다. 어렸을때부터 뉴스엔 도박,술,여자로 정말 '훅'간 사람들이 흐르고 넘치게도 많았고, 그걸 바라보며 '난 저렇게되지않을꺼야!'라 외치지않은 어린이는 아마 없을것이다. 하지만 외치지않은 어린이가 한명. 더있을진 몰라도 강남 한 오피스텔엔 딱 한명의 어린이만이 외치지않았다.


도박으로 훅간 사람의 기사를 보며 '에이, 바보네 다음엔 이겨서 따면되지!'

술로 훅간 사람의 기사를 보며 '작작 좀 마시지.'

여자로 훅간 사람의 기사를 보며 '그래도 좋았겠네.'


....라 중얼거리던 10살의 어린이 지훈. 그리고 15년이 지난 지금 제 머리를 쥐어뜯고있는 지훈이 있었다. 

자신도 훅 가버린것이다. 그것도 도박, 술, 여자 모두가 원인! 지훈은 아주 잠깐 제 어린시절을 회상하고 욕을 중얼거렸다. 그때 '난 절대 그렇지 않을것이다.'라 외쳤다면 뭐가 달라졌을까. 아니. 그럴리없다. 쓴물을 삼키며 지훈은 소속사 대표의 사무실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제 이마에 날아와 박힐뻔한 재떨이를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지훈이 냉큼 무릎을 꿇었다. 이럴땐 싸도 참 싸다.





"니가 미쳤지!!!!!!!!!!!!!!! 미치지 않고서야!!!!!!!!!!!!"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삿대질을 해대던 대표. 그리고 묵묵히 그 말을 받아듣는 지훈.





".....................십억?! 시입어어억?! 표지훈 네가 미쳤지!!!!!!!난 네가 미쳤다고 생각한다!! 넌 어떠냐!!!"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 십억. 십억은 네 세달 수익 올인해서 막는다쳐. 술 처먹고 다섯명하고 뒹굴고 싸운건 어쩌자는거야 !!!!!!!!!!!"

"..........죄송합니다."

"............그래. 그것도 그런다 치자. 김유저어엉?! 김유정을 건드려 네가!!!!!!!!!!"





 휴가랍시고 띵가띵가 놀러간 라스베가스에서 무려 십억이나 빚을 졌다. 그리고 그 화풀이로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친구들과 진탕 구른 술자리에서 사람 다섯을 그대로 죽사발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나머지 화를 푼다며 놀러간 클럽에서 여배우 김유정을 만났다. 그리고 잤다.일주일안에 평생 칠 사고란 사고는 모두친거다. 할말이 없어진 지훈이 고개를 푹 숙이자, 그 모습에 또 약해질뻔한 조대표는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 돈을 써서 일단 다 막긴했으나 탑 모델이긴 탑 모델인만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와 같은 사건들이 많다. 그것도 너무 많다!


숨을 몰아쉬며 가만히 턱을 쓸던 조대표가 지훈에게 종이 한장을 던졌다. 움찔한 지훈이 종이를 받아들었다.





"............잠시 숨어있어."

"..............예?"

"잠잠해질때까지. 사건 다 회사에서 처리할때까지 숨어있어. 지금 대중들 앞에 나섰다가 내일 터질 사건 오늘 터지니까."





 조대표가 건낸 종이 안엔 왠 집주소 한줄이 딸랑 들어있었다.





"파파라치가 얼마나 무서운 놈들인지 알기나 하지? 벌써 냄새 맡은 놈들이 몇 있을꺼다."

".................여기."

"네 오피스텔이고, 네 자주가는 호텔이고 어디고 이미 다 깔려있을꺼야."

"............................"

"옥탑방이다. 일단 지내. 그것도 못한다하면 난 너 책임 못진다."





 지훈은 온실안 화초였다. 어린시절부터 유복한 가정네서 일주일에 한번 소고기는 꼭먹었고 아이스크림은 하겐다즈 아니면 입에 대지도 않았다. 팔다리가 길어지면서 백화점은 일주일에 두번꼴로 꼬박꼬박갔고, 먹는 보약만 대여섯첩됬다. 그런 지훈에게 옥탑방이라니. 얼굴을 잔뜩 굳힌 지훈이 비틀비틀 일어섰다. 옥탑방! 현기증이 나다못해 그대로 골로갈 지경이었다.


이건 좀 아닌거 같은데요. 아니긴 뭐가 아냐. 당장 나가! 조대표는 그렇게 지훈의 등을 밀었다. 대표 사무실 문밖으로 나온 지훈이 머리를 짚었다. 저는 탑모델이다. 탑모델더러 옥탑방이라니! 괘씸하다! 차라리 친구네가 갈까 싶어 폰을 들었다가 지훈은 다시 한번 돌아버리는줄알았다. 정지다. 핸드폰 정지다! 대표가 단단히도 돌아버린 모양이었다. 폰을 신경질나게 휴지통에 집어던진 지훈이 머리를 벅벅 긁으며 제 오피스텔로 향했다. 그러나 오피스텔 대문은 잠겨져있고, 그 대문 앞엔 캐리어 한대만 딸랑 내나와있을뿐이었다.


어이가 없다. 이를 으드득갈며 캐리어 손잡이를 잡아드는 그 순간 뒤에서 비아냥거림이 툭 튀어나왔다.





"왕자님 불쌍해서 어쩌나~"

".........닥쳐라."

"보고싶을거에요 왕자님. 그때까진 내가 왕자대접 잘받을테니까 걱정이거든 덜덜덜 말고!"

"씨발 우지호!!!!!!!!!!!"





 제 소속사에서 저 다음으로 몸값이 많이 나가는 모델. 저, 저 눈깔봐라. 재수없는 눈깔!!! 어찌됬든, 열을 팍팍내는 지훈을 바라보던 지호가 낄낄거리며 지훈의 옆을 지나쳤고, 지훈은 고함을 내지르며 벽을 내리쳤다.





...손이 조금 아팠다. 아니 많이 아팠다.











 조대표는 차도 대주지않았다. 주머니에있던 마스크를 둘러쓴 지훈이 썅욕을 중얼거리며 거리로 나왔을땐 아침 여섯시나 됐을라나. 해가 뜨기 시작한 어둑한 거리였다. 어제 오피스텔 대문은 물론 도어락마저 없어진 덕에 소속사 소파에서 하룻밤을 보낸 지훈이었다. 도어락이 없는데, 차 키는 기대도 안했다. 차 키 역시 압수라는 말에 주저앉기도 잠시, 뻐근한 허리를 두드리며 지훈은 걷고 또 걸었다.


꾸깃꾸깃해진 종이를 꺼내들었다. 딸랑 한줄. 어떤 수식도 붙지않은 단순명료한 주소다.





'너 자주가는 술집 바로 옆골목 파란대문집 옥탑.'





 지훈은 울분이 차올랐다. 지금 구름이 얼룩덜룩 그려진 캐리어를 질질끌고 옥탑방을 찾아가는 제가 너무도 쪽팔렸고, 그 주소를 보고 한번에 찾아낸 저도 너무나 쪽팔렸다. 낑낑거리며 도착한 지훈이 제 눈앞에 펼쳐진 옥탑방을 바라보았다.





"...........무슨 난민촌도 아니고."





바람이나 태풍이 불면 한방에 툭 떨어져 나갈것같이 생긴 옥탑방에 지훈은 차라리 이 자리에서 죽는편이 더 낫지 않을까 고민했다. 그러길 잠시. 찬바람이 불자, 몸이 시려진 지훈은 일단 따뜻한 곳에서 생각할까 싶어 문고리를 잡아 돌렸다.





'철컥.'





..........응? 열리지않는다. 조대표는 저에게 열쇠따위는 주지 않았기에 뭐, 당연히 열려있을꺼라 생각했다 (사실 도어락으로 생각했으나 열쇠식 손잡이에 열이 받아버린 후였다.) 그러나 꽉 닫힌채로 도무지 열릴 생각을 안하는 문! 지훈은 감히 옥탑방 문주제에 저를 밖에 세워두고있다니, 아주 심히도 기분이 불편해져왔다. 바람은 더 쌩쌩 불고있었다. 이런 젠장! 몇번을 더 철컥거리던 지훈이 이젠 발로 쾅쾅 문을 내리찍기 시작했다. 열릴리가 없었다. 그리고 세번째로 쾅! 문을 두들기자, 문 틈새에서 왠 종이 쪼가리가 새어나왔다.


'외출중입니다 택배는 장독대 뒤에'


 ..............하. 그래. 누가 살고있어?

지훈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정말 소리라도 질러버리고싶었다. 감히 제 집에 살고있는 미친 놈을 보고싶었다. 도대체 어떤 오류가있었는지는 몰라도 이 옥탑방은 지금 제 소속사가 마련해준 도피처이자 집이다! 아무리 조대표가 악질이라해도 저를 이렇게까지 대우를 하진않을것이다. 몇번을 씩씩거리던 지훈이 성질을 내부리며 평상에 앉았다. 그리고 손을 모아 입김을 호호 불던 지훈은 슬슬 잠이 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잠이 든거다. 


추운데 자면 입돌아간다며 하하호호거리던 촌스런 드라마 커플들이 지훈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입이 돌아갈때쯤 비비적거리며 눈을 뜬 지훈의 눈앞엔, 태일이 보였다. 제가 그렇게 열기를 원했던 문의 열쇠를 들고있는 태일이!








3_


 언제였더라. 초등학교때였는데. 아! 일학년때였다. 태일은 잠시 회상에 잠겼다.

그때 태일은 제 죽마고우 민혁과 술래잡기를 하고있었다. 조금 격한게 문제였는지, 우당탕 뛰어다니던 태일의 옷자락에 태일의 아버지가 제일 아끼시던 도자기가 걸려 그만 깨져버렸었다. 놀란 태일이 눈을 꿈뻑이며 도자기 조각들을 줏어들었고, 때 아닌 소란에 놀라 들어오신 태일의 아버지는 그대로 실신하셨다.


가보. 태일은 가보를 깨트려먹었었다.


그때 엄마한테 죽어라고 혼난 태일은 그날 이후, 도자기의 도자만봐도 후덜덜 떨었더랬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생각한것이, '고작 도자기가지고 호들갑은!' 이런것들이었는데 고작 물건이나 공산품 따위가 인간보다 우위일리가 없다는 태일 나름대로의 철학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머리가 굵은 태일이 피와 땀의 결정체인 카메라를 품에 안았을때. 잠시 그 철학은 접어두리라 결심했던 태일이었다. 카메라가 바다에 떨어진다면 저도 같이 잠겨들어갈것이고, 카메라가 절벽에서 떨어진다면 저 역시 몸을 날릴 준비가 되어있었다. 해리포터에서 나오는 '호크룩스'와도 같은 존재라 생각하며 금지야 옥엽아 했던 카메라가.그랬던 카메라가 아주 쉽고 간단하게 동강나버렸다. 태일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않았다. 그렇게 큰 힘도 아니였다. 그러나 렌즈 부위가 파삭 깨져버렸다. 카메라의 심장인 렌즈가.


태일이 요절한 카메라를 들고 눈물을 짜낼때, 지훈을 옷을 갈아입었다. 흙탕물이 진하게도 내려앉은 비싼 그래픽 티를 벗어내며 지훈은 아주 진지하게 옷값 물어내라 할성 싶다가, 카메라가 생각나 그만두었다. 젖은 옷은 쓰레기통 같아보이는 통에 쑤셔넣고 D사에서 내놓은 한정판 티를 내입었다. 그러고 슬쩍 주방에 있는 거울(주방이라 할것도 없었다. 원룸이니까.)을 보자 역시나, 역시인 자신이 보였다. 아 죽인다 죽여.


그러고 다시 태일이 있는 곳을 돌아보았다. 머리를 긁적이던 지훈이 태일을 향해 입을 열었다. 아주 아무렇지도 않게.





"그거 내 잘못아니다?"

"............................예!?!"

"난 너보고 찍으라 한적도 없어. 네 불찰이야."

"그게 할소리에요 지금!?"

"못할소리가 어딨냐? 너 기자맞지?"





 태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화를 참으려는게 보였다. '그래 참아봐라. 그래봤자 넌 나한테 안된다.'라는 표정으로 태일을 내려보던 지훈이 '오늘 급식 김치찌개래.'라는 식의 말투로 다시 태일의 귓등을 내리쳤다.





"그럼 이제.......나가."

"예?"

"나가서 뭐 표지훈을 봤어요 지금 저기 저 좆나 낡아빠져서 날아가게 생긴 옥탑방에있어요....이딴말 지껄이기만해봐라."

".......저기요!!!!!!!"





 태일이 벌떡 일어섰다. 나가라니! 마른하늘에 날벼락, 아니 표지훈이다. 갑자기 제 재수없는 하루에 굴러들어와서는 카메라를 8:45, 저 세상으로 보내더니 이젠 나가란다. 참나. 물론 흙탕물을 냅다 내뿌린 제 잘못도 있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아니 물 뿌렸다고 나가란 놈이 어디있으며, 무엇보다. 지금이 탑 모델이란 사람이 왜 제 집을 못뺏어서 안달인건지. 태일은 엄지손가락을 입에 물었다. 불안하거나 심란하면 나오는 버릇이었다.





"뭐."

"뭐 갑자기 와서 나가래요!!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됩니까?! 전 아직 계약 남았구요, 그때까진 제가 여기서 삽니다!"

"그러니까 나중에 살고 지금은 나가시라구요."

"아니 제가 왜요? 여긴 제 집인데 왜 제가......."





 그때였다. 쿵쿵. 문이 두들기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고개가 현관이라 말할것도 없는 문으로 돌아간것은.





"총각! 여 총각양반!"





 건물 주인 아줌마였다. 지훈이 나가보라는듯 태일에게 고개짓을 해보였고, 태일은 이를 으득갈며 문을 열었다.





"무슨일........"

"방 좀 빼줘야 쓰겄어."

"............예?"

"미안혀 총각. 이번달 월세는 안내두 되니까 나가줘. 최대한 빨리."

"아...아줌마. 무슨 이렇게 갑자기........"

"그 쪽 사정도 딱할지 몰라두 지금 내 사정이 더 급해. 그러니 부탁혀."





 그리고 다시 쾅. 태풍, 아니 쓰나미가 태일을 덮치고 간듯싶었다. 눈을 멀뚱멀뚱 감았다 떳다만 반복하던 태일이 지훈을 돌아보았다. 가만히 태일의 일인용 소파에 앉아 팔짱을 끼고있던 지훈이 피식. 비웃음을 내보였다.





"여기 네 집 아니라니까 그러네."

"..................."

"그럼..................나가."

"........"

"당장."










 무슨 짐승인줄알았다. 지훈이 마지막으로 '나가'라고 함과 동시에 '으아악!'하고 냅다 소리를 지르더니 밖으로 고대로 뛰쳐나간 태일. 열이 받고 받아 받다보니 한계를 지나친듯싶었다.


쯔쯧하며 문을 닫은 지훈이 집 안을 쓱 둘러보았다. 남자 혼자 산거 치고는 깔끔하긴 하지만, 원래 지훈의 집에 비하면 돼지우리가 따로없었다.기자라는 직업덕인지는 몰라도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인화사진들과 USB선들. 그런 자질구레한 '기자 용품'을 발로 끄덕끄덕 한쪽으로 옮긴 지훈이 한숨을 내뱉었다.



그러고 보니 진짜 나가기만했다. 짐은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않았다. 지훈은 콧노래를 흥얼거리기시작했다. 언젠가 촬영장에서 들은 제목도 모르는 노래. 정체 모를 노래가 지훈의 코와 입에서 열심히 맴돌고, 지훈의 손은 열심히 태일의 짐을 빼내고있었다. 일단 책장으로 향한 지훈이 잔뜩 꽂혀있는 만화책을 모두 꺼내 현관쪽으로 던졌다. 무슨 놈의 만화책이 이렇게 많은지. 모두 뽑아 던져버린 지훈이 이번엔 옷장으로 향했다. 서랍을 하나 열자, 청바지들이 인사를 건내왔다. 하나를 꺼내 펼쳐본 지훈이 혀를 찼다. 쯧. 작아보이더만 이게 바지야 레깅스야. 바지역시 모두 꺼내 현관쪽으로 던지고, 외투역시 모두 던졌다. 속옷도 던질까 하다가 이건 직접 전해주는 편이 낫겠다 싶어 서랍을 닫은 지훈이 이번엔 태일의 책상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여기저기 널려있는 모나미 볼펜과 스케쥴러. 모나미 볼펜 하나를 들고 딸칵 거리던 지훈이 스케쥴러를 집어들었다. 뭔가 빽빽히도 적혀있었다.


-BN엔터테이너 인터뷰

-부산 해변축제 취재

-영화 시사회 취재

......

....


 기자라더니 이리 빽빽하구나. 스케쥴러를 덮은 지훈이 그대로 책상에 걸터앉았다. 책상과 바로 마주보이는 작은 탁장 위엔 어항이 하나있었다. 제 주인이 나간걸 아는지 모르는지 유유히 헤엄치는 금붕어를 바라보며 어항을 툭툭치던 지훈은 생각했다. 뭐 정리만 나름 하면 괜찮을지도 모른다고. 은신하는 김에 아예 푹 자다가 돌아가면 되겠다 싶었다. 사고치길 잘한건가. 아니다. 우지호만 생각하면 주먹이 운다.....................잠깐.


금붕어의 눈을 바라보다 지훈은 그대로 굳었다. 그리고 다시 스케쥴러를 집어들었다. 잠깐..........얘............기자잖아.


지훈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러니까 아까전, 카메라를 들고 저를 찍으려던 태일의 모습이 선명하게 눈앞으로 지나갔다. 





"......................야!!!!!!!"





지훈이 빠르게 문을 박차고 나갔다. 잡아야했다. 기자인걸 잠시 잊고있었다. 폭탄. 지훈은 지금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에 불을 붙여버린 것이었다. 지훈의 눈앞으로 재떨이를 들고 저를 노려보는 조대표가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표지훈의 몰락'이란 글자가 대문짝하니 실린 신문도 스쳐지나갔다. 태일을 잡지않으면 당장 내일이라도 일어날 일이었다. 지훈은 신발도 마저 신지않고 빠르고 골목으로 내려갔다. 아무도 없었다. '아이씨!' 승질을 내며 골목을 휘휘 둘러보는데, 잠깐봤지만 아주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슈퍼앞에서 손을 꼬물락거리고 있는. 저를 잠깐 돌아버리게한 장본인이자 원래 집주인.





"야!!!!!!!!"

"......."

"너 이리와! 당장!!!!!!!"





 눈이 마주쳤다.








4_


 태일은 살짝 둔한면이있다. 기자라 하면 첫째가 눈치요 둘째도 눈치지만, 태일은 사기란 사기는 모두 당했을만큼 눈치도 없고 둔하기로는 지리산 반달가슴곰보다 둔할것이다. 지훈이 그렇게 멀쩡한 제 집에서 저를 쫓아낸후(소리를 지르며 나온건 태일이었지만.), 이 뜨거운 분노를 씩씩한 열로 표출하며 슈퍼 앞 파라솔에 앉았다. 눈이 덜녹았는지 축축한 의자가 엉덩이를 적셔오자, 뭐같은 기분이 더 뭐같아진 태일이었다.


열을 내다보니 머릿속엔 아무생각도 없었다.  머리끝까지 차오른 열을 내리다보니 '표지훈'생각이 점점 옅어졌다. 그리고 잠시.





"야!!!!!!!!"





 지훈이었다.





"너 이리와! 당장!!!!!!!"





 제 신발을 꾸겨신고 나온듯 싶었다. 아니 집만 뺏었으면 됬지 신발까지! 표정을 굳힌 태일이 제 앞의 지훈을 올려다보았다. 꽤 급하게 나왔는지 숨을 돌리는 지훈이 다짜고짜 태일의 멱살을 잡아들었다. 태일과 지훈이 순식간에 밀착됬다. 태일은 딱 하나밖에 보이지않았다. 아주 불안한 표정으로 저를 죽일듯 쳐다보는 지훈만 보였다. 그리고 그건 지훈도 마찬가지였다. 제 눈앞엔 마치 금방이라도 저를 기사로 보낼 궁리만 하고있는 기자밖에 보이지않았다.


잠시 태일을 그렇게 쳐다보던 지훈이 힘을주고있던 손에 힘을 풀었다. 그리고 가만히 물었다.





"...........너."

"켁....아 뭐하시는거에요!!!!!"

"......뭔짓안했지?"

"무슨............."





 순간 태일의 머릿속에 전구가 번쩍였다. 그래. 이 탑모델이란 작자는 지금 '사망설'에 휩싸인채로 제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어찌보면 제 카메라도 그 '사망설'때문에 망가진것! 둔한 태일의 머리가 빠르게 굴러갔다. 그러다 나온 결론은 하나였다. 





"왜 대답을 안해!!"

"저 그쪽 기사로 내보낼거에요."

"..........뭐?"

"카메라? 사진없어도 괜찮아요. 그 쪽 특종으로 내보내면 더 좋은 카메라 살수있을지도 모르니까."





뎅. 데에엥. 지훈의 머릿속으로 산채만한 종이 딩딩딩 잘도 울려왔다. 까마귀 수백마리가 몰려와서 그 대가리로 종을 치고있는것같았다.





"................야."

"예예. 평생 거기서 잘 사세요. 짐은 지금 당.장. 뺄테니까. 어쩌면 내일 아침에 뵐수있을지도 모르겠네요!"

"................."

"저랑 제 선배랑 M속보 이기자님이랑.......등등 다 해서."





 의기양양. 태일은 내심 뿌듯했다. 저더러 나가네 뭐네 지껄이던 지훈이 합죽이가 되서 입을 다물고있는 모양새가 정말 꼬시기짝이없었다. 제 말은 거짓이 아니였다. 태일이 맘만먹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기사를 내보낼수있었다. 제가 괜히 기자인가. 태일은 파라솔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털었다. 젖은 엉덩이가 축축하니 찝찝했지만 어련했다. 그러게 누가 그렇게 나오랬나.


지훈은 손으로 얼굴을 한번 쓸어내렸다. 제 앞에서 이리도 깝쭉깝쭉 이 움파룸파 같은 놈을 그대로 아작을 내고싶었으나, 속으로 참을인을 백만번을 써내려가는 지훈이었다. 지훈의 굳은 표정이 다시 풀리기까진 십초도 채 걸리지않았다. 그것도 아주 밝게.





"야."

"나와요. 들어가서 짐빼게."





 지훈이 태일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태일의 어깨에 손을 얹고 씩 웃어뵈였다. 태일이 움찔하며 몸을 내빼자, 지훈은 더 가까이 다가갔다. 순식간에 밀착된 얼굴이 부담스러운 태일이 '어버버'하며 바둥거렸고, 지훈은 계속 제 얼굴을 내밀었다.





"뭐.........뭐하시는"

"딜."





 뭐? 태일은 제가 방금 들은게 뭔가 잠시 되감기 버튼을 눌렀다. 딜? 일도 실도 뭣도 아닌 딜이라니?





"예?"

"딜."

"딜이라니........."

"카메라 물어주고. 다 할게. 그러니까."

".................."





 지훈은 제 앞 남자의 표정을 살폈다. 카메라 물어준다는 말에 조금 풀린것같았지만 아직 뭔가 모자라다는 표정. 지훈은 속으로 백번이고 천번이고 주기도문을 외우며 참을 인을 갈겨쓰며 제 자신의 화를 억누르고있었다. 사실 원래 지훈같으면 지금쯤 '감히 누굴 상대로 뭘 바라는거야!'라 외치겠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쩔수없었다. 정말 내일 기사가 난다면, 최악의 상황은 은퇴다. 지금까지 친 사고도 엄청도 많았고 그 덕에 흰머리가 송송 솟아나고있는건 조대표. 저를 가만둘리가 없다. 재떨이? 나이프를 던질지도 모른다. 





"........그래. 거기에다가 더. 내년 시즌 컬렉션 기획같은거 먼저 너한테 연락할게. 너가 먼저 기사쓰는거야."

"................."





 아직 모잘라?! 머리를 쥐어뜯고싶었다. 고양이 새끼마냥 저를 또랑또랑 쳐다보는 눈깔!!! 저 눈깔을 손가락으로 푹 찌르고싶었지만 지훈은 참고 또 참았다. 바람이 차다. 빨갛게 열이 오른 태일의 귀가 눈에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귀가 왜 눈에 들어오냐며 지훈은 다시 정신을 잡았다. 





"그래 그래. 뭘 더 원해? 어? 돈?"

"................아뇨."

"그래 돈. 지금 말고 나중에. 나중에 백지 수ㅍ......."

"저................"





 태일이 우물쭈물 입을 열었다. 잘못한건 제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태일은 갑자기 지훈의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 안좋은 상황임이 분명했다. 그것이 아니라면 이 탑 모델이라는 작자가 제 앞에서 이것저것 다해준다며 애원을 하고있을 이유가 없었다. 


기삿거리와 돈. 모두 좋았다. 하지만 지금의 태일에겐 더 급하고 중요한것이 있었다.

표지훈과 저 이태일이 지금 공통으로 원하는것.





"...............집말인데...."

".............어?"

"저.........지금 당장 돈도 없고........그런데....."

"...............그래서."

"며칠만......같이 좀........"





 지훈은 누구와 못자는 체질이다. 원나잇은 많이했어도 잠은 자지않았다. 잠은 꼭 혼자 넓은 침대에서 자야했고, 아침은 제가 직접 갈아 탄 커피를 마셔야했다. 그리고 오디오를 틀어 저혼자 노래를 즐겨야했고 저 혼자. 그러니까 뭐든 저 혼자여야했다. 지난 십몇년간 제 세상에서 혼자 모든걸 점령하고 살아온 지훈에게 태일의 부탁이란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금방이라도 제 입에서 '미쳤냐?! 아 씨발 기사 내! 내라고!'라 튀어나오려는 말을 간신히 씹어삼키며 지훈은 눈썹을 꿈틀 올렸다. 그것에 겁을 먹었는지 어쨌는지 제 앞의 기자는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고, 지훈은 그제서야 태일의 어깨에 올려둔 손에서 힘을 풀었다.그래. 백만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다. 지훈은 나오지 않는 말을 억지로 끌어올리려 노력했다. 노력에 노력을 거듭한 결과물이 지훈의 혀끝에서 튀어나오자, 그제서야 모든걸 후회하는 지훈이었다.





"그래."

".........."

"그러자고. 그래."





 그러면서 지훈은 작게 '하하'하고 웃었는데 그건 세상에서 가장 어색한 웃음이라해도 틀린말이 아니였다.










"선배가 그때 선물해준 쌀통있잖아요."

"어. 그거 왜?"

"그거 쓰레기통이에요?"

".............뭔 개소리야!"


 유권은 아침부터 헛소리를 쏴주시는 후배덕에 사레가 들려버렸다. 커피가 약간 쏟아지고, 놀란 태일은 서둘러 티슈 몇장을 꺼내 유권에게 건냈다. 쓰레기통이라니. 그 쌀통은 유권이 언젠가 일본 여행을 갔을때 사온 아주 심플하고 기능 좋은(유권이 봤을때는) 훌륭한 쌀통이었다. 그런데 쓰레기통이라니. 분명 제가 태일에게 건낼때도 '이건 쌀통이란다.'며 설명까지 붙였는데.


게다가 준지는 다섯달도 더 지났다. 그런데 지금와서 쓰레기통이라 묻는 모양이 영 이상하기도해서, 커피가 약간 튄 셔츠를 만지작거리던 유권이 태일을 보았다.





"근데 갑자기 왜?"

"...........아니에요."

".............그래."





 태일은 지금 약간 정신이 빠져있는 상태였다. 어제 저는 탑 모델과 대단하다할수있는 딜을 내걸었고, 오늘은 그 딜이 성사된지 꼭 삼일째 되는 날이다. 그 사이 그리 큰일은 없었지만, 첫날이 대박이다 싶었다. 코를 쿨쩍거리며 휘적휘적 앞서걷는 지훈을 좇아 옥탑방 문을 열었을때, 제 눈앞에 보이는 말로 표현할수없는 상황에 태일은 정말 말 그 자체로 돌아버리는줄알았다. 현관에 모조리 팽개쳐져있는 만화책과 제 옷가지들. 그리고 저 구석에 쳐박힌 USB 선들과 사진들! 정수리쪽에서 꼭지가 뽕- 뚫리는 소리가났다. 잔뜩 열이 올라 지훈을 쳐다보자, 왜 쳐다보냐는 표정을 한 지훈이 화장실로 들어가고 태일은 머리를 세게. 아주 세게 현관 문에 몇번 박았다. 그러길 잠시. 태일은 다시 한번 제 눈을 의심했다. 


제가 싱크대 옆에 자랑스럽게 올려둔 유권의 선물. 팔뚝만한 제 쌀통에 뭔가 쳐박혀있었다. 놀란 태일이 후다닥 달려가 진상을 확인해보니, 그건 지훈의 그래픽 티였다. 마침 화장실에서 나온 지훈이 태일에게 뭐하냐 물었고, 태일은 이게 뭐냐며 되물었다.그러자 지훈은 쓰레기라 답했고, 태일은 근데 왜 여기다 버렸냐 물었다. 지훈의 대답은 간단하기 그지없었다.


'그거 쓰레기통이잖아.'


아니에요. 쌀통이에요. 하려다가 그만둔 태일이었다. 지훈이 '쓰레기통'이라하자 정말 그 쌀통은 쓰레기통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주머니에 손을 찔려넣고 뭔가 심각한듯한 표정의 태일을 바라보던 지훈은 다시 휘적거리며 소파에 누웠고, 태일은 그 '쓰레기통같은' 쌀통을 화장실 옆에 내려놓았다. 쓰레기통으로 쓸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날부터 오늘까지 태일은 제 소파에서 잠잘수없었다. 방바닥에서 자면 허리디스크가 걸리네 어쩌네 하는 지훈덕이었다. 그리고 이제까지 얼마나 고고하게 자랐는지, 아침부터 일어나서 '베이컨!'을 외치며 저를 흔들어 깨웠고, 눈을 비비며 없다하자 그럼 뭐먹고 살았냐 묻는 지훈덕에 태일은 순식간에 태어나서부터 아무것도 먹지않고 살아온 신기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나마 다행인건 이런저런 차이 빼고는 별 갈등은 없었다. 태일이 출근을 하면 지훈은 태일의 노트북을 들고 소파에 누웠고, 태일이 퇴근을 하면 지훈은 자고있었다. 고작 삼일이었지만 태일은 삼주, 세달이 지나간듯한 느낌에 살짝 몸을 떨었다.





"아 맞다. 그거 봤어?"

"예? 뭐요?"

"표지훈 사망설. 삼일째 검색어 일위야. 봐봐."





 달칵. 태일은 움찔했다. 뭘 그리 놀라냐는 유권의 말에 아무것도 아니라며, 모니터를 들여다보자 정말이었다. 최근검색어 인기검색어 금주의 검색어 일위가 모두 표지훈. 그리고 이위가 표지훈 사망설. 삼위가 표지훈네 소속사. 정말 탑 모델이긴 탑 모델인가 싶었다. 유권이 표지훈을 클릭하자, 뉴스들이 무시무시하게 쏟아져 나왔고, 대부분 기사의 제목이 '표지훈 정말 죽었나?','표지훈의 진실은?" 따위였고, 사라진 제 오빠를 애타게 찾는 소녀들의 글도 무지막지하게 쏟아져나왔다.





"진짜 어디간건지 모르겠어. 지금 M사,S사까지 싹다 찾고있는데 아직 꼬리털도 못찾았어."

".............소속사는 뭐래요?"

"소속사 전화선 끊긴지 오래다."





 ............그렇군요. 태일이 어색하게 웃으며 제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머리가 복잡해져오기 시작했다. 표지훈 잠적. 아니 표지훈 사망설은 지금 대한민국의 가장 큰 이슈다. 그리고 그 이슈의 답을 알고있는 건 소속사와 저뿐일거란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려왔다. 제 선배인 유권은 밤을 새가며 단서를 찾고있었고, 그건 유권뿐만이 아니였다. 무너지듯 사무책상에 엎드린 태일이 펜을 꺼내들어 노트에 아무렇게나 써갈기기 시작했다.


표지훈.

탑 모델.

잠적....사망.

딜.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집.


여기까지 쓴 태일이 노트를 덮었다. 그리고 스케쥴러를 꺼내 체크하기 시작했다. 오늘 제가 가야할 곳은 다른날보다 조금 더 많았다.










 


5_


"............저요?"

"응. 이번에 표지훈 파트라고 몇명 담당났는데 너랑 나랑....재정이 알지? 재정이까지 세명."

"..............제,제가 왜..."

"내가 추천했지. 이번에 잘하면 한방이다. 잘해보자."





 툭툭. 태일은 제 어깨를 치고가는 저 손과 저 말들 모두. 이전에 있던 대화 모두 Delete를 누르거나 ctrl+z를 누르고싶은 욕망에 사로잡혔다. 세상에 말도 안된다. 표지훈 파트라니.


표지훈 파트란 말 그대로 표지훈 파트였다. 현재 대한민국에 거세게 휘몰아치는 넘버원 가쉽. 표지훈 사망설을 두고 여러 매거진과 신문사가 머리를 쥐어뜯고있다. 그건 태일의 회사도 마찬가지였는데, 제대로 한번 해보자며 편집장이 따로 만든 프로젝트 그룹이 바로 표지훈 파트였고, 거기에 태일 제가 속해버렸다.


태일은 이 말도 안되는 상황에 잠시 손가락을 입에 물었다. 표지훈을 조사하라니. 표지훈은 지금 제 집에 있는데? 태일이 엄지손가락을 입에 물었다. 이런 태일의 심정을 알리 없는 유권은 아자아자 화이팅이라며 커피를 타왔고, 태일은 머쓱한척 웃으며 커피를 마셨다.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는 밀크커피를 느끼며 태일은 현기증이 밀려오기시작했다.


워낙에 저는 거짓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고 금방 태가 나기에, 하려고 한적도 없고 해본 거짓말이라고야, 중학생때 컴퓨터 게임에서 '나 대학생 5학년임.'이라는것 밖엔 없었다. 그런 태일에게 이번 일은 부담스럽기 짝이없었다.그렇다고 '저 안하겠습니다.'하면 그것도 좀 이상했다. 매번 기삿거리에 굶주려있고 뭔가를 파내고자하는 저를 잘알고있는 유권이고 그렇기에 저를 표지훈 파트에 쳐 넣은것이 분명했다.


태일은 회사 입사후 처음으로 유권에게 원망심이 들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일은 시작되버렸다.





"아 맞다 태일아."

"........"

"........이태일!"

"예?"

"이번주 금요일에 우지호 새 시즌 기자회견있다니까 가보자. 표지훈 얘기 할거같다. 안그래도 같은 소속사고......."





 유권이 태일에게 멋대로 떠들어대고있었지만 태일은 아무것도 들리지않았다. 그저 표지훈 표지훈 표지훈. 지금 제 옥탑방에서 뭘하고있을지 모를 표지훈 세글자만이 공허하게 떠돌고있을뿐이었다.







 퇴근후 태일은 옥탑방까지 걸어가며 꽤 긴 생각을 했다. 이걸 표지훈에게 말해야되나 어쩌나. 허나 말한다면 저를 의심할지 모른다. 지금도 의심이 터지다못해 줄줄 흐를지경인데 그 말까지한다면...........이상했다. 분명 저는 기자고 가쉽을 만들어야하는 직업인데, 지훈만은 꽁꽁 숨기고싶었다. 이게 다 그 빌어먹을 딜때문인가.


후에 저에게 돌아올 기삿거리와 돈때문인가. 태일은 고개를 내저었다. 그건 아니다 정말 아니다. 그냥 간단하게 생각하기로했다. 사망설에 휩싸인 모델인만큼 큰일임이 분명했고, 저는 그나마 양심이 있어 숨겨주는거라고.나중에 유권이 이 일을 알게 된다면 각혈을 하며 쓰러질지도 모를일이었다. '니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그냥 거위로 만들었구나!'하며 말이지. 하지만 그것도 태일이 말을 안한다면야 일어나지않을일일것이다. 


늦은 밤 거리에 켜져있는 가로등이 처연했다. 태일은 그 아래 걷고있는 저도 이상하게 그 거리에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골목길을 걸어 파란대문을 열고 옥탑방 문앞에 도착한 태일이 잠시 머뭇거렸다. 뭔가 조금 어색했다. 분명 태일의 집이지만 이제 더이상 저의 집으로 느껴지지않았다. 왜냐면 지금 이 안에 들어가 있는 사람덕이겠지. 가만히 심호흡을 한 태일이 문 손잡이에 키를 들이밀었다. 딱맞게 떨어지는 손잡이가 끼익-하는 소리를 내며 돌아갔다. 그리고 문을 열었다.


티비가 시끄럽게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앞엔 때깔 고운 티와 제 잠옷바지를 입은채 뒹굴고있는 지훈이 보였다. 저게 탑 모델이라니.





"저 왔어요."





 지훈이 힐끔 태일을 바라보았다. 





"기사 안떴더라."

"................전 약속 지켜요. 올때마다 무슨 심문해요?"

"불안하니까 그렇지."





 볼멘소리른 내뱉으며 지훈이 코를 훌쩍였다. 그러곤 티비 음성을 쫙 높이는데, 뭔가 싶어 티비를 돌아본 태일의 눈이 순간 커졌다.





[대한민국의 대표 모델이자 아시아의 탑 모델인 표지훈씨 사망설에 이어 다른 설까지 제기되고있습니다. 지난 삼일전, 모든 스케쥴을 취소하고 잠적한 표지훈............]





 티비는 시끄럽게도 떠들어대고있었다. 화장을 진하게도한 연예뉴스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지훈의 귀에는 물론이거와, 태일의 귀에도 쟁쟁 거리는게 정말 거슬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포커페이스로 화면을 일관하던 지훈이, 제 영상이 자료화면으로 뜸과 동시에 입을 열었다.





"화면빨 진짜 잘받지않냐."

".......예? 예 그러네요."

"별말 다 나오더라. 여자설에 귀신설에 외계인설. 그리고 좆나 이상한거 하나있더라. 기분 더러워지게."

"뭔데요?"





 지훈이 어이가 없다는듯 쿡 웃었다.





"인신매매설."

"그게 무슨.............."

"몰라. 배타고 날랐다는 얘기도 있더라고."

"누,누가 어떤 뉴스가 그래요!"

"인터넷."





 지훈이 헛웃음을 치며 제 노트북을 눈짓했다. '원래 이슈되는 연예인은 인터넷 하는거아닙니다!' 냅다 지르며 노트북을 뺏어든 태일이 씩씩거렸다. 





"인터넷 하지마요!"

"왜 재밌잖아."

"뭐가 재밌어요!!!!!!!"

"나만 알고 남들이 모르는거. 별 시놉시스 다나오잖아."

".......................그래도."

"아. 이젠 너도 아니까."





 지훈이 슬쩍 웃었다. 그 웃음이란 정말 런웨이에서만 보던 탑 모델 표지훈의 진품 웃음이었다. 포커페이스로 일관해야하는 런웨이에서 지훈은 가끔 웃곤했다. 말도 안되는 일이긴했지만 사람들은 거기에 열광했다. 지훈이 웃은 그 런웨이는 대박나는건 당연지사였고, 이슈에 이슈,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런 가쉽이 되곤했다.


그런데 그걸 태일은 일대 일로. 생방송, 라이브로 앞에서 지켜보았다. 순간 어색해진 태일이 흠흠 헛기침을 내뱉었고, 지훈은 다리를 모아 앉았다. 다리가 어찌나 긴지. 태일은 모아앉았던 제 다리를 서둘러 아빠다리로 바꿨다. 비교되는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니까.





"근데 표지훈씨."

"어."

"그 쪽 내 이름 알아요?"

"아니."

"안궁금해요? 그래도 같이 사는 사람인데."

"넌 얹혀사는거지 나랑 같이 사는건 아니야."





 아니 이런. 순간 지훈을 좋게 생각해버린 제 머리를 탓하며 태일이 이를 으득갈았다.





"그,그래도요. 전 그쪽 이름아는데."

"난 내가 믿는 사람 이름만 외운다."

"전 안믿어요?! 전 지금 그 쪽 목숨가지고 있는 사람인데!"

"안믿어."

"왜요!"

"기자니까."





 참나. 어이가 없었다. 태일이 입을 쭉내밀고 심통이 가득한 표정을 내지었다. 그걸 슬쩍 바라본 지훈이 '볼 터지겠네 볼 터지겠어'라며 등을 돌렸고 태일은 그 등을 바라보며 앞머리를 입바람으로 후-불어제꼈다.





"이태일이에요. 이태일."

"................"

"믿던지 말던지 알고나있어요. 원래 파트너끼리는 이름 알고있어야되는거에요."

"파트너는 무슨."

"표지훈 잠적 파트너. 맞잖아요 파트너."

"지랄하네."





 지훈이 소파위로 냅다 올라가 누웠다. 그걸 바라보며 퉁퉁거리던 태일도 바닥에 이불을 깔았다.이제 삼일이고 내일이면 사흘이 되고 일주일이 되고..........한달? 한달까지 갈까?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려 덮으며 태일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전에. 그 전에 지훈이 돌아간다면 참 다행일것같았다. 


.................꼭.










 지훈은 단걸 좋아했다. 오피스텔 한 켠에도 수입한 각종 초콜렛과 사탕들이 즐비했고, 냉장고 안엔 커스타드 푸딩이라던지 머랭쿠키라던지 혓바닥이 녹아버릴정도로 단것들이 '저 좀 먹어주세요.' 아우성치며 지훈을 기다리고있었다. 모델이라는 직업덕에, 지훈의 매니저는 그런 단것들이 질겁을 하며 보면 바로 치워버리기 일쑤였지만, 지훈은 그러거나 말거나 아무때나 껍질을 까서 입에 톡톡 넣곤했다.


한달에 나가는 간식비도 사실 어마어마했다. 매니저는 그 많은 단것들을 처먹고도 살하나 찌지않을 뿐더러 여드름하나 나지않는 지훈을 보며 혀를 찼곤했다. 아마 표지훈의 살을 베어먹는다면 아주 단맛이 날거라며 소름끼치는 농담도 적잖히 하곤했다.

지훈은 꿈을 꾸었다. 바람불면 날아갈것같은 옥탑방 안 일인용 소파에 꾸겨지듯 누운 지훈은 오랜만에 꿈을 꾸었다. 파란 하늘에 머랭쿠키가 둥둥 떠다니고 그 아래 풀들은 모조리 설탕이었다. 게다가 그 옆에있는 돌멩이들은 모두 초콜렛! 지훈은 그곳을 힘차게 뛰어다니며 아무거나 입에 물었다. 달았다. 달았다. 그것도 엄청달다!





".............표지훈씨."





 순간 지훈은 멈칫했다. 머랭쿠키가 말을 하다니! 머랭쿠키가 말을 해!





"..........표지훈씨?"





 저는 머랭쿠키를 입에 물고있었다. 단맛이 퍼지기도전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머랭쿠키가 말을 한다는건 사실 엄청 말도 안되는 일이기 때문에. 

꿈에서 간신히 깨어난 지훈이 눈을 떴다. 제 앞에 익숙한 남자가 보였다. 그래. 그 기자다. 저랑 딜을 걸고.......지금은 바닥에서 자고있을.그런데 왜 제 앞에있는건지. 그것도 옷을 모두 차려입고서. 덜풀린눈으로 태일을 바라보던 지훈. 그런 지훈을 바라보며 태일은 다시 입을 열었다.





"................손가락 좀."

".............."

"............"





 지훈은 그제서야 깨달았다. 단맛이 나던 머랭쿠키가 태일의 손가락임을. 질겁을 하며 그걸 뱉어낸 지훈이 잠이 확깬다는듯 태일에게 삿대질을 해보였다.





"뭐야!"

"뭐긴 뭐에요! 깨울라니까 갑자기 손가락은 왜먹어요!"

"네가 넣은게 아니고? 왜 자고있는 사람한테 손가락을 먹여!"

"표지훈씨가 먹은거라니까요! 일어나라하니까 머랭쿠키 어쩌고 하더니 먹은게 누군데요!"





 세상에. 지훈은 혼란스러워졌다. 이런 실수 한번도 한적이 없는데. 그동안 혼자 자서 지금껏 알지못한 저의 잠버릇인가 말인가. 그런거 치고는 심하게 이상했다. 남의 손가락 빨기라니.





".................진짜 어이가없네요. 아무튼 저 출근합니다. 베이컨 사놨으니까 알아서 드세요."

"......................."

"...................손가락을 먹어 이상하게."

"아니라고!!!!!!!!!!!"





 쾅! 문이 닫혔다. 그리고 씩씩거리는 지훈만 남았다. 지훈은 서둘러 찬물을 세수를 하고 제 이상한 잠버릇을 잊으려 애썼다.정말 말이 되질않았다. 제가 이런 추잡스러운 버릇을 가지고있다니. 암만 생각해도 음모같았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그 맛이.





"아 변태같잖아!"





 '변태맞잖아.'라 외치는 들리지않는 지인들의 고함을 뒤로한채 지훈은 다시 소파에 몸을 내던졌다. 자자. 아침이고 뭐고 자고싶었다. 꿈에선 스트레스를 풀었지언정, 현실에서 다시 배로 받아버렸다. 저보고 손가락을 놔달라하던 태일이 눈앞으로 지나갔다.





"씨발.............."





 저는 기자가 정말 싫었다. 정말로 정말로.





***



선연재 후 업데이트입니다! 부족한게 많은 글이에요. 빠른 업데이트로 만나뵈었으면 좋겠어요 ㅠ^ㅠ

모델 지훈이와 기자 태일이의 이렇고 저런 얘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즐겁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담에 봐용~^^


짧은 감상도 감사히 받겠습니다 (_ _)(-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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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저 이거 블로그에서 봣어여! 완전 금손님ㅜㅜㅜㅠ 정말 글 잘쓰세요ㅜㅠ머릿속에서 장면하나하나 다잘그려지고 소재도 너무 신선해요!
11년 전
마제
텍본 업데이트위해 처음부터 수정겸 올리고있어요! 감사해요~^^!!
11년 전
독자2
와어ㅡㄴㅂㄷㅈ스븍이시대박ㅇㅂ딘ㄱ•ㄱ지시스ㅡㅅ브인ㄱㄷㅈㄱㅈㄱ극ㄷㄱㅅㄱㅅㅋ진짜말로다못하겠네요걍아닥하고신알신갑니답 ㄱㄱ
11년 전
독자3
앜ㅋㅋㄱ손가락에서빵터졌어욕ㅋㅋㅋ근데 아신선한게잼써요ㅋㅋㅋ둘이티격태격하는데 누가먼저관심을가질지ㅋㅋㅋㅋ
11년 전
독자4
마제님 안녕하세요 ㅠㅠㅠ 블로그에 올리셨을때 눈팅하던 행인입니다.ㅠㅠㅠㅠ 인티 오셔서 기뻐요 진짜 ㅎㅇㅎㅇ 신알신하고 갑니다. !
11년 전
독자5
아..아..어..너무 조아요(울먹울먹)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정말 흑흑흑흐긓흐그르르그세 나나나나 비덕으로 암호닉해도될까요오../부끄/헤헤 신알신하고가요오!!!!
11년 전
독자6
헐 마제님....맞죠?마제니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저 악남 텍파비픽에서다운받고 계속재탕하고있었는ㄷ 이렇게오시니까 너무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으엉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진짜사랑해요마제니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신알신하고갈꼐요!으어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진짜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7
어.. 블로그에서 본적 있습다다음화를ㄹ기다리다ㅣ기다리가지쳐서포기했는데....
사랑해여.....

11년 전
독자8
마ㅔ님ㅠㅠㅠㅜ인티에도오셧군여ㅠㅠㅠㅠ마제님보고싶엇어여ㅠㅠㅠㅠ마제님ㅠㅠㅠㅜㅜ사랑해여ㅠㅠ
11년 전
독자8
우와 !!!!!!! 블로그에서 봣어여!!
11년 전
독자9
ㅠㅠㅠㅠㅠㅠ마제님이다ㅠㅠㅠㅠ블로그에서봤엇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사랑해요ㅜㅠㅠㅠㅠ
11년 전
독자10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맨날 악남치고 들어가서 30(wati!) 보고 절망햇엇는데 여기 계셧네 ㅎㅎㅎㅎㅎㅎㅎㅎ
여기서 보니까 더 새롭 ㅋㅋ 너무 반가워욤 ㅎ ㅎㅎㅎㅎㅎㅎㅎ

11년 전
독자10
ㅠㅠㅠ와아 재밋어요 ㅠㅠㅠ
11년 전
독자11
헐대박헐이거겁낮재밌어요헐ㄹ대박진짜재밌네요헐ㄹㄹ암호닉해도되나요ㅠㅠ?만약에되면절쮸라고기억해주시와요 헐대박뒤에내용이궁금하네옇 렇컿ㄹ헐헐어떠켘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개잼이에요아그리곸ㅋㅋㅋㅋ이태일ㅋㅋㅋㅋ대학교5학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귀엽네여
11년 전
독자12
헐 마제님 ㅠㅠㅠㅠㅠㅠ저이거 일편부터 쭉 댓글 달았었는데...마지막땐 개인적인 사정으로.. 못했즤만.. 진짜 너무 재밌어서 친두들 거의 다섯명을 꼬셨어요 이거 읽으라고 ㅋㅋㅋ 아련.. 또 읽어야겠어요 ㅠㅠ
11년 전
독자13
헐 인티에 오시다니...대박...저 텍본으로 보고서 담편보고싶었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진심 반가워요 ㅠㅠㅠㅠ
11년 전
독자14
우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완전 재밌어요ㅠㅠ
11년 전
독자15
재밌네요ㅜㅜㅜ빨리다음편보고싶요ㅜㅜ
11년 전
독자16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인티에서만나다니!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ㅜㅜㅜㅜ연재언제해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기다리고잇어ㅇ요!
11년 전
독자17
인티에도 올리신다니 ㅠㅠㅠㅠㅠㅠㅠㅠ 마제님 사랑합니다 ㅠㅠㅠ
11년 전
독자18
마제님 사랑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19
이거왜지금봤을까요ㅠㅠ으으ㅠ
10년 전
독자20
오 주여.........................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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