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어진 경계선 |
언제부터였을까, 대현아.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연인'이란 이름이 무색해져 버린 우리의 끝은 과연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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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남지 않은 임용고시 때문에 지금까지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다 정신차려보니 벌써 새벽 2시였다. 꺼뒀던 폰을 켰지만 오는 메세지는 단 한 통도 없었다. 이젠 그러려니 넘어가고 싶지만, 현이도 공부하고 있겠지, 다독여보지만 입가엔 씁슬한 미소만이 스친다. 가방을 챙기고 밖을 나오려는데 요란하게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걸음을 잠깐 멈춘다. 집에 대현이가 있을까… 몇년전, 막 사랑을 했던 시절이라 가족과의 연까지도 끊으며 시작했던 동거. 그 때는 대현이의 달콤한 말에 모든게 다 행복했고 적어도 대현이 때문에 우는 일은 없을꺼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의 대현이는, 과거와는 확연히 달랐다. 무엇이 그를 변하게 했을까.
결국 대현은 집에 없을거란 생각에 가방을 머리에 이고 집까지 달려갔다. 몰아치는 숨을 가라앉고 문고리에 열쇠를 집어넣는데 오랜만에 열려있는 문이 반가워 급하게 열지만, 그 안의 모습에 내 표정은 굳어졌다. 여기저기 여성의 옷과 대현의 옷이 섞여 흩어져있고 우리 방에서는 여성의 행복한 비명소리와 대현의 신음소리가 들렸다.
" 미친놈. " " …유영재? "
하하- 대현이 여자를 만나는 것 쯤은 알고있었지만 실제로 그 행각을 보니 헛웃음이 나왔다. 방문을 벌컥 열고, 나를 보고 당황해하는 대현 앞으로 가서 뺨을 때렸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나의 등장에 놀라 이불로 자신의 몸을 싸매고 있는 여자의 얼굴을 쏘아보며 정대현에게 화를 냈다. 다시는 찾지말라고, 너같은 놈 때문에 운 내가 병신같다는 말을 내뱉고 정대현이 말리기도 전에 집을 나와버렸다. 울지 않으리라 다짐했건만 벌써 내 볼에는 따뜻한 액체가 흐르고 있었다. 폰벨소리가 울리지만 정대현 일 것 같기에 일부러 배터리를 뽑아 지칠 때 까지 비를 맞으며 달렸다.
결국 도착한 곳은 친한 동생, 종업의 집이였다. 다행히도 종업의 부모님은 바쁘셔서 오늘 하루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워낙 착한 애라 내가 울면서 온거보면 궁금할텐데 아무것도 묻지않고 집으로 들여다줬다.
" 형, 춥죠? 술 마실래요? " " 그래. " " 좀 있으면 형 임용고시 아니에요? 공부는 잘되가요? "
임용고시라… 처음엔 정대현이 같이 보자기에 필사적으로 매달렸지만, 지금은 내가 꼭 해야되는 건가? 그러고보면, 대현이랑 사귈때 내 의견은 없었다. 대현이 내 의사를 물어봐도 난 그저 '너 하고싶을대로' 라는 표현을 더 많이 썼고 어느샌가부터 대현도 내 의견은 물어보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더 빨리 질린걸까. 그럼 내가, 네 사랑을 꺼지게 한 것이였을까. 종업이가 내준 캔맥주를 한캔, 두캔 점점 마시다보니 취한 것이 느껴졌다. 꼬부라진 혀로 아무것도 모르는 종업에게 정대현을 욕하며 나는 웃었다. 아니, 울었다. 종업이 취한 내 모습에 걱정을 하며, 이제 그만 마시라며 나를 말리지만 나는 점점 더 생각나는 대현의 모습에 울면서 정신을 잃을 때까지 마셨다. 마지막 한 캔을 다 비우고 나서야 나는 정신을 잃었다.
" 대혀나... 이..이 나쁘은 노마.... 벼엉신 유영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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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말 ) 으힣 사랑해요 벱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