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옛날 이야기를 해볼까 해.
너를 만난건 학교도, 학원도 아닌 교회였어. 처음엔 너가 누군지도 몰랐고, 너가 있는지 조차도 몰랐어.
그러다 교회 친구를 통해서 서로 알게 되었는데, 누가 알았을까. 우리가 이렇게 친해질지. 나조차 상상도 못한 일이야.
고등학교 올라가는 그 해 겨울, 우리는 교회 고등부끼리 산 속에 위치한 교회로 2박 3일 수련회를 갔었어.
우리가 갔던 교회가 산 속 깊이 위치 해 있는데, 버스가 중간에 멈춰서서 직접 짐을 들고 올라갔었어.
안그래도 산속이라 길이 험한데, 내가 캐리어를 들고 왔었어. 낑낑 들고 올라가고 있었는데 그때 너가 말도 없이 스윽 내 짐 들고 가줬는데.
여튼 짐 옮기고 밥 먹고 그렇게 하루가 지나가고, 그 다음날 아침에 밥을 먹고 추워서 따뜻한 보일러를 켜고 방에서 쉬고 있었지.
똑똑. 누군가가 노크했어. 네-하고 문 열어보니 다른 사람도 아닌 너였어. 나가자는 너의 말에 난 대충 신발을 구겨신었어.
건물을 나가니, 차갑고 상쾌한 공기에 코 끝이 시려왔어. 아무 말 없이 그냥 걷는 너에 한참을 그렇게 걷다가 왜 불렀냐고 물으니까 너는 그냥 같이 바람이나 쐬고 싶어서 불렀다고 했지.
그리고 대뜸 저수지 앞에 데리고 가서 한참동안 돌맹이 주워서 누가 멀리 던질 수 있나 대결 했었던게 기억이 나네.
미안한데 그때는 추운데 나와서 재미도 없고, 할 이야기도 없고, 너가 나를 왜 불러냈나 이런 생각을 했었어.
그런데 지금 생각하니까 너가 나를 불러낸 이유가 둘이 있는게 좋아서였어.
"어.. 나오니까 공기도 좋고.. 좋네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