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w. 두삐
선생님의 종례가 마치자 마자 빠르게 가방을 어깨에 매고 나가려는데 누군가가 비온다고 소리 지른다. 설마 하고 고개를 돌려 창가를 쳐다보자 비가 빠르게 대지를 적시고 있었다. 우산 안 가져왔는데… 반을 둘러보니 거의 다 우산을 가져오지 않은 건지 짜증내고 있는 놈들이 보인다. 한숨을 내쉬고는 반에서 빠져나와 건물 입구 앞에서 벌써 어둑해진 하늘을 바라보면서 그냥 뛰어갈지 말지 고민 하는데 누군가 뒤에서 경를 툭 친다. 누구야, 하면서 뒤를 돌아보는데 우지호다.
“뭐냐 우지호?”
“우산 안 가져왔냐? 왜 쥐새끼처럼 처량하게 서있어.”
비도 안 맞았는데 쥐새끼 같아 보였나? 경은 저를 보며 실실 웃는 지호를 향해 손을 들어 지호의 머리를 한 번 내려치고는 다시 하늘을 바라봤다. 쉽게 그칠 것 같지 않아보였다. 평소에 맨날 날씨 확인하고 왔었는데 왜 하필 오늘이야. 운도 지지리 없는 경은 하늘을 향해 원망스러운 말을 속으로 내뱉고는 가방을 내려놓고 마이를 벗어 가방 안에 대충 넣었다. 지호가 그 모습을 보고는 뛰어갈거냐고 묻자 경은 고개를 끄덕인다.
“어차피 금방 그칠 거 같진 않고, 비 맞고 집에 가서 샤워나 해야지.”
“너 감기 잘 걸리잖아. 그리고 너 달리기도 느리면서 무슨.”
“그럼 뭐 어쩌라고? 니 마이라도 빌려주게?”
지호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왼손에 있던 우산을 보여줬다. 경은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런 거 있었으면 진작에 보여줬어야지!! 라며 지호에게 성질냈다. 지호는 맞으면서 아프지는 않은지 웃으면서 말했다.
“니가 안 물어봤잖아. 됐고, 가자.”
우산을 펴고 경은 지호의 옆에 가까이 섰다. 지호는 비 때문에 서늘한 가운데 제 곁에 꼭 붙어 가는 경의 따뜻한 체온에 절로 미소가 생겼다. 혹시나 비 조금이라도 맞아서 감기 걸릴까봐 제 왼쪽 어깨가 다 젖어가고 있지만 경을 위해 제 어깨 하나 희생하는 지호를 모르는 경은 비를 안 맞고 가게 돼서 다행이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10분 정도 걸었을까 경의 아파트 입구에 도착했다. 경은 몇 개 없는 계단을 폴짝 폴짝 뛰어 올라갔다.
“우지호 완전 고마워! 다음에 맛있는 거 사줄게, 잘가!”
두 팔을 들어 인사하는 경을 향해 아빠 미소를 지은 지호는 뒤돌아 발걸음을 옮겼다. 지호가 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경은 지호의 어깨 부분이 젖어 있는 걸 발견했다. 설마 감기 걸릴까봐 그런 건가? 이제 보이지 않는 지호의 뒷모습을 계속 바라보던 왜 그런 건지 계속 생각했지만 딱히 이렇다 할 답이 나오지 않아 경은 한동안 잠을 설쳤다.
▶두삐입니다◎▽◎
앞으로 짧은 조각글들 올릴 테니까 반응ㅇ 좀.. 블락비 커플링은 하나 하나 다 건들여볼 생각임니당
근데 원래는 장마를 모티브로 했는데 그럼 너무 길어질 거 같아서 포기.. 다음 커플링은 뭘로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