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여자친구
w. 입맞춤
“재환아.”
“응.”
“아프지 말고,”
“응.”
“잘 지내.”
“…응.”
목이 메어서 길게 말은 못 하겠다. 잘 지내, 너도.
*
너를 보내고 오는 길, 분명 낮이었던 거 같은데 잠시 눈을 감았다 뜨니 어두워진 하늘이 보였다. 집 앞에서 서성인다. 평소처럼 문을 열고 들어 가면 되는데. 내 손은 굳은 듯 움직일 줄을 몰랐다. 들어 갈까? 들어 가면 네가 평소처럼 나를 반겨 줄까? 고개를 두어 번 젓는다. 아니 집에 들어 가도 너는 없다. 이제 너는 없다. 차마 들어갈 수 없는 집 앞을 서성이다 결국은 집 앞 계단에 앉아 인사를 한다.
“안녕. 문아.”
“안녕. 돌멩이.”
“안녕. 꽃아.”
꽃 예쁘다. 너는 참 별빛이를 닮았네. 세상 별의 별 것들과 안녕을 말한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면 동네 바보 쯤으로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자조적인 웃음이 나왔다. 인사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잘 지내라고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코 끝으로 차가운 바람이 스쳐지나 간다. 괜히 코 끝이 찡해지는 기분을 느낀다. 절대 슬퍼서 그런 건 아니고, 그냥 바람이 너무 차서. 그래서.
“아, 춥다….”
살을 에는 추위에 어깨는 절로 움츠라 든다. 너는 사계절 중 봄, 여름도 그렇다고 가을도 아닌 추운 겨울을 가장 좋아했다. 왜 하필이면 추운 겨울이 좋냐고 묻는 내 말에 너는 고민하는 표정을 짓는 것도 잠시 천진한 웃음으로 나를 보며 대답했다. 겨울에 너를 만났잖아.
그 때의 네가 아직도 생생하게만 느껴지는데 왜 너는 지금 내 앞에 없는 건지. 그리움이 온 몸을 잠식하기 시작하고 눈물이 날 것만 같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 봤다. 오늘따라 별들은 어디로 간 건지 낯설어 보이는 저 달만이 까만 하늘을 밝게 비춰 주고 있을 뿐이었다.
*
“나 잘 어울려?”
“응. 잘 어울려.”
“…이상한 것 같지 않아?”
아니야. 재환이는 얼굴이 하얘서 검은색 코트보단 카멜색 코트가 더 잘 어울려.
정말?
응. 정말.
나 멋있어?
응, 우리 재환이가 세상에서 제일 멋있다.
그렇게 말하고 웃으며 안겨오는 네 품도 네 작은 어깨도 싫지 않았다. 지난 겨울 네가 골라 준 포근한 카멜색 코트 나 아직도 입고 있어. 그 때 티는 안 냈지만 나랑 안 어울리는 것 같아서 별로였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까 네 말대로 검은색 코트보단 카멜색 코트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해. 너는 어쩌면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앗 뜨거워.”
“거 봐, 내가 뭐랬어. 조심해서 마시라고 했지?”
“잉. 재환아 호- 불어 줘.”
“호오-”
유난히 춥던 어느 날 입김을 불며 마시던 핫초코도.
“재환아.”
“응.”
“이재환.”
“왜에.”
웃을 때면 작아지는 너의 눈도, 나를 부르던 익숙한 목소리도.
“좋다.”
“뭐가?”
“이렇게 너랑 단 둘이서 걷는 거.”
밤 새 거닐던 자양동 골목도 이제는 모두 다 안녕.
안녕 내 사랑, 안녕 내 별빛아.
별이 바람에 스치듯 안녕 여자친구.
+추가 설명
이해를 못 하실 거 같아서 추가 설명 들어 갑니다.
일단 처음에 별빛이가 재환이한테 이별을 고하는데 헤어지고 싶어서 헤어지는 게 아니라 병을 앓다가 결국 죽었어요. (예 죄송함다..)
그리고 너를 보내고 오는 길. 이건 별빛이가 죽고 장례식을 끝내고 온 걸 표현한 건데 전달력이 부족해서 또 한 번 죄송함다..
재환이도 별빛이가 아픈 걸 이미 알고 있었고 시한부인 걸 아니까 당연히 이별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거에요.
아 그리고 노래 가사에 달 얘기가 있어서 낯설어 보이는 달은 재환이를 표현했어요.
별들=별빛
달=재환
이렇게 보시면 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