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훈아. 내 냄새 얼만큼 진해?"
오늘은 표지훈보다 먼저 종례가 끝났다. 집에 같이 가기 위해 녀석의 반 앞에서 기다리다가 녀석을 보자마자 튀어나온 말, 얼만큼 진해? 사실 아까 박경이 이상한 말을 했을 때 부터 신경이 쓰였다. 꼴리는 냄새? 야한 냄새? 그게 뭐냐고. 갑자기 왜 물어봐요? 하고 되묻는 표지훈에게 잠깐 뜸을 들였다.
"귀 대봐."
내가 주변을 살피며 속삭이자 얼른 나한테 귀를 내미는 표지훈에게 작게 말했다.
"내 냄새가 야해?"
순간 표지훈이 흠짓 놀라면서 나를 쳐다봤다. 누가 그런 말을 해요? 눈빛이 살벌해진 건 내 착각인가? 아니... 누가 그런 게 아니고... 얼버무리는 나의 어깨를 붙잡고 또 반복해서 물었다. 누가 그런 말 했냐구요. 낮은 목소리 때문에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예상치 못한 표지훈의 반응에 당황했다. 내 어깨를 잡은 녀석의 손에 점점 더 힘이 들어가는 것 같았다. 야, 아파, 하면서 얼굴을 찡그렸다.
"왜 그래, 힘 좀... 풀어. 화났어?"
"그럼 다른 사람이 선배 보고 그렇게 말하는데 화가 안나요? 누구냐고요. 경이 형이에요?"
"아니, 아니야. 경이가 말해주긴 했는데 걔도 어디서 들은 거라고 했어."
누군지 몰라, 장난삼아 말했을거야. 표지훈을 진정시키려고 한 말은 반이 거짓이었다. 누군지 모르긴, 경이랑 노는 애들이면 딱 답이 나오는데. 횡설수설하는 내 모습이 의심스러운지 표지훈의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화 내지 마 그냥 남자애들끼리 한 말... 앗! 내가 덧붙인 말을 표지훈은 끝까지 듣지도 않고 내 손목을 움켜쥐더니 어딘가로 끌고 갔다. 세게 잡힌 손목이 아팠다. 그저 가는 대로 이끌려 도착한 곳은 화장실. 녀석은 날 화장실 제일 끝 칸에 내팽겨치듯이 밀어넣었다. 커버가 닫혀있는 변기가 아니었다면 심하게 넘어졌을 지도 모른다.
"아! 너 정말...!"
"누군지 모른다면서... 남자인건 어떻게 알았어요?"
표지훈은 앉아있는 내 멱살을 잡고 무섭게 말했다.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표지훈을 본 적이 없었다. 질질 끌려오고 변기에 주저앉으면서 부딪힌 몸 여기 저기가 아려왔다.
"화난 건 알겠는데, 너, 지금 정도가 심해. 흥분했어. 이거 놓고 말 해."
"흥분... 흥분이요? 난 우지호 볼 때마다 흥분하는데."
표지훈은 쥐고있던 내 멱살을 자기한테 가까이 끌어당기더니 급하게 키스했다. 집요하게 내 혀를 쫓고 치아 안 쪽의 연한 살을 훑어댔다. 숨막히게 몰아붙이는 키스였다. 다른 사람같아... 지금까지 표지훈은 한 번도 화를 내지 않았다. 귀엽게 짜증 몇 번 부리고, 장난삼아 정색 몇 번 하고. 그것마저 날 향한 애정이 담겨있었다. 웃고, 맞장구 쳐 주고, 져 주는 표지훈 덕분에 나 또한 화 낼 일이 없었다. 근데 지금... 지금은 왜 그래? 녀석은 내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괴로워 하자 그제서야 내 입술을 놨다. 하지만 여전히 가까운 나와 표지훈과의 거리. 둘 다 가슴을 들썩이며 숨을 골랐다.
"하아, 하아... 누가... 선배 가져가려고 하면 어떡해요? 나한테서 뺏어가면 어떡해요?"
"무슨 소리야. 내가 안 갈 거야... 널 두고 어딜 가."
"불안해. 나 진짜 미치겠어. 나 혼자만 선배를 보고, 듣고, 느끼고 싶어요. 이 냄새도... 나 혼자 맡고싶어."
믿지 않으면 온전하게 사랑할 수 없어... 날 믿어. 난 어디 안 가. 서로가 말 할 때 마다 실처럼 이어진 타액도 같이 움직였다. 미안해요... 표지훈은 작게 말하며 이마와 이마를 맞댔다. 녀석의 숨결이 뜨겁게 와닿았다. 미안하다는 표지훈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화를 낸 거? 날 아프게 한 거? 나를 못 믿고 불안해 한 거? 어쨌든 진정을 되찾은 표지훈을 보고 마음이 놓였다. 만약 표지훈이 또 화를 낸다면 난 어떻게 할 수 없을 거다. 화를 내는 이유조차 나일 테니까. 녀석은 곧 혀로 내 입술에 묻은 타액을 부드럽게 훔쳤다. 눈을 감고 입술에만 온 신경을 집중했다. 이렇게 가까운데 왜 불안해 해.
"지금까지 항상 불안했어요. 누가 선배 쳐다보는 것도 싫고, 경이 형이랑 너무 가까운 것도 질투났어요."
"..."
"혹시 이런 거 티내면 선배가 거부감 느낄까 봐 아닌 척 하고 속으로만 앓았어요."
"아니... 아니야."
"저 사실 쿨한 놈 아니거든요. 그래도... 그래도 선배 나 좋아해 줄거죠?"
"응..."
여전히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표지훈이 내 얼굴 선을 쓰다듬는 느낌이 마냥 좋았다.
***
"흐어엉... 우지호오..."
난감하다. 박경은 술을 물 마시는 것처럼 벌컥벌컥 들이키더니 역시 빨리 취했다. 거기까진 괜찮은데, 표지훈이 보는 앞에서 왜 나한테 매달리냐고.
오늘 아침, 등교를 하자마자 박경은 날 붙잡고 엉엉 울었더랬다. 여친이랑 깨졌다나 뭐라나. 녀석은 사귈 땐 온갖 밀당은 다 하면서 꼭 차이고 나서야 이렇게 후회하고는 했다. 하지만 이번엔 어째 심했다. 진짜 좋아했는데... 연신 중얼거리며 상실감을 떨치지 못했다. 보다 못한 내가 술이라도 마시자 먼저 말했다. 물론 표지훈을 빼놓고 마실 순 없었다. 며칠 전 내가 질투 많은 애인을 둔 걸 깨달았기 때문에. 마침 비어있다는 표지훈의 집에 술과 안주를 사 가 셋이 자리를 잡았다. 근데 그냥 표지훈 몰래 둘이 마실 걸 그랬다. 박경이 이럴 줄 알았다면...
"내가 뭐가 못났어? 이번엔 밀당도 안했단 말이야아... 내 모든 걸 다 줬는데!!"
"그래 그래, 그니까 이 팔 좀..."
"흑, 시발, 넌 존나 인기 많아서 좋겠다... 알아서 여자들이 줄을 서고..."
미친 놈아, 제발 닥쳐 줘... 표지훈 쪽을 안보고 있어도 찌릿찌릿한 눈빛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내 무릎을 끌어안고 있는 박경의 팔 부터 치우고 싶은데 쉽게 되지 않는다. 엉엉 우는 박경때문에 바지에 눈물이고 콧물이고 아주 범벅이다. 하긴 지금 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만...
"흐끅... 너 그거 기억나냐? 나한테 번호 딴 여자애가 너 소개시켜 달라고 한 거... 나 그 때 좀 슬펐다?"
"그, 그랬냐? 기억 안나, 난 몰라..."
"안나긴 이 자식아... 아, 일주일 전에 걘 어떻게 됐어? 응?"
일주일 전이라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등에 식은 땀이 줄줄 흐른다. 아, 그건 유권인가...? 작게 중얼거리는 박경의 목소리를 제발 표지훈도 들었으면 한다. 이 자식은 술 마시고 쓸데없는 얘기를 하는거야, 왜! 보다 못해서 내 무릎에 매달려 있는 박경을 다른 다리로 차버렸다. 나가 떨어진 박경은 술기운에 어지러운지 바닥에 엎어져서 일어나질 못했다. 간신히 떨쳐냈네... 꿀꺽 침을 삼키고 눈치를 보다가 슬쩍 표지훈을 봤는데 병 째로 술을 들이키고 있는 녀석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야!! 너 뭐 하는 거야!"
말리는 날 뿌리치고 또 벌컥벌컥. 아무리 술이 센 사람이라도 빠르게 많은 양을 마시면 훅 가기 마련이다. 간신히 술병을 빼앗아 들자 으... 하며 얼굴을 찡그리는 녀석. 약간 고개가 휘청인 것 같기도 하다.
"줘요... 더 마시게."
"그만 마셔."
으아- 짜증나! 표지훈은 굵은 목소리로 짜증을 내더니 뒤로 발라당 누워버린다. 왜 짜증나? 엄마가 동생한테 더 잘 해줘서 질투내는 애 같아 조금 귀여워 보여 알면서도 물었다. 녀석은 아무 말 없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두 손 사이로 웅얼거리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나 쪼잔한 놈 같아요?"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는 걸 꾹 참았다. 아, 다 큰 남자한테는 징그러운 말이지만, 귀엽다. 저번처럼 화 내지 않아서 다행이야.
"웃기죠? 그죠?"
"음? 아니."
아니라고 했지만 두 손을 쑥 내려 나를 쳐다보는 표지훈에게 웃고 있는 표정까지 숨길 수 없었다. 웃기네... 웃긴거네... 울상을 지으며 중얼거리는 녀석이 자기 머리를 헝크리더니 말했다. 근데 진짜에요? 여자가 줄을 선다는 거...? 조심스러운 말투로 내게 물었다. 난 잘 모르겠어, 워낙 관심이 없어야 말이지. 표지훈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별안간 손으로 이리 오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키스 해 줘요."
박경을 돌아 보자 언제부터인지 녀석은 엎어진 상태 그대로 작게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괜찮겠다 싶어 누워있는 표지훈에게 다가갔다. 얼굴을 가까이 하자 녀석은 내 머리칼을 감싸 쥐었다. 오르락 내리락 하는 표지훈의 가슴에 손을 얹고 입을 맞췄다. 머리 뒤 쪽으로 느껴지는 표지훈의 손길이 키스보다 더 달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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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려서 낮잠자고 왔는데 멍해서 더 못쓰겟슴여.... 컼......
몸의 진도....를 더 나가게 하고 싶은데 여기서 끊다니 아이고 내 손가락아
하모닉스님
베레기님
^~^님
야호님
초콜릿님
떡덕후님
모든 독자님들!
제 글을 읽어주신다니 절 가지thㅔ여!!! 스릉흠...♡
이번 편 왠지 맘에 안들어영 또 향수들고 와야겠다ㅠㅠ
전 자러갈게요... 굿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