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과 을의 연애
w. F코드
[갑을연애.10]
성규의 말에 우현이 우영을 쳐다봤고 우영은 그런 우현의 시선에 예전과는 다른 의미에 인사로 고개를 끄덕였다. 우영의 인사가 투자자로써가 아닌 성규가 말한 성규의 사촌 형으로써 다시 건네는 인사의 의미라는 걸 알았지만 딱히, 그 인사에 답인사는 하지 않았다.
“가구들은 이사할 집에 있으니까 따로 안 가지고 와도 되고”
“.......내가 알아서 해.”
“니가 알아서 못 하니까 그렇지.”
우영의 말에 성규가 그저 입술을 꾹 깨물고는 우영을 현관으로 잡아끌었다. 현관 앞에 서자 낡아버린 현관 문 사이로 들어오는 찬바람이 성규의 발을 감싸 안았다. 찬바람 때문일까? 몸을 부르르 떤 성규가 빨리 가라며 우영을 재촉했고 그에 아까 바쁘다던 우영의 말이 거짓은 아니었는지 우영이 시계를 확인하더니 별 말없이 성규의 집을 빠져나갔다.
우영이 가고 남은 집 안에는 우현과 성규 단 둘만 남았고 그런 그 둘 뒤로는 먹음직스럽게 접시에 담긴 초밥이 자리 잡고 있었다. 괜히 시선을 돌리다 우현의 뒤에 놓인 초밥에 시선이 닿은 성규가 저 초밥은 이미 딱딱하게 굳어버렸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우현의 시선에 곧, 그 생각을 거두었다.
“왜 말 안 했어요?”
“할 이유가 없어서.”
“안 할 이유도 없었잖아요.”
우현의 말에 할 말이 없어진 성규가 가만히 입을 다물었지만 우현은 그런 성규를 집요한 시선으로 쫓으면서 성규가 어서 빨리 입을 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상황을 누구보다 피하고 싶었던 성규가 다 무시한 채 방으로 들어가 버리고 싶었지만 너무나 집요하게 자신을 쫓는 우현의 시선에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별로 안 친해.”
“안 친한데 집 열쇠를 줘요? 그것도 나도 모르고 있던 이사할 집을?”
“그건 나도 몰랐어.”
“그럼 성규씨도 모르게 이사 갈 집이 생겼다 이거에요?”
“그런가보지.”
“성규씨.”
“미리 말 안 한건 미안해. 그치만, 이사 문제는 나도 지금 들은 거야.”
진짜라며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성규의 모습에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우현이 주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식탁에 올려 진 초밥을 치우는 우현을 바라보던 성규가 우현에게 다가가려던 발걸음을 주춤하더니 다시 방향을 틀어 방으로 향했다.
“그럼 투자는 알고 있었어요?”
“몰랐어. 알았으면......”
도망쳤을 거야. 뒷말을 삼킨 성규가 뒤를 돌아 정말 몰랐다며 다시 한 번 얘기했지만 우현은 그런 성규에게 시선 한번 주지 않은 채 식탁에 어지럽게 펼쳐진 초밥을 주워 담고 있었다. 말이 없는 우현의 모습에 시선을 뗀 성규가 마른 입술을 혀로 축이며 문고리를 돌리자 등 뒤에서 우현의 목소리가 날아왔다.
“집도 구해주고 투자도 해주는 사촌형이랑 참 안 친해 보이네요.”
누가 들어도 잔뜩 꼬인 말투의 우현은 결국 초밥을 다 치우고 나서는 말없이 집을 나갔고 성규는 예고 없이 들려 온 현관문소리에 몸에 덮고 있던 이불을 머리끝까지 치켜 올렸다. 온 몸을 뒤 덮은 이불 때문인지 숨을 쉴 때마다 뜨거워지는 숨이 이불 안을 가득 채우자 숨이 막히는 거 같은 착각이 들었다.
***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되긴 뭐가. 뻔하지 장우영이 손수 투자를 해 주시겠다고 했고. 그 덕에 좋은 투자자가 생겼고. 그러니까 회사 쪽에서는 이때다 싶어서 시시한 ost 보다야 그냥 이참에 정식 데뷔를 해치우겠다는 거지.”
좋겠다. 전혀 곱지 않은 명수의 말에 성규가 무심하게 앉아 게임을 하고 있는 이성열을 바라봤다. 너는 알고 있었어?. 성규의 말에 여전히 핸드폰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성열이 방금. 이라며 짤막하게 대답했고 성규는 그런 성열의 대답에 녹음실을 나서려 했지만 성규가 문을 열기 전에 녹음실 문이 열리며 우현이 나타났다. 우현을 찾아가려 했던 성규가 녹음실에 등장한 우현의 모습이 반가웠지만 우현은 그런 성규를 쳐다보더니 슥 지나쳐 명수와 성열이 앉아있는 소파 테이블 위로 악보를 내려놓았다.
“내일부터 녹음 들어 갈 거예요.”
“아주 엘티이네.”
웃음기가 베인 명수의 말에 성열이 손에 쥔 핸드폰을 테이블 위로 내려놓는 대신 악보를 집어 들었다. 정말, 처음 보는 가사와 처음 보는 멜로디에 성열이 정말 이 곡이 자신의 데뷔곡. 정확히는 자신과 성규의 데뷔곡이라는 사실을 실감하듯 가슴께에 미세하게 진동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럼 저는 듀엣 곡 누구랑 불러요?”
“알아보고 있는 중이야.”
“섭섭하다. 그래도 난 내가 먼저 일 줄 알았는데.”
장난스런 명수의 말에 우현이 걱정하지 말라며 금방 알아보겠다고 대답했고 명수는 그런 우현에게 녹음 빵꾸만 나지 않으면 상관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지극히 이기적인 명수의 태도를 익히 알고 있는 우현은 별다른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 앞에 서 있는 성규를 바라봤다.
“내일부터 녹음 시작이라는 말 들었죠?”
“.........”
“내일까지 목관리 잘해요.”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우현이 성규를 지나쳤고 성규는 그런 우현을 붙잡기는커녕 말 한마디 붙이지 못했다. 그렇게 무심하게 자신을 지나친 우현이 녹음실 문을 여는 건지 달칵 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그냥 녹음실을 나가버리는 우현의 행동에 서운함을 느낀 성규가 주먹을 꽉 지려는 순간 열린 문 안으로 들어오는 차가운 바람이 성규의 등을 훑었다.
“안 가요? 집에 있는 짐 지금부터 옮겨도 늦어요.”
자신의 말만 남기고 녹음실을 나가버린 우현의 뒷모습을 잠시 멍하게 바라보던 성규가 서둘러 우현을 따라 녹음실을 나섰다. 지하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던 우현의 차에 자연스럽게 올라탄 성규가 우현을 쳐다보자 우현이 그런 성규를 보더니 몸을 기울여 안전벨트를 매줬다.
“원래 집으로 먼저 가면 되죠?”
“응.”
성규의 대답을 끝으로 부드럽게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우현의 차 안에서는 아무런 말이 오가지 않았다. 딱히, 이런저런 말이 오갈 필요는 없었지만 그래도 어제 그렇게 헤어진 탓인지 노래 소리 하나 없이 적막감이 감도는 기운에 성규가 괜히 코를 훌쩍였다.
“감기기운 아직 남았어요?”
“아니.”
“약은?”
“먹었어.”
신호가 걸린 우현의 앞차가 멈추자 자연스럽게 우현의 차도 멈췄다. 핸들을 쥐고 있던 우현의 손이 핸들에서 떨어져 성규에게 가까이 왔고 곧, 그 손은 성규의 이마를 덮고 있는 앞머리를 들춰냈다. 열은 없어. 성규의 말에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우현이 이마에 댄 손을 내리고는 성규를 빤히 쳐다봤고 성규는 그런 우현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나 궁금한 거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안 된다고 하면 안 물어 볼 거야?”
“아니요.”
“뭔데?”
“장우영씨가 말한 당신을 찾고 있다는 사람이 누구에요?”
신호가 바뀌었는지 출발하지 않는 우현의 차를 향해 뒤차가 클락션을 울렸다. 시끄러운 클락션에 우현의 차가 다시 움직였지만 창밖으로 돌린 성규의 시선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던 차가 성규의 집을 향하는 골목을 들어 선 순간 열릴 거 같지 않았던 성규의 입이 열렸다.
“가족”
“.........”
“나 가출했거든.”
상황과 맞지 않은 웃음을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성규의 모습에 우현이 할 말을 잃었다. 가출이라니, 지금 성규가 질풍노도의 시기도 아니고 청춘도 아니고 이렇게 말하면 안 되지만 솔직히 꺾어지는 나이였다. 근데 그런 성규가 가출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차에서 내리기 전까지는.
“장우영?”
“너 왜 여기 있어?”
“짐 가지러 왔어.”
“시간 없어. 일단, 돌아가.”
“무슨 소리야?”
“곧, 오실거야. 너 여기 있는 거 아시면 복잡하니까 빨리 가라......씨발”
낮게 욕을 읊조리는 우영의 모습에 성규도 성규의 옆에서 둘을 바라보던 우현도 우영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모두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차 한 대가 멈춰 섰고 운전석에서 내린 남자가 서둘러 뒷문을 열었다. 열려진 뒷문으로 사람의 발 대신 지팡이 하나가 먼저 차 안을 빠져나왔고 지팡이를 지탱하며 나온 남자의 머리는 흰머리가 가득했고 곧, 그 흰머리 위에 자신의 손에 들렸던 중절모를 눌러썼다.
느릿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위압감이 느껴지는 남자의 몸짓에 우현이 눈을 떼지 못했다. 모자를 다 쓴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고 잠깐이지만 남자와 눈이 마주친 우현이 긴장감에 자신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간 것을 느꼈다. 지팡이를 내딛으며 한 걸음씩 가까워지는 남자가 우영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며 혀를 차더니 성규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이렇게 살려고 나간게냐.”
“그렇게 안 살려고 나간 거예요.”
“못난 놈.”
“먼저 가볼게요.”
성규가 옆에 있는 우현의 손을 잡아끌어 중절모를 눌러 쓴 남자의 옆을 지나려했지만 성규의 앞으로 지팡이를 세워 길을 막은 남자 덕분에 성규의 걸음이 멈췄다. 자신을 쳐다보지 않는 남자의 옆모습을 노려보던 성규가 앞을 막은 지팡이를 손으로 밀자 남자의 얼굴이 그제야 성규에게로 돌아갔다.
“앞니를 세우는 놈들이 많구나.”
“저랑은 상관없는 일이잖아요.”
“니 눈에는 뒤에 숨어서 이빨 빠진 할애비를 호시탐탐 노리는 토끼새끼가 보이지 않는 게냐?”
남자의 말에 성규가 남자를 노려보며 입술을 깨물고 있는 우영을 바라봤다. 뭔가 잔뜩 꼬인 표정으로 남자를 노려보던 우영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성규의 시선을 느끼고는 성규에게로 시선을 돌렸지만 성규는 그런 우영의 시선을 마주치기 전에 먼저 고개를 돌려버렸다.
“할아버지야 말로 안 보이세요?”
“..........”
“호랑이 굴에 들어오는 여우새끼를 단번에 삼키려 준비하는 구렁이가.”
할아버지 시점에서 우영이는 토끼지만
성규 시점에서 우영이는 자신을 단번에 집어 삼킬 수 있는 구렁이네요 ㅋㅋ
그나저나 이런 막장....오로라공주가 되어 가는 느낌이에요
갑자기 성규가 재벌이라니ㅇㅂㅇ 떡대가 죽는 것 보다 황당한 스토리죠? ㅠ_ㅠ
그럼 저는 막장의 기운을 내뿜으며 이만......
아, 조만간 갑을연애는 끝이 날 것 같습니다.
조금 스포를 하자면 다음 연재작은 중간까지 구상이 끝났습니다.
제목은 '초능력자'
어제 독방에 살짝 풀었는데 본 독자 분들이 계실려나?ㅇㅅㅇ
초능력자 |
포스트잇, 메인규, 자몽, 푸파, 내사랑 울보 동우, 뀨규, 독자2, 인빅, 고추장, 거울, 하푸, 터진귤, 지지, 수타, 소라빵, 찹쌀떡, 앨리지, 쏘쏘, 개굴, 오일, 갑, 만두, 코코팜, 블베에이드, 흥, 구름의별, 나봤규, 테라규, 콩, 퐁퐁, 시계, 매실액기스, 규때, 민트초코, 피아플로, 순수, 빙구레, 베게, 하니, 감성, 뀨뀨, 갤노트2, 풍선, 요노르, 뚜근뚜근, 여리, 돼지코, 숫자공일일, 프라푸치노, 미옹, 규요미, 종이, 백큥이, 모닝콜, 베이비핑크, 리칸, 나토, 생크림, 유정란, 후양, 엘라, 노랑규, 여우비, 빙빙, 세츠, 헿헿, 캡틴규, 의식의흐름, 케헹, 오랑, 안녕하수꽈, 망태, 달달, 완두콩, 피앙, 옵티머스, 호현, 롱롱, 발꼬랑, 니트, 수달, 레오, 새침, 익명인, 쿠크다스, 호호, 발가락, 눈아프다, 후시딘, 온규, 로즈, 휴지, 카페모카, 슈크림, 환상그대, 인연, 솜사탕, 달링, 승유, 수박, 복숭아, 베베규, 베라, 너부리, 집착, 콤퍼스, 예보, 후드티, 마리오, 리모콘, 마카롱, 하루, 조무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