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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김태형] 태형학생 | 인스티즈






"태형 학생, 내가 하는 말 따라해봐요."


"네."


"미안해-"


"미..."


"미...?"


"미친놈아, 네가 먼저 잘못했잖아!"












태형학생










"쌤, 오늘은 어땠어요? 성공?"







성공이라는 말에 고개를 저었다. '아뇨, 오늘도 실패했어요.' 익숙한 답변에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은 차선생은 '힘내요... 그래도 처음보다는 나아진 것 같던데.' 하고 내 등을 톡톡 두드렸다. 나는 애써 고개를 끄덕였지만 입에서는 '하...' 하고 힘없는 목소리만 새어 나왔다. 손에 들린 종이컵을 흔들어 반쯤 담긴 커피로 회오리를 만들었다. 가만히 흔들리는 커피를 보고있으니 태형이를 처음 만나던 때가 떠올랐다. 아주 깊숙히 올라오는 한숨과 함께. 




***




태형이는 아주 추운 겨울에 날 찾아왔다. 엄청난 한파로 길이 얼고 칼바람이 불었던 날이었다. 코코아를 마시며 예약 환자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때 태형이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 두툼한 패딩을 입고 흰 목도리를 두르고 있었는데 그 안에 빨게진 코끝이 보였다. 나는 웃으면서 태형이에게 앉으라고 한 뒤 코코아를 타기 시작했다. 코코아 가루가 컵에 들어가며 내는 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만큼 조용했다. 태형이는 별 대답도 없이 자리에 앉아 목도리를 풀렀다. 히터가 빵빵하게 틀어져있던 상담실이 갑갑했는지 입고 있던 패딩도 벗었다.





코코아를 탄 머그컵을 앞에 두고 자리에 앉았다. 컵을 멀뚱이 쳐다보다가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코코아를 싫어하나싶어 물었다. '혹시 코코아 싫어해요? 싫으면 다르 걸로...' 내가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태형이는 컵을 들어 입으로 바람을 불며 코코아를 식히기 시작했다. 싫어하진 않나보다 하고 안심이 돼어 웃어보였다. 한모금을 홀짝이고 마시던 태형이는 컵을 내려놓고 나를 바라보았다. 본격적으로 상담을 시작하려고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태형 학생, 화를 조절하는게 어렵다고 적었는데 맞아요?"


"네."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말해줄 수 있어요?"


"그냥... 누가 뭐라고 하면 화가 나요. 막 실수로 팔을 쳤는데 조심해라 이런 식으로 말만해도 확...! 그래서 툭 툭 치면서 욕하고, 욕하다 보니까 싸우고 그래요."


"음... 태형 학생이 먼저 사과하고 그래 본 적은 없어요?"


"없어요. 사과하려고 해도 입으로는 욕하고 있고 그래서."


"원래부터 화를 잘냈어요, 아니면 최근에 무슨 일이 있었어요?"


"원래 그런 건 아닌데 그렇다고 딱히 무슨 일이 있던 건 아니에요. 그냥 갑자기 이렇게 됐어요."








태형이의 대답을 들었을 때는 참으로 난감했다. 얘기만 했을 때는 문제가 있어보이지도 않았고 본인도 자신의 행동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왜 그러는지를 모른다. 물론 그걸 알기 위해 나를 찾아왔겠지만 성격상 그런 것도 아니다, 어떤 일이 있는 것도 아니라는데. 어디서부터 알아가야할지 막막한 순간이었다. 나는 종이에 들었던 이야기를 기록하고 태형이를 쳐다보았다. 두손을 얌전히 모으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교복을 입고 있어서인지 어린 티가 확 났다. 손을 모아 깍지를 끼고 태형이에게 말했다.








"태형 학생. 한 번 상상해봐요."


"네."


"제가 이렇게 앉아있다가 실수로 태형 학생 정강이를 차버렸어요."


"..."


"제가 '태형 학생 미안해요.' 하고 사과하면 저한테 뭐라고 하실 거예요?"


"미친년아, 발목 잘라버린다."









태형이의 말을 듣고 생각했다. 아, 병원 관두고싶다. 나는 최대한 웃어보이려고 했다. 하지만 충격과 황당함에 얼굴이 굳어 입꼬리에 경련이 일어날 것 같았다. 생각과 할 말도 정리가 되지 않아 태형이에게 양해를 구하고 잠시 상담실을 빠져나왔다. 복도에 나와 멍하니 서있자 지나가던 환자들이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머리를 한 번 헝클이고 최대한 진정하려고 했다. 태형이가 무섭지는 않았다. 심리 상담을 하다보면 나에게 소리 지르고 화내는 환자들을 여럿 보았고 한명은 흉기를 휘두르기도 했었다. 그냥 어린 학생에게 갑자기 욕을 들어서 당황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을 진정시켰다. 심호흡을 하고 돌아서 문 손잡이를 잡았다. 차가운 손잡이를 잡은 손에 땀이 흥건한 것이 느껴졌다.


태형이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최대한 차분한 웃음을 지으며 자리로 걸어가는데 내내 그의 시선이 나를 쫓고 있었다. 걸어가는 순간마저도 목에 무언가 껴서 막힌 것처럼 답답했다. 의자에 앉아 태형이를 바라보았다. 태형이는 꽤 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뭔가 기운이 훅 빠지는 것 같았다. 조금 뜸을 들이고 있었는데 태형이 먼저 말을 꺼냈디.









"저 많이 심각해요?"


"음... 제가 상상해보라고 한대로 상상했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몰라요. 그냥 짜증났어요."


"막 욕도 하고싶고 그랬어요?"


"욕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저도 모르게 욕했어요."


"욕하고 나니까 화가 풀렸어요?"


"선생님이 밖으로 잠깐 나가셔서 안보이니까 화가 안났어요."


"일단 태형 학생이 화내기 전에 참아보고 생각 한 번 더하는게 잘 안되는 것 같아요."


"..."









나는 맞는 말을 하면서도 태형의 눈치를 보면서 이야기했다. 괜히 자극해서 심기를 건드리면 어떤 사단이 날지 몰랐기 때문이다. 태형은 약간 굳은 얼굴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지만 말을 멈출 수는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내 직업이었고 나는 할 일을 하는 것일 뿐이었다. 그래도 최대한 다정한 목소리로 조곤조곤하게 말하려고 애썼다. 죄를 지은 건 아니었지만 눈을 마추기도 힘들었다. 태형이의 넥타이 정도 위치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살짝 올려 눈을 마주쳤는데, 





어지간해서는 이런 말 안쓰지만 지릴 뻔 했다. 얼른 상담을 마쳐야겠다는 생각에 간단한 명상법, 분노 조절에 도움이 되는 영상들을 소개해주고 마무리했다. 태형이는 내가 건낸 종이들을 양손 가득 들고있었다. 그걸 그대로 들고 나가려고 하길래 '가방에 넣고 가요, 밖에 추운데.' 하고 말하니 또 얌전히 가방을 열어 종이들을 넣는다. 이렇게 보고 있으니 아까 나에게 욕했던 사람하고 같은 사람이 맞나 하는 의문이 생겼다. 태형이는 저의 가방을 메고 다시 목도리를 둘렀다. 그리고 꾸벅- 하고 숙여서 내게 인사하는데 엉성하게 두른 목도리가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목도리를 주으려는 태형에게 '내가 주워줄게요.' 라고 말했다. 내가 무릎을 굽혀서 목도리를 줍고 일어서는데 태형은 그런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내게서 목도리를 건내 받으려는 생각이 없는 건지 말이 없었다. 나는 이왕 주워준 김에 제대로 둘러줘서 보내자라고 생각하고 팔을 들었다. 조금 더 앞으로 다가가 태형 앞에 섰다. 갑자기 다가갔는데도 놀라하는 감이 없었다. 목도리를 서너번 감고 끝자락들끼리 매듭을 지어 마무리 했다. 태형은 저의 목에 둘러진 목도리를 보고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저의 목도리를 톡톡 두드리며 '잘가요, 태형학생.' 하고 말하니 시선을 아래로 떨구고 고개만 꾸벅이고 상담실을 나섰다.




"죽겠다. 죽겠어..."




나는 태형이가 간 뒤로 바로 의자에 쓰러지 듯이 기대며 앉았다. 그리고 검지로 책상 유리를 툭툭 두드렸다. 네일을 하겠다고 길러 놓은 손톱과 유리가 부딫히는 소리가 상담실 안에 울러퍼졌다. 오늘은 일찍 퇴근해야지 라고 생각하면서 서류를 정리하고 가방을 챙겼다. 외투를 걸치고 나와 상담실 문을 잠그니 지나가던 차 선생님과 마주쳤다. 차선생님은 나를 보자마자 얼굴이 말이 아니다, 무슨 일이 있었냐면서 물어왔고 나는 태형이와 있던 일에 관해서 이야기해주었다. 약 30분 가량의 대화가 마무리되고 주차장으로 향하는데 문자 알림음이 울렸다. 전원을 켜서 확인한 순간 이번 겨울이 평탄하게 지나가길 바라는 건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 저 다음주부터 계속 이 시간에 올게요.]









***









"그래서 그새끼가 저한테 갑자기..."


"태형 학생."


"..."


"빨리."


"... 그 친구가 갑자기 저한테 욕을 하는 거예요."


"그래서 태형 학생은 어떻게 했어요?"


"얼굴 때리고 걔가 넘어지니까 그 위에 올라타서 계속 때렸어요."


"..."


"저만 잘못한 거 아니에요. 그개... 친구가 먼저 새치기한 거였어요."








태형이는 오늘도 싸웠다. 사실 오늘만이 아니다. 일주일동안 있었던 일들을 들어보면 항상 누구랑 욕하고 싸우고, 의자를 던지고. 태형이가 특별히 과격한 건지, 요즘 애들은 다 저러는 건지. 뭐, 한가지 확실한 건 태형이가 정상적인 범주에 속해있는 건 아니라는 거다. 그래도 긍정적인 면이 있다면 욕을 하지 말라고 지적했을 때 받아들인다는 것. 태형이의 기본적인 문제 중 하나는 입이 험하다는 점과 분위기와 상대를 파악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누가 심기를 조금만 거슬리게 해도 바로 쌍욕이 나간다. 지금이 무슨 상황인지 상대가 누구인지 역시 화를 내는 순간이면 전부 머릿 속에서 지워진다. 이 얘기를 자세히 해줬을 때는 놀라거나 화를 내지도 않았다. 그냥 자신이 그런 모습을 보인다는 것을 인지를 못했다. 어떤 상황이든 화를 내고 욕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정확히 어느 부분 때문인지는 본인도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 중 하나가 말을 예쁘게 하기였다. 일단 하는 말부터 바꿔야 상대방도 태형이게 하는 말이 덜 험해져서 태형이가 상대방 욕을 듣고 화를 내는 일이 줄어들 것 같았다. 사실 학교에서 정말로 잘하고 있는 지는 내가 알 수가 없었다. 내 앞에서도 이야기를 하다보면 욕이 막 나오는데 큰 기대를 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내 앞이어서 다른 점이 하다 있다면,







"그랬더니 수학 미친 새ㄲ..."


"태형 학생, 3초."


"삼...이...일..." 


"수학 뭐라고요?"


"수, 수학 선생님께서..."


"잘했다."








이정도. 태형이가 어떤 말이든 욕을 하면 내 손을 손등을 덮고 '태형학생.' 하고 부른다. 그러면 지금처럼 저가 알아서 말을 고친다. 이렇게 하기로 약속한 뒤로는 나름 노력하는 것처럼 보였다.새끼를 선생님으로 정정한 태형이에게 레몬맛 사탕을 쥐어주었다. 처음에는 자기가 무슨 초등학생이냐고 안받으려고 했지만 지속적으로 주니 먹으라고 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까먹는다. 근데 나도 밖에서는 상담새끼라고 하는 거 아닌가 몰라. 태형이를 물끄러미 쳐다보니 양볼에 번갈아가면서 사탕을 굴려먹다가 '왜요?' 하고 물어온다. 그럼 나는 '아니에요. 그래서 수학 선생님이 뭐라고 하셨는데요?' 하고 묻는다.






***




"선생님..."






문을 열고 들어오는 태형이의 어깨가 축 쳐져있다. 진하고 남자다운 눈썹도 한껏 아래로 향해있었다. 항상 무표정으로 말하던 태형이만 보다가 고민하는 얼굴을 보니 어딘가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형은 의자를 빼고 털썩- 하고 앉았다. 점퍼가 두꺼워서 그런지 등을 굽혀서 그런지 그의 모습이 공처럼 보였다. 내가 왜 그러냐고 물어보자 가방을 내려놓고 목도리를 푸르며 웅얼웅얼 이야기한다.








"그냥요. 스트레스 받아요. 수행평가도 많고 공부도 해야 되는데 하기가 싫어요."


"하긴... 그때는 다 그래요. 나도 고등학생 때 쉴 틈도 없이 공부해야 대학 간다고 주변에서 하도 난리였어서."


"그럼, 선생님은 스트레스 쌓이면 어떻게 했어요?"


"나요? 글쎄... 그냥 애들하고 맛있는 거 먹고, 노래방 가서 소리 엄청 지르고..."


"그럼 저랑 맛있는 거 먹으러 가면 안돼요? 노래방은 시간이 너무 늦어서 못 갈 것 같아요."


"오늘 가려고요? 나 오늘 환자 한 분 더 오는데."


"그건 기다릴 수 있어요."









무어라 말을 덧붙이려고 했지만 태형이의 눈에 가야겠다는 의지가 너무 완고해보여서 '그래요, 그럼...' 하고 말 끝을 흐렸다. 태형이는 병원 아래에 있는 카페에서 기다리겠다고 말하더니 불쑥 일어나 상담실 문을 열어 나갔다. 뭐가 저렇게 급하나 싶어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 다음 환자를 만날 준비를 했다.


'선생님, 이 약만 잘 먹고 하라는 대로 하면 저 많이 좋아지겠죠?' 태형이 다음 왔던 환자가 열번은 했던 말이다. 아니 속고만 사셨나. 약간 답답하기는 했지만 걱정이 되는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라 웃으면서 대하려고 노력했다. 이 일을 하면서 안면근육 쓰는 건 참 잘하게 된 것 같다. 주머니에 들어있던 핸드폰을 꺼내서 [나 지금 가요, 태형 학생] 하고 문자를 보냈다. 카페에 앞에 서니 커피향과 빵 냄새가 섞여서 풍겨져왔다. 뭘 사먹여서 보내야 하나 하고 생각하는데 카페 옆 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 병신아. 나 오늘 그 쌤이랑 밥 먹는다고. 존나 떨려."


"미쳤냐. 네가 여길 왜 와."


"오면 죽여버린다."


"뭐래 씨바... 야 닥치고 끊어."








익숙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어쩌면 당연하게도 태형이였다. 이놈 봐라, 욕하는 거 좀 나아지나 싶었더니 아주 그대로구만. 내가 팔짱을 끼고 쳐다보자 어색하게 웃더니 제 머리를 헤집어 놓는다. 그리고는 정리도 안된 머리로 쭈뼛쭈뼛 다가와서 말한다.








"선생님, 그게 제가 원래는 안 이러는데 좀 마음이 격해져서..."


"마음 격해질 일이 뭐가 있어요, 뭐가."








태형은 평소랑 다르게 손을 모으고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말했다. 나는 그런 태형이 웃기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헤집어 놓고 정리하지 않은 머리를 제대로 넘겨주면서 말했다. 뭐가 그렇게 마음이 격했냐고. 태형은 '그걸 제 입으로 어떻게...' 라고 말하고는 빨리 가자며 앞장 섰다. 세 발자국 정도를 먼저 걸어가더니 중간중간 내가 잘 오는지 뒤를 돌면서 확인했다. 나는 그런 태형 옆으로 바짝 붙어서 섰다. 그리고 팔꿈치로 태형의 팔을 툭 치고 말했다.  







"그렇게 뒤돌면서 확인할 거면 옆에서 걸어요."


"하하, 그러게요. 왜 그랬지."


"아까 감정이 격해졌네 하더니 진짜 다른 사람 같네."


"저 평소랑 많이 달라보여요?"


"몰랐어요? 평소에는 무슨 말을 해도 입술이 삐죽 나와서는 '걔가 먼저 때렸어요.' 이러고 있더니."


"근데 그건 진짜 그새... 그친구가 그랬던 거예요."


"알겠어요."


"진짜요...?"


"아니 뭐, 내 환자가 그렇게 말하면 환자 말을 믿어야죠. 나는 그 친구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이번에는 내가 빨리 가자며 태형이를 앞질러서 섰다. 뒤에서는 '그렇네...' 하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가볍게 넘기기로 했다. 20분 정도를 걸어서 손끝이 시려질 때쯤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떡볶이 집이었다. 프랜차이즈도 아닌 정말 동네 떡볶이집. 내가 맛있는 거 먹는 거 아니었냐고 하니 자기는 떡볶이가 맛있다면서 가게 안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나 역시 잠시 벙쪄있다가 태형이를 따라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태형이는 정말 떡볶이를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다. 분명 떡볶이와 김밤, 튀김을 2인분씩 시켰는데 10분도 되지 않아 깨끗해진 접시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배가 많이 고팠어요?' 하고 물어보니 민망하다는 듯이 웃기만했다. 어휴, 귀여우니까 봐준다. 생각보다 빨리 먹어버려서 일단 계산을 하고 다른 곳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지갑을 챙겨 일어서는데 태형이가 내 손목을 붙잡았다. 왜 그러냐는 표정을 지어보이니 '제가 계산하고 싶어요!' 하고는 먼저 계산대로 뛰어가 지갑을 열었다. 내가 낸다고 말리려고 했지만 계산기는 태형이의 돈을 받고 잠긴 상태였다.





태형이는 저의 백팩을 메고 나에게 내 가방을 건냈다. 어떨떨하게 받아든 나에게 웃어보이더니 '이제 집 가요.' 라고 말한다. 쟤가 오늘 진짜 왜 저러지. 먼저 걷고 있던 태형이는 기분이 좋은지 중간중간 폴짝 뛰기도 했다. 그 모습이 영락없이 신이 난 아이처럼 보였다. 저렇게 어린 애가 나한테 떡볶이를 사줬다니. 한 번 헛웃음을 짓고 속도를 올려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태형의 옆에 서서 말했다. 태형의 얼굴에는 평소와 다르게 미소가 가득했는데 괜시리 얼굴을 볼 수가 없어서 앞만 응시했다.








"돈도 없을텐데 뭘 무리해서 계산했어요."


"오늘 맛있는 거 먹자고 한 거 그냥 선생님 뭐라도 사드리고 싶어서 그랬던 거였어요."


"태형 학생이 안사줘도 나 밥 잘 먹어요."


"그래서 싫어요."


"싫다니, 그게 무슨..."


"저보고 태형 학생이라고 부르는 것도 싫고 제가 안사줘도 밥 잘 먹는 것도 싫어요. 그리고 좀 이따가는 '늦었으니까 데려다줄게요.' 라고 말할 거잖아요."


"아..."








어떻게 반응해야하지.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건지 알 것 같았다. 그래서 말문이 막혔다. 눈치를 못챘던 건 아니었다. 직업이 직업인만큼 태형이가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구나하고 어렴풋이 느끼기는 했었다. 하지만 스치듯이 느끼는 것과 본인의 입에서 직접 듣는 것은 전혀 달랐다. 내가 밟고 서있는 도로처럼 얼어버린 입으로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태형이는 주머니에 넣어뒀던 손을 꺼내서 늘어져있던 내 손을 잡아왔다. 그 손을 한 번 쳐다보다가 태형이를 올려다보니 꾹 다물고 있던 입을 열어 말하기 시작했다.








"저 선생님 만나고 많이 좋아졌어요. 선생님 보시기에는 아닐 수도 있지만."


"아니에요. 태형 학... 아 그..."


"괜찮아요. 편하게 말씀하셔도. ...지금은 괜찮은데 나중에는 괜찮을 것 같아요."


"..."


"저 지금보다 더 좋아지려고 할게요. 그러니까..."


"태형학생."


"..."


"나 기다리는 거 별로 안좋아해서 오래는 못기달려줘요."


"...네."


"그러니까 빨리 와야 해요. 나 지치지 않게."








차선생님이 언젠가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있다. '선생님, 그 태형이 어리광 너무 받아주지마요. 내가 보니까 환자랑 의사가 아니라 아들이랑 엄마 같더만.' 커피를 홀짝이며 마시던 나는 '태형이 나이가 어려서 그렇게 보이는 거 아니에요?' 라고 되물었다. 차선생님은 고개를 저어가며 말했다. '내가 상담쪽이 아니라서 그런 건 잘 모르는데 태형이 하는 거 보면 그냥 고치려고 병원 다니는 애처럼은 안보여요.' 나는 그 대답에 그럴리가 있냐며 가볍게 웃어넘겼다. 좀 더 주의깊게 들어둘 걸 그랬나.





나를 쳐다보는 태형이의 눈빛이 옆에 있는 가로수보다 밝게 빛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수줍게 내 손에 깍지를 껴오는데 심장이 쿵 하고 놀라는게 다 느껴졌다. 혹시 소리라도 들릴까봐 조마조마했다. 차선생님한테 물어봐야겠다. 이제는 아들이랑 엄마가 아니라 남자친구, 여자친구일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안녕하세요. 진짜 너무 오랜만이네요... 제가 한동안 나름 바쁘게 살기도 했고 글도 잘 안써지더라구요. 사실 이 글도 구상 중이던 사극 끝나면 상중하 정도로 나눠서 써볼까 했는데 뭐라도 빨리 써서 올리고 싶어서... 제 글 대부분이 이 장면 써야지 하고 시작하는 글들이 대부분인데 그래서 마무리가 허술해요. 많이 부족합니다...

사극은 아마 12월에서 1월 사이에 연재를 시작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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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15.87
ㅇㅇㅈ입니다 이런 소재도너무좋아요ㅠㅠㅠㅠㅠ
7년 전
독자1
으아앙 태형학생이라고 말하는게 너무좋네영 오늘도 잘보고갑니당♥
7년 전
독자2
몽구스입니다
아아 달달구리한데 뭔가 차선샌임의 마지막말이 조금 궁금햊니네오!!

7년 전
독자3
레드불1일1캔이에요 !!!!!! 학교선생님인줄 알았는데 의사선생님이셨네요 !!! 마지막에 잘되서 너무 좋아요 !!! ㅠㅠㅠㅠㅠㅠㅠㅠㅠ
7년 전
비회원65.45
뒷이야기가 필요하요ㅠㅠㅠㅠㅠ 넘ㅁ나 재밌오ㅠㅠㅠㅠㅠ
7년 전
비회원169.32
바다에요!작가님 번외가 필요해요...오늘도 좋은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7년 전
비회원222.51
우유에요 작가님 ㅋㅋ 환영합니다
7년 전
독자4
캔디에요!와 여주가 태형이를 받아줄까여?그냥 철없는 환자로 보이는거같은데..
7년 전
독자5
아니 태태야...나 왜설레? 웅? 엉엉
7년 전
독자6
헐 세상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사귈 것 같네요ㅠㅠㅠㅠㅠㅠㅠ이런게 바로 빼박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엉엉ㅇ 작가님 이런 글 너무 좋아요ㅠㅠㅠㅠㅠ
7년 전
독자7
바다코끼리에요!!!
오늘의 태형이는 귀여워요...너무 귀엽잖아요.그와중에 박력 까지 완벽하네...그냥 나한테 와주면 되겠다 오기싫으면 내가 끌고가지뭐 ㅎㅎㅎ

7년 전
독자8
ㅠㅠㅠ어우 작가님 ㅠㅠ 저 심장이ㅠㅠㅠㅠ 쿵 했습니다ㅠㅠㅠㅠ
7년 전
독자9
으아 퓨ㅠㅠㅠㅠㅠㅠㅜ 심쟝이 무리데스... 태형이너무설레요 ㅠㅠ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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