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독약 향기가 퍼지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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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발!!! "
조수석에 앉아 안전벨트도 매지 않고
날뛰어대는 저 아이를 어떻게 잠재울까 생각중이다.
" 출발!!!!!!!!!! "
" 출발 하고 있잖아. "
" 추우우울!!!!ㅂ..."
" 그래, 출발!!! "
바다를 가자고 했던 아이의 약속을 지키키 위해
겨울 방학을 하자마자 신속하게 계획을 구상했다.
그래봤자 2박 3일이지만 아이가 최대한 즐겼으면 하는 바램에,
이것저것 싸들고 가는 중이다.
" 자! 문제! 바다에 가면 무엇을 먹어야 할까요? "
" 고기. "
" 땡!! 틀렸습니다!! "
" 뭔데. "
" 찬열이가 해주는 라면! "
미치겠다......
고속도로에 진입해 속도를 내자 아이가 날 바라본다.
" 있잖아 선생님. "
" 왜. "
" 선생님은 운전할 때도 색기가 넘쳐흘러. "
" 그래서. "
" 키스하고싶다고. "
" 참아.
도착해서 숨막히게 해줄께. "
제 성격에 조용히 앉아 가는 것은 힘들었는지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더니
차량 내부의 스피커와 연결을 하기 시작한다.
" 노래 듣자! 노래! 요즘 완전 인기중인 남자 아이돌 노래!!! "
" 누구. "
" 엑소! "
1집부터 시작해서 최근 노래까지 전부 다 있다며
가사하나 놓치지 않고 따라부르는 아이를 슬쩍 봤다.
잘부르네.
진지하게 부르면 이쁠 것 같다.
아이가 노래를 부르다가
갑자기 나에게 이상한 질문을 해온다.
" 노래 잘해? "
" 몰라. "
한번도 누구 앞에서 노래를 불러본 적이 없다.
혼자있을 때 가끔 부르기도 하지만, 악기를 다루는게 더 편하다.
" 그럼 가서 불러줘. 노래 듣고 싶다. "
" 너 하는거 봐서. "
고속도로 한가운데에서 변백현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
" 와...... "
" 얼른 들어와. "
여기 비싼 곳 아니야? 라고 물어보자 그는 고개를 도리질 친다.
" 우리 얼마나 있을건데? "
" 2박 3일. "
" 여기 하루에 얼마인데? "
" 2인 60만원. "
개뿔
엄청 비싸구만
역시 문 부터가 다르다.
안으로 들어가 봤더니 테라스도 탁 트여있고,
바다가 바로 보여서 좋다.
부엌도 크고...화장실도 크고....
이리저리 뽈뽈거리다가 침실로 들어갔더니
엄청난 사이즈의 침대가 보여 날아갔다.
" 날아라!! 돈까쓰!!! "
" ...... "
.
" 으으으으..... "
" 거봐, 내가 춥다고 했잖아. "
이렇게 추울 지 누가 알았나.
밖에서 점심을 먹자는 그의 말에 신나
따뜻하게 입으라던 박찬열의 말을 제대로 씹어주고
대충 걸치고 나갔는데.
" 나 안아줘. "
" 얼씨구. "
그의 품안에 쏙 들어가자 잠시 불편해 하더니
가만히 꼭 끌어안아준다.
갑자기 예전 생각이 났다.
나보고 아무데도 가지 말라던, 그 불안했던 모습.
" 찬열아. "
" 말이 짧다. "
" 안떨어질꺼야, 너한테서. "
" 뭔소리야. "
내 소원대로 그는 기억하지 못하는 듯 했다.
둘이 딱 붙어 있어 웃긴 걸음으로 어기적어기적 가다가
다왔다는 그의 말에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레스토랑......?
카페인가.....?
" 예약하셨나요? "
" 아마도 그럴껄요.
제 애인은 꼼꼼하거든요. "
카페 가명인듯, 아이라인 이라고 쓰여져있는 명찰을 가슴에 달고
날 부드럽게 쳐다보는 직원을 봤다.
눈 화장이 이름 값 하는구만.
" 박찬열이요. "
내 어깨를 감싸며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그를 보고 당황함과 동시에
얼굴이 빨개진다.
" 아...네, 이리로.... "
직원이 급 우리를 불편해 하는건,
내가 말했던 애인이 박찬열인 것과
그 박찬열이 엄청나게 잘생겼다는 것.
그리고 그 박찬열은 남자라는 것.
그거겠지.
" 예약한걸로 준비해주세요. "
" 네, 즈, 즐거운 시간..되세요.... "
90도 인사를 하며 문을 조용히 닫고 나가는 그녀를 계속 쳐다봤다.
" 근데 여기 뭐하는 곳이야? "
" 식사하는 곳. "
.
" 후아!! 더 이상은 못먹어!! 배터져 죽을 것 같아!!
나 그만 먹을래 선생님. "
" 실례합니다 손님, 후식을 준비해드릴까요? "
" 네!!! "
" ...... "
후식은 나와서 드시라는 직원에 말에
어리둥절해 하며 앞서 걸어가는 그녀를 따라가자
곧 자리를 마련해준다.
원을 그리듯 놓여져 있는 테이블 한 가운데에는 작은 무대가 있었다.
물론 연주자는 없었다.
피아노와 통기타. 그리고 마이크 뿐이였다.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지나가는 직원을 붙잡고 조용히 속삭였다.
" 저...그러니까...ㄱ... "
" 궁디예요. "
" 네..저기 지금 사용 가능한가요? "
" ....아, 이제 곧 사용할건데, 신청곡이 있나요? "
" 아 그러면 부탁 하나만.............. "
조용히 말하자 조용히 대답해주는 직원에게
무언의 감사를 담아 활짝 웃자 얼굴이 빨개진 채로 돌아간다.
" 뭘 그렇게 속닥거려? "
" 응? 아아, 후식이 참 맛있다고. 더 가져다 달라고 그랬어. "
" 아까 배부르다며. "
" 그건 밥 배. "
" 지금은. "
" 후식 배. "
.
" 아아, 안녕하세요! 저희 카페에 오신걸 환영해요.
매일 이 시간마다 작은 연주회를 열곤하는데, 혹시 신청곡 있으신가요? "
드디어 시작된 연주.
사람들이 하나 둘씩 노래를 신청하자,
아까 그 여직원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 으음, 이제는 손님 한분을 모셔볼까요? 거기... "
내게 눈을 마주치며 살짝 웃는 그녀에게 윙크를 해주자 바로 말하기 시작한다.
" 3번 테이블! 검정 옷입은 잘생긴 남자분! 앞으로 나와주세요. "
" 싫어요. "
" 나 노래 들려준다면서. 빨리 나가. "
그가 날 아니꼽게 쳐다보다가 작게 한숨을 쉬며 나간다.
여자들이 가볍게 환호성을 지르자 눈을 찌푸리며 의자에 앉는다.
" 따로 부르실 곡이 있으세요? "
" 알아서 할께요. "
띠꺼움의 완전체를 보여주듯 박찬열의 무뚝뚝하고 낮은 말투에
작게 당황하며 직원이 무대 밖으로 나온다.
" 아아. "
그래, 저 목소리다.
처음 학교에와, 나를 부르듯 울려퍼지던 목소리.
마이크 테스트가 아니라 변백현 테스트.
" 잘 보고있어라.
못들어주겠으면 중간에 멈춰. "
주변에 있던 통기타를 집어들고 잠시 튜닝을 한다.
튜닝?
박찬열이?
" ...kind of like a summer breeze, you do exactly as you please..."
낮은 그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통기타를 연주하며 눈을 감고 노래를 부른다.
" do you think that possibly
you could spend your life with me "
나에게 고백을 해온다.
"did i mention that i love you so
and i just want the world to know..."
그리고 천천히 눈을 뜬다.
저 노래가 저렇게 불려질 수도 있구나,
내 시간을 멈추게 하는구나.
나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그의 노래가 다 끝날 때 까지 침 하나 제대로 삼키지 못하고 그를 쳐다봤다.
" im so in love with you... "
아름다운 밤이다.
수많은 박수소리와, 날 쳐다보는 저 눈이.
오늘 밤을 아름답게 만들었다.
.
후.
저도 오늘 밤을....아름답게...
만들어줄 사람이 없네요.
찬백 행쇼...
찬백 바다 편 한번 더 나오고
카디가 나올 예정입니다.
(의심미)
PS. 오늘도 누군가 출현하셨죠? (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