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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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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역활을 끝내고 은막(隱幕)으로 퇴장한 여배우처럼 양질의 장기를 남기고 죽어버린 그녀를 욕조에 내버려 둔 남자는 그만의 비밀공간, 지하실로 내려갔고 제색으로 돌아온 입술이 강한 냉기로 다시 새파랗게 질려갔다. 겨울의 추위를 능가하는 이곳의 중심에 선 남자는 손을 뻗었고 손바닥에 차가운 유리가 닿았다. 숨을 내쉬자 하얀 성에가 끼어 투명한 유리를 불투명하게 바꾸었지만 이내 사라졌는데 특수처리된 강화 유리라도 되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토록 얼어붙을 듯한 추위에서 견딜 수가 없었다.
일반적인 유리라면 약한 내구력에 금이가서 조각조각 깨어져 떨어졌을터였다. 그리고 투명한 유리 너머로 '무언가'가 존재하고 있었다. 남자는 주변 기온에 따라 몹시 차가운 유리에 가까이 붙어서 다문 입을 열었고 따뜻한 숨결이 유리에 닿자 방금 전처럼 서리가 내려앉듯이 뿌애졌다.
"이것으로 끝나면 좋을텐데..."
본디 감정이라는 것을 뱃속에 두고 나온 것 같은 남자가 진실로 마음 속 깊이 숨겨놓았던 '감정'을 내보였다. 안타까우리만치 아주 애달픈 음성이 그 공간에 머무르며 날개짓을 하였다. 눈을 감고 차가운 유리를 애무하듯이 쓰다듬다가 잠시 멈추더니 눈을 떴으며 그 안의 존재하고 있던 슬픈 눈빛은 착각이었나 라고 생각이 들 만큼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서늘한 분노(憤怒)마저 느껴졌다. 마치 무저갱의 어둠처럼 모든 것을 뒤덮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검은 눈은 제 눈앞에 있는 '무언가'를 내려다보다가 이내 떨어졌고 좀 전의 파낸 장기를 넣어둔 케이스 앞으로 다가갔다. 케이스를 열자 신선한 빛깔이 흐르는 장기와 고여 있는 핏물이 보였고 금방이라도 퍼덕거리며 꿈틀거릴 것 같았다. 소독으로 제몸을 깨끗이 만든 남자는 진기한 보물을 다루듯이 조심스럽게 하나씩 하나씩 '작업'하였다.
생전처럼 꿈틀거리며 움직여도 이상하지 않을 장기를 손에 든 남자 앞에 다양한 도구(道具)들이 나열되어 있었는데, 보통 병원의 ICU(중환자실)에서 쓰는 심전도 모니터(EKG monitor:심장의 수축에 따른 활동 전류 및 활동을 파상곡선으로 기록하는 기계)부터 여러 방면에 자주 쓰이는 초음파 진단기까지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었고 물리 실험에서나 쓰일 법한 실험도구들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 정도의 냉기에 오래 노출된다면 멀쩡한 기계라도 고장날 법했지만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이곳의 기계들은 꽤 멀쩡했고 정상적으로 구동(驅動)되었다.
어떠한 목적이라도 있는 것인지 남자는 무척 진지하게 실험에 임했고 그 움직임은 피아노를 조율(調律)하는 기술자처럼 섬세했다. 다수의 연주자들이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휘자처럼 능수능란한 손놀림에 따라 다양한 도구들이 제 역활을 다하며 실험 결과치를 속속히 떠올렸는데 실험은 순조롭게 흘러갔다.
"아직까지 문제없고..."
사냥감을 데려다놓고 며칠동안 경과를 지켜보며 가만히 있던 것은 아니다. 아무렴 아무런 이유없이 일부러 씻고 먹이는 둥 돌보는 포식자는 없을 것이다.
필요에 의해서 그래왔던 것 뿐이었으며 지금까지 사냥해온 그들도 그래왔고 단지 이번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기존의 '인간'들과 좀 더 특이한 면모가 있었기 때문에 하루 빨리 처리하고 싶은 쪽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은 특별한 '사정'과 '결과'가 지금까지 끌어온 이유였는데 그 '사정'이라는 것은 그에게 몹시 중요하고 필요하며 벗어날 수 없는 '생활'이었다. 조금이라도 어긋난다면 제 존재는 무참히 어그러질터였고 자신의 계획은 무너질 게 틀림없었다.
그리고 '결과'쪽은 일종의 테스트였다. 본실험을 위한 절차라고 할 수 있었으며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며 지금의 실험도 없었다. 이때까지 쭉 그래왔고 이 실험이 실패한다면 앞으로도 그래야할 것이다. 때문에 남자의 입장에서나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이 실험은 무조건 성공하는 것이 좋았다.
실패한다면 또다른 불쌍한 희생양이 발생할 것이고 성공한다면 더이상 사냥할 필요가 없어진 사냥꾼이 사냥감을 찾을 필요가 없어지니까. 그러나 아직까지 성공은 시기상조인 것인지 눈앞의 모니터에 떠오른 파형은 불안정했고 점점 하향(下向)하고 있었다. 어쩌면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 법도 하건만 남자의 얼굴은 무표정하기 그지없었고 조금의 동요도 없어서 이런 결과를 얻을 것임을 예상하기라도 한 것 같았다.
"Failure(실패.)"
남자의 실험은 실패했다. 그 말을 내뱉은 남자는 기계가 내지르는 차가운 음성과 닮아서 섬뜩했다.
무자비한 손은 아무런 흔들림조차 보여주지 않았고 차트를 꺼내 오늘 실험에 대한 내용을 펜으로 차분하게 끄적였으며 가지런한 글씨가 공란을 빼곡히 채워갔다. 이 차트는 제법 두께가 있었는데 한 두개가 아니었다. 희생자의 수만큼 존재했으며 그 겉면은 깨끗하고 깔끔했지만 그 속은 희생자의 절규와 눈물로 점철된 핏빛이었다.
이 기록 일지는 남자의 손에 의해 모두 작성되었으며 아주 소중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기록을 마친 남자는 흐트러진 작업장을 정리했고 실험 전의 모습으로 되돌려놨으며 마지막으로 유리 너머로 형체를 드러낸 '무언가'쪽을 잠시 노려본 후 그곳에서 빠져나왔다.
남자는 곧바로 욕실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비닐에 싸인 죽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초점을 상실한 텅 빈 눈동자와 정확히 마주한 채 잠시동안 그녀의 얼굴 위에 머물렀고 이내 시선을 내려 내장이 꺼내져 텅 비워진 몸통을 바라보았다. 창백한 피부 위에 Y형태의 상처가 길죽하게 가로지르고 있었는데 마치 법의학자가 시체를 부검하고 정성스레 꿰매어 단장한 꼴과 유사했다.
그리고 손을 뻗어 감지도 못하고 눈을 뜬 채 죽은 그녀의 눈꺼풀을 닫았다.
* * * * *
"으아아~~죽겠다."
거의 잠을 못 잔 성용은 기지개를 펴며 소리를 내질렀다. 잠을 제대로 못잔 것은 그 뿐만 아니고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고 일부는 책상에 머리를 박고 선잠을 자는 중이었다.
검거된 조직원들은 우선 유치장에 모두 집어넣었고 새벽 내내 작성된 조서만이 파일로 남았다. 새벽에 조서를 꾸미면서 늦은 저녁식사를 했지만 이미 소화되어 텅 빈 위장이 위액을 토해내며 어서 음식물을 달라고 요동쳤고 성용은 주린 배를 움켜쥐며 책상 위에 이마를 살짝 댄 후 눈을 감았다.
"배고파..."
"용아~ 일어나."
"왜애애~ 힘없어."
"아침 먹자."
"어?"
"근처 식당에 전화해서 배달시켰어."
박카스를 한모금 들이키며 성용에게 다가온 청용은 다른 한손에 든 박카스를 내밀며 말했다. 그의 말에 성용은 반색을 하며 박카스를 까서 훌러덩 마셨다. 얼마 후 한쪽 탁자에 배달음식이 올려졌고 맛있는 냄새가 진동했다. 따끈한 찌개와 생선구이, 몇가지 밑반찬과 공기밥은 사람들에 의해서 순식간에 남김없이 사라졌다.
중간에 쪽잠이라도 잤지만 정식으로 잔 게 아니다보니 여전히 졸린 기색이 만연한 다래는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먹으면서 졸았고 그 모습을 바라 본 청용은 다래에게 그냥 숙직실에 들어가서 자는게 어떠냐고 권했다. 조느라 고개를 숙였던 다래는 고개를 들며 아니라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지만 점점 내려가는 손을 보아하니 청용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좋을 것 같았다. 결국 얼마 먹지도 못하고 죽은 것도 아니고 산것도 아닌 좀비처럼 흐느적거리며 숙직실로 향하는 다래를 쳐다본 성용은 다래가 남긴 공기밥을 잡아채 싹쓸어 먹었다. 그것을 본 자철이 불같이 화냈다.
"야! 기레기! 왜 처먹어!"
"뭐, 임마? 어차피 남은 거잖아. 그걸 내가 먹겠다는데 불만있어?"
"있다. 왜! 내가 먹으려고 찜했다고!"
"미친 놈. 먼저 낚아채서 먹는 사람이 임자지...별 소리를 다."
"야야. 아침부터 무슨 소란이야. 그만 싸워라. 그리고 자철아 모자라면 이거 먹어."
"남는거에요? 아싸~"
"응. 추가로 시킨 거야."
넉넉하게 주문해 둔 공기밥을 자철에게 건넨 청용은 성용을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성용은 식사를 마치고 보리차를 컵에 따라 쭉 들이키는 중이었다.
"성용아."
"네?"
"탐문 갈거지? 언제 갈꺼야?"
"가긴 가야하는데...다래가 저 모양이라. 글쎄요. 혼자 가야하나..."
"두 시간쯤 자면 괜찮아지긴 할텐데..."
"가게 오픈 시간도 있을거고 두 시간 있다가 상태봐서 혼자 가던지 둘이 가던지 해야죠. 형은요?"
"우리는 밥 먹고 가려고. 단서를 잡긴 했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하니까."
"그건 그렇고 언제 부탁할려고?"
"음? 아...하하. 조만간 말해야지. 오늘 다녀온 후에...자철아, 다 먹었어?"
"네~"
"그럼 성용아, 우린 일어난다. 잘 다녀와."
"형도."
"기식빵, 우리 쩡아 잘 부탁해~"
"저 구레기가 뭐래. 씨발놈아 어서 꺼져!"
아침부터 짜증나게 느끼한 멘트를 어김없이 날려주는 자철때문에 성용은 미간을 사정없이 찌그러뜨렸다. 두 시간 후, 잠을 푹 잤는지 부활한 다래는 화장실에서 간단히 세수하고 구겨진 옷을 정리한 후 성용과 서를 나섰다. 식욕보다 수면욕이 더 고팠던 다래는 밥을 제대로 먹지 않고 자느라 배가 고팠고 결국 다음 탐문지 멀티룸으로 가기 전에 편의점에 들러서 삼각김밥과 컵라면을 사서 먹었다. 이미 밥을 먹어 배를 채운 성용은 바나나 우유를 사서 라면과 김밥을 먹는 다래 옆에서 빨대로 빨아 마셨다.
"이번에는 뭔가 얻을 수 있을까요?"
"어? 글쎄다...있으면 좋겠는데."
"휴우..."
면발을 다 건져먹고 국물을 조금 들이킨 다래는 남은 국물을 버리고 빈 용기와 삼각김밥 껍질을 쓰레기통에 버린 후 편의점을 나섰다. 성용과 다래는 실종자 김소영이 머물렀던 가게 중의 한곳, 멀티룸에 도착했고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직 평일 낮시간인 탓에 손님이 그다지 없어보였다. 카운터에 앉아 있던 사람에게 다가간 다래는 간소하게 인사를 나눈 후 몇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 사람은 이 가게 주인이었다.
"혹시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두달 전 이곳에 온 김소영씨라고 아세요?"
"네? 두달 전이요? 손님들이 얼마나 이곳을 거쳐가는데 어떻게 기억합니까?"
"긴머리에 예쁘장한 여성분이고 스물쯤 되었는데 모르겠어요? 조금이라도."
"기억 안나요."
일관적으로 모른다고만 말하는 가게주인에게 한쪽에 비켜서서 지켜보던 성용이 다가가 동물의 제왕 사자가 으르릉 울음을 토해내듯이 위협적으로 말했다. 키와 덩치가 일반인보다 우월했던 탓이 그 위협은 제대로 통했고 약간 겁에 질린 가게주인은 필사적으로 기억을 되살렸다. 그리고 꼼꼼한 성격탓에 입구에 설치된 CCTV 녹화된 것을 죄다 보관하고 있었던 가게주인은 그점을 극적으로 떠올렸다.
카운터에 놓아둔 컴퓨터 모니터로 그 녹화본을 실행시켜 보았고 녹화본 중에서 6월쪽을 뒤져서 자세히 살펴본 다래와 성용은 하얀원피스와 가디건을 입은 김소영의 모습을 발견했다. 화면을 멈추고 그녀를 손으로 가르키며 가게주인에게 물었고 가게주인은 눈살을 지뿌리며 고개를 갸웃뚱거렸다. 시간을 들여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진 오랜 기억을 들추는데 성공한 가게주인은 입을 열었다.
"아, 기억나요. 친구들과 놀러온 것 같았는데...그것말고는 별다른 게 없었던 것 같네요."
"그래요?"
가게주인의 말에 다래와 성용은 크게 실망했다. 다른 두곳에서 아무것도 건지지 못한 탓에 가장 기대했던 이곳마저 아무런 정보를 얻을 수 없자 몹시 실망한 두 사람은 축 처진 기색이 가득한 어깨를 짊어지고 간단히 형식적인 인사를 한후 가게를 나왔다. 그들을 배웅한 가게주인은 아직까지 모니터에 떠있는 김소영을 멀뚱히 쳐다보았고 순간 뇌리로 스치는 기억에 가게문을 열고 나와 이미 멀어진 성용과 다래를 향해 뛰어가 그들을 잡아챘다.
갑자기 낚아채는 가게주인때문에 놀란 두 사람은 걸음을 멈추고 그를 쳐다보았다. 혹시 무엇이라도 기억난 걸까 하는 작은 기대감을 안고서 빤히 쳐다보았다. 뛰어오느라 약간 숨이 찬 가게주인은 호흡을 고른 후에 그들에게 말을 꺼냈다.
"갑자기 생각이 난건데...그날 그 여자분이 휴대폰을 두고 가서 제가 갖다 드린 기억이 있네요."
"그래요? 혹시 그때 뭐 본거라도 있나요?"
"그게...."
재촉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은 다래는 가게주인이 말을 할 때까지 기다렸다.
"아! 맞다. 갖다 드리고 가게로 되돌아가는 길에 사람들이 좀 웅성되서 뒤돌아봤거든요. 그런데 그 여자분 가까이 누군가 걸어갔죠."
"그래요? 남잔가요? 아님 여자? 인상착의는 어떻게 되는지 기억 나세요?"
"남자요. 키가 훤칠한게 180cm는 넘어 보이던데...좀 멀리서 봐서 가늠이 잘 안됐지만 대충 그랬어요. 그리고 뒷모습이라 얼굴은 모르겠고...청바지에 흰티셔츠를 입었던 것 같네요. 음...아, 그리고 주변 사람들 반응을 보니까 잘생겼던 같아요. 흘려들었지만 감탄하는 듯 했거든요. 전 그때 바빠서 그대로 가게로 와버려 그 이후로는 잘 모르겠네요. 저기...충분한가요?"
"아, 네. 물론이에요. 감사합니다."
얼굴까지 알면 더 좋았겠지만 이 정도 아무것도 손에 쥐지 못한 현재로서는 충분히 좋은 정보였다.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며 다시 가게로 되돌아가는 가게주인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 다래는 옆에서 말없이 있던 성용을 올려다 보며 말했다.
"선배. 아깝지만 인상착의는 얻었네요."
"그러게. 이제 용의자는 남자로 한정짓고 찾아보면 되겠어. 그것도 젋고 잘생긴 남자. 사람들이 감탄할만한."
"꼭 잘생겨야만 감탄하나요? 요즘은 몸매가 좋아도 감탄하고 귀여워도 감탄한다구요."
"그래? 그럼 젋은 남자로 메인으로 삼고 서브옵션으로 잘생기거나 몸매 좋거나 귀여운...뭐 그렇게 범위을 하나둘씩 좁혀봐야겠네."
비행기의 이륙과 착륙이 수시로 이루어지는 곳, 인천국제공항에 자국 비행기가 아닌 한국행 미합중국(美合衆國) 비행기의 커다란 동체가 활주로에 내려앉았다. 무거운 소음과 함께 바퀴가 활주로에 닿았고 한참동안 그위에서 미끄러졌다. 약 16시간동안 하늘 위에서 보낸 태환은 찌뿌둥한 몸을 움직여 승무원의 안내에 따라 안전벨트를 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입국 심사를 끝마친 후 수화물을 찾아 입국장을 나와서 공항 출구로 향했다.
"아참!"
수많은 유동 인구들 틈바구니 속에 선 태환은 품에서 휴대폰을 꺼내 전원버튼을 꾹 눌러 활성화시켰다. Airplane(비행모드)기능이 있지만 배터리소모가 있는데다 비행기 안에서 음악 듣는 것 외에는 휴대폰을 사용할 일이 없는 터라 아예 전원을 꺼두었던 것이다. 활성화되고 얼마되지 않아서 문자메시지가 속속 날라왔는데 귀국날짜를 미리 알려준 몇몇 친구와 지인들에게서 온 것들이었다. 메세지를 확인 한 태환은 작게 웃으며 답장은 미루고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은 후 슈트케이스를 이끌고 게이트 밖으로 나갔다.
건물 밖을 나오자 여름의 뜨거운 태양이 반겨주었고 대부분 회색 하늘이 태반인 시애틀과 달리 새파란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정말 한국으로 돌아왔음을 새삼 느끼며 택시 승강장으로 향했다.
택시를 타고 집에 도착한 태환은 오랜만에 찾아온 집에 들어가자마자 마치 새집에 이사와서 구경하는 사람인냥 두리번 거렸다. 집안 사정으로 몇달 전에도 한국에 오긴 했지만 이번에는 아예 한국으로 들어온 것이라 감회가 새로웠던 탓이다. 그리고 깨끗이 청소된 것을 보니 가족 중에 며칠에 한번은 와서 청소해주고 간 것 같았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청소하기 싫었던 태환은 가져온 짐은 한쪽에 놓아두고 의자에 앉아 휴대폰 메세지를 확인했다. 그세 몇 통 더 와 있었고 모두 한 사람의 문자메세지였다.
- 여! 한국에 도착했어? 오늘 귀국한다며?
- 언제 볼 수 있냐? 정말 오랜만인데~ 보고 싶다!
- 오랜만에 술 한잔 하자? 연락해!! 꼭~ 널 사랑하는 친구가 너의 부름을 기다리겠다.
"큭큭..."
반가운 친구들과 다른 지인들의 문자메세지에 하나하나 답장을 보냈다. 종종 미국에 있을 때에게 전화나 문자, 메일로 안부를 주고받곤 했지만 바빠서 연락을 주고 받은 횟수가 손에 꼽을 만큼 몇번 되지 않았다. 한국에 와서도 태환의 본업이 바뀌는 것이 아닌지라 바쁠테지만 몸이 타국에 있는 것과 엄연히 달랐고 시간을 쪼개서라도 만날 수 있을 터였다. 거기다 곧바로 현업에 복귀하는 것이 아닌 며칠 간 휴가를 보낼 예정이기 때문에 약속 잡는 것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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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그간 잘 지내셨나요?
큽...이번주는 모바일로도 인티에 못들어올만큼 정신없던 한주였어요.
오늘 아니 어제 토요일에도 약속이 있어서 지금에서야 글을 올립니다.
연말은 항상 바쁜듯...이번에는 동료가 출장가서 혼자 일하는 탓에 더더욱;;;
항상 기다려주시는 독자님들 제가 사랑하는 거 아시죠?>_<
그리고 [국대글]로 바뀌었다지만 쑨환은 진리...훗훗! 넘 걱정마세요^^*
※ 오타 지적 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