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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권순영/김민규] 시드는 꽃 (2/7)
w. 뿌존뿌존
"순영아, 넌 내 꽃잎 처음에 잡았을 때 어땠어?"
순영과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좀 있으면 다가올 착잡한 상황 (민규와의 두번째 과외) 에 괜히 순영에게 아무 말이나 해본다. 음, 좋았지. 처음으로 잡아본 꽃잎이었으니까. 말만 해도 그때가 생각나는지 해사해지는 순영의 표정에 얼굴 가득 미소를 지어보였다. 난 그때 엄-청 아팠는데. 엄청 창피하고, 괜히 입을 비죽이며 말을 잇자 순영이 가만히 어꺠에 손을 둘러온다. 따뜻하고, 단단한 순영의 품. 순영이 입을 우물거리다 말을 내 뱉는다. 많이 좋아해, 세봉아. 네 꽃잎이 팡 터졌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 순영의 귀가 달아오른다. 까만 하늘에 별이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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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녀석이 괴롭히면 말해, 내가 아주 혼내줄테니까!
과외 끝나면 꼭 연락하고! 세봉이는 잘 할 수 있어.]
- 우리 순영이♡
닫히는 엘리베이터 사이로 순영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이윽고 띠링,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순영의 애정어린 문자가 도착했고, 후, 하며 숨을 골랐다. 그럼, 할 수 있어. 5년 전 그랬던 것 처럼. 민규가 내게 다시 웃어줄지도 몰라. 곧 엘리베이터가 17층에 도착했고 어두침침한 복도가 날 반겼다. 1701호의 초인종을 누르고 겨우 입을 뗐다. 저요, 세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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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줘서 고맙다 세봉아,"
소영 이모가 희미하게 웃으며 날 반긴다. 안녕하세요 이모, 굳게 닫힌 민규의 방문을 한번 흘깃 보곤 먹을 거라도 내어오겠다며 부엌으로 향하는 이모. 아뇨, 전 괜찮은데, 손을 내저으며 거절을 하기도 전에 이모는 이미 저 멀리 부엌에 가버렸다. 손을 뻗어 민규의 방문을 연다. 안녕 누나, 쎄한 표정의 민규가 내게 인사를 건넸다. 저번과 똑같다. 의자에 기대 날 보는 그 아이의 표정이나, 너저분하게 정리정돈되지 못한 이 아이의 방이나. 저번에는 앞으로 뭘 할거고, 언제 올거고, 이런 것만 얘기했는데 막상 얠 가르치자니 온 몸이 근질거리는 기분이었다. 이건 유리함수야. 분수로 된 함수. 덜덜 떨리는 손으로 책에 조그마한 글씨를 써내려갔다. 여전히 민규는 관심없다는 표정으로 책을 응시하고 있었고, 이모가 가져다 주신 사과는 이미 갈변해 메말라가고 있었다.
"그래서 이게 함수라고?"
연필로 쓴 내 조그마한 글씨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민규가 물어왔다. 응, 민규의 눈을 보지 않고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내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건지 민규의 눈썹이 몇번 움직인다. 몸이 벌벌 떨려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괜찮아 김세봉, 괜찮아. 숨을 몇번 몰아쉬었다. 곧, 민규가 제 손가락을 입 안에 넣더니 내 글씨를 몇번 문지른다. 글씨가 번진다. x를 넣으면 2x가 된다고 예전에 그랬으면서, 거짓말쟁이. 그떄랑 똑같아. 민규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떨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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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걔랑 한마디도 못했어?
"응.."
- 잘 했어, 그냥 과외만 해줘, 상대하지마 걔.
"원래는 친했는데, 중학교 가고 나서.."
-그냥 잊어버려, 실수였잖아. 네 잘못 아냐, 김세봉.
"알겠어"
착하네, 우리 세봉이. 잘 자. 순영의 밤 인사를 끝으로 끊어진 전화를 꼭 쥐고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씻고 누우래도-! 방 밖에서 소리치는 엄마에 알겠어, 대충 답을 하며 눈을 꼭 감았다. 해사하게 웃는 순영과 쎄한 표정의 민규가 눈 앞에 아른거렸다. 내 동생 김민규, 양아치 김민규, 어떤 게 진짜일까, 난 이제 어째야하는 걸까. 순영아 자? 문자를 보내봐도 순영은 이미 자는 건지, 씻는건지 답장은 오지 않는다. 이불을 머리 끝까지 올린다. 눈 앞이 깜깜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