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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후, 크리스마스 이브.
"좋겠다. 너는 남자친구 있어서 걔랑 같이 보내면 되잖아."
"그러게. 솔로인 나는 집에서 티비나 끼고 있어야지."
친구들의 한탄을 들으며 내게 부럽다는 말까지 얹어서 들으니 이건 뭐 놀리는 것 같기도 하고. 지금 내 상황을 알 리가 없는 친구들은 그저 커플인 내가 부럽기만 하단다.
수능이 끝나고 난 후 일주일 동안은 학교에서 순영이를 볼 수 있었다. 연락도 그땐 가능했었는데 이젠 학교도, 연락도 되질 않는다.
"엄마가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라시네. 나 먼저 집에 간다!"
"나도 이제 가야 돼. 칠봉아, 나가자."
"…난 여기 더 앉아있다 갈래. 잘가, 메리 크리스마스."
친구들을 먼저 보내고 카페에 가만히 앉아 유리창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내가 싫어졌으면 싫어졌다고 말을 하던지. 아무 말 없이 사라진 권순영은 연락 한 통도 주지 않고 심지어 자신의 친구들에게도 단단히 일러두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지만 걔네한테도 무슨 말을 들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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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서도 우리는 같은 반이 되었다. 공부를 조금 더 잘했던 내가 순영이의 공부를 열심히 도와주면서 시간을 함께 보내곤 했다. 순영이가 알바를 하는 카페에 찾아가 틈이 나는 대로 과외를 해주기도 하고, 교실에서 자율학습 시간을 같이 보내기도 했다. 내가 공부를 해야한다 강요한 것도 아닌데 혼자서 열심히 노력하며 서로 많은 것을 배워갔다.
거기까진 우리 모두 행복했었던 것 같다.
이제 슬슬 수능 기간이 다가오면서 부담감이 엄습해오던 나는 잘 받아주었던 순영이의 질문조차도 함께 버거워진 듯 했다. 학기 초보다 더 예민해진 내가 문제였는지 질문이 많아진 순영이에게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다가도 짜증을 내는 일이 많아졌다. 이렇게 나쁘게 대해도 웃으며 미안하단 말만 하다 잠시 자리를 피해주던 순영이도 더 이상은 못 참겠는지 연락을 끊은 게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다. 설마 순영인가- 하는 마음에 들여다보자 석민이였다. 얘가 무슨 일이지..?
"여보세요.."
"그렇게해서 땅이 꺼지냐? 한숨 그만 쉬고 바깥 좀 봐라, 나 추워."
"뭐?"
마지막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바깥을 보자 손을 흔들며 환하게 웃고 있는 석민이가 눈에 보였다. 자신을 손가락으로 콕콕 찍어대다 문을 손으로 가리키며 카페 안으로 들어오는 석민이였다. 표정이 없는 내가 웃기기라도 한지 코웃음을 치며 내 눈을 쳐다보며 앞에 마주 앉았다.
"혼자 청승맞게 뭐해."
"...그냥. 혼자 크리스마스 분위기 내는 중."
"푸하하, 웃기시네. 너 되게 우중충-해 보여."
별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박수까지 치더니 우중충해 보인다는 말에 반기를 들며 얼굴을 구기자 미안하다며 사과를 건넨다.
"있잖아.."
"난 없는데."
"나 진지하거든. 죽을래, 진짜?"
"아니. 뭔데."
"순영이랑 연락 돼?"
내 핫초코를 뺏어마시던 석민이가 잠시 동작을 멈췄다. 그러곤 눈만 움직여 나를 쳐다보고는 손에 있던 머그잔을 내려놓는다. 별 말이 없는 걸 보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을 것 같아 석민이의 손에 있는 머그잔을 뺏으려는데,
"기다려, 지금."
"...뭐?"
"토끼가 기다린다고."
토끼가 기다리고 있다며 내게 가 보라던 석민이는 '아, 참. 메리 크리스마스.'라며 머그잔에 있던 핫초코를 꼴깍 거리며 마시고 있었다. 다 식었어도 그렇지. 그걸 그렇게 물처럼... 가방을 챙겨 나오려다 여전히 앉아있는 석민이에게 다시 다가와 고맙다 말하자 손을 허공에 휘저으며 얼른 가기나 하라며 나를 보냈다.
내가 정말 권순영을 좋아하긴 하나보네. 나를 기다린다는 말 한 마디에 꿍했던 마음도 사르르 녹고, 두 다리가 널 향하고 있으니 말이다.
목적지도 정하지 않고 무작정 뛰다 머리에 스치는 장소로 향했다. 순영이가 알바를 하는 카페로.
카페 앞에 도착하자 사람이 얼마 없어 마감을 하려는 사장님의 모습이 보였다. 얼른 카페 안으로 들어가자 오랜만이라며 인사를 건네는 사장님이었다.
"안녕하세요. 저기 혹시 순영이.."
"토끼는 놀이터로 간 것 같은데."
"..네?"
"그럼, 메리 크리스마스~"
사장님에게 크리스마스 인사를 건네고 카페 밖으로 나와 놀이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대체 무슨 일을 벌인 거야, 권순영. 설레발에 마음이 상하진 않을까 생각하다 두 사람들의 말을 다시 되새겨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 같아 괜시리 웃음이 입 밖으로 새어나왔다. 평범하게 넘어가는 법이 없네. 그게 싫지만은 않은 내가 더 웃기긴 하지만.
놀이터 한복판에 서 있어도 순영이는 어디에도 없었다. 이리저리 두리번거려도 깜깜한 밤하늘에 가로등 불빛에 의존하며 너를 찾고있는 나 뿐이었다. 얼른 네가 내게 다가와 빛이 되어주길 바라는 나는 괜히 안절부절이었다.
늦은건가..? 저번엔 순영이가 정리를 하며 시간을 벌었지만 이렇게 추운 날씨에 기다리다 못 참고 이미 가 버린 걸까.
직접 찾을 생각은 않고 너의 연락을 기다리기만 했던 수동적인 내가 미워지기 시작했다.
앞에 보이는 그네에 앉아 한숨을 뱉으며 혹시라도 가지 않았을 너를 기다렸다. 핸드폰 시계를 몇 번이나 확인했는지 1분이 1년 같이 느껴지도록 너는 내게 나타나지 않았다.
신발코를 못살게 굴었다. 바닥에 두드리기도 하고, 질질 끌기도 하고. 춥기도 하고 눈물이 나올 것 같아 일어나 가려는데 미운 네가 자꾸만 눈에 밟혀서 수십번은 더 마음을 다 잡았다. 더이상은 못 버티겠다 싶어 다리에 힘을 가득 주었다.
"오래 기다렸지."
뒤에서 누군가 걸어오며 말을 걸어왔다. 목소리며 걸음걸이며 누가 뭐래도..
"...순영아!"
"토끼가 너한테 많이 미안하대."
"보고 싶었어..."
그네 앞으로 다가오는 순영이에게 달려가 안기자 추운 겨울은 저 멀리로 갔는지 따뜻하고 포근한 봄이 찾아왔다. 바다 내음이 나는 여름도 다가왔고, 낙엽 밟는 소리가 예쁜 가을도 우리와 함께였다. 우리가 함께였던 지난 시간들이 파라노마처럼 지나갔다. 그간의 미웠던 마음들이 사그라들고 모든 게 용서 되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왜 그랬는지 이유는 묻고 싶었다.
"왜 그랬어, 왜."
"너한테 선물 줄 거 있어."
"선물? 뭔데..?"
"짠-"
순영이가 내게 건넨 건 다름아닌 종이 한 장이었다. 어두워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아 휴대폰 불빛에 비추어보자 대학 합격통지서였다.
"세봉대학교 합격통ㅈ.. 세봉대!?"
"하나 더 있는데."
"뭔ㄷ-"
'쪽-'
나와 똑같은 학교에 붙었다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보여주는 순영이를 쳐다보다 하나 더 있다는 말에 뭐냐고 다 묻기도 전에 내 입술 위로 가볍게 입맞춤을 한 순영이는 괜히 부끄러운지 눈을 마주치고는 다른 곳을 쳐다보며 내게 말했다.
"메리 크리스마스."
산타 할아버지에게 간절히 부탁해 받은 선물이라며 생색이란 생색은 혼자 다 부리고 있었다. 귀여우니까 봐준다.
그렇게 순탄치많은 않았던, 하얀 눈이 내려오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함께 맞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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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여러분!
원래 크리스마스 이브에 연재가 목표였던 아낌쪄입니다.
해피한 크리스마스 보내셨는지요...?!
26일에 메리크리스마스가 무슨 말이냐만은
여러분 해피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오늘 내용은 그냥.. 고3이 투닥거릴 이유가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조금은 예민할지도 모르는 대학 얘기로 한 번 싸워보게 했습니다...☆
진짜 현실 커플 같지만 마무리는 아니라는 거..?
그렇게 둘은 대학도 같이 가서 CC를 하겠죠?
그냥 둘이 결혼해서 잘 살았다고 할까요?
학생 여러분들은 곧 있을 방학을 위해,
직장인 분들은 (내 글을 읽으실까..?) 6일 뒤에 찾아올 주말을 위해
우리 모두 힘내요..!
좋은 꿈 꾸고
2016년의 마지막 주, 힘내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토끼의 고백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