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도 연재 덜했는데
또 쓰고싶은 연재물들이 잔뜩 떠올랐어여
살려줘여
옆_집_어린_아저씨_-4.txt |
수능은 아직 한참 멀었는데 애들이 수능공부라면 눈에 불을 켜고 한다. 물론 나도 그래야 하는데 왜 이리 위기감이 없는지. 고3맞나? 의심이 들 정도다. 대학 안갈꺼라고 뻐팅기는 애도 있고 나처럼 아무 생각 없는 애들도 있고 아니면 방금 말했듯이 공부에 미친 애들도 있다. 공고래도 하는 애들은 하는구나.. 턱을 괴고 열심히 뭔갈 풀고있는 실장의 뒷통수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뭔 일이냐고 묻는 바람에 어? 아니,그냥 하고 멋쩍게 하하 웃어버렸다. 뒤에서 우지호와 박경이 혹시..짝사랑? 같은 개드립을 친다.
"난 여자 좋아하거든"
"방금 전 눈빛이 예사롭지않던데?"
"눈에서 레이저나오겠"
"shut up"
내 등을 주먹으로 툭툭 치며 남자답게 다가가라는 둥 박력있게 손목을 잡으라는 둥 지랄이다. 어디서 인터넷 소설같은거 하나 주워읽고와서는.. 한숨을 내쉬며 책생에 엎어졌다. 교과선생님이 날 가르키며 또 엎드리냐 핀잔을 주셨지만 아랑곳않고 눈을 감았다. 선생님도 잠시 조용해지시더니 헛웃음을 지으며 쟨 대학 안가려는갑다 하고 다시 수업을 이으셨다. 대학 안가면 시간은 많겠다. 아저씨랑 더 놀 수 있으려나.
또 다시 든 아저씨 생각에 혼자 실웃음을 내지었다. 아저씨 생각 그만해야지 그만해야지 하는데도 연기가 피어오르듯 나는 뿌옇한 기억이 머릿속에 가득 찼다. 그러고보니 저번에 천둥번개를 무서워하던 아저씨가 새삼 어린애같다고 느껴졌다. 나도 안 무서워하는걸 그 나이도 나름 많은 아저씨가 덜덜 떨면서 있었다는게 갑자기 웃음이 터져 수업 중 웃음을 참느라 고생했다. 몸에 힘을 꽉 주고 아랫입술을 꾹 깨무니 웃음기가 사라져가는것 같다. 후- 작게 숨을 뱉었다. 나도 참 미쳤지. 쉬는시간이 되자 우지호가 뭔 꿈을 꿨길래 그렇게 웃었냐며 발로 의자를 퍽퍽. 옆에 박경이 맞장구로 꿈에서 실장이 나왔나봐- 박수를 치며 아줌마들 마냥 어머어머거렸다. 우지호가 으하하 웃더니 갑자기 벌떡 일어서 크게 소리쳤다.
"야 실장!!얘가!!"
바로 일어서서 입을 막았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대형참사 날 뻔 했다. 약 했냐? 입을 막은 손을 놓지않은 채 실장에게 하하 미안 어색하게 사과를 해야했다. 어벙한 표정으로 우릴 쳐다보곤 다시 눈을 책에 박는다. 우지호가 그 큰 키로 버둥버둥거리니 입 막기 참 버겁다. 지랄 말라는 내 말에 고갤 끄덕이며 손가락으로 ok 표시를 날리길래 천천히 손을 뗐다. 숨을 크게 후하후하 내쉰 우지호가 씩씩대며 날 쳐다본다.
"내가 팍팍 밀어주려했더니"
"넌 니 짝꿍이랑 잘해봐라"
"아 시발,더럽게"
박경이 진심으로 기분나쁘다는 듯 인상을 마구 찡그렸다. 그에 우지호도 욕을 읖조리며 인상을 굳힌다. 서로 내가 더 기분나쁘니 하며 투닥거리다 우지호가 자기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박경이 자기는 김사랑 같은 여자가 좋다며 헤벌쭉. 우지호가 냉담하게 그런 여잔 너 같은 새끼 안만남 하고 딱 잘라버렸다. 거기에 자신의 매력을 발산해 보이겠다며 어깨를 미친듯이 턴다. 저건 무슨 신들림인가.. 의자에 앉아 잠시 감상했다. 뭔가 더기춤 같다고 하기엔 경박하고.. 뭐지? 내가 춤을 엄청 잘추거나 그런 건 아닌데 저건 좀 심했다.
"야 김유권"
"넌 그럼 어떤 스탈이 좋냐"
말만하쇼!이 형님이 밀어줄테니! 큰소리 떵떵치며 주먹으로 자기 가슴을 퍽퍽친다. 그러곤 아 살살칠걸... 아리다며 끙끙 앓는다. 박경이 매력발산을 다 했는지 자기자리에 앉았다. 나는...
"좀 어린애같이 귀엽고 순진"
"콜."
"..엥?"
"이 형님이 구해다준다"
내 양쪽 어깨를 덥썩 잡고는 자기만 믿으라는 듯 확신에 가득 찬 눈빛을 나에게 쏟아낸다. 아니 난 괜찮은데, 손사레까지 치며 거절하니 옆에 박경이 이런 기회 잘 없어- 바람을 잡는다. 쟨 약장사했으면 참 잘했겠다. 어색하게 하하 웃으며 끝까지 거절하는 날 뚫어져라 쳐다본 우지호가 작은 목소리로
"혹시 벌써.."
은밀하게 묻는다. 어린애같고 귀엽고 순진한 사람이 하나 있긴하지. 그것도 옆집. 내 말에 박수까지 짝짝 치며 운명드립을 친다. 너네 둘 운명이네 가서 고백해라. 웃기는 소리하고 앉아있다 참. 내 말에 급 호기심이 생긴 듯 이것저것 물어본다. 해봤자 한마디로 딱 정리하면 이쁘냐? 지만. 나름 예쁜 편이지. 하는데 또 오오- 마치 방청객 알바하러 온 학생같이 큰 소리로 호응하며 박수를 쉴 세 없이 쳐대는데 아저씨인걸 알게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내심 궁금해서 일단 나이를 공개했다. 그랬더니 연상킬러냐? 나이 너무 많은데? 적어도 띠동갑이네! 따발총같이 두두다다 말하며 질겁을 한다. 간간히 농담으로 돈 많냐? 라는 질문이 나와 어쩌다보니 직업까지 불었다. 돈이 많은건 아니지만 없는 것도 아니고.
"그 아줌마가 뭔 매력이 있길래.."
"아줌마 아냐"
"30대라며"
그럼 아줌마지- 어깨를 으쓱이는 둘이다. 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아무리 여기가 남자밖에 없는 공고고 하지만 여고가 없는 것도 아니고 애들이 게이드립을 치는 것도 다 장난이니까. 잘못 말했다가 이게 커밍아웃이 되버리면 난 전학온지도 얼마 안된 이 학교에서 게이로 소문 나 왕따가 되겠지.. 뭘 그렇게 골똘이 생각해? 박경이 책상을 손바닥으로 탕탕 쳐 어? 하고 정신을 차렸다. 아니 뭐.. 자꾸 어물쩡거리는 내 모습에 장난인지 진심인지 우린 니가 남자를 좋아해도 이해할 수 있어! 어깰 두드린다. 숨겨야하나 근데 내가 그 아저씰 진짜 막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가끔 생각나고 그런건데. 꼬리에 꼬릴 물며 고민이 늘어난다.
"아 빨리말해"
"진짜 남자?"
"...아씨"
"..와..그렇게 안봤는데"
벙찐 표정으로 날 본다. 이제 난 끝이야. 당황스런 표정으로 둘을 쳐다보니 내 손을 꼭 잡는다. 그리곤 한다는 말이
"이 형아들이 도와줄께,우리 유권이 많이 힘들었죠?"
"담임흉내냐?"
"우리 유권이 이제 걱정마세요"
"그만해"
지들끼리 킥킥 웃으며 재밌다고 박수친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다. 왕따 안 당한게 어디야. 안도감에 웃음이 나 같이 크게 웃어버렸다. 그랬더니 갑자기 정색을 하며 지금 이럴때가 아니야 하고 분위기 잡는 우지호다. 뭔 지랄을 또 하련가 걱정이 앞선다. 저러다 쟤 결혼은 커녕 연애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엄마같은 고민이 들었다. 아저씨가 날 보면 이런 느낌일까. 뭔가 모성애가 터져나오고. 난 아저씨에 비하면 아직 많이 어리니까. 뭔가 왠지 모를 씁쓸함이 덮쳐왔다.
"유권이 연애를 성사시켜줘야지!!"
우당탕. 어찌나 세게 일어났는지 의자가 쓰러졌다. 순간 모든 반 아이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쉬는시간이니 다행이지 수업시간이였으면. 어휴 상상만해도 스트레스다. 우지호는 주윌 휙휙 둘러보곤 소심하게 의자를 원상복귀시켜 앉았다. 그 순간 아이들이 다시 자기 할 일을 하기에 바빴다. 옆에서 조용히 말 없던 박경이 쯧쯧 혀를 찼다. 또 쌈박질이다.
"사랑 싸움은 나가서-"
내 말에 멱살을 쥐고 흔드는 박경이다. 것도 온갖 욕설을 다 퍼부으면서. 농담입니다,joke 몰라? 해명하며 가까스로 박경을 떼어냈다. 조용히 셋이 머리를 맞대고 속닥속닥. 마치 무슨 미드에서 나오는 기밀요원들 같다. 근데 내가 그 아저씨를 좋아하는게 아니라..
"뭔가 그냥 자꾸 생각나고"
"그게 좋아하는거지"
"웃겨서 생각나는건데? 개그처럼"
"그래그래 니 맘 다 알아"
등을 토닥이며 마치고 콜? 은근한 눈빛을 쏟다낸다. 고갤 절레절레 흔들며 안된다고 거부했는데..
하교종이 치자마자 내 가방을 붙잡고 앞장 서! 방긋웃는 둘이 참 밉상이다. 물론 가방이 잡히고도 못 볼 수도 있니마니 온갖 거절의 말은 다 해보았지만 씨알도 안먹혔고 집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가방을 붙잡힌 채 있어야했다. 복도에서 우왁거리며 시끄럽게 떠드는데 웅웅 울려 귀가 아파왔다. 얼른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가버렸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더니 신발을 멋대로 벗어던져둔 나쁜 놈들이 거실을 점령했다. 두 명 뿐이지만 그 두 명에게서 받는 데미지가 엄청 나 다리가 휘청할 정도였다. 큰 목소리가 데미지에 한층 더 더해지는 것 같아 바닥에 주저앉아 눈을 감았다 떴다. 입 쉴 틈도 없이 주절주절. 둘이서 내 연애에 뭐 그리 오지랖이 넓은지 온갖 질문을 해대며 추리를 한다.
"스킨십"
"천둥번개 치길래 무서워서 안고있던게 전분데"
"열-자연스러운 스킨십"
"역시 우리 유권이,선술세"
"닥쳐라 좀"
날 도와주려하는건지 날 놀리려하는건지.. 절로 한숨이 터져나왔다.
"아저씨는 너 어떻대냐?"
"내가 그걸 어떻게 아냐고!"
"...아하!"
하여간 별 도움도 안되는 것 둘이 아주 잘한다. 다음번에 고맙다고 죽이나 쒀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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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남살인사건의 전말 아시죠? 그거 보니까 삘와서 그런 류도 써보고프고
늑대소년 보지는 못했지만 그런 류도 써보고프고..
근데 이거도 연재 덜 끝났고 너무 행복하고^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