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외로 범권만큼 인기가 좋은게 지권같아여
글 추천수와 조회수를 보면...
지권러들 많아여 헝헝 사실 지권으론 달달하게 안써서 그럴지도 헤헿ㅎ헤헤
범이는 왠지 달달할 삘인데 지호는 개 쎔 난 짱 쎔 삘ㅋㅋㅋㅋ
102동_1004호.txt |
"권아"
내 목소리에 고갤 휙 돌리더니 슬금슬금 걸어왔다. 그러더니 쇼파 위에 올라와 눕는데 그 모습이 귀여워 마구 머릴 쓰담았다. 고릉거리며 얌전히 눈을 감는 권이다. 사실 일반 고양이라면 이렇게 하기가 까다로운데 어찌된건지 권이는 애교성이 심했다. 강아지라고 하면 믿을 정도. 이름을 부르면 쪼르르 걸어와 다릴 붙잡고 늘어지고 잘 때도 꼭 사람 옆에 붙어자는데 정말 안 본 사람은 얘가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 심지어 귀를 살짝 잡아당겨도 눈을 껌뻑이며 쳐다볼 뿐 할퀸다거나 깨문다거나 경계하지 않는다. 처음 집에 왔을 때도 되려 내게 매달리며 끙끙거렸던 놈이다. 거기에 반해 하루종일 안고 집 안을 돌아다녔다. 수컷인데도 불구하고 풍기는 분위기가 암컷스러워 처음 권이를 보았을 때 잠시 당황했었다. 집에도 이미 수컷이 하나 있는데.. 하고 고민했지만 뭔가에 홀린 듯 난 이미 분양을 받고 난 후에 정신을 차렸다. 품에 안겨 주윌 두리번거리는 폼이 귀여웠다. 마치 내가 어디 감수성이 풍부한 소녀라도 된 것 마냥 내 감정을 다 끌어올리는 매력이 있었다. 니가 사람도 아니고 왜 이러냐 나한테. 궁시렁 말할 때면 마치 알아듣는다는 듯 고갤 갸웃이며 입을 오물거렸다. 그런데 이런 달달한 과정 속에서 한 가지 걸림돌이 있었다.
원래 이 동네로 이사오기 전부터 기르던 고양이였다. 성격이 까칠해 키우기 힘들다며 무작정 이모가 맡긴 고양이인데 왜 키우기 힘든 고양이를 내게 맡긴건지 모르겠다. 이름은 지코랜다. 촌스럽다. 내 말에 발끈한 이모가 왜! 귀여운데 왜! 하며 매서운 손으로 등짝을 두 세번 때려 아, 귀여워. 귀엽네! 하고 인정했다. 생각하자니 아직도 맞은 그 등짝이 아리다. 이모는 깔깔 웃으며 원래는 지혼데 귀여우라고 지코! 하며 지코인지 지호인지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지호는 혼자 딴 짓하기에 바빴다. 지호를 데려가기 위해 안아들려하자 털을 바짝 세우고 날 노려보았다. 그 때 느낀게 아, 개고생하겠다. 였다. 그리고 그 느낌은 정말 완벽히 적중했다. 정말 고양이다운 성격에 식은 땀까지 흘려가며 키워갔다. 멀쩡히 책상 위에 잘 있던 우유를 손으로 밀어버리질 않나, 내 과제를 엉망으로 망치질 않나 남아나는 가구도 없었다. 그럴 때 마다 화를 엄청 많이 냈는데 그것마저 철저히 무시했다. 결국 난 완전 뒤치닥거리 해주는 하인이 되버렸다. 그런데 권이가 집에 들어 온 순간 지호가 약간 달라졌다. 뭔가 조용해지고 한 가지에 몰두하는 놈이되었는데 그 한 가지가 권이 관찰이였다. 처음 그 모습을 보았을 때 난 지호가 혹시나 저 여린 권이에게 텃세라도 부릴까 조마조마했는데 지호는 그냥 쳐다보기만했다. 권이가 이리저리 돌아다닐 때 마다 캣 타워 위에 올라가 한참을 두리번대며 내려보더니 권이가 다른 방에 들어가버리면 얼른 뒤 따라 그 방으로 들어갔다. 지금보니 스토커같기도 하고. 권이도 처음엔 신경 안 쓰는 듯 자유롭게 돌아다녔지만 그런 일이 지속되자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머뭇거리는 듯 앞발 하나를 뗐다 붙였다했다.
"권아 이리와,"
내 목소리에 귀를 바짝 세우고 얼른 달려와 무릎 위에 누웠다. 숨을 크게 내쉬며 긴장하는 눈치길래 지호를 쳐다보았다. 눈빛이 장난아니다. 저런 시선을 계속 받고왔던거야? 부담스럽다 못해 무서운 지호를 피하기위해 권이를 끌어안고 방으로 들어갔더니 무서운 속도로 달려와 내 다리 옆에 섰다. 놀라 억, 하고 소릴치자 목을 긁는 소릴 내며 곧 날 죽일 듯이 으르렁거린다. 그 모습에 권이는 품에 더 파고들어 찰싹 달라붙고. 완전 겁에 질린 듯 오들오들 떨었다. 머릴 두 세번 쓰다듬으며 권이를 진정시키는데 내 손이 움직일 때 마다 지호 주둥이가 움찔. 왠지 내 다리를 타고 바짝 올라와 날 물 것 같은 무서운 예감에 방에서 뒷걸음질 쳤다. 지호는 방에서 날 끝까지 쳐다보아 결국 문을 닫아버렸다.
-그윽
손톱으로 문을 긁는 소리가 한 번 들리기 시작하더니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가히 소름이다, 지호의 저런 모습. 혹시 이모도 지호가 저래서 나한테 준 게 아닐까.. 권이는 품에서 안 떨어지려는 듯 내 옷을 잡았다. 문이 긁는 소리가 늘어났다. 바짝 약이 오른 울음소리에 그 날은 지호가 지칠 때 까지 나도 방에 들어가지 못하고 쇼파에서 권이와 지내야했다.
*
"형, 또 고양이 키운다면서요?"
"아..어, 진짜 귀여운 애."
"나 구경갈래!! 구경!!"
소리치지마.. 나란히 대학로를 걷던 지훈이 악악 소리를 질렀다. 아 귀 아퍼, 두 손으로 귀를 막자 주위 눈치를 보더니 하하 멋쩍게 웃음지었다. 그 목소리로 소릴 지르냐, 내 핀잔에 에이- 제 목소리가 어때서요, 하고 이상한 손가락 춤을 추며 구경구경- 노랠 부르는 지훈이였다. 넌 고양이가 그렇게 좋냐? 아뇨, 형 집이 커서 좋아요. 솔직한 대답에 나도 웃고 말았다. 휴대폰을 몇 번 만지작 거리며 정신없이 이야길 나누다 보니 어느 새 집 대문 앞이다. 도어락을 풀고 문을 열었다. 거실에서 타닥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후다닥 달려나오는 권이다. 마치 강아지를 대하듯 안아올렸다.
"얘에요?"
"어, 권이."
"이름 왜 그래요.."
"내 맘이지."
"누가 게이 아니랄"
뒷통수를 세게 한 대 치니 아 농담도 못해요? 하고 오히려 지가 큰 소리다. 신발을 대충 벗고 들어와 권이를 다시보는데 아니나다를까 또 겁에 질려 끙끙거렸다. 집에 없는 동안 지호가 또 그렇게 무섭게 쳐다 본 모양새였다. 지호는 방문 틈 사이로 얼굴만 삐죽 내밀고 우리 셋을 쳐다보다 내 쪽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지호를 오랜만에 본 지훈이 쟤 왜 저래요? 하고 물어왔다. 그게.. 하고 전부터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주니 어휴 무서워라 하며 양 손으로 두 팔을 문질렀다. 형이 그냥 싫은거 아니에요? 깝쭉거림도 잊지않았다. 그러다 결국 나한테 한 대 더 얻어맞고 죄송함다.. 고갤 숙였다. 지호는 지호대로 너는 너대로 날 짜증나게 만드냐 중얼거렸다.
"전 적어도 저렇게 무섭게 보진않아요."
아직도 우릴 쳐다보고있는 지호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지훈이 말했다. 내 무릎 위 조그만 권이는 아예 고갤 돌려 눈을 감았다. 나도 지호를 무시하고 권이를 쿡쿡 건드렸다. 귀에 내 손가락이 닿자 귀가 움찔대며 움직이더니 곧장 눈을 뜨고 날 쳐다본다. 얘 봐봐, 완전 이쁘게 생겼지. 자랑하기에 바쁜 날 보며 지호도 좀 자랑해보라며 큭큭 웃었다. 지호는...
"무섭지."
"그리고요?"
"..무서워."
"그리고요?"
"무서운데."
"...그래요, 거기까지 해요."
둘 다 웃음이 터졌다. 근데 사실인걸. 하하 웃는 와중에도 지호는 덤덤히 우릴 보고있었다. 권이가 몸을 일으켰다. 긴 몸에 상체에 찰싹 달라붙어 고갤 꺾어 날 본다.
"난 얘가 사람이였음 좋겠어."
"어휴, 뭘 어쩌시려고."
"...그냥 사람이였음 좋겠다고."
"어련하시겠어요, 형."
너 오늘 좀 기어오른다? 하고 입꼬릴 잔뜩 끌어올려 웃어주니 분위기 파악 못 하고 전 원래 이렇잖아요, 뻔뻔히 어깰 으쓱였다. 한 대 더 때리려다 요즘 너무 자주 때리는 것 같아 참기로했다. 후.. 낮게 숨을 내쉬며 권이를 내려다보았다. 입이 벌어졌다 다물어졌다하며 날 계속 쳐다보더니 코를 맞댔다. 차가워, 하며 웃고있는데 뭐가 휙 달려왔다. 쇼파로 뛰어 올라오길래 놀라 고개를 뗐는데 순식간에 권이를 지탱하던 내 손을 확 물어버렸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검지 손가락쪽. 바로 손도 뗐다. 옆에선 헐, 형 괜찮아요? 하는 걱정의 동굴톤이 들리는데 눈 앞에서 권이가 목이 물린 채 끌려가는 꼴을 목격했다. 자기보다 작은 체구의 목을 확 낚아채 버리는데 그 전에 일단 내 손이 너무 아프다. 물린 자국 그대로 피가 질질 나 옆에 있던 지훈이 가장 당황했다. 허둥지둥거리며 탁자 위 휴지를 들고 와 내게 주는데 대충 닦고 치우려했던 내 의도와는 다르게 계속 피가 나 나도 당황했다.
"형 이러다 빈혈오는거 아니에요?"
"시끄러워, 권이나 구해와."
"제...제가요?"
"그럼 여기 너 말고 시킬 애가 누가 있어?"
"저 물리면 그 자리에서 울 거 같은데.."
시선을 이리저리 분산시키며 갈까말까 고민하는 지훈을 보다 내가 간다, 하고 일어섰다. 그제서야 내 뒤에 따라붙어 형 파티맺어요, 드립을 치는 지훈이였다. 방에서 듣기싫게 찢어지는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설마 지호가 권이를 물어죽이는게 아닐까 발걸음을 빨리하여 방을 보았는데, 굉장히 보기 묘한 장면이 나왔다. 뭐야 이건. 옆에서 지훈이 어.. 말을 잇지 못 하고 쳐다만 보았다.
다들 알다시피 동물의 짝짓기. 대체적으로 발정기에 하기 마련이다. 근데 내가 알기론 지호나 권이나 발정기가 아니다. 근데 지금 내 눈에 보이는 저 상황은 무엇이란 말인가. 나도 처음 보는 충격적인 장면에 입이 벌어졌다. 물론 이미 당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였지만 잘못했다간 끝장나는 비상사태였다. 이리저리 꿈틀대며 발버둥치는 것을 두 앞 발로 짓누르는데 동물의 세계에서도 강간이 행해지는구나. 그것도 동성. 하고 깨달았다. 넋이 나간 날 두고 남자답게 방으로 들어간 지훈이 권이를 구출해내겠답시고 손을 뻗었다가 되려 역관광을 당했다. 아!! 하는 지훈의 소리에 퍼뜩 정신이 들어 우여곡절 끝에 지호를 잡아 들었다. 온 몸을 비틀며 네 다리를 버둥버둥. 어쩔 수 없다며 철장 안에 넣곤 문을 닫았다. 권이가 후다닥대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제 풀에 지쳐 바닥에 엎어졌다. 우리 둘은 상처투성이가 된 손을 보며 허탈하게 웃었다.
"형, 쟤 꺼내지마요. 평생."
"..그럴까?"
"완전 무서운 놈이네, 저거"
역시 주인 닮는다더니.. 뭐? 내가 되묻자 어휴 아니에요! 하며 손사레를 친다. 양 손에 난 상처에 약을 바르며 힐끔 철장 쪽을 바라보다 눈이 딱 마주쳤다. 그러자마자 그릉대며 바로 경계태세를 펼치는 지호다.
평생 꺼내지 말라는 지훈의 말을 들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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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불맠달고 번외로 저 고양이 시점 쓰면
웃길듯 껄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