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그 어디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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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올 것 같지 않던, 그리고 그리던, 우리가 정말 기다리던 여!!름!!방!!학!!이 되었다. 진짜 언제쯤 종강을 할까 언제쯤이면 방학이 올까하고 매일 디데이를 세었던 것도 엊그제가 된 것이다. 시험 마지막 날이 곧 종강하는 날이라, 시험지를 제출하자마자 상쾌한 기분으로 기지개를 펴며 최대한 학교를 빠르게 벗어나고 있었는데...
" 야~~~~~~~~~~김시민~~~~~~ "
미친, 문태일이다. 튀어야 한다. 나를 부르며 달려오는 문태일에 기겁하며 내 인생 최대의 속도로 버스 정류장을 향해 달렸다. 이 정도면 문태일도 지쳐서 포기했겠지 하며 괜히 뿌듯함에 새어나오는 웃음에 실실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느껴지는 불안한 인기척은 뭐랄까...문태일이랄까...ㅎ 역시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내 뒤를 돌아보자마자 문태일이 ⊙_⊙ 이 표정을 짓고선 나를 험상궃게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 왜 나랑 같이 안 가려고 해? 나 좀 섭섭해. "
음, 내가 말했던가. 난 귀여움에 굉장히 약하다. 굉장히 사소한 귀여움에도 미친듯이 반응하는 성격인데 이건 뭐랄까... 너무 귀엽잖아..!!!! 삐쭉하고 튀어나온 입과 잔뜩 쳐진 눈꼬리를 보고있자니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결국... 문태일의 볼을 마구잡이로 잡아당기며 ' 너 너무 귀여워!!!! 알아???? 귀엽게 굴지마!!!! 정든다고 이 짜식아!! ' 라고 외쳐버렸다. 맙소사.....
그 버스 정류장이 정재현이 있는 것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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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다 망했어 거기에 정재현이 있을 건 또 뭐람.. 아 짜증나ㅠㅠㅠㅠㅠㅠㅠㅠ "
" 왜? 정재현은 누구고 무슨 사이길래 난리야? "
치킨 조각을 뜯으며 묻는 동생 동혁이의 물음에 한숨만 푹푹 쉬고 있으면 내 옆에 앉은 태일이가 나 대신 답한다. ' 음...시민이 전남친...은 아니고 전에 썸탔던 사람일걸 ' 그 말을 듣자마자 동혁이가 그게 대수냐며 뭘 그렇게까지 신경쓰냐고 치킨이나 뜯자고 한다. 근데 이 새끼 은근슬쩍 닭다리 집는 것봐라.
" 동혀가아아앙ㅇ 술 좀 가져와봐~~~ "
" 김시민 쟤 또 취했어? 아 진짜 형 안 말리고 뭐했냐 "
" 몰라 자꾸 들이키는데 말릴 수가 있어야지... "
" 참 형도 답답하다. 좋아하면 고백을 하든가 대체 몇년째야. 이렇게 누나 뒤치다꺼리나 하면서 지낼거야? "
뭘 어떻게 해. 시민이 어차피 나 남자로 안 봐.
내 자신 없는 대답에 동혁이는 답답하다는 듯 연신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내가 뭘 어쩌겠어. 날 친구로밖에 안 보는데... 괜히 더 울적해졌다. 한껏 술에 취해 헤벌쭉 웃고 있는 김시민을 보니 마음이 더 착잡해졌다. 내 마음도 몰라주고 정재현은 그렇게 신경쓰였냐. 너무해 김시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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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아아암- 아이구 잘잤다아ㅎㅎ "
아아아~~~문탤 해장하자!!! 콩나물국 끓여줘!!!! 큰 소리로 외치며 동혁이방에 들어가 문태일을 찾았지만 문태일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당연히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에 부엌으로 가 해장할 거리를 찾다가 냉장고에 붙여진 포스트잇을 발견했다.
「 술 좀 줄여 몸 상한다. 나 오늘 일 있어서 먼저 나가니까 콩나물국 데워먹어. 」
역시 문태일이 짱이야!!!! 헿 당장 콩나물국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겨 식사 준비를 했다. 밥도 꺼냈고 콩나물국도 데웠고 완벽하다 완벽해!! 태일이도 같이 먹었으면 좋았을텐데 갑자기 머리에 문득 문태일 모습이 스쳤다. 항상 같이 있어서 빈자리를 못 느꼈는데 막상 같이 없으니까 엄청 보고싶네. 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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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알바 면접이 있는 날이다. 무슨 알바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바로 알바의 고전이라는 편의점 알바 되시겠다. 편의점 앞에서 크게 숨을 한번 들이쉬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근데 점장님은 안 계시고 알바생 한명만 덩그러니 있었다. 무슨 일이지 이건... 혹시 내가 잘못 왔나싶어 앞에 있는 알바생에게 여기가 무슨 지점이냐고 물었다.
" 아, 혹시 김시민? "
" 아 네... 근데 제 이름은 어떻게 아세요? "
딱봐도 알바생처럼 보이는 사람이 내 정보를 알고있다는 것에 의아해서 다시 물었더니 알바생은 어깨를 으쓱하며 ' 아, 점장님 조카라서요. ' 라는 말을 남기며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알바생은 휴대폰으로 전화를 거는가 싶더니 어느새 점장과 얘기가 된건지 휴대폰을 내려놨다.
" 오늘부터 일하시래요. "
아니...이게 무슨.... 면접 안 봐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얼떨떨한 기분에 재차 물었더니 ' 점장님 안 보는 것 같아도 다 보고 있어요. 쩌어기로- ' 하며 알바생이 cctv를 가리켰다. 생각보다 무서운 점장님이라 생각하며 알바생에게 악수를 청했다. ' 반가워요. 난 앞으로 같이 알바하게 될 김시민이에요!! ' 나름 깨발랄하게 인사했는데 알바생은 이미 아는데 굳이... 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똑같이 말했다. ' 아네... 저도 반갑고요. .;; 전 이민형이에요. 아마 그쪽보단 한살 어릴거고요. ' 라는 말로 나를 당황시켰다. 아니 나보다 어리다니... 잠깐 그럼...열아홉..?
" 나보다 한살 어리면 열아홉 아니에요? 열아홉살도 알바할 수 있어요? "
" 아 보다시피 내가 점장님 조카라- "
나보다 한 살 어린 알바생은 찡긋 웃으며 나에게 다시한번 빽을 과시했다. (적어도 나에겐 그렇게 보였다.) 뉘예뉘예...잘 부탁드리겠쯤니다... 속으로 생각한 게 표정으로 드러난 건지 이민형은 굉장히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 누나 어디 아파? ' 라고. 은근슬쩍 말도 놓고.
하하하핳 안녕하세여~~ |
아니 이게 무슨 철지난 여름 이야깁니까. 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ㅎ 음 겨울이니까 마음 따뜻하게 여름을 배경으로 설정했다는....건 아니고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원써겐 듣다가 갑자기 꽂혀서 쓰게 됐습니다. 노잼 스멜이 나서 읽어주실분이 계실지는 미지수지만 혹시 읽으신 분들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제 마음은 따뜻해질 거예여....ㅠㅁㅠ 귀차니즘이 굉장히 심해서 다음 편이 언제 올라올지는 모르겠지만 기다리는 분들이 계시다면 최대한 빨리 오도록 할게여 근데 진짜 읽으실 분들이 계실까....(시무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