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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몬스타엑스 이준혁 샤이니 엑소 온앤오프 김남길
품절남 전체글ll조회 531l 2











그 다음 날 학교에서 김민석을 만날 수 없었다.

그 다음날, 그 다음날도 몇일이 지나도 민석의 교실을 찾아가 봐도,

학교 복도와 운동장을 돌아다녀 보아도

민석의 털 끝 하나 볼 수 없었던 루한은

점점 답답해지는 마음과 또 한켠에서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새록새록 솟아나와 딱 미칠 지경이였다.





점점 자신들을 피하고 쉬는 시간만 되면 어딜 나가는지

교실 밖을 나갔다가 종이 치면 그제서야 자리로 돌아오는

루한에 경수는 약간 섭섭한 마음마저 생길 지경이였다.





수업시간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한손으로 펜을 빙빙-돌리며 무엇을 생각 하는지

한 손으론 턱을 괴며 골똘히 앉아있는 루한의

옆 모습을 바라보던 경수는 





"무표정도 잘생겼네.."





저 혼자 루한의 모습에 감탄하며 검은 뿔테안경을 한번 치켜 올리곤

다시 칠판을 보며 필기를 마저했다.











오랜만에 햇빛이 쨍쨍한 하늘 아래

루한과 경수, 백현이 나란히 하교를 하고 있었다.



"내일봐."


"응. 루한 조심히가"


"내일 보자."





자신의 집 방향으로 꺾어들어간 루한이

짧게 인사를 하곤, 손을 흔들어 보이며 집을 향해 갔다.

몸이 절로 축축 쳐지는 더운 날씨에

가방을 걸치듯 몸에 메고는 오피스텔로 들어가는 루한.



집에 들어와 가방을 신발장 옆에 대충 놓고는

더운 날씨에 땀에 젖어 살짝 축축해진 교복을 세탁기 안에 넣고는

샤워를 하고 느껴지는 갈증에 냉장고를 열어

물을 컵에 따라마신 루한이 거실에 앉아 티비를 틀었다.



바로 틀어지는 화면에 나오는 사람들의 하하호호 웃으며

이야기 하는 장면을 무표정으로 보는 루한.

티비를 보고 있으면서 내용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무 생각없이 티비를 보다 밥을 먹고 시간을 떼운 루한이

어느덧 뉘엿뉘엿 해가 진 창밖을 보고, 오늘은 좀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생각을 하며 방으로 들어갔다.


















"..."



자신의 방 책상위에 놓인 노란 곰인형을 바라 보는 루한.

이내 책상 앞에 아예 의자를 꺼내 앉아

두 손으로 인형의 양 손을 잡고 빙글빙글- 가지고 놀기 시작한다.

인형 옆에 달린 열쇠가 맑은 소릴 내며 달그락 거린다.











1학년 3반 김민석꺼!








왜 이걸 일찍 못 봤을까.

인형의 꼬리 부분 옆에 작게 달린 하얀 천에

동글동글 귀엽게 적힌 글씨를 보며 혼자 피식 웃는 루한.

글씨도 꼭 저 같이 귀엽게 쓴다.

그나저나 1학년 3반 이라니..

지금 제 나이가 2학년 인데 적어도 1년넘게 들고 다니는 걸 보니

민석이 아끼는 열쇠고리 인 것 같았다.


민석을 생각하며 절로 입가에 지어지는 미소에

자신이 이상하다 느끼면서도 미소를 멈추지 않는 루한.




"너 맞잖아."





아무래도 그 날 자신의 집에 데려온 노란머리의 남자가

이걸 자신의 방 바닥에 실수로 흘리고 간 것 같다.

아니, 확실했다. 제가 주위에 아는 김민석 이라는 남자는

그 아이 밖에 없으니깐. 

민석이 다쳤던 그 날은 민석을 거실 쇼파에서만 간호했고, 자신의 방에

들인 적이 없었기에, 민석이 잠이 든 상태에서

이 방에 들어와서 열쇠고리를 흘리고 갔을 리는 없다.

민석과 그 남자가

동명이인 이라는 말도 안되는 가능성을 배제하면은.























다음 날 학교에 도착 하자마자 루한은

가방을 자리에 던지듯 놓곤,

그 날 민석을 발견했던 교실로 향해 뛰듯이 걸어갔다.




학교에 도착 하자마자 자신들은 본체만체

인사도 하지 않고 교실 밖으로 나가버리는 루한을

경수와 백현이 이상하게 쳐다보다,

다시 자기들끼리 잡담을 늘어놓으며 떠들어대기 바빴다.




















"저기.."




"하하하!!그래서 어제 걔가 뭐랬냐면.."






"야."









어? 뭐야.



자신을 툭툭 치는 루한의 손길에

눈이 동그래져서 루한을 돌아보는 남자.





그 때 민석과 함께 이야기를 하던 무리들을

발견 한 루한이 저들끼리 재미나게 잡담을 하던 남자들 중

한명을 조심스럽게 불렀다.














"김민석. 아직 학교 안왔어?"



"민석이?? 아직 안 왔는데."


"걔 자퇴한거 아니냐? 맨날 안와."




자신을 부른 루한에게 친절하게 웃으며 말 하는 남자.

그나저나 자퇴라니.




"뭐..? 자퇴 했다고?"


"확실한건 아닌데.. 우리가 민석이랑 그나마 친하거든.

근데 말도없이 몇일 전 부터 학교 안 나오던데?"







루한도 몇일 전 부터 민석을 내내 찾았으니

민석이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일단 알겠다며 고맙다고 인사 한 루한이

교실로 돌아왔다.



머리속이 혼란스러워져왔다.

자신이 왜 민석을 찾아야 하는지 부터

학교를 나오지 않는 민석을 무슨수로 찾아야 하는지


루한은 교실에 돌아와 경수의 옆 자리에 앉았다.





"루한."


'응"




요즘 바쁘다 너?





장난스레 입을 삐죽이며 루한에게 말 하는 경수.


그도 그럴것이 요즘들어 점심시간과 하교시간을 빼면

항상 교실에만 붙어있으며 자신들과 놀던 루한이

매일같이 쉬는시간마다 교실밖을 나가버리는 탓에

경수와 백현 둘이서만 지내는 시간이 많아진 것이다.


한번은 루한이 뭐 하나 싶어 몰래 뒤를 따라 나갔는데

왠 다른 반 교실 앞에서 서성이다가

학교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는 것이 다였기에

경수는 루한이 갑자기 이러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미안. 일이 있어서.."



"그래...?"





괜히 더 물어보면 자신이 마음 상한것을 들킬 것 같아서

속좁은 남자가 되기 싫었던 경수는 쿨하게 대답을 해 주었다.




경수의 물음에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 하던 루한이

다시 안경을 한 손으로 치켜올리며 수업에 집중하는 경수에,

속을 쓸어내리며 자신 또한 책을 펼쳐들고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날씨 좋다!"



학교가 마친 후,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책가방을 메고 팔랑팔랑 걸어가는 경수.


그 뒤에서 그러한 경수를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띄우며 바라보며 걷는 백현.






"요즘 루한이 여자친구 생겼나봐!"


"어..어?"




웃으며 걸어가다가 문득 인상을 찌푸리며 뒤 돌아 말하는 경수.

그에 백현또한 합세하여 루한을 몰아붙이기 시작한다.




"맞아. 너 요즘 학교에서 어딜 그렇게 돌아다녀. 솔직히 말 해"


"매일 쉬는시간마다 밖으로 다니잖아. 수상해"




가자미 눈을 뜨며 자신을 바라보는 두 시선에 당황 한 루한이

아니라며 손을 내저으며 강하게 부정한다.




"그럼 대체 어딜 그렇게 돌아다니는 거야?"



"그게...나중에 말 해줄게."



"나중에??"





뭐야. 나중에 막 와서 여자친구 생겼다고 하는거 아냐??


아직은 썸 타는 중이겠지 뭐.


하긴. 루한 정도면 여자가 안 꼬이는게 이상하겠다.



이런저런 소소한 잡담을 하며 집을 향해 걸어가는 세사람.









"내일 봐, 루한!"


"응 잘가."





루한의 집으로 향하는 골목길 앞에서

경수와 백현과 헤어진 후, 집을 향해 걸어가는 루한.


장마가 극성인 한여름에,

오늘따라 햇볕이 쨍쨍하고 날씨가 참 덥다.


눈이 부실 정도로 비춰대는 햇빛에,

앞을 보지 못하고 바닥을 향해 시선을 고정시키며

걸어가는 루한.


정수리로 내리쬐는 햇빛에

머리카락이 뜨겁게 달궈지는 것이 절로 느껴졌다.


한 손으로 책가방 한 쪽을 잡고는 한 손으로는 손으로 부채질을 해 가며

절로 써지는 인상을 관리하지 못 한채 걷던 루한의 앞으로

오피스텔의 모습이 점점 가까워져 갔다.















"루한."











자신을 부르는 낮설지 않은 목소리에 발걸음이 뚝- 하고 멈추는 루한.

그리고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들어 바라보있다.

 




"..."



"민..석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을 바라보던 민석이

루한의 말에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왜...왜.?"



당황하여 버벅이며 뜬금없는 물음을 던지는 루한.


민석이 가만히 루한을 뚫어지게 보던 시선을 거두고

바닥을 바라보더니, 루한에게 말 했다.



"너희 집 들어가도 돼..?"



그 날 자신에게 모진말을 뱉어내던 모습과는 다르게

잔뜩 풀이 죽어 말 하는 모습을 보니

그 날 자신이 환청을 본 것인가, 꿈을 꾼 것인지

아니, 그 날 그 남자가 사실 민석이 아니였던 것인지

순간 혼란이 오기 시작한 루한이다.




"일..일단 들어와."





루한의 말이 끝나자마자 루한에게로 다가오는 민석.

그에 루한이 앞장 서 자신의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간다.







"조금 더럽지.. 미안."



"아니야 .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해"



"아냐!! 어.. 그것보단.."









약간 지저분한 집 내부에 머쓱하게 웃던 루한이

이내 궁금증이 가득한 눈빛으로 민석을 바라본다.


그 시선을 읽은 민석이 다시 고개를 돌리고는

집 좀 둘러봐도 되냐며 

루한의 말이 나오기도 전에 혼자 벌떡 일어나서는

루한의 집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민석.



그런 민석을 멍하니 바라보다,

일단 더운 날씨에 땀이흘러 찝찝한 기분에

대충 화장실에 들어가 세수를 한 루한이,

자신의 방 안에 앉아있는 민석을 보고는

부엌에서 대충 과일을 깎아 접시에 예쁘게 담은 후

민석을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점심 먹었어?"


"아니."




이제 곧 저녁식사 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 점심도 안 먹었다니..



일단 이거라도 먹어 민석아.


접시를 책상에 조심스레 내려놓은 루한이

깔끔하게 깎인 사과 한 조각을 포크에 찍어

민석에게 건네주었다.



사과를 받아들곤 조용히 베어먹는 민석의 옆 모습을 바라보는 루한.

찾던 민석을 옆에서 바라보고 있으니, 마음 속 깊은곳에서

몽글몽글 이상한 기분이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궁금해?"



궁금증이 가득 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루한이 부담스러운지,

먼저 말을 건네는 민석.





"응?? 뭐가?"



"나 왜 여기 찾아왔는지. 궁금해 죽겠다는 눈빛이잖아."



"아...응.."




빠르게 수긍 하는 루한이 귀여운지 피식 웃은 민석이

이내 입을 열었다.





"말 했잖아. 나 집 없다고."



"응."



"있긴있어. 아버지도 계시고."




"응...?"



앞 뒤가 안맞는 민석의 말에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루한이 고개를 갸우뚱 하며 민석을 바라본다.






"음...루한."



"응...계속 말 해봐."



"나 조폭이였어."



"응...?"









갑작스런 민석의 말에 눈이 튀어나올 듯 커진 채로

민석을 쳐다보는 루한.

민석은 손에 들고있던 포크를 접시에 조심히 내려놓고 말을 잇는다.





"말 그대로.. 그 날 그거 나 맞아."



"역시.."




그런데...왜..?

전혀 내가 생각하는 조직폭력배와 거리가 멀어보이는 민석이가

어째서..?




"그때 나랑 같이있던 걔네들이 우리 조직에서 좀 높은 애들이라

일부러 모르는 척 했어. 너한테 피해 갈 까봐..

때린건 미안해. 의심 받을까봐 일부러 모질게 한 거야."




"근데 너가 왜..."




민석을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봐 온 민석의 이미지가

조폭과는 잘 매치가 되지않았다.

또 학교에서 친구들과 웃으며 노는 모습을 보았을 땐

보는 사람마저 미소가 나올 정도로 천진난만해 보였으니깐.




"맞아. 조직 구성원은 맞으니까. 근데.."

"..."

"실질적으론 거의 창녀랑 다름 없었어."



조직 안에서 몸을 팔았거든.





자꾸만 나오는 민석의 폭탄 발언에 루한은

놀란 마음을 추스를 새도 없이 또 다시 놀라고 말았다.

창녀라니... 민석이는 남잔데..?





"나는 어린 시절부터 아빠한테 괴롭힘을 당했었어.

아빠가 어디서 뭘 하고 오는지는 모르겠는데.. 집에 돌아오면

항상 엄마랑 날 괴롭혔었거든."


"..."


"그런데 엄마는 날 지켜주려고 하셨어.

아빠가 집에 올 시간이 되면 난 항상 장롱속에 숨어있었어.

엄마가 들어가서 다시 부를때 까지 절대 나오지 마라고 하셨거든..

어렸을땐 그냥 아빠가 너무 무서워서... 그래서 엄마가 시키는 대로 했는데

그러면 안돼는거였어 내가.."


"..."


"하루는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 왔는데

원래 내가 집에 돌아오면 엄마가 뛰어나와서 안아주셨거든.

그런데 집안이 불도 안 켜져있어서 어두컴컴한거야.

안 그래도 그날 비가 엄청 많이와서 바깥도 칙칙했었는데..

그냥.. 갑자기 불안해져서 집에 불을 켜고 엄마를 찾았는데...

부엌에서...엄마가.....엄마가..."




작은 몸을 벌벌 떨어대며 양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고개를 푹 숙이는 김민석.


루한은 그저 멍하니 그런 민석을 쳐다보았다.

뭐라고 해줄 말이 없었다.

무슨 말을 해 줘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죽어있었어... 부엌에서.. 부엌칼로 손목을 긋고..

.. 엄마 주위가 피로 온통 빨갛게 물들어 있었어.

그걸 보고 내가...내가 어땠을지 상상이 가...?"



"민석아..."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가는 민석의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서는 계속해서 말을 했다.




"아마 아빠때문에 자살 했을거야. 아빠가 엄마를 얼마나 괴롭혔는데.

엄마가 항상 나에게 그랬어. 너는 내가 사는 이유라고..

나 때문에 죽지못해 산다고 그랬어. 그런데.. 그런 엄마가 자살하고 나니까

아빠를 정말 죽여버리고 싶을만큼 화가 나는거야..

그런데 그러면 안 돼니깐... 엄마가 나한텐 커서 꼭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하셨으니깐.. 그래서 그냥 아빠는 너무 꼴보기 싫고.. 

그 길로 집을 나왔어. 그런데 막상 나오고 나니까 갈 곳이 없었어."



"응.."



"근데 아무 생각없이 길을 걸어 다니고 있는데..

누가 날 불러세웠어. 보니까 왠 처음보는 남자였는데

내가 집 나온건 어떻게 알고 혹시 갈 곳이 없어서 그러냐고

물어보면서, 자기가 사는 곳으로 가자고 하는거야. 그런데

그 때는 너무 지치고 힘들고, 또 경황이 없어서 알겠다고 했어.

그 남자가 너무 친절하고 해맑게 웃고 있었거든."



"응."


"그래서 들어간 곳이 조직이였어.

사실 난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간거야. 그 곳이 조직폭력배들이

사는 곳이라는 걸 알았으면 

아무리 갈 곳이 없었어도 안 들어갔을 거야."






그런 거였구나..

이 와중에도 루한은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찌되었든 민석의 자의로 조폭을 들어간 것이 아니니깐.





"그래서 그 남자를 따라서 갔는데..

건물 입구에서 서 있는 사람들이 그 남자한테

90도로 인사를 하는거야. 난 처음엔 그냥 이 사람이

엄청 대단한 사람인가 보다.. 하고 단순하게 넘겼어.

그런데 집 안에 들어가 보니까 분위기가 너무 이상한거야.

그래도 그냥 처음에만 그랬지, 대수롭지 않게 넘겼어.

사람들이 너무 나한테 잘 대해줬거든. 그 사람도."









"그런데.. 그렇게 진짜 행복하게 지냈어.

집 나온 나를 거두어줘서 감사하다고, 그 사람에게

매일 감사한 마음을 갖고 지냈어.

나에게 왜 이렇게 잘 해주냐고 물어보면 그 사람은 그냥

내가 마음에 들었다고, 집 나온 내가 안쓰러워서 거두어 준 거라고만 했어.

나 같은애들 100명도 더 데리고 살 만큼 돈이 많다고 했거든.



그렇게 평화롭게 잘 지내다가 어느날 갑자기 급한일이 생겼다고

그 남자가 집을 비운날이 있었는데.. 집 안 사람들이

다들 낮잠을 자는데 내가 너무 심심해서 집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다가

그 남자가 절대로 들어가지마라고 했던 방을 심심해서 들어가봤어.

평소엔 문이 굳게 잠겨 있었는데 그 날은 깜빡했는지

열려있더라고.

절대로 들어가지 말라했는데 뭐 큰일이야 나겠나 싶어서

살짝 들어가봤어. 그때 차라리 그 문을 열어보는게 아니였는데.."






"..."




"안은 그냥 평범한 방이였어.

수납장이 엄청 많은 방이라는 차이점만 빼면.

수납장은 모두 자물쇠로 굳게 잠겨있었어. 그런데

한 곳엔 자물쇠가 안 잠겨 있는거야.

호기심이 생겨서 그 수납장을 열어봤는데.."



또 무슨 말이 나올까 긴장 한 루한이

눈매를 굳히고 민석을 곧게 바라봤다.

민석은 아무렇지 않게 덤덤히 말을 이어갔다.





"안에는 총이 있었어.

장난감 총이 아니고 진짜 총이.

왜 그렇게 확신 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그 옆에

신체 포기 각서 등 이상한 서류들이 엄청 많았거든.

그걸 발견 한 순간 너무 무서운거야. 내가 지내는 곳이

이렇게 무서운 곳이였나 싶어서..

소리도 못 지를 정도로 너무 놀랐어. 그리고

결심했지. 도망 가야겠다고."






거기 계속 있다간 무슨 일이 생길 지 모른다고

그렇게 생각했어..

혹시 나도 저 총으로 쏴 죽이려고 데리고 있는건가..

날 어디 갖다 팔려고 계획중일까.

한번 불안해지니까

이상한 상상이 끝도없이 나는거야.











"그길로 집을 뛰쳐나왔는데.. 집 나온 내가

갈 곳이 어디있겠어. 또 그 조직 건물의 위치도

경황이 없을 때 와서 길도 잘 몰랐거든.

친구네 집에 가야하나 했는데 길을 몰라서 헤매다가

하루 온 종일을 그렇게 거지꼴로 다니다가 재수없게 다시 잡혀들어왔어.


얼굴 꽤 볼만해서 데리고 좀 살아줬더니

눈에 뵈는게 없냐면서 나를 향해 친절하게 웃어보이던 남자들한테

그 날 진짜 미친듯이 맞았어. 잘못했다고 개처럼 빌어도

그냥 비웃기만 하더라.

그러다가 한 남자가 갑자기 내 옷을 벗기는거야.

난 진짜 너무 많이 맞아서 정신이 없는데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어.

근데 그 남자가 날 강간하려고 드는거야."






"..."






"옆에 다른 남자들한테 제발 이러지마라고, 잘못 했다고

다신 도망 안가겠다고 진짜 미친듯이 빌었는데

그 남자들도 똑같이 나를 강간하려고 했어. 아니, 했어.

그날 몇명의 남자들한테 시간을 가늠 할 수 없을정도로 당했어.

진짜 딱 죽어버리고 싶을만큼 같은 남자한테 이런 짓을

당한다는게 너무 수치스럽고 또 내가 이렇게 나약한 존재였나 싶어서

비참하더라. 그냥 내 인생 자체가 개쓰레기같은거야."









민석의 마지막 말에 화들짝 놀란 루한이,

아니라고, 그렇지 않다고 반문을 하려 입을 열었다.







"민석..."





"듣기만 해줘..

그렇게 몇달을 생활했어.

그 날 이후로 날 데리고 온 남자한테도 진짜 죽기 전 까지 맞았어.

그리고 지하실에 감금 해놓고는 심심할때마다 와서 날 범했어.

그 자상하게 웃으면서 날 데려와줬던 남자가.

봤지? 그 날 내 옆에 서있던 남자."








아.

카이...라고 했던가.

민석이 자신을 모르는 척 했던 날

민석의 옆에 붙어있다가

루한이 다가오자 민석을 마구 조롱했던..

루한이 되살아나는 기억에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다 한 날은 그 남자가 자신의 방으로 끌고와서 날 범하고는

다음 날 눈을 떴는데 아직 자고 있는거야.

그 때 결심했어. 지금 아니면 도망 갈 시간이 없다고 판단됬어.

다행히 이른 아침이여서 다들 자고 있어서 꽤 수월하게 탈출했어.

집 밖에 지키고 있던 남자들은 내가 몸파는 사람인지 몰라.


아니, 말이 몸을 파는거지 첫 날을 빼면 그 남자한테만 당해왔으니깐.

그래서 조직 간부들 빼고는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는 잘 몰랐나봐.

첫 날 그 남자 옆에 붙어서 같이 온 남자라고만 생각해서

내가 꽤 높은 사람인 줄 알고 그냥 쉽게 보내주더라고.



혹시라도 의심 받을까봐 아무렇지않게 걸어나오다가

조직 건물이 좀 안보인다 싶을때 쯤 미친듯이 뛰었어, 그냥

진짜 뛰다가 심장이 터져 죽을 것 같다고 느낄만큼 뛰었어.

그렇게 꽤 사람이 많은 시내로 나왔는데 그제서야 안심이 되더라.

그래도 그 미친놈들은 어떻게든 날 잡으러 올 놈들이라서

마음놓고 다니진 못했었어.

그래서 가까운 골목길로 들어가서 몸을 숨기고 있었는데

하필 재수없게도 갑자기 비가 엄청 내리는거야."








"..."








"비가 내리는 날이면 항상 엄마 생각이 나.

어린 나한텐 너무 벅찰정도로 끔찍했던 그 날 기억이 나서

비가오면 진짜 미쳐버릴 것 같아.

빗소리가 마치 나를 조롱한다는 말 같지도 않은 착각이 들 정도로

정신을 놓아버릴 것 같았어.

그 남자의 집에 갇혀 살았을 땐 지하실에서 거의 개만도 못하게

살아와서 바깥이 밤인지 낮인지. 비가 오는지 눈이 내리는지

아무것도 분간 할 수 없었어. 그게 차라리 나았지.

매일 밤 나를 범하는 그 끔찍한 남자의 행동만 아니였다면.

그냥 쏟아지는 비에 정신없이 길을 걷다 골목길로 들어섰는데

이미 쓰레기 만도 못 한 내 인생, 더 살아서 뭐 하나 싶은 마음이 들어서

눈 앞에 보이는 유리조각으로 손목을 그었어.

한 번 그었는데 너무 아프더라. 근데 우리 엄마는 얼마나 아팠겠어.

그래서 두번, 세번 더 그었는데 아프다는 느낌보다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그 미친 놈한테 복수 하는 방법이

자살하는 방법 뿐인지.. 난 왜 항상 도망 가는 걸까 싶은거야.

그래서 정신 없는 와중에 무작정 보이는 사람한테 도와달라고 요청했어."




그대로 죽으면 내가 진짜 쓰레기라는 걸 인정하고 죽어버리는 것 같았거든.

내 주제에 그건 또 자존심 상해서 싫었나봐.














"그게 나였구나.."







"응.. 나도 확신은 안 했는데

그때 방 문 열고 나왔는데 쇼파에서 네가 자고 있었어.

미안해. 침대 뺏어서. 잘 때 불편했지?"








와중에 멋쩍게 웃으며 그 날 일을 사과하는 민석의

양 볼이 핑크빛으로 달아올라있었다.









"아니야! 나 가끔 티비보다가도 쇼파에서 잘 자!"




"그래도.."






연신 아니라며 부정하는 루한을 보고

작게 피식 웃은 민석이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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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담담하게 자기 얘기를 털어놓는 민석이ㅜ.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는건
그만큼 루한일 신뢰하고 있다는거겠죠?
오늘도 잘 읽고갑니다!
시험은 잘 치르셨는지 모르겠네요ㅎㅎ
컴백을 환영합니다~ㅎㅎ

10년 전
품절남
늦었는데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방학도 했는데 폭풍연재 할게요
사랑합니다^-^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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