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닉- [호찡] [낑깡] [8월의 겨울] [봄꽃] [열시십분] [여름밤] [호시 부인] 캔버스와 물감 [물감 세 방울] 권순영이 찾아온 행동은 큰 파장이었는 듯 반으로 들어가자 잠깐의 정적 후 어수선한 분위기가 가득해졌다. 그러한 모습들은 익숙했지만 이번 대화의 주제가 권순영과 나라는 점이 달랐고, 또 어색했다. 시끄럽던 반 아이들의 어수선함은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교탁을 두어 번 침으로써 마무리되었다. 간간이 느껴지는 여러 시선들에 책상 위에 펼쳐진 책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1교시부터 국어시간인 탓일까, 교실 안은 조용하여 교과서를 읽으시는 선생님의 목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나는 조용히 교과서 위에 빈 공책을 펼쳤다. 손에 쥔 연필을 움직이려 할 때 문득 아까의 권순영의 말이 떠올랐다. '점심시간에 다시 올게 세봄아' 그 뒤에 분명 또 다른 말이 있었다. 떠오르지 않는 뒤의 말에 연필로 종이 위를 '톡톡' 찍었다. "아" '밥, 같이 먹자', 그제야 생각난 뒷말에 움직이던 손을 멈췄다. 같이 밥을 먹는다, 애초에 점심을 그리 잘 챙겨 먹지도 않았었던 탓인지 권순영의 말을 입안으로 나마 되네 이는 느낌이 생소했다. 속으로 몇 번을 되뇌었을까. 문득 옆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니 어느덧 수업시간이 10분 남아있었다. 교실 안은 여전히 조용했고, 또 여전히 교과서를 읽으시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쩌다, 내 이름을 불러준 그 목소리를" 평소와 다름없이 흘러가는 시곗바늘이, 왠지 느리다고 생각됐다. 머릿속으로는 점심시간까지 남은 시간을 계산했다. "나는 문득 사랑하였다" 오늘은 시간이 조금 더 빨리 갔으면 했다. 권순영이, 보고 싶어졌다. 문득. 아, 나 지금 무슨 생각을.. 떠오르는 생각에 흠칫 놀라 움찔거리던 입술을 손가락으로 매만졌다. 수업은 끝나는 종소리와 울렸고, 아이들은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이고 있었다. 날 바라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왠지 민망해진 기분에 귓가를 만지작거렸다. 아까 전 복도와 같이 귓가가 달아오른 듯한 기분이었다. * "아.." '점심시간이 원래 이렇게 늦었었나', 점심시간까지 아직 10분 정도 남은 시계를 보며 연필로 빈 종이 위를 '톡톡' 건드렸다.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종이 위에 어지럽게 찍혀진 점들을 바라봤다. '볼 때마다 웃었었지, 걔' 만날 때마다 웃어 보이던 권순영의 생각에 멈춘 손을 움직여 선을 그려냈다. "오늘 수업은 여기서 끝이다. 점심 맛있게 먹어라" 움직이던 손이 멈춘 건 수업을 끝내는 선생님의 말씀과 함께 울리는 종소리가 들린 후였다. 짧은 시간 동안 열심히도 움직였는지 종이 위에 그려진 권순영의 웃는 모습이 알려주고 있었다. 아직 뚜렷하게 나타나진 않았지만 종이 위에 그려진 선들로 언뜻 언뜻 보이는 권순영의 모습에 급히 공책을 덮었다. 나 말고는 아무도 없는 빈 교실이었지만, 마치 누군가 볼 것만 같았다. "세봄아" 점심시간이라 다 나가버린 아이들 덕에 적막한 교실에 '드르륵'하는 소리가 들려오며 권순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급히 공책을 책상 안속으로 집어넣었다. 마치 나쁜 짓을 하다 걸린 아이 같았다.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아까 전 그린 것과 같이 웃고 있는 권순영의 모습이 보였다. '똑같은 웃음', 변함없는 권순영의 모습에 왠지 모르게 알 수 없는 안도감이 들어왔다. "네가 세봄이야?" "네가 김세봄?"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생소한 목소리들에 의자를 끌다 행동을 멈췄다. 목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고개를 돌리니 아까는 보지 못 했던 남학생 두 명이 권순영의 뒤에 서 있었다. "아..세봄아 내 친구인데 같이 먹겠다고 해서...." 내가 기분이 상했다고 생각했는지 다소 우물쭈물 거리며 말하는 권순영의 목소리가 작았다. 두 명의 남학생은 그런 권순영의 모습에 개의치 않다는 듯 말을 이었다. "안녕, 나는 부승관. 권순영이 말하던 애가 너구나" "아, 나는 이지훈. 안녕" 자신을 '부승관'이라고 소개하며 웃어 보이는 한 남학생의 행동에 다른 남학생 역시 '이지훈'이라며 인사를 건네왔다. 권순영으로 인해 만나게 된 부승관과 이지훈과의 첫 만남이었다. "...안녕" 제 입에서 흘러나온 인삿말이 생소하고 어색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감싸오는 듯한 기분에 시선을 권순영에게로 돌리자 시선이 마주쳐진 권순영은 웃었다. '좋은 애들이야' 권순영이 천천히 입모양으로 전한 그 한마디는 나의 온 몸을 감싸오던 어색감과 생소함을 가져가는 대신 편안함을 안겨주었다. - 연재주기를 결정했어요! 주 5일 연재 이뤄보겠습니다 /♥\! 주말을 제외한 월~금요일 연재할 예정이고요, 혹여 연재가 불가능하게 될시 공지로 찾아뵙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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