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닉- [호찡] [낑깡] [8월의 겨울] [봄꽃] [열시십분] [여름밤] [호시 부인] [디케이] [쑤하진] [아니아니] 캔버스와 물감 [물감 네 방울] "소시지 먹을래?" "아..괜찮아..." 밥을 깨작거리는 내 모습 때문인지 자신의 식판에 있던 소시지 하나를 집어 물어보는 부승관의 행동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런 내 모습에 부승관은 '맛있는데...'라며 중얼거리고는 젓가락에 집힌 소시지를 자신의 입속으로 넣었다. 아까 전 권순영과 급식을 같이 먹게 된 중에 예상하지 못한 두 명의 인물과 인사를 나눈 뒤 함께 급식실로 와 나란히 식판을 챙겨 자리에 앉았다. 내 앞자리에는 부승관, 그 옆에는 이지훈이 앉았고 내 옆에는 다름 아닌 권순영이 자리 잡았다. 원래 이런 분위기인지 아니면 나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시끄러운 급식실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자리 잡은 자리에는 식판과 젓가락의 부딪침만이 들려왔다. 그런 적막을 참지 못했는지 부승관은 오늘 급식이 맛있지 않냐면서 혼자 입을 열었다. 그런 부승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승관을 제외한 그 누구도 말 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리고 끝내 부승관이 나에게 시답지 않은 반찬 양보로 나의 입을 열었다. 급식실에 들어와 처음 열려진 내 입에 부승관은 쉴 새 없이 말을 걸었다. '몇 반이야? 아, 아까 7반이었지, 원래 이렇게 점심 잘 안 먹어? 우리 때문에 못 먹는 거 아니지? 그러면 안 되는데'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부승관의 입술에 귀가 멍해지는 게 이런 건가 싶을 때 부승관의 옆자리에 앉아있던 이지훈이 숟가락에 밥을 가득 담아 부승관의 입에 넣는 걸로 끝이 났다. "입 다물고 밥이나 먹어" 숟가락을 넣는 손에 힘이 좀, 많이 들어갔을지도. 부승관은 갑작스럽게 들어온 숟가락에도 불구하고 밥을 꼭꼭 잘 씹어넘겼다. 싱겁다며 자신의 식판 위에 소시지를 콕 집어 입에 넣기도 하면서. 입안에 있던 음식물을 어느 정도 먹었는지 숟가락을 들어 국물을 떠먹는 부승관에 모습에 새삼 이런 게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건가 싶었다. 정말 잘 먹었다, 부승관은. "그럼 권순영은 어떻게 알게 된 거야?" 국을 떠 먹던 숟가락을 내려놓고는 물어오는 부승관의 말과 동시에 옆에서 '챙그랑'하는 소리가 울렸다. 고개를 돌리니 내 쪽을 보고 있던 건지 동그래진 권순영의 눈과 마주쳤다. 어쩔 줄 몰라 흔들리는 동공과 앙 다문 입술을 보다 권순영의 비어진 오른손을 보고는 시선을 바닥으로 내렸다. 바닥에 놓인 젓가락 2개가 아까의 소리를 증명해주는 것 같았다. "말, 하지 말까?" 혹시 부승관의 물음에 답해질 내 대답 때문일까 싶어 질문을 건네자 권순영은 앙 다문 입을 떼고 앞니로 아래 입술을 지긋이 누르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말해도 돼' 그런 권순영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부승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권순영이...내 그림을 보고 있다가 만났어' 권순영의 이름을 실제로 부르는 건 처음이라 스스로 내뱉고도 잠시 멈칫했다가 다시금 말을 이었다. 내 말에 부승관을 잠시 고민하듯 검지로 책상을 톡톡, 두들기다 생각이 난 듯 손뼉을 쳤다. "본관! 본관에 걸린 그림 맞지?" 알고 있는 부승관에 놀라 눈을 깜빡이다 고개를 끄덕이자 부승관 역시 그 그림을 봤었는지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색들이 알록달록한 게 이쁘더라, 몽실몽실한 게 꼭 여러 솜사탕들이 흩어진 것 같았다' 라는 등 누가 권순영의 친구 아니랄까 봐 말하는 게 참 비슷했다. "근데 그 그림 이름이 뭐였지? 되게 특이했는데..그 무채ㅅ..." '탕' 부승관의 말이 끝나기 전에 갑작스럽게 제법 큰 소리가 울렸다. 소리에 놀라 고개를 돌리니 일어서 있는 권순영이 보였다. 대체 오늘 놀라는 게 몇 번 째인지, '밥..다 먹었으면 버리자' 그렇게 말하고는 급히 자리를 뜨는 권순영의 행동에 부승관은 '어? 같이 가!'라며 자신의 식판을 들고 일어섰다. 대체 뭘까. "미안, 부승관이 잘 몰라서 그래" 누군가 의자에 앉는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목소리에 앞으로 시선을 옮기자 부승관이 앉아있던 자리에 이지훈이 자리 잡아 있었다. 아까 인사 이후 처음 듣는 목소리가 어색했다. "권순영이 네 그림 되게 좋아해서 항상 봤거든, 그러다보니 우리도 자주 보게됬거든. 근데 부승관하고 권순영이 그..주위 얘기를 잘 모르는 편이라..." 어색한 듯 검지로 자신의 볼을 긁적이며 말하는 이지훈의 말에 이지훈이 말하려는 게 무엇인지 깨달았다. '부승관은 모르구나, 내가 색맹인 거' 알게 된 사실에 슬쩍 웃음이 나왔다. 모르는 사람이, 또 있었구나. 아무 말 없는 내가 신경 쓰였는지 이지훈은 '큼큼' 헛기침을 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림, 예쁘더라.." "아..고마워" "내가 별로 말이 없어,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싫어하거나 그런 건 아니니까.." '잘 부탁해, 김세봄' 눈앞으로 내밀어진 손을 잠시 바라보다 손을 뻗어 내밀어진 손을 잡았다. 잡힌 손이 생각보다 의외로 크고 따뜻했다. 권순영의 주위에는 따뜻한 사람이 많구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 주말이 지나고 다시 월요일이 찾아왔네요. 다들 즐거운 주말 보내셨나요? *'♡'* 저는 전시회도 가고, 쇼핑도 하고, 조금 알차게 보낸 것 같아요ㅎㅎ 오늘도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 모두 승관이의 생일인만큼 오늘 하루 더 예쁜 하루를 보내시길 바래요, 사이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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