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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세일러문 민형도령 딱풀 이불킥 도룽 로로 약간 길성이 댜댜 핫초코 미뇽 꼬미
Je4you - night of moon
아
가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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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에 잠긴 나머지 마당을 쓰는 것을 잊은 나는 정신을 차리고 부지런히 빗자루를 움직였고 머지않아 멀리서부터 말발굽의 소리가 요란히도 들려왔다. 나는 빗질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검은색의 낯선 마차가 집 앞에 멈춰 섰고 요오카이 부인이 마차로 다가가고 있었다. 호기심은 물 표면의 파동처럼 점점 퍼져나가더니 나는 숨을 죽이고 이른 아침의 손님이 누구인지 확인하러 걸음을 재촉했다.
마차에선 의문의 한 남성이 내렸다. 하얀 피부에 갈색빛 머리칼이 돋보이는 남자였다. 그는 부인과 구면인 듯 반갑게 웃으며 악수를 나눴다. 그리고 부인의 손짓에 따라 남자는 집 안으로 향했고 마당을 다 쓸지도 못하였지만 나 역시 일을 멈추고 둘을 따라 들어갔다. 벌써 부인과 남자는 맞이방으로 들어갔는지 보이질 않았다. 마침 내 앞을 지나가는 복희의 손목을 잡고 물었다.
“ 엄마야! ”
“ 방금 들어온 남자. 누군지 알아? ”
“ 얘도 참.. 낸들 알겠니? ”
복희의 재촉에 나는 복희를 놓아주고 곧바로 동영을 찾았다. 동영 역시나 처음 보는 사람이라며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왜인지 아가씨와 관련된 사람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벽에 기대어 복희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침대에 앉아있던 동영이 일어나 걸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 왜, 혹시~ 하는 생각이 드는거야? ”
“ 지금 장난칠 기분 아니에요.. ”
“ 짜식- 설마가 사람잡는다는 말이 있잖아. 너무 그러지말어. ”
“ 네... ”
동영의 말에도 묘한 나의 기분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때, 복희가 돌아왔다. 복희는 여전히 남자의 신원을 모른 체 오늘 아침은 부인과 아가씨, 남자가 함깨할 것이라는 말을 전해왔다. 복희를 비롯한 다른 아이들이 분주히 식사를 준비했다. 나는 식탁이 있는 방 앞에 서서 그들을 기다렸다. 맞이방의 문이 열리고 남자와 부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내 앞을 지나가며 부인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 식사가 시작되면 문을 닫고 아무도 들어오지 않게 하여라. ”
“ ...알겠습니다. ”
부인이 들어가고 몇 분뒤, 시중을 받으며 내려오는 아가씨와 마주쳤다. 언제나 아름다운 아가씨였지만 평소보다 더 아리따운 모습이 나를 더 혼란스럽게 했다. 이런 내 마음을 알아챈 건지. 아가씨는 내 눈을 피하며 부엌에서 뛰쳐나온 복희의 손길 아래 머리와 팔 소매를 정돈하기 위해 문 앞에 멈추어 섰다. 아무래도 문 너머 낯선이와의 만남이 상당히 중요해보였다. 항상 아가씨와 눈 맞춤을 할 때에 나도 모르게 피하게 되었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아가씨의 눈동자에 내가 비치길 원하는, 감히 품어선 안될 바람이 샘솟았다. 하지만, 나는 결국 문 앞에 선 아가씨의 앞에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이고 아가씨를 보내드려야 했고 쉽게 손이 움직이질 않는 찰나 부드러운 실크의 손길이 머리 위에서 느껴졌다.
“ 처음보는 모자인데, ”
“ 예 아가씨, 저와 동영이 선물해준 모자입니다. ”
“ 그랬구나.. 잘 어울린다. ”
머리 위에 머물러있던 손이 내려와 내 손을 그대로 감싸 손잡이를 아주 천천히 돌렸다. 예상치 못한 아가씨의 손에 놀라 뒤늦게 고개를 들어 문 뒤로 사라지는 아가씨의 뒷모습을 보았다. 문이 닫히고 잠깐 사이에 얼핏 아가씨를 보며 미소 짓는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니 아까의 떨림도 잠시, 쿵- 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아가씨와 내 사이에 있는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긴 것 같았다.
* * *
내 힘으로는 도저히 어쩌질 못 할 때, 풀리지 않는 매듭을 나 대신 누군가 나타나 풀어주길 원할 때에, 나는 민석이 형이 생각난다. 나의 얕게 남아있는 기억과 복희의 말에 따르면 민석이형은 나를 많이 아껴주었다. 나 역시 언뜻 남아있는 기억 속 잔해들을 어렵게 모아보면 민석이 형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어린 아가씨를 몰래 훔쳐보던 모습이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어느 날, 민석이 형은 잠시 멀리 떠난다는 말을 남겨두었고 잠에서 깨어나니 사라진 뒤 없었다. 그렇게 1년이 흐른 지금 나는 형이 무척이나 그립다.
나 자신을 나조차 잠재울 수 없는 지금. 어디선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나타나 나를 안아주고 내 얘기를 들어줄 형이 그립다.
“ 너, 그만 좀 분위기 잡고 밥 먹어. ”
“ 그래 민형아 벌써 오후야. 아침부터 한 숟갈도 안 먹으니 내가 다 걱정이 된다. ”
“ 저 괜찮아요. 먼저 먹어요 둘이. ”
“ 아까부터 계속 그 말만 하곤 물도 먹지를 않으면서! ”
아침부터 해가 저물어가는 시점까지 방 안에 틀어박혀 창밖만 바라보는 나의 귓가로 복희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사뭇 진지한 동영의 목소리까지 겹쳐와 결국 뒤를 돌아보았다. 복희는 단단히 화가 나 보였다. 지금은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나는 건조해진 눈을 문지르며 듣기 싫은 말을 피하고 싶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대로 복희를 지나치다 복희에게 잡혀 자리에 멈췄다.
“ 그래. 우리 말대로 그 남자가 아가씨 약혼자라도 되면? 그게 뭐, 너랑 그렇게 큰 상관이니? ”
“ ...... ”
“ 지금 아가씨 나이가 되면 당연히 약혼자가 생기길 마련이야. 그건 너도 알고있는 사실 아니였어? 응? ”
“ 복희야, 그만.. ”
“ 동영도 그렇게 생각하잖아요. 너 혼자 이러는 모습 보면 아가씨가 와서 달래주기라도 할- ”
“ 알았어. ”
“ ..... ”
“ 알았으니까 그만해줘 복희야, 나 바람 좀 쐬고올게. ”
나는 씁쓸하게도 복희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복희에게서 벗어나 밖을 나와 하늘을 보았다. 내 맘과는 다르게 높고 청량함으로 푸르른 하늘이 야속하기만 했다. 복희의 말이 다 맞았다. 이제 곧 아가씨에게 약혼자가 생기리란 것 또한 알고 있었다. 본래 좋은 것만 담아두고 싶은 나의 욕심에 그것들은 깊이 묻혀있었을 뿐이었다. 눈앞에 놓여질 사실들을 부정하고 싶어 아주 잠시동안만, 아가씨와 함께하는 행복한 순간들로 가려두었을 뿐이었다.
나는 마당의 한복판을 가로질러 걷기 시작했다. 걷다가 걷다가. 아가씨의 방이 창을 통해 보이는 곳에 자연스럽게 멈춰 아가씨가 있을 그 창문을 올려다보았다. 잠깐만 보고 돌아갈 생각이었던 나는 방금 내 눈을 의심했다.
“ 어... ”
금방 아침의 그 남자가 나타나 커튼을 치고 없어졌다. 아무리 보아도 이 집에서 제일 큰 창문은 아가씨의 방 밖에는 없다. 커튼 뒤로 사라진 남자를 마주친 내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