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사슬 01
이 세상은 수많은 관계가 실타래마냥 얽히고설켜 각각의 무리, 사회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모든 그것들에는 보이지 않는 피라미드 형태의 먹이사슬이 존재하고 있다. 누군가는 위에서 많은 이들을 거느리고 짓밟고 그 아래 것들은 지배당하고 짓밟히는 일종의 계급. 신분이라는 것이 표면적으로는 사라졌을지 몰라도 모든 곳에는 신분, 서열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학교라는 공간 또한 그와 다를 바 없는 곳이었고 그 정점을 입학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부터 현재까지 장장 2년째 굳건히 지켜오던 놈.
그 놈이 바로 우지호, 그 놈이었다.
모든 일들을 관망하며 자신보다 아래의 족속들을 깔보든 내려다보는 눈빛.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눈에 들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언제나 둘러싸여 있지만 그들에게 눈길조차 주지않는. 세상만사에 관심이 없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자신에게 거슬리는 존재, 먹잇감이 생기면 누구보다 잔인한 것 또한 녀석이었다. 절대 표면적인 괴롭힘은 느낄 수가 없다. 소리없이 서서히 숨통을 조여가며 사냥을 하고 벼랑 끝까지 몰아가는 것이 녀석의 사냥 방법이었고 그런 우지호는 우스갯소리로 맹수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와 반대로 나는 그 먹이사슬의 최하층에 속해 있는, 피래미들에게조차 괴롭힘을 받는 존재였다. 그래도 긍정적이게 생각해서 이러한 내 처지에도 다행인 점이 있다면, 우지호 같은 녀석이 관심을 가질 필요조차 못 느낄만한 존재라는 점이었다.
"으....으흑...아,..."
"태일아, 많이 아파? 내가 너무 세게 때렸어?"
나를 내려다보며 입에는 비웃음이 걸린채 비릿하게 웃고 있는 박경과 그 무리들. 우지호의 곁을 맴돌며 꼴같잖게 아양이란 아양은 다 떨어대면서,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 앞에서는 한없이 강해지는 족속들이었다. 그렇기에 얼마지나지않아 만만한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고 그것이 현재까지 이어져 온 것이다. 그 덕에 친구란 친구들은 다 떠나고 왕따나 다름 없는 존재였다, 나는.
괴롭히고 괴롭힘 당하는 이유. 그런 건 없다.
그냥 재밌으니까.
"야, 그만 가자. 요근처에 이쁜이들 떴댄다."
"헐 옆에 여고?"
"어, 그러니까 얼른가자 병신아."
"오케오케. 운 좋은 줄 알아라. 내일보자, 태일아?"
낄낄대며 멀어져가는 무리들을 바라보다가 찬 바닥에 가만히 몸을 누인 채 눈을 감았다. 매일 당해오던 이유없는 린치였지만 오늘따라 더 아프게만 느껴져오는걸 보니 어딘가 잘못 맞은게 틀림없다. 개새끼들, 잘 좀 때리지. 통증에 미간을 찌푸리며 낑낑대며 가쁜 숨만 쉬어대던 중에 가까이로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 힘겹게 눈을 떴다.
"와, 이게 무슨 꼴이에요. 완전 아프겠다!"
"...너, 뭐야?"
눈앞에 보이는 메이커 운동화에 나도 모르게 눈이 가버린 사이에 위에서 들려오는 음성에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목소리의 주인을 올려다보았다.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재미있는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처럼 개같이 바닥에 널부러져있던 나를 위에서 훑어보는 그 녀석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괜찮아요?"
"너, 뭐냐고.."
"뭐긴 뭐에요, 이 학교 학생이지."
왠 존댓말이야. 후배? 라기에는 명찰색을 봐서는 분명히 같은 학년임에 틀림없었다. 그러나 아무리 고민고민하며 머리속을 샅샅이 뒤지며 떠올려 보아도 저런 얼굴은 기억나질 않았다. 내가 워낙 인간관계가 안 좋은 편이긴해도 사람은 잘 기억하는 편이라 적어도 우리학년 애들 얼굴과 이름정도는 거의 다 알고 있는 편인데 저런 녀석은 내 기억 리스트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전혀 안면이 없는 사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인상을 살풋 찡그린채 자신을 올려보던 나를 가만히 쳐다보던 그 녀석은 갑자기 영구 박터지는 소리를 내며 내가 질문했을 때 무엇보다 먼저 이야기해야했던 사실을 입에 담았다.
"아! 이 얘기를 먼저 했어야됐는데"
"..?"
"표지훈. 전학왔어요, 이 학교 학생은 오늘부터. 잘부탁해요."
잘부탁한다며 손을 내미는 녀석의 얼굴을 멍청히 올려다보았더니 뭐하냐는 듯 손을 흔들며 바보같은 웃음을 짓는 것이었다. 산뜻하다고하기엔 뭣하지만 오랜만에 느껴보는 다른 이의 호의에 나도 그 녀석을 따라 빙구같이 웃으며 손을 맞잡았다.
ㅡ그 웃음이 사냥감을 유인할 미끼를 발견한 사냥꾼의 웃음이라는 것도 모르고서, 멍청하게.
표지훈, 그 녀석의 등장으로써 안정된 상태로 오랫동안 유지되어왔던 먹이사슬의 전체가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
흔한소재.....지만 쓰고싶었어욬ㅋㅋ
길게 쓰고 싶었는데 학교각야ㅣ하ㅓㅇ
기말이 코앞인데 뭐하고있는거지 나는
태일이시점-현재(아이보리 색지)
지호시점-흑지
지훈이시점-짙은색 종이
제 생각에 지훈이시점은 아마 거의 없을거같아요. 거의 대부분이 태일이 시점으로 이어질듯.
한번쯤 그냥 써보고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