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 이렇게 하면 되는 거에요? "음,,,,, 어?! 네 맞아요! 처음인걸 감안하면 되게 잘 하셨는데요?" "아 그래요? 그럼 다행이네요. 저는 또 다시해야한다는 소리 들을까봐 걱정했거든요." 입사 1년차를 이제 막 벗어났다. 여주는 이제 막 회사에 여주 밑으로 들어온 재현에게 여주가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하였던 일을 차근차근 인수인계 해주고 있다. 그게 요새 여주가 하고 있는 일이다. "재현씨, 워드 작업은 끝냈으니까 파일 인쇄해서 부장님께 가져드리면 이 일은 끝나는 거예요." "선배님, 저 이렇게 하나하나 챙겨주시는 거 너무 감사해서 그런데 제가 오늘 선배님께 점심 대접할 수 있을까요?" "점심...이요? 어,,,," 그래도 선배인 여주는 이제 막 들어 온 후배가 사주는 점심을 얻어먹기가 좀 걸린다. 후배한테 인수인계 해주는 건 당연한건데. 사실 아직은 어색해서 점심을 먹어도 소화가 안 될 것만 같다. 선약은 없었지만 거짓말이라도 해야 자리를 피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선배님 거절하지 말아주세요. 제가 정말 너무 감사해서 사드리고 싶어요. 제 성의 거절하지 말아주세요. 혹시 점심 약속 있으세요?" 거절하지 말아달랜다. 마음 약해지게.. "아니요, 점심약속이 있는 건 아닌데" "그럼 사양하지 마시고 저랑 점심 드시러 가요." "아,, 네. 그럼 이따가 뵐게요." 이따가 보자는 여주의 말이 입에서 떨어지자마자 재현은 보조개를 보이며 웃고 파일 인쇄를 누르고 인쇄물을 찾으러 프린터기로 향한다. 나랑 밥먹는게 저렇게 좋을까? 재현씨 원래 잘 웃는 사람인데 되게 환하게 웃네. 만약에 거절했으면 어쩔뻔 했어.. 여주가 자리에 도착하자마자 컴퓨터로 쪽지가 온다. 다가오는 점심시간에 메뉴 선정 때문에 온 도영의 쪽지일게 안 봐도 훤하다.
- 김여주! 오늘 점심은 뭐 먹을까? - ㄴㄴ 안돼. 나 점심 약속 있어. - 헐, 나 버리는 거야? - 나도 방금 잡힌 약속이야. - 누구랑 가는데? - 재현씨랑 - 오~~~~ 김선배~ 후배한테 밥 사는 거야? - 재현씨가 밥 먹자고 먼저 말했어ㅠㅜ 나 밥먹다가 체 할듯, - 에이 ㅋㅋㅋㅋㅋ그냥 맛있게 먹고 와ㅋㅋ 직속 선배라고 너한테 잘 보이려나 본데 뭐ㅋㅋㅋ - 몰라ㅜㅜ 오늘은 미안하다. 내가 내일 밥 쏠게!! - 예!!ㅋㅋㅋ내일은 맛있는 공짜밥~
"나 여주씨랑 밥 먹기로 했어." "미친놈 김여주 건들지 말라고 경고했어." "여주씨가 이 서류 형한테 가져다 주래." 재현은 여주와 밥먹는다는 말만을 남긴 채 서류를 두고 나간다. 서류를 가져다 줄 일만 없었으면 여주와 밥 먹는다는 얘기를 안 했을 수도 있었지만 재현은 태용의 얼굴을 보니 확 약을 올리고 싶었다. 재현은 사실 이태용 부장의 사촌이다. 재현의 친할아버지께서 지금 재현이 다니는 회사의 회장이시고 아버지께서는 사장직을 맡고 계신다. 평사원들 아무도 모르게 재현은 말단부터 시작하는 후계자 코스를 밟고 있었다. 쉽게 말해 낙하산, 재현을 정리하기 가장 쉬운 단어는 그 세글자일 것이다. 재현이 입고다니는 수트며 구두, 손목에서 빛나는 시계, 타고다니는 차만 봐도 평범한 집 자제는 아닐거라고 생각하는 동료들이지만 부서에서 태용을 제외한 그 어떤 사원들도 재현의 실체를 아는 이는 없었다.
"김여주는 절대 안된다고 경고했어." 태용은 문을 닫고 나간 재현의 뒤로 나지막하게 말을 내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