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어른과 아이
"표지,오랜만에 같이 점심 안먹을래?"
"난 됐어.그냥 가"
"그래 뭐,"
벌써 점심시간이었나,갑자기 안재효가 올라와서 같이 점심하자 안했으면 그대로 멍때리고 있을 뻔 했다.밥 생각이 딱히 들지 않아서 먼저 보내고 잠이라도 잠깐 잘까싶어서 가운을 벗고 의자에 몸을 편히 기대려는데 문이 다시 열리더니 안재효가 머리만 불쑥 내민다.
"근데 왠 사탕?
그제서야 출근길에 아무생각없이 병원 앞 편의점에서 한웅큼 집어온 막대사탕들이 눈에띈다.책상 위 명패 옆에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막대사탕 몇개,처음으로 왔던 여대생 환자에게 한개 집어주고-근데 왜 얼굴을 붉히고 나갔는지는 모르겠다-잊고 있었는데 그 짧은 사이에 이걸 보고갔나보다.
"그냥."
"싱겁긴.요새 왜이렇게 칼퇴근이야?집에 꿀단지라도 있어?"
꿀단지말고,꿀색 머리의 양아치하나.
사탕을 산 이유는 딱히 없어서 설명하기도 귀찮기에 대충 손을 휘휘저으면서 나가라했더니 다시한번 '싱거워,싱거워'하면서 나간다.
"저,표선생님..."
이번엔 가장 어린 간호사 하나가 문을 조심히 열고 "점심식사 안하세요?"라고 묻기에 괜찮다했더니 시무룩한 표정으로 나가는걸 다시 불러서 남은 막대사탕 여러개를 대충 집어서 줬더니 하얗게 분칠해놓은 뺨이 금새 발그레해지더니 감사합니다 하고는 나간다.문 밖에서 뭐라뭐라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는데 그냥 얼른 나가서 밥이나먹지.
금방 병원은 조용해졌다.문앞에 점심시간 표시는 간호사들이 나가는길에 바꿔놓았을거고,내부가 좀 더운듯 싶어 에어컨의 온도를 하나 더 낮추고 의자에 편히 몸을기댔다.과학적인 원리에 맞춰서 몸을 편안하게 해준다나 뭐라나하며 개원초기에 안재효가 사다놓은 의자는 도대체 뭐가좋은지 모르겠고 어떤 의자에앉든 장시간 앉아서 환자들을 맞다보니 온몸이 뻐근하다.
"우,지호..."
몇일 전 밤에 우리집에 찾아온 녀석에게 문득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느껴버렸는데,아직까지도 그때 느낀 그것이 뭔지를 정의를 못하겠다.
태어나서 처음느껴본 것이었고 왠지 깊게 생각하면 안될것만 같아서 피하다보니 벌써 멍하게 3일이나 지났다.그동안 녀석도 다시 나를 찾아오지 않았고,좀 더 고민하다보면 내가느낀 감정과 그동안 나도 모르게 먼저 해버린 일들,예를 들면 갑자기 녀석을 불렀다던지 내가 먼저 선뜻 치료해주겠다고 나선일,오늘 아침에 단것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사탕을 한웅큼 사온 일등의 이유를 알 수 있을거도 같은데 그러고싶지 않다.
더 정확히,그러면 안될거같다.
"우,지호....우지호우지호"
아직 한번도 이름을 불러본 적이 없는데 다시 보게되거든 불러줘도 좋을거같다.그보다 먼저 그녀석을 만날 생각을 하고있는 내가 우습다.
문득 남은 1개의 사탕을보니 그것이 저번날 녀석이 내게 물려준 그것과 같은 딸기맛이라서-그래서 자꾸 그 얼굴이 떠오르나보다.
"너무 달아"
내가 지금 웃는건지 우는건지.
.
.
.
"그럼 나머지 뒷정리하고 퇴근해주세요."
"네,안녕히 들어가세요~"
남아서 서류정리좀 하겠다는 간호사 둘을 남긴체로 막 퇴근하는 길이었다.
탁탁탁
"아~저씨!!!"
뭔가 바닥에 마찰되는 소리가 크게 몇번 울린다 싶더니 곧 양 어깨위로 무언가 묵직하게 덮쳐왔다.그 무게보다 먼저 들린 목소리에 상대가 누군지 알수있었고,다 큰 녀석이 길 한복판에서 이게 뭐하는건가 싶어서 오른쪽 팔만 부드럽게 떼어내서 앞에 세웠더니 오늘 점심부터 내내 왠지 마음이 불편했던 나와는달리 생글생글 잘도웃고있다.
"아저씨 오랜만이에요!저 안보고 싶었어요?"
보고싶었을지도,
"저어기 건너편부터 아저씨 나오는거보고 뛰어온거에요!잘했죠?"
저기 건너편부터 여기까지는 횡단보도도 없을텐데,그러면 나 볼려고 무단횡단까지해서 왔다는거고 그걸 혼내야하나하는 마음보다 비록 3일만이지만 어쩐지 굉장히 반갑게 느껴지는 그 노란 머리만 슬쩍 밀고말았다.그래도 뭐가좋은지 베싯베싯 웃어대며 제 머리를 만지작 거리는데 어디선가 딸기향이 나는듯싶다.
병원옆에 주차되어있는 차까지 같이 걸어가서 막 타려는데,뭔가 하얀게 녀석의 바지주머니에서 떨어진다 싶더니 "흐엑"하는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녀석이 재빨리 고개를 숙여 그걸주워 주머니로 감춘다.내 눈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건분명...
"담배?"
아차하는 얼굴이다.
"아,어...아,그니까요!아저씨 이거!제꺼말고 그 아진짜 빌어먹을 오이새끼.."
"됐고,내놔"
동네흔한 양아치들이 폐병걸려 죽든말든 내알바 아니지만 일단 좀전까지 생글생글 애같이 잘웃던 녀석이 담배를물고 싸움질하는건 상상이 안돼서,그리고 내 앞에서 발견했는데 무시하는것도 웃기겠다 싶어서 엄한 얼굴로 손을 내밀고 달라고 하니까 바닥을보며 몇번 꼼질꼼질 대다가,입으로 간간히 오이,씨발,아 진짜 등등 욕설도 하면서 끝끝내 내밀지는 않는다.괜히 나도 오기가 생겨서 계속 손바닥을 내밀고 있자 고개를 탁 드는데 그 표정이 반항적이기는 무슨,딱 잘못한 유치원생 같은 표정이어서 나도 엄한 표정을 좀 풀고 "혼내려는거 아냐,나쁜거니까 얼른 줘."했더니-너무 어린애 달래듯이 했나싶기도하다-낑낑 거리면서 조심스럽게 손바닥위에 담배를 내려놓는다.
"버려도되지?"
"네..."
처음부터 착하고 얌전한 애로만 본건 아니라서 크게 실망한건 아니지만 마음이 조금 그렇긴하다.풀죽어있는건 딱히 보고싶지도 않고,같이 차타고 내내 집으로 돌아가는데 평소엔 재잘재잘 말만 잘하는 그 입이 가만 있는다면 너무 어색할것 같아서 손을 잡아끌고 아침에 그 편의점으로 가서 사탕통을 뒤져 딸기맛만 다섯개 골라서 계산대 위에 올려놨다.여전히 잡고있는 손을 슬쩍 흔들길래 천원을 내민후 사탕을 집고 나오면서 얼굴을 봤더니 뭔가 웃는것도,그렇다고 찡그린것도 아닌 형용못할 표정으로 나를 보고있다.
"이거,담배 대신이야."
손에 다섯개를 꼭 쥐어줬더니 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이는데 아무래도 아직까지 담배들킨것 때문에 신경쓰이나보다.
'
'
'
"감사합니다.."
다시 차에타서 시동을걸고 출발하는데 아직도 의기소침해보이다.
저번에 학교로 데려다줬던 그 길을 똑같이 되돌아가는 거니까 그 샌드위치 가게에서 한번 더 사줄까 싶어서 물었더니 그것도 아니라하고,가만히 있길래 아 이번엔 내가 먼저 말을 시작해야하나 고민하다가 우물쭈물
"사탕 하나 줄래?"
하고 물었더니 고개를 팍 들고
"드,드릴게요!운전중이니까 까드릴게요!!"
"신호대기라 상관없,..."
말도 끝내기전에 그새 사탕하나를 다 까서 두손으로 내 입 앞으로 내민다.그냥 피식 웃으면서 물고 기어를 잡고있던 잠깐 떼서 머리를 쓰다듬어 줬더니 또 아무말이 없길래 뭔가 잘못했나 싶어서 아차스러웠다.
"아저씨..."
먼저 말꺼내는거에 다행이다 싶어서 응?하고 바로 되물었더니 고개를 좌우로 여러번 흔들다가 갑자기 딱 멈추곤 "아,아니에요...아무것도 아니에요"하는데 오늘 아무래도 평소만큼 썩 즐겁지 않아서 마음이 안좋다.
저번에 그 기분을 느낀이후로 녀석도 뭔가 어색해진듯 하여 그때 내가느낀 감정을 혹시 티가나서 알기라도했나,안다면 정말로 그게 뭘까 머리가 아파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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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사탕의 저녁
(2-5)화그때요!
"아저씨,저 그냥 집에 갈게요"
가슴 안쪽이 아까 그 끊어진듯한 느낌이후로 저릿한게 영 안좋아서 나도 그냥 멍하니 사탕을 문체 티비에 시선을 돌리고 있었고,어째서인지 녀석도 아무말 않은체 멍하니 앉아있다.둘 중 아무도 집중하지 않는듯한 방송을 무의미하게 켜놓은체 뭐라고 말은 해야겠는데,뭐라고 해야할지,그리고 이 묘한 기분을 뭘까 머리가 복잡해서 아무말없이 가만 있었더니 녀석이 어색한 몸짓으로 소파에서 일어난다.
"벌써?"
"네,생각해보니 숙제도 해야겠고,하.하하..."
웃음도 그렇고 저건 영 믿을게 못돼지만,솔직히 나도 잡을꺼리가 없기 때문에 그냥 보냈다.
그리고 그날밤은 잠들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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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때문에그래?"
막 주차장에 도착해 차를 세우고 딱히 녀석이 먼저 차에서 내리지않기에 나도 시동만 끈체로 먼저 말을 꺼냈다.가볍게 머리만 도리도리 젖기에 그럼 뭐때문에 그런가..하며 안그래도 복잡한 머리랑 가슴이 답답해지는 느낌이다.
"그럼 왜그래?"
"이상해서요."
"뭐가?"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에 그냥 되묻고말았다.
"그냥 다 이상해요."
"...."
"아저씨도 이상해요,딸기사탕도 이상하고,근데 제가 제일 이상해요."
갑자기 뭐가 이상하단건지 모르겠지만 왠지 울먹거리는거 같이 들리는 목소리에 손만 가볍게 들어서 노란 머리에 턱하니 얹어줬다.
"모르겠어요...."
기어코 고개를 푹 숙이고 어깨를 떠는데,뭐라고 해줄수가 없어서 나도 그냥 가만히 손만움직여 머리를 흩으려트려줬다.나름 위로의 의미인데 그걸알기는 할까.
"그래,이상하다 모두다"
주차장 안쪽 고장났는지 깜빡거리는 전등 불도 이상하다.내 옆에서 울고있는 너도 이상하고.아까부터 마치 심장이 노란 머리와 닿아있는 그 손바닥부터 시작하는지 거기서부터 두근두근 퍼지는 묘한 느낌도 이상하고,
...내마음도,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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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편에 느낀건데요ㅋㅋㅋㅋㅋㅋㅋ그냥 제주저리주저리를 써놓으면 그게 스크롤늘려서 분량크게보이려는 속임수같이 느껴지더라구요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감춘글에썼어요 잘했죠????는무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빨리 진도를 빼고싶기는한데 어떻게 해아할지를 몰라서 오늘도 어정쩡합니다. 심지어 오늘은 달지도않아요....... 저번편에서 뭔가 기대하신분들!!아무일도 없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죄,죄송해여
언제쯤제가 원하는것을 표현할수있을만큼이 되려나요 글잡의 수많은 금손여신님들 사랑해요 저는 곳곳에 제 암호닉을 뿌리고있....은 빅시크릿^^^^^^^^
다음편은 지호시점으로 오겠습니다 오늘 무리해서 3편을 올리려했더니 계획한거 하나없이 그냥 손가는데로 써내려가서 뭔지도 모를 그런글이된거같아 죄송해요ㅠㅠㅠㅠ
댓글달아주시는분들이 큰 힘이됩니다 사랑해요!!!
♡암호닉♡ 기염댕이님 꼬구마님 모기장님 현기증님 투투님 핫삥꾸님 꼬꾸마님 이불님 ^~^님 딸기사탕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