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있는 남자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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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녀
"아니, 내 순서가 다가오는데… 진짜 엄청 떨리더라고! 진짜 난 이렇게 내가 떨 줄 몰랐어!"
"와, 정윤주 니가? 대박. 야, 진짜 대박이다."
"진짜 대박이지? 와, 막 손에 땀이 나기 시작하면서…"
"너 수족냉증이잖아!"
"그러니까… 어? 야, 그거랑은 상관 없거든. 아무튼, 엄청 떨리는데…"
얼마 전, 정시에 올인하겠다고 선언한 내가! 수시에 올인한 정윤주의 면접 생생 후기를 아주 경청하고 있다. 그것도, 자습을, 째고, 밖에, 나와서.
윤주는 무릎을 탁! 치더니 이제부터 하이라이트라며 박수를 한 번 짝! 쳤다.
"내 옆. 훈남이!!!"
"훈남?"
"어!!! 진짜 존나 훈남. 아. 진짜. 다시 생각해도 설레 죽겠음."
"야, 빨리 말해봐. 훈남? 뭐?"
"막, 손에 있던 초콜렛을 이렇게… 주면서…"
"엥 초콜렛? 뭐 손에? 다 녹은거 아니야?"
"야. 흥 깨지 마라. 안 녹았거든. 그리고 그거 면접 보기 전에 준건데, 아무튼! 난 다 먹었었어!"
"아~ 그래서?"
"나보고 떨지 말라고 이거 먹고 하라는거야. 와. 진짜."
숨을 가쁘게 내쉬더니 심장을 부여잡는다.
내가 진짜… 심장이 그때 막 터질 것 같아서 정말…. 그리고 화이팅! 이렇게 주먹 쥐는데… 나 그 주먹에 뽀뽀 할 뻔.
윤주는 지금 잔뜩 흥분한 상태다.
"근데 더 대박인건 뭔 줄 알아?"
"뭔데?"
"핵. 존. 잘. 진짜 완전 잘생겼어. 진짜 미쳤다니까?"
"뭐?? 야, 자세히 묘사해 봐."
"그러니까… 아 누구 닮았더라…. 아! 수호! 엑소 수호!! 진짜!"
"야. 그런 사람이 어딨어. 말도 안 돼."
"진짜라니까!! 약간… 막 미소년 같고… 부잣집 도련님 같은게… 하얗고… 진짜 미쳤어. 미쳤어!!"
"오버한다. 그런 사람 없어. 니가 그때 너무 흥분해서 잘 못 본거야."
"아니야! 진짜야! 진짜! 대학 가면 잘생긴 사람 없다는거 다 뻥이라니까!!"
말도 안 돼. 진짜 너 오늘 뻥이 심하다. 윤주를 살짝 흘겨보며 말했다. 대꾸는 이렇게 했지만… 부러운 마음은 감출 수가 없다.
말도 안 돼. 엑소 수호라니. 나… 엑소 좋아하구… 수호 좋아하구… 울 오빠들… 대학에… 있으셨어요……? 현실에 없던거… 아니였어요……?
그리고 면접 같이 들어갔거든? 근데 생각보다 걔가 말을 너무 잘하는거야… 거기서 또 뿅 갔지. 말도 또박또박 잘하고, 목소리도 너무 좋고. 나 거기서 걔 얘기 경청하고 왔어. 나도 모르게 끄덕끄덕. 교수님들도 나랑 같은 마음이었을거야.
교복 핏은 왜 이렇게 좋아? 교복 모델 해도 돼. 교복이 원래 그렇게 멋진 옷이었나? 아니면 걔만 다른거 입고 온건 아니겠지?
아 맞다. 손! 손이 진짜 예뻤어. 하얗고…. 그게 걔만의 분위기가 있어. 막. 복숭아같다고 해야하나? 웃는 것도 미쳤고….
얼마나 대박이었냐면, 우리 과 면접 보는 애들도 그랬고, 거기 면접 보러 온 애들도 다 힐끔힐끔 걔 보고 대놓고 보러온 애도 있었어. 스엠은 왜 안 데리고 갔지 걔를? 아니 이미 몇 번 접선을 하다가 그 애의 고집에 이제 지쳐버린 것 일지도 몰라. 고집도 멋지다!
아아! 그리고 마지막에 면접 다 끝나고 걔가 꼭 붙어서 이 학교에서 보자고 인사해줬다!
아. 미쳤어. 총장님. 저 합격 주세요. 교수님. 저 그 학교 꼭 가야겠습니다. 합격하게 해 주십시오!! 우리 훈남이도 합격 주세요!
수업을 마치는 종이 울리고,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정윤주의 (존잘남) 후기 듣다가 자습 한 교시 날렸다. 대단하다.
***
수능은 끝났고, 그렇게 수능 대박을 외치던 나는 보기 좋게 수능을 말아먹었다. 눈물로 밤을 지새고… 학교도 나가지 않으며… 폐인같은 생활을 보냈다.
그리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원서를 작성했다. 방황하는 나를 정윤주는 안타깝게 생각하여 제발. 우리 학교 질러봐라. 라며 나를 설득했다.
나는 그 설득에 넘어 갔을까? 당연하다. 난 팔랑귀니까!
그리고 정윤주의 학교에 추추합으로 합격을 했던가, 추추추추합으로 했던가, 추추츄츄츄잉껌이다 몰라!
나는 이 날에도 울었다. 나의 운에 감동해서. 맞아. 나의 고삼은 눈물의 연속이었다.
***
하… 지겹다. 윤주의 남자 얘기. 얘는 여초과면서 어떻게 이렇게 남자애들을 잘 아는거지? 처음엔 엄청난 관심을 보였지만, 지금은…. 뻔한 얘기들 뿐이다. 같이 밥 먹었다, 같이 과제 했다. 같이 술 먹었다. 이런거.
쏟아지는 말들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앞에 있는 볶음밥을 우걱우걱 씹으며 창 밖을 내다보았다. 날씨 완전 좋다.
"걔 이름이 뭐였냐면… 윤오야. 정윤오. 완전 데스티니 아니야? 진짜 결혼해야 돼!"
"윤오? 대박이네."
"완전 대박이지!! 난 정윤주고, 걘 정윤오야! 이름부터가 데스티니라니까!"
"근데 난 왜 같은 학교 다니면서 한 번도 못 봤지? 궁금하다."
그건 니가 맨날 다니는 곳만 다니니까 그렇지. 우물우물 거리며 숟가락으로 나를 가르킨다. 그게 잘못된거라니까?
어쩌라고. 나를 가르키는 숟가락을 내 숟가락으로 툭 쳤다. 내 마음이야!
밥을 먹고 나와서 곧 있을 교양 수업을 위해 천천히 학교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 교양 완전 싫다. 정윤주 완전 부럽다. 오늘 강의 끝이라니. 아, 세상에서 제일 부러워. 집에 가서 좋겠다. 뭐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내가 이 교양을 싫어하는 이유 첫번째. 너무 지루하다. 두번째. 재미없다. 세번째. 엄청 싫은 무리가 있다.
오늘도 그 무리는 교양 시작 전 시끄럽다.
멀리서 지켜보니, 오늘은 한 남자애 주위를 감싸고 있다. 아… 불쌍. 저 남자애는 무슨 잘 못…?
밥 먹었어? 강의 끝나고 밥 먹을래? 그럼 커피 마실래? 과제 같이 할래? 등등 작업 멘트를 날리고 있다. 우우, 웬만한 남자애들은 다 까더니 쟤는 마음에 들었나 보다.
그 무리를 구경하던 것을 그만두고 앞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그 무리를 피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그리고 휴대폰을 꺼내 윤주한테 카톡을 보냈다. 야, 나 그 존잘남랑 교양 같이 듣는다는거 왜 말 안해줬어?
답장도 없다. 자기가 좋아하는 그 애의 따끈따끈한 소식을 지닌 카톡인데도. 나는 가방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뭐 할 거 있나 하고. 할 것도 없다. 다시 무리를 구경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아! 뭐지.
뒷통수만 보던 그 애의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아 뭐지. 아. 존나 뭐지. 아!! 뭐야!! 얼굴이… 완전 존잘이잖아…. 잠시나마 그 애의 뒤에 후광이 있었던 것 같은데….
뭐야. 진짜 정윤주 말 다 맞았어. 존나 존잘이잖아. 미쳤다. 와. 교양 교수님 사랑합니다. 진짜 무리들이 환장하는 이유가 있네. 눈도 마주친 것 같은데…. 보자 마자 휙 돌려버린 고개를 원망했다. 아 좀만 더 보지 그랬냐!
잠깐 눈 한 번 마주쳤다고 후끈거리는 볼을 부여 잡고는 고개를 숙였다. 와. 정윤주. 진짜 고맙다. 사랑해. 그리고 부럽다. 이렇게 존잘을 면접 때 부터 보다니. 나 수시 안 쓰고 뭐했니… 왜 저 애 한테 화이팅 소리 못 들었니!!
"어… 저기"
한창 수시 쓰지 않았던 나를 자책하고 있을 때 였다.
"가방 좀."
"아, 네!"
자책을 그만두고 급하게 가방을 치웠다. 그리고 살짝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오, 맙소사.
"고맙습니다."
내 심장……….
윤주야 널 이름도 모르는 존잘남을 좋아한다고 한심하게 생각했던거 미안해.
이제… 나도 한심길만 걸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