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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와 물감 [물감 열여섯 방울] 

 

 

 

 

 

 

 

 

 

 

 

늘 생각했다. 사람들이 말하 듯, 삶이 마라톤이라고 비유한다면. 나는 아마 맨발로 출발선 위로 서 있는 체로 시작했고. 다른 사람들의 신발에 짓밟혀 발걸음조차 떼지 못한 체 그대로 주저앉아버린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온몸 가득 핏물에 뒤덮여 세상을 맞이하던 순간부터 세상은 어두웠다. 그리고, 그런 세상이 뭐가 그리도 좋아 빨리 나오고 싶었는지. 기존의 예정보다 빠르게 태어난 나는, 병원의 인큐베이터 속에서 한 달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 한 달이란 시간 동안 내가 본 사람은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 그리 불리는 사람들 뿐일 것이다. 그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나를 보러 온 사람은 없었으니까. 

 

 

 

 

 

 

 

 

 

 

 

"넌 내 인생을 망쳤어, 모조리 갉아먹었어" 

 

 

 

 

 

"너 같은 괴물은..태어나지 말았어야 해" 

 

 

 

 

 

 

 

 

 

 

 

그리고 나의 기억 속 가장 첫 단락에 남아있는 엄마에 대한 기억은, 원망을 가득 담아낸 얼굴로 울고 있는 모습이었다. 바닥에 주저앉아 두 손에 자신의 얼굴을 파묻은 체 서럽게 울어제끼며 외치는 괴물이라는 단어는 날 지칭했다. 엄마의 인생을 갉아먹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그런 괴물이라고. 

 

 

 

 

 

후에, 조금 더 자라게 된 뒤 깨달은 사실은, 나의 엄마라는 사람은 미술계에 있어서 꽤나 뛰어난 사람이었다. 어린 시절 속의 넓은 집 안에는 여러 그림들이 가득 메워져 있었고, 어떤 방 안에는 그림을 그리는 데 필요한 도구들이 가지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의 자주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를 닮아 미술에 재능이 있겠네', '좋겠다, 그런 분이 어머니이시고' 그중 참은 없었다. 나는 미술에 재능도, 엄마에 대한 만족도, 단 하나도 충족되지 않았다. 

 

 

 

 

 

또한, 색맹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에 따라오는 말은 대부분이 같은 반응이었다. 안쓰러움과 놀라움. '뛰어난 미술가의 딸이 색맹이다' 참으로 모순적이었다. 그래서인지 엄마라는 자는, 아직 말을 떼지도 못한 나의 손에 붓을 쥐였다. 

 

 

 

 

 

 

 

 

왜 붓을 쥐여줬는지, 나는 알 지 못했고, 지금 역시도 알지 못한다. 붓을 잡고, 수 없이 물감을 섞어가며 물감의 농도와 색을 동일하게 만드는 법을 익혔다. 어머니가 원하는 색을 똑같이, 몇 번이고 만들 수 있어야만 했다. 그 흔한 유치원 하나 가지 않은 체 그림으로 둘러싸인 방 안에서 눈앞에 보이는 캔버스에 물감을 채워 넣었다. 

 

 

 

 

 

제각기 다른 이름의 색을 만들고, 붓에 묻혀 캔버스 위를 물들였다. 몇 번이고 휘저어도, 몇 번이고 문질러도. 흑백 위를 덮는 더욱 짙은 흑백만이 남아있을 뿐이라도. 나는 붓을 잡았다. 

 

 

 

 

 

엄마라는 사람이 그리하라 했고, 기억 속에 남아있지 않을 때부터 붓을 잡아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어쩌면. 

 

 

 

 

 

 

 

 

 

 

 

"엄마는 틀리지 않았어, 응? 그렇지 아가?" 

 

 

 

 

 

 

 

 

 

 

 

그린 그림을 자신의 두 손으로 들어 보이며 웃어 보이던 그 모습이, 비록 울음과 섞여 떨리는 목소리로 부르는 아가라는 소리가, 내가 바라왔던 모습 때문이지 않을까. 

 

 

 

 

 

 

 

 

시간이 흘러 초등학교에 다니게 된 뒤부터는, 내가 참가할 수 있는 대회란 대회는 모두 참가했다. 그리고 항상 대상, 1위와 같은 단어들이 지칭하는 대상은 나여야만 했다. 엄마가 가진 명성에 흙빛을 끼얹지 않게. 상을 받아올 때마다 엄마는 옅은 미소를 띠며 상을 받아들었다. 상장은 파일 속에, 메달은 상자 속에, 트로피는 선반 위에, 그렇게 차곡차곡 정리했다. 

 

 

 

 

 

그렇기에 난 쉴 새 없이 캔버스 위에 붓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말했다. '어쩜, 재능을 가지고 있으면서 노력까지 하네' 내가 가진 것은 그런 재능 따위가 아니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사람들이 우선시하는 것은 '재능'이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나는 작은 손에 박혀진 굳은살이 보이지 않게 주먹을 쥐었다. 

 

 

 

 

 

 

 

 

 

 

 

 

 

갑작스레 어머니가 죽었다. 나를 옥죄던 손길이 단 한순간에 무너져내렸다. 이유는 간단했다. '교통사고' 잠깐의 차와 차의 충돌로 인해 나는 어머니를 잃었다. 

 

 

 

 

 

그 흔하다는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장례식은 원활하게 진행됐다. 팔에는 두 줄이 그어진 띠를 차고 여러 사람들이 오가며 꽃을 내려놓는 곳에 주저앉아있으면, 몇몇의 사람들은 나를 보며 말했다. '더 이상 울지도 못하네', '가여운 것',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의 시선 속에는 안쓰러움이 비췄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나는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더 이상 눈물을 내비칠 수 없을 정도로. 나는 슬픔에 잠겨 있지도, 가엽지도 않다고. 

 

 

 

 

 

 

 

 

그 후 내가 가장 먼저 취한 행동은 그림을 그리는 것을 멈추는 것이었다. 화실 속에 놓인 여러 붓들을 물에 깨끗이 씻어내고 말렸다. 잘 정돈된 붓들을 하나하나 보관 통 속으로 집어넣었다. 통,통, 소리를 내며 들어가는 붓들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그렇게 난 15년간 잡아왔던 붓을 처음으로 놓았다.  

 

 

 

 

 

붓을 감싸 쥐지 않은 손이 어색해 몇 번이고 주먹을 쥐었다 폈다. 손 위에 자리 잡은 굳은살 위를 쓸어내렸다. 하지만 그렇게 내가 손에서 붓을 놓고 주위를 둘러봤을 때 내 주위에는 그저 그림들뿐이었다. 친구도, 가족도, 그 누구도 없었다. 텅 빈 공간에는 나와 그림만이 자리 잡아있었다. 

 

 

 

 

 

결국 나는 그렇게나 놓고 싶어 하던 붓을 다시 잡았다. 내가 그림 말고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또, 그런 나를 도와줄 사람도. 

 

 

 

 

 

 

 

"나 말이야. 참, 못났지" 

 

 

 

 

 

 

 

 

 

 

 

그렇게 말하며 뒤를 도는 나에게 보인 것은 권순영의 모습이 아니라 권순영의 셔츠와 넥타이였다. 

 

 

 

 

 

 

 

 

 

 

 

"순영아?" 

 

 

 

 

 

 

 

 

 

 

 

그리고 주저할 새도 없이 양 팔에 힘을 줘 나를 안아버리는 권순영의 행동에 나는 권순영의 어깨에 눈가를 폭, 하고 묻었다. 

 

 

 

 

 

 

 

 

 

 

 

"괴물이 아냐.." 

 

 

 

 

 

"..예쁘다" 

 

 

 

 

 

 

 

 

 

 

 

그러고는 등 위를 가볍게 토닥이는 손길과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너무, 너무 예뻐" 

 

 

 

 

 

"정말..고생많았어" 

 

 

 

 

 

 

 

 

 

 

 

권순영을 만나고, 나는 생각했다. 발걸음조차 떼지 못한 체 그대로 주저앉아버린 나를 일으켜 세워주고, 짓밟힌 발에 붕대를 감아주고, 어여쁜 신발까지 신겨주며. 넘어지지 않게 신발끈을 단단히 묶어주고는 손을 내밀어 주는. 그런 사람이라고. 

 

 

 

 

 

그래서, 권순영이라면. 걸음을 내딛어도, 괜찮을 것 같다고. 나는 생각했다. 

 

 

 

 

 

 

 

 

 

 

잠깐의 겨울 뒤에는 더욱 따뜻하게 느껴지는 봄이 오죠. 이제 중반부를 달려가는 캔버스와 물감인 것 같아요. 사실 피곤해서 그런지 정신이 비몽사몽해서 이번 글의 중간부분부터 잘 써졌는지 조금 모르겠어요(웃음) 다음 화에서는 더 좋은 글로 찾아뵐게요. 늘 감사합니다 X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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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쑤하진/역시 우리 순영이 듬직해요ㅠㅠ너무 마음 아픈 과거지만 순영이 옆에서 잘 극복해 나가리라 믿습니다♥ 오늘도 잘 읽고가요!
7년 전
독자3
아니아니에요 순영이는 정말 생각이 깊은 사람같아요 여주의 속마음을 듣고 저렇게 위로해주는 멋진남자.. 여주 말 대로 순영이라면 정말 괜찮을거에요!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해요❤️
7년 전
독자4
낑깡이예요. 이번 편은 정말 봄이가 너무 안쓰럽네요. 봄이의 어머니가 왜 봄이 보고 그런 나쁜 말을 했는지, 봄이가 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순영이와 친구들을 만나기 전까지 아무런 재미도 없이 그저 손길 가는대로 그림을 그렸던 건지, 봄이에게 순영이가 어떤 의미인지 이번편에서 모두 나왔어요. 전부터 조금조금씩 나왔던 것들도 물론 있지만 이번에 한꺼번에 훅 와버리니까 너무 답답하고 그러네요T^T 봄이가 이제서 순영이와 아이들을 만나고 점점 행복해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 하나하나가 원래도 그랬지만 더 소중해졌어요. 항상 생각하지만 사이님께서 글을 쓰실 때 빗대어서 표현해주시는 부분이 많은데 그 부분부분이 너무 좋아서 계속 읽게 되는 것 같아요. 얼른 아이들에게 더 따스한 봄이 찾아오길 바라며 중반부까지 달려왔으니 남은 편도 더 힘내서 달려보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해요♥♥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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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713 1억05.0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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