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 그대를 사랑합니다.
w. 메니비
- 01 -
"사장님! 저 퇴근하겠습니다~!"
어두운 밤 빛이라곤 달빛뿐인 달동네 골목길을 올랐다.
4년 전, 부모님의 사업이 부도나고 나와 동혁이를 이모집에 맡기고는 급하게 어디론가 가던 부모님은 그날 밤 교통사고로 그 자리에서 죽었다.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우리는 2년 동안 이모집에서 눈칫밥을 먹었다. 하루하루를 악몽 속에 살던 우리는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집을 나왔다.
당연히 이모는 우리를 찾지 않았다. 친척들과의 모든 연락도 끊겼고 대학 진학도 포기한 나는 밤낮으로 알바를 하며 우리 남매의 생계를 유지했다.
그러던 중 알게 된 부모님 이름으로 빌려진 수억의 빚. 빚을 숨기고 싶어 우리를 버리고 도망간 걸까. 이 골목을 걸어갈 때면 항상 생각한다.
"아 진짜 여기 가로등 언제 고ㅊ.. 엄마야!! 누..누구세요?"
집에서 나랑 같이 밥 먹겠다고 저녁도 안 먹고 기다리고 있을 동생 동혁이가 생각나 걸음을 재촉하며 골목길을 걸었다.
지난여름 동혁이랑 같이 칠한 파란 대문이 보이기 시작할 때쯤 내 앞으로 두 명의 남자가 나타났다.
"이시민? 맞지."
"네? 네 맞는데 누구시냐고요."
"네가 알 필요는 없고, 우리 좀 따라가자."
다짜고짜 내 양팔을 붙잡은 남자들은 나를 골 목밑으로 끌어가려고 하길래 소리를 지르려던 참이었다.
그 순간 내 입을 막는 손수건에 의해 몸에 힘이 풀렸다. 안되는데...집에 동혁이가 기다리는데.....
여기가 어디지...... 눈을 뜨자 보이는 빨간 무늬의 천장에 내 몸에 덮어져 있는 새하얀 이불.
풍겨오는 분위기가 일반 집은 아닌 듯해 보였다. 그러니까 약간 느낌이 좀 으스스했다.
"일어났니? "
딱 붙고 푹 파여진 옷에다가 길게 늘어뜨린 웨이브 진 머리 새빨간 입술.
그러니까 내가 이상한 남자들을 만났고....정신을 잃었는데....눈을 떠보니까
"네 부모가 돈 못갚아서 네가 여기 끌려온 거야."
"여기가...어딘데요?"
"모르는 척하는 거야 모르는 거야
보면 몰라? 사창가잖아. 몸 파는데."
사창가? 몸을 팔아? 세상에....이게 무슨 일이야....
그러니까 우리 엄마랑 아빠가 돈을 빌렸는데 그거를 못 갚어서 내가 잡혀왔다 이 말이야?
난 부모님 앞으로 빚 있는 거도 얼마 전에 알았고.... 차근차근 갚겠다고도 했는데
그럼 나 여기서 몸 팔고 막 해야 되는 건가..?
"다 알아들은 거 같은데
일단 씻지? 씻고 나와서 마저 얘기해."
자신을 마담이라고 소개한 여자는 수건 두 장과 속옷 그리고 옷가지를 나에게 떠넘겨주고 방안 욕실로 나를 밀어 넣었다.
쏟아지는 물줄기에 몸을 맡긴 나는 구석구석 몸을 씻다 가만히 서서 생각했다.
난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동혁이 많이 걱정할텐데...
빨리 나오라는 앙칼진 마담의 목소리에 헐레벌떡 씻고 옷을 입고 나오자 테이블을 앞에 두고 놓인 의자에 앉아있었다.
"앞으로 너는 여기서 빚 갚을 때까지 못 나가.
여기서 몸 팔면서 돈 갚아.
얼굴이나 몸매 보니까 돈은 금방 갚을 거 같다."
"저 이런 거 해본 적도 없고
제 능력으로 돈 갚을 수 있어요."
"능력? 네가 능력이 어딨어.
대학도 안 나오고 부모도 없고 알바하면서 동생 데리고 사는 거 같은데."
"... ..."
"따라와."
아무 말 못하는 내 손목을 잡고 날 일으킨 마담은 밖으로 날 이끌었다.
밖으로 나오자 보이는 넓은 홀 곳곳에는 드문드문 젊은 남자부터 늙은 남자까지 양옆에 여자들을 끼고 있었다.
짝을 지어 룸으로 들어가는 남녀들을 피해 마담을 따라가자 첫날이니까 술만 나르라고 하였다.
내게 또 다른 옷을 건네주곤 술 진열대 옆방으로 날 들여보냈다.
"신입? 맞나 보네. 여기 와서 앉아.
뭐해. 안 오고."
"네.."
"그냥 편하게 언니라고 불러."
방안으로 들어오자 바로 보이는 소파에는 교복을 입고 온몸이 피떡이 된 체 쓰러진 여자가 누워있었다.
놀라서 발을 떼지 못하는 나를 본 언니는 나를 의자에 앉혔다.
언니는 테이블에 올려진 여러개의 파우치들을 뒤적거리더니 화장품을 꺼내 내 얼굴에 이것저것 바르기 시작했다.
한참을 얼굴을 만져주고 머리를 만져주더니 날 일으켜세워 옷을 벗기더니 마담이 쥐여준 옷을 입혀줬다.
"오늘 첫날이니까 마담이 술 전해주면
그거 룸으로 가져다줘."
"... ..."
"아, 너 막 하기 싫다고 깽판 부리면 저기 쟤 보이지.
쟤처럼 된다. 그냥 해. 시키는 대로."
턱 짓으로 피떡이 된 여자를 가르친 언니는 무서워 벌벌 떠는 나를 한 번 보고는 자신을 따라나오라는 말과 함께 방을 나갔다.
언니를 따라 방으로 나오자마자 술을 건네는 마담에 술병을 들고 6번 룸으로 향했다.
손에 들려진 병을 당장이라도 던져서 깨고 싶었고 이곳을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피떡이 된 여자애를 본 후라 그런지 몸과 마음이 따로 놀았다.
"어어 술 여기"
"오~ 처음보는 얼굴인데?
신입?"
"네..."
"이리 와서 좀 앉아봐"
날카롭게 생긴 남자는 자신의 옆자리를 툭툭 쳤다.
같이 들어온 언니는 자연스럽게 한 남자의 옆으로 가서 앉아 아양을 떨었다.
앉으라는 듯이 눈짓을 주는 언니에 조심스레 남자 옆에 앉았다.
술을 따르라는 남자의 말에 술도 부어주고 하는 말에 살살 맞장구도 쳐주니 내 어깨에 올려진 남자의 손이 점점 내려와 내 허리에 안착했다.
"나랑 같이 나갈까?"
"에이~ 오빠 걔 오늘 첫날이라 안돼.
이건 마담 명령."
"그래? 뭐 다음에 보면 되니까."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시 던 남자가 나가고 언니와 함께 룸을 나왔다.
룸을 나오자마자 주저앉아 흐느껴우는 언니는 날 일으켜 아침에 내가 눈을 떴던 방으로 데려와 침대에 눕혔다.
밤 9시부터 새벽 5시까지만 일하니까 진정하고 지금 좀 자두라는 언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어쩌다가....
진짜 죽고싶다...."
침대에 눕자 오지 않는 잠을 억지로 자고 싶지 않아 몸을 일으켜 앉았다. 고개를 두리번두리번하며 방안을 살피자 그제야 내 가방이 눈에 들어왔다.
침대에서 일어나 가방을 열어보자 지갑과 내 다이어리뿐이었다. 핸드폰은 가져갔나 보네...
지갑을 열자 작년에 동혁이 고등학교 입학 기념으로 찍은 사진이 나를 반겼다. 동혁이를 보자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렀다.
밤새 잠은 잤을까... 학교가 멀어서 지금 일어나야 지각 안 하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다 걱정되고 평소에 더 자주 같이 있을 걸 하고 후회도 됐다.
사진 속 동혁이를 엄지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며 눈물을 닦아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방문이 열렸다.
"지금 점검이니까
나와 빨리."
급해 보이는 모습에 손에 쥐고 있던 사진을 들고 그래도 방안을 나왔다.
복도에는 수많은 여자들이 진한 화장에 짧은 옷, 치렁치렁한 액세서리를 달고 한 줄로 서 있었다.
늦게 나온 건지 제일 끝 쪽에 섰는데 멀리서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가 뒤에 여러 명의 남자를 끌고 가게로 내려왔다.
"윤마담, 오늘 가게 오픈하지 마."
"네."
"그리고 거기 너
넌 그 머리색 좀 어떻게 해라."
"..네..."
남자는 안쪽으로 걸어들어오며 여자들을 한 명 한 명 지적했다.
화장이 이상하다, 옷이 촌스럽다, 머리를 좀 다른 스타일로 해보라는 둥 지적했다.
그리곤 뒤에 서있는 남자를 시켜 새벽에 본 피떡이 된 여자애를 끌고 왔다.
"아직도 하기 싫어?"
"... ..."
"어? 사람이 물어봤으면 대답 좀 해라.
짜증 나게 하지 말고."
"하기 싫다고 했어.."
짜악-
"헐! 어떡해!!"
덩치의 남자들에게 끌려 나온 여자애는 정장 입은 남자 앞에 무릎을 꿇고 앉혀졌다.
남자는 고개를 숙이고 앉아있는 여자의 머리채를 잡아 고개를 들게 했다.
무릎을 굽혀 여자의 눈높이에 맞춰 앉은 남자는 여자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여자애가 넘어질 정도로 세게 뺨을 때렸다.
모두가 익숙한 듯이 지켜만 봤는데 놀란 나는 소리를 질렀다.
"아씨 뭐야
누구야"
"오늘 새로 들어온 신입인데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신입?"
마담이 나를 한번 째려본 후 남자에게 말했다.
자신의 팔을 잡은 마담을 밀친 남자는 뚜벅뚜벅 나에게 다가왔다.
아...차라리 맞아서 죽었으면 좋겠다....끔찍하다..
옆에 서있던 언니가 고개를 숙이라며 나에게 속삭였다.
어차피 맞아 죽을 거 한 번만 객기 부려보자 싶어서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고 벽에 기대섰다.
"야 미쳤지.
똑바로 안 ㅅ....이시민?"
"? 이...민형?"
남자의 손에 머리채가 잡혀 돌아간 고개에 보게 된 남자의 얼굴에 놀랐다.
"네가 여기 왜...있어?"
"그런 너는 왜..."
여자를 때리고 욕을 하던 남자는 바로 고등학교 3년 내내 나랑 붙어 다녔지만 졸업과 동시에 자취를 감춘 내 친구 이민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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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메니비입니다.
아직 재현이 단편글 센티넬버스도 상편만 내고 중편은 다섯줄 끄적이다 관둔마당에 새글을 들고왔습니다.
예전부터 너무 쓰고싶었던 조직물이고
2년 전에 글 틀이랑 인물까지 다 정해놓은 글을 묵혀두기가 아까워서 다듬어서 올려요!
이제 새멤버썰도 완결까지 얼마남지 않았고 다음주면 제가 다시 개학을 하기때문에 아주 천천이 굴러가는 글을 쓰고 싶어서 가져온 장편글이에요.
제목에 도영이랑 재현이 이름을 달아놨는데 등장한 건 미녕과 툥,탤뿐...그것도 아주 잠시...
천천히 굴러갈 글이니 너무 기대하시거나 기다리지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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