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êveur lunaire ; 몽상가
두 번째 기록, 白日夢(백일몽)
세상에 나 혼자 남겨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봐. 하나 뿐인 내 편, 나에게도 생긴 것 같다. 왠지 모를 든든한 마음에, 요즘 기분이 좋아 보여서 다행이라는 소리를 자주 듣게 되었다. 아, 내가 많이 우울해 보였었나 보네. 무슨 좋은 일 있어? 물어와도 별 다른 대답을 해 줄 순 없었다. 사실대로 말하면, 미친 사람 취급 받을까봐. 그냥 웃어 넘겼다. 그냥, 뭔가 많이 마음이 좋아졌어. 회색빛이었던 세상이 색칠된 것 같아.
혹시나 내가 정말 착각을 한 건가, 싶어 인터넷에 검색하는 횟수도 늘어났다. 꿈에 자꾸 똑같은 사람이 나와요.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 생생하고,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질문들도 올려 보았지만 헛소리 하지 말라는 답변만 달릴 뿐이었다. 그래, 남들 눈엔 헛소리 같겠지, 뭐.... 마음 한 켠에서는 불안하다는 느낌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꿈이어도 좋으니, 그 아이를 계속 보고 싶었다. 어느 날부터 내 꿈에 나오지 않는다면 어떡하지. 그런 자질구레한 고민들을 하다, 내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오직 하나였다. 별 의미 두지 말자고. 그런데 그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요즘 뭔가 기분이 엄청 좋아 보여."
"다들 그러더라."
"약간.... 어, 그러니까. 좀, 뭐라고 해야 하지.... 분위기? 가 많이 바뀌었어."
"아하."
어김없이 잠에 들면 민형이가 나왔다. 보자마자 나에게 내 이름이 뭐냐고 체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짧은 시간이었고, 별다른 특별한 일도 하지 않았지만 그냥 그 말할 수 없는 편안함이 난 너무 좋았다. 기분이 좋아보인다는 말에, 너를 만나게 돼서 변한 것 같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쉽게 용기가 나지 않았다. 오해할까 봐. 대충 얼버무리자 민형이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는 말을 꺼냈다. 근데, 얘 진짜 어딘가 모르게 말하는 게 어눌하단 말이지. 한국인은 맞는데. 말을 못하는 건 아니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틱틱 말이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오늘은 시간이 좀 많아."
"왜?"
"어, 그니까. 약간, 그게, 매일 매일 달라. 엄청 짧은 날도 있고, 긴 날도 있는데 오늘이 좀 긴 날이야."
"그런 건 어떻게 알아?"
"그거는.... 비밀."
"치...."
뭐가 그렇게 비밀이 많을까. 뭔가 나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은 느낌도 그렇고, 그냥 알 수 없는 애다. 치사해, 알려주면 덧나나. 어리광이라든가, 삐진 척이라든가. 그런 걸 한 번도 해 본 적 없었는데 자연스레 입이 대빨 앞으로 나왔다. 궁금한데. 알려주면 안 되는 건가. 내 표정을 보더니 당황했는지 특유의 말투로, 오우..., 야, 미안해....라며 어쩔 줄 몰라 하는 민형이었다. 아냐. 난 별로 궁금해하지 않을게. 왜냐면 난 이 모든 시간에 의미를 두지 않기로 혼자 결심했거든.... 그게 뜻대로 잘 안 되긴 하지만.
"다 너가 이렇게 휙휙 바꾸는 거야?"
"응. 다 내 맘대로야."
금세 배경이 바뀌었다. 오늘도 뭔가 영화에서 나올 법한 장소였다. 하도 매체에서 자주 접해서 익숙한 풍경. 어느 나라인진 모르겠지만 느낌적 느낌으로 유럽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밤 거리, 사람들로 붐비고, 조명도 뭔가 낭만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 가득한 곳이었다. 나 여행 같은 거 가본 적 별로 없는데 진짜 웬 횡재야.... 별 것도 아닌 것들에 신나하고 눈 돌아가는 게 없어 보이려나, 싶었지만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이 순간을 즐기기로 했다. 나 되게 낭만적인 여자였나봐.... 메말랐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행복해, 정말로!
"사람들은 다 어떻게 나온 거야? 그것도 너가?"
"어.... 그것까지는 아니야."
"난 또.... 너가 저런 것도 다 일일히 어떻게 해 놓은 건 줄 알았지."
"......오우."
마침 카페의 야외 테이블에서는 연인들이 입을 맞추고 있었다. 어.... 저건 단순한 입맞춤이 아닌 것 같은데. 너무 길거리에서, 아무리 꿈이어두.... 저렇게 대놓고 그러시면, 좀 민망한데. 저런 것도 민형이가 다 알아서 하나 싶어서 물어보자 얼굴이 새빨개지는 민형이었다.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뭐야, 왜 그렇게 부끄러워 해. 빨개진 얼굴을 보며 킥킥거리는데, 갑자기 큰 손이 내 눈을 덮어 왔다. 우리 저런 거 보지 말고 다른 거 하자. 손이 참 따뜻하네.
"나 저 노래 지인짜 좋아해. 진짜. 솔직히 나 진짜 맨날 저것만 들어."
"콜드플레이?"
"너 뭘 좀 아네."
그 나이 또래 남자애치고 되게 맑은 애 같다. 내가 너무 학업에 찌든 애들만 봐 와서 그런가. 길거리를 돌아 다니다가 결국엔 거리 공연을 하는 곳에 왔다.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남자를 보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은 민형이가 쉴 틈도 없이 노래 진짜 좋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나도 콜드플레이 노래 많이 듣는데. 자기랑 음악 취향이 비슷한 게 좋았는지 하이파이브를 하며 자기는 뭐가 제일 좋고 이것도 좋고 저스틴 비버도 좋고 이 노래도 꼭 들어보라며 홍보를 하는 민형이었다. 몰랐는데, 얘 좀 귀여운 것 같다. 사실 좀이 아니라 엄청....
"너 누나들한테 인기 많지?"
"어?"
"부정 안 하는 거 봐라. 엄청 귀여움 많이 받을 것 같은데. 인기도 많고. 누나 킬러."
"아...."
맞나 보네. 하긴, 내가 누나였다면 엄청 귀여워 했을 거야.... 이미 지금도 귀여운데 무슨.... 귀엽단 말은 차마 못 하겠어서 엄청 빙빙 돌려 말했다. 빙빙 돌려 말하지만 내 맘은 꼬여 있지 않단다. 내 말이 뭐가 그렇게 파급력이 있었던 건지 민형이가 갑자기 말이 없어졌다. 뭔가 혼자 골똘히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뭐야, 왜. 그렇게 한참을 말이 없던 민형이가 되게 뜸을 들이며 운을 띄웠다. 그러면,
"어.... 그러면, 누나 아닌 사람들한테는 별로...."
"어?"
"어, 누나 아닌 사람들은 나 별로...라고 생각할까?"
엄청 진지한 표정이길래 대단한 건 줄 알았더니 별 것도 아닌 질문이었다. 빨리 대답하라며 재촉하는 민형이였다. 참나.... 싱거운 애야.
"아니."
"진짜?"
"근데 그건 왜?"
"어.... 그건."
"너는 누나 아니잖아."
여러분 제가 많이 늦었어요. 민형이 이제 훅훅 들어오지 ㅇ낳나요... 헤헤.. 민형아 사랑해... 마지막 첫사랑... 너가 내 마지막 첫사랑이다..임마...
아, 지난번에 bgm 많이 물어보신 분들이 많아서... 어릴 적 할머니가 들려주신 옛 전설? 이라는 노래에요 !! 그러면 모두 저녁식사 맛있게 하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