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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모아젤, 버터플라이 (上)

 

 

 

 

 

 

 

근데 걔, 아직 한번도 뒤 따인 적 없대.    

 

너무나도 당연시 여겨지고 있던 사실은 그 한 마디로 완전히 산산조각났다. 이전의 소문이 바람과 같이 빨리 퍼졌던 것처럼, 이번 이야기도 입과 입을 통해 무서운 속도로 빠르게 번져나갔다. 변백현이, 정말로? 남고의 꽃이자 공공연한 걸레로 소문나 있던 백현이 아직 처녀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새로운 소문이 아닐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백현은 마치 몸에 배인 습관인 마냥 틈이 생길 때마다 봐줄만 한 얼굴에 괜찮은 몸매를 갖고 있는 먹잇감에게 은근히 다가갔던 것이다. 동성간의 관계가 가능하다는 것에도 전혀 자각을 하고 있지 않았던 몇몇 학생들조차 백현에게는 위화감을 느끼지 않았다. 그는 온 몸에 페로몬 향수를 뿌리고 다니는 것처럼 뭔가를 끌어들이는 데 재주가 있었다. 또한 백현은 자신에 대해 어떤 누구가 무슨 말을 하고 다니던지 신경조차 쓰지 않기로도 유명했는데 온갖 과장된 소문과 부풀려진 루머들이 그를 휘감고 다니던 이유는 그것에 있었다. 만약 백현이 정말로 버진이라면 그간 수많은 남학생들이 그와의 잠자리가 어땠고 저쨌고 떠들어댔던 말은 다 무슨 얘기였단 말인가? 이 소문은 백현과 전혀 상관없는 학생들조차 귀를 기울이게 만들었다.   

 

자신에 대한 소문이 온 교내에 다 퍼진 탓에 지나가는 말로도 그 소식을 듣지 못했을 리가 없는 백현이었지만, 평소와 다를 것 없이 단정한 차림새로 등교를 할 따름이었다. 교문을 통과하고서 건물 맨 꼭대기층에 있는 자신의 교실까지 올라가는 길에 수많은 수군거림과 눈초리, 손짓을 받는 것은 이미 일상이 된 것 같았다. 백현은 전혀 기분 나빠하는 낌새도 없이 그저 떠들긴… 계집애들도 아니고, 하는 지겹다는 어투의 말을 툭 뱉을 뿐이었다. 나른한 눈초리의 백현은 맨 끝분단 제일 뒤 창가 자리에 앉아 무료한 표정으로 턱을 괸 채 창 밖을 내다 보고 있었다. 교문 쪽에서 유달리 키가 크고 얼굴이 까무잡잡한 학생 하나가 지각을 면하기 위해 부리나케 달려 오고 있었다. 그에게 쭉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백현이 눈을 두어 번 깜빡이고는 앞문이 열리는 소리에 교탁으로 힐긋 눈을 돌렸다. 새로운 여선생이다. 낯선 얼굴에 반 학생들이 관심을 보이는 게 눈에 띄었다. 그러나 여전히 백현은 무심한 눈초리로 빤히 그녀를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더듬거리며 몇 마디를 하더니 잘 부탁한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교실을 나가려다가 멈칫했다. 그리고 뒤를 돌아 교실 전체를 쳐다보면서 중얼거리듯이 한 마디를 했다.  

 

 

“ 백현이란 애에 대해서 이상한 소문이 있는 것 같은데…. 반 친구를 놀리는 건 나쁜 일이야. 그러지 말자. 알았지? ”  

 

 

그녀의 중얼거림에 가까운 한 마디가 채 끝나기도 전에 비웃음으로 그 말을 뚝 끊어버린 것은 백현 본인이었다. 그만 가시죠, 종이 친 것 같은데. 쌀쌀맞은 어투에 여선생이 백현의 가슴팍을 눈으로 훑으며 명찰을 찾다가 아무것도 없다는 걸 깨닫고선 얼굴이 붉어진 채 도망치듯 종종걸음으로 반을 나갔다. 친구라.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했던 그 단어를 입으로 천천히 곱씹어 보던 백현이 피식 하고 냉랭하게 한번 웃어냈다. 날 남창이라고 생각하는 놈들도 친구라고 할 수 있다면야 뭐…. 쭉 이어지던 백현의 생각이 방해받은 이유는 뒷문이 쾅 하고 시끄러운 소리로 열리며 몸이 땀범벅이 된 키 큰 남학생 하나가 들어온 것 때문이었다. 백현이 교문 언저리에서 본 그 학생임이 분명했다. 그는 선생님이 들어왔다가 나간 게 분명하다는 걸 깨닫고는 조금 절망적인 눈빛을 지어 보이고서 중간 어디메쯤의 의자를 끌어내 앉았다. 그 꼴을 가만히 보던 백현은 여전히 나른한 눈으로 교실 뒤 벽에 걸려 있는 시계를 쳐다보고서 마치 이게 수업시간에 해야 하는 올바른 태도라는 듯 자연스럽게 책상 위로 엎드렸다. 교복 셔츠 위에 덧입은 두툼한 후드티의 모자를 뒤집어 쓴 채로 백현은 금세 잠이 들었다. 

 

백현은 누구랑도 가까이 지내려고 하지 않았고 그러니 점심시간이 된 후에도 밥을 먹으러 가자며 깨워 줄 누군가가 있을리 만무했다. 그러나 백현은 곧 귀를 파고드는 시끄러운 종 소리와 지진을 방불케 하는 학생들의 발자국 소리에 부스스한 상태로 책상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몇 번 졸린 눈을 깜빡거리던 그는 아침에 제출했어야만 하는 휴대폰을 자연스럽게 책상 서랍에서 꺼내선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백현이 스테이지 몇 판을 깼을 즈음 고요하던 복도에서 교실을 향해 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뒷문에는 마치 남의 교실을 방문한 양 어색한 표정으로 교실 문을 조심스럽게 열은 남학생이 있었다. 아침에 지각한 까무잡잡한 피부의 남학생임이 분명했다. 교실을 훑어보던 그는 백현을 발견하고서 조금 놀란 듯 움찔한 듯 했다. 끊임없이 자신에게 꽂히는 시선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었는지 휴대폰에서 시선을 뗀 백현이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쳐들었다. 갑작스러운 반응에 눈을 둥그렇게 뜬 그가 빠르게 원래 표정을 되찾더니 백현에게 물었다.

 

 

“ 혹시… 경수 봤니? ”

“ ……. ”

“ ……. ”

“ 김… 종인. ”

“ 어? ”

“ 아니, 못 봤어. ”

“ 그래…. 고마워.”

 

 

백현과 나눈 짧은 대화가 어색해서 참을 수 없었던 듯 원하는 대답을 듣자마자 종인은 교실 문을 닫고 훌쩍 나가 버렸다. 백현은 그가 닫고 나간 교실 뒷 문이 마치 신기한 물건이라도 되는 양 한참을 바라보다가 다시 자신의 휴대폰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곧 흥미를 잃어버리고선 책상서랍 안으로 그것을 던져 넣어버렸다. 책상에 풀썩 엎드려 자신의 샤프를 빙빙 돌리고 있던 백현은 시간표로 시선을 돌렸다. 오늘 5교시 수업은 과학이었다. 오늘 과학이면 이동 수업일 텐데…. 수업시간에 항상 엎어져 잠만 자는 그의 태도와는 달리 괜찮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던 백현은 비록 수면이 항상 부족하다고 느끼긴 했지만 무단결과를 해 가면서까지 교실에 처박혀 잠을 자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다음 시간 종이 치기까지는 15분이 남아 있었다. 슬슬 학생들이 교실로 몰려 들어오는 부산한 발걸음이 들리자 짜증스럽게 얼굴을 확 구긴 백현이 곱지 못한 손길로 두꺼운 과학책을 꺼내 책상 위에 던지듯 내려놓았다. 필기도구와 교과서를 챙기고서 빠른 발걸음으로 제1과학실에 도착한 그는 자신이 과학실에 도착한 첫 학생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곳에는 종인이 미리 도착해 있었다.

 

출석번호대로 자리가 배정된 탓에 종인은 맨 앞 분단에 앉아 있었고 백현은 그 두번째 줄 분단에 의자를 빼고 앉을 수밖에 없었다. 아랫입술을 보일락 말락 조금 내밀었던 백현은 다시 원래의 표정을 되찾고 슬슬 들어오기 시작하는 반 학생들을 흘긋 둘러봤다. 몇 자리를 제외하고는 자리가 다 찼고, 수업이 시작하기까지는 5분이 남은 상태였다. 이 정도면 되려나, 그 생각이 듦과 동시에 아주 미세한 미소를 지어 보인 백현은 그 표정 그대로 종인에게 다가갔다. 반 학생 전체의 눈길이 자신의 등에 꽂혀 있다는 걸 느끼곤 엷은 미소를 조금 더 짙게 띄운 백현이 여전히 눈치채지 못하고 있던 종인의 어깨를 살짝 건드렸다. 고개를 들은 종인이 백현과 눈을 마주치자 의외라는 표정이 그의 얼굴에 떠올랐다. 몇 초간 그 잘 생긴 얼굴을 내려다보던 백현이 작지만 누구나 분명히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 종인아. 나랑, 할래? ”

 

 

그리고 백현은 이제껏 자기가 학교를 다니며 들었던 어떤 수군거림보다 큰 웅성임을 들을 수 있었다. 그가 괜찮은 남학생들에게 조금씩 관심을 보인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직접 누군가에게 직설적으로 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오브제 토~꾸.

 

인스티즈 글잡으로는 처음 뵙습니다. 좋게 봐 주시면 감사드려요ㅠ.ㅠ

하편은 조만간 들고 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마버가 완결난 후 단편으로든 장편으로든 조만간 다시 찾아 뵐 것이어요....♡

짧은 분량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ㅜㅜ. 뎨동합니다. 글구 이거 카백 아니라 루백 마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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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암호닉삼바할게요ㅜㅠ 루백ㅇㅣ라니 빨리루한이 나오늣거 보고싶어요ㅠㅜㄴ으앙ㅈ너무재밌어요 소재도좋구요!다음편기대하겠습니다!
11년 전
오브제
이런 묘한 학원ㄴ물로 꼭한번 써보구싶었는데 이케 기회가 돼서 쓰게 됐네요ㅋㅋ저는 루백이 너무너무 좃습니당ㅠㅠㅠㅠㅠ 루어빠는 진리야요..! 담편 기대에 부응할수있도록 열심히 써오겠슴니다 감쟈해요ㅠㅠ
11년 전
독자2
암호닉 체리새우 신청할게요ㅠ 제목에 루백보고 들어왔다가 카백나와서 놀랐네요ㅋㅋㅋ 다음편엔 루한이 나오겠죠??ㅠㅠ 다음편 빨리 보고 싶어요!!
11년 전
오브제
원래 그게 컨셉이었어요ㅋㅋㅋ다들 의도했던 대로 놀라주셔서 뿌듯... 담편엔 거친 루깡패가 나옵니다 제가 쓰는건데 생각만 해도 좋네요ㅋㅋㅋㅋ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11년 전
독자3
루백인데 내용은 카백이라서 깜놀ㅎㅎ 하편빨리 들고와주세요ㅠㅠ
11년 전
오브제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 곧 후딱 들고 올게요~
11년 전
독자4
오잉ㅋㅋㅋㅋㅋ 재밌겠닼ㅋㅋㅋㅋ 글 읽는 동안 딱 몰입이 되서 잡생각 없이 정말 글만 읽었네요 ㅎㅎ 다음편 기다리고 있을게요^^
11년 전
오브제
몰입이 되셨다니ㅠㅠㅜㅜㅜ 글쟁이한테 그보다 더 큰 칭찬이 없어요ㅠㅠ!! 기다려주신다고 해서 감사합니다ㅎㅂㅎ 노력 많이 해서 들고올게요~
11년 전
독자5
암호닉 나메코 신청해요~ 순간 카백인줄..이제 루깡패가 나오겠죠?? 하..상남자..
11년 전
오브제
헉 저 나메코 도감 100퍼 채우고 며칠전에 지웠는데ㅋㅋㅋㅋ암호닉이 정겹네요ㅜㅜ♡ 전 루깡패가 너무 좋아여 헠헠..! 아니 생각만 해두 음마가 나올라고;; 상남자 루한 조아여 많이 좋아여...킬킬 하편 후딱 들고 오겠습니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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