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자리 시라부 썰 1 옆자리 시라부 닝은 중학교 졸업하고 1년 해외에 나가있는 바람에 고등학교를 남들보다 1년 늦게 들어감. 같은 동급생보다 한 살 많은 걸 숨기고 다니고 싶었지만 같은 중학교 나왔던 넌씨눈 후배 고시키 때문에 한 살 많다는 게 들통나버림. 그렇게 불편하게 새학기가 시작되고 짝궁이라도 잘 만나길 빌고 빌었지만 세상 만사에 관심 1도 없어보이는 녀석이 짝궁이 되어버림. 그게 바로 시라부. 시라부는 늘 8시 정시에 등교해서 야자없이 바로 하교함. 더군다나 쉬는 시간에도 화장실 가는 거 아니면 앉아서 문제집만 풀음. 짝궁인 닝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음. 당연스레 말도 안 섞음. 처음엔 냉한 시라부가 무서워서 닝도 다른 친구 사귀었지만 약간 오지라퍼 기질이 있는 탓에 늘 혼자있는 시라부가 신경쓰임. 그래서 시라부가 대답도 안 하는데 괜히 어제는 어쨌니, 그 이야기 들었니 하면서 가끔 말도 걸고, 뭐하냐고 물어도 봄. 시라부는 처음에 딱히 대답도 안 하고 시선도 안 주다가 닝이 어제 본 배구경기 이야기를 하는 순간 처음으로 닝을 쳐다봄. 닝이 옳지! 싶어서 배구 이야기를 계속 하니까 시라부가 미약하게 고개를 내젓거나 끄덕임. 그 반응에 닝은 신나서 웃다가 습관적으로 시라부 어깨에 손 올리고 시라부는 갑자기 표정 굳히면서 손을 쳐냄. 급속도로 식는 분위기. 시라부는 당황한 듯이 입을 달싹 거리다가 닝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문제집을 쳐다봄. 별 것도 아닌데 뭐 이러나 싶어서 닝도 기분 나빠서 그 이후로 돌아오는 답 없는 이야기도 늘어놓지 않고, 시라부에게 쓸데없이 질문하지도 않게 됨. 그렇게 일주일이 넘는 시간 동안 시라부는 전과 다를 바 없는데 닝 혼자 시라부에게 삐져있는 냉전 아닌 냉전 상태가 지속됨. 그러던 금요일 평소 야자를 하지 않던 시라부가 웬일인지 반에 남음. 닝은 오늘 왜 남았는지 궁금해서 묻고싶지만 시라부에게 삐진 상태라 궁금증을 꾹 참고 문제집에 집중함. 근데 착각인 건지 옆쪽에서 자꾸 시선이 느껴짐. 눈치를 보면서 몰래 옆을 흘끔 봤더니 시라부가 닝을 쳐다보다가 눈 마주치니까 얼굴 붉히면서 다른 곳을 봄. 닝은 뭐지 싶었지만 그 뒤로는 딱히 시선이 안 느껴져서 착각이겠거니 하고 넘겨버림. 그렇게 야자가 끝나고,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함. 생각해보니 아침에 엄마가 우산 챙겨가라고 했었는데 깜박하고 온 닝. 엄마를 불러야 하나 고민하는 찰나에 누가 닝의 눈 앞으로 검은색 우산을 들이밀음. 앞을 보니 시라부. "나 쓰라고?" 닝의 물음에 시라부가 여전히 냉한 표정으로 딴청을 피우면서 고개를 끄덕임. 닝은 우산 하나에 그동안 삐진 것도 잊은 채 환하게 웃으면서 같이 쓰자고 함. 그렇게 얼결에 같이 하교를 하게된 닝과 시라부. 닝이 시라부의 집을 물었지만 시라부는 끝까지 대답을 하지 않고 결국 닝의 집까지 데려다 줌. 닝이 고맙다고 인사를 할 때까지 시라부는 닝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고 말도 잘 안 함. 닝은 시라부가 원래 이런 녀석인 걸 아니까 그러려니 넘기고 집 현관으로 향하는데 뒤에서 시라부가 누나. 하면서 처음으로 닝을 부름. "누나, 왜 이제 저한테 말 안 걸어요." 옆자리 시라부 썰 2 소나기가 내리던 그날 이후로 닝과 시라부 사이에 미묘한 변화가 생김. 1. 8시 정각에 등교하던 시라부가 등교시간을 7시 40분으로 바꾸고, 자리에 앉아서 닝이 등교하기를 기다림. 2. 시라부는 여전히 말이 없지만 그래도 닝이 말 할 땐 닝을 올곧게 쳐다봐줌. 3. 닝이 시라부 옆에서 조잘조잘 떠들면 간헐적으로 응, 아니. 간단한 대답을 해줌. 그렇지만 딱히 타인이 눈치 챌 정도로 큰 변화는 아님. 이 미묘한 변화로 인해 닝은 자꾸 시라부에게 기대를 하게됨. 시라부의 무뚝뚝함에 실망하기도 하고, 가끔 돌아오는 대답이나 맞닿는 시선에 벅벅- 속을 긁고 싶을 정도로 간지럽기도 함. 시라부를 좋아하게 된 거임. 닝은 오지라퍼 기질이 좀 있기는 해도 기본적으로 눈치가 없는 건 아니라서 자기 마음을 금방 알아챔. 닝은 마음을 알아채자마자 이건 가망이 없는 짝사랑이라는 생각에 접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함. 그러면서도 시라부랑 좀 더 가까워지고 싶은 욕심을 버리지 못해서 자꾸 말을 걸고 치대다 보니 어느새 시라부와 시간 맞을 때 같이 하교를 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됨. 이렇게까지 시라부와 닝을 가깝게 만들어준 건 배구임. 시라부는 체육 자체는 별로 안 좋아하지만 유일하게 배구를 좋아했고, 배구 경기를 다 챙겨 볼 정도로 배구 광이었던 것. 그래서 닝은 시라부에게 주말 배구 경기를 같이 보러가자고 함. 거절당할까 노심초사 하는 와중에 시라부는 별스럽지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임. 시라부와 함께 경기를 보러 가지 전날 밤 닝은 옷도 미리 골라놓고, 안 하던 팩까지 하면서 오지 않는 잠을 억지로 청함. 그렇게 약속 당일. 닝은 경기장 앞에서 시라부를 만나 경기장에 들어가 자리 잡고 앉음. 닝은 사복을 입은 시라부가 낯설고 멋있어서 흘끔흘끔 훔쳐 보. 청자켓이라니. 감탄하면서. 그때, 신경써서 꾸민 보람이 있는 건지 아까부터 닝을 몇 번 돌아보던 남학생이 닝 앞으로 다가옴. 어리둥절해서 쳐다보자 두어 번 접은 종이를 닝의 손에 쥐어주고 돌아감. 뭐지 해서 펴보니 전화번호. 전화번호 준 남자한테 딱히 관심은 없지만 내심 기분이 좋아서 닝의 얼굴은 미소만발임. 그때 닝의 눈 앞으로 시라부의 손이 들이밀어짐. "누나, 쓰레기 버려드릴게요." 그리고 시라부는 닝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닝의 손에 있던 쪽지를 집어들더니 휘적휘적 쓰레기 통 앞으로 가서 버려버림. 닝이 당황하는 사이에 경기는 시작되고 시라부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경기에 집중함. 닝도 전화번호 같은 건 금방 잊어버리고 시라부를 따라 경기에 집중함. 그러던 중 응원하는 팀 세터의 급작스러운 투어택에 감탄을 하며 시라부를 쳐다보는데 눈이 마주침. 시라부도 투어택 이야기를 하려했구나. 하면서 방금 투어택 쩔지. 들떠서 이야기하니까 시라부가 대충 고개를 끄덕임. 치열하게 점수를 주고받던 경기는 결국 닝과 시라부가 응원하던 팀이 진 채로 끝나버림. 허무함에 터덜터덜 경기장을 나오면서 이길 수 있었는데 아쉽다며 투덜거리는 닝. 별 대꾸없이 닝이 하는 말을 듣고있던 시라부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춤. 시라부의 시선을 따라가보니 아까 닝에게 쪽지를 줬던 남자가 친구들이랑 걸어가고 있는 게 보임. 닝은 의아해서 시라부와 그 남자를 번갈아 쳐다보는데 시라부가 갑자기 닝의 손목을 붙잡으며 말함. 오늘 경기 진 것보다 누나한테 저 남자가 준 쪽지가 더 신경쓰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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