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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예 - maybe (inst)
별로 크게 걷지 않아도 언제나 즐거운 소리를 내는 시골 길은 내게 좋은 영향을 주었다. 어릴 적, 일주일 밖에 안 되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 동안 할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많은 것을 배웠다. 할머니께서 들려주셨던 전설은 아직도 믿고 있을 정도로 즐거운 기억 뿐이다. 그런데 며칠 전, 아름다운 기억의 전부였던 할머니께서 세상을 떠나셨다고 했다. 그 날 이후로 찾아뵙지 못한 것이 미안하고 죄송스러웠다. 조금만 더 오래 살아주지. 할머니 똥깡아지 대학교 가려고 준비하느라 못 왔다고, 자랑스럽게 합격증도 보여주려고 했는데..
발인까지 마친 뒤, 유서에 쓰인 대로 할머니 댁의 물건들을 정리하기 위해 가족들 모두 시골로 내려갔다. 하늘도 슬픈 내 마음을 아는지 먹구름과 함께 비를 쏟아부었다. 도착하자마자 비가 그쳤지만 구름은 여전했다.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던 평상은 여전했다. 할머니 무릎을 베개 삼아 누워 별을 바라보던 어릴 적 기억이 떠올라 한참을 평상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끼잉- 낑-"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사슬이 서로 부딪혀 찰그락- 거리는 소리와 함께 짐승이 낑낑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할머니가 생활하셨던 집 옆에 창문이 달려있는 창고 앞에 발걸음을 멈춰 섰다. 내 발자국 소리를 들었는지 문을 박박 긁어대는 통에 살짝 문을 열었다.
"낑, 끼잉-"
어, 설마 저 큰 개가 밍구인가..? 내가 처음 봤던 밍구는 1살도 채 안 되었다고 했었는데 얘도 벌써 노령견이네. 얼른 다가가 품 속에 밍구를 넣었다. 얘가 워낙 커서 내가 안겼다는 표현도 얼추 맞지만. 아무튼 나를 알아보기라도 하는지 볼을 부비며 얼굴을 핥아댔고 앞발로 내 팔을 건드렸다.
"딸내미, 그거 느그 집에 데리고 가서 키워야 쓰겄다. 요 동네 마지막 집이라 아예 다 허문다고 하는디, 니네 할머니 개니까 데리고 가, 잉?"
아, 저..! 자기가 하고싶은 말만 하곤 쏙 나가버리는 주민센터 직원이었다. 어떻게 저렇게 매정해?! 자기가 맡기 싫으니까 우리한테 책임을 미루는 것으로만 보여 저런 집으로 밍구가 가면 굶어죽겠다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집에 갈래? 아니, 나랑 가자, 밍구야."
"..."
머리를 쓰다듬으며 목에 걸린 차가운 쇠걸이를 벽에 걸려있던 줄로 바꾼 후 아빠와 엄마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
.
.
내 무릎을 베고 누워 잠에 든 밍구의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어 서울에 올라올 때 까지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쓰다듬어 주었다. 그 며칠 사이에 할머니가 돌아오길 기다렸을 밍구를 생각하면 내 일이 아님에도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차가 집 근처로 들어서자 이 날씨에 반팔과 후줄근한 바지를 입은 채 밖에서 오들오들 떨고 기다리는 이석민이 보였다. 발을 동동 구르며 핸드폰을 보고 있다 입김을 호호 불어대던 이석민은 우리가 온 걸 알았는지 주머니에 폰을 집어 넣었다.
"잘 다녀 오셨어요?"
"오~냐."
"김칠봉, 왜 나대..?"
"시끄럽고. 이리 와서 얘 좀 내려줘."
투덜거리며 내 머리에 딱밤 한 대를 박던 이석민이 내 말에 차 가까이로 다가왔다. 뒤에서 무엇이길래 천하장사 혼자 못 내리냐며 투덜거렸고 똑같이 이마에 딱밤을 때리고 나서야 그 입이 닫혔다.
"대형견? 개? 집에서 키우려고 얘 데려온 거야?"
"할머니 댁에 혼자 남겨져 있었어. 할머니랑 같이 살았으면 우리랑도 가족이지. 그치, 밍구야?"
내 질문에 끄덕이기라도 하는 듯 고개를 움직이는 밍구와 이름이 그게 뭐냐며 비웃는 이석민이 보였다. 이름을 지을 거면 세바스찬, 알프레도 뭐 이런 걸 지어야지 않겠냐며 내 손에 있던 끈을 가져가 잡았다.
"밍구가 뭐야, 밍구가."
"응. 이름 가지고 뭐라 할 거면 빨리 들어가자. 안 춥냐?!"
"얘가 너 좋아한대! 역시 같은 종끼리는 알아 보나봐~?"
"너는 내가 하도 개새끼라니까 이젠 개 말도 알아듣냐? 능글거리는 면상 저리 치워."
안쓰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자 자신이 원하던 그림이 아니었는지 지쳐보이는 밍구를 데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이석민이었다. 그러게 진작 좀 데리고 들어가지. 집으로 데리고 올라가자마자 올라오는 길에 사온 애완견 전용 삼푸로 밍구를 씻기기 바빴다. 어쩐 일로 내 옆에 꼭 붙어서 날 도와주던 석민오빠와 (이럴 때만) 함께 큰 개인 밍구를 이 곳, 저 곳 꼼꼼하게 씻겼다.
"아아악! 눈이랑 입에 물 다 들어갔어!!"
아름다운 순간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내가 큰 수건을 찾아오겠다며 잠깐 나갔다 들어온 그 사이에 물에 젖은 몸을 털어댔는지 화장실 안에서 소리를 지르고 난리가 난 석민오빠였다. 꼬시다! 밍구 잘했다! 한바탕 목욕 재개가 끝나고 부모님은 먼저 주무신다며 방으로 들어가시고 이석민은 아침에 수업이 있어서 빨리 자겠다더니 방 안에 들어가서 컴퓨터를 켰다. 이 인간이..
아, 참. 민규를 어디서 재워야 할까.
내 방 침대는 내가 눕기에도 좁다. 워낙 몸부림을 많이 쳐서 방바닥과 하이파이브는 일상이고 가로로 누워 자는 것은 내 특기다. 이런 상황에서 밍구를 침대 위에 재우는 건 힘들 것 같아 얼른 다른 곳을 생각했다. 이불 두툼한 걸 하나 가져와 내 침대에서 조금 떨어진, 안전한 곳에 몇 번 접어 깔아놓았다.
이불 위를 토닥이며 '밍구야~ 이리와~' 하고 한껏 다정하게 부르니 거실 바닥에 턱을 박고 엎드려있던 큰 개 한 마리가 내 방 안으로 쪼로로 들어왔다. 내가 이렇게 이불 깔아주는 걸 기다렸나보네. 귀여워라. 이불 위로 올라가 그 큰 몸을 동그랗게 말아 누워 자신의 다리에 턱을 괴곤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불을 끄고 밍구의 앞에 앉아 머리를 쓰다듬어줘도 눈을 감지 않아 할머니 얘기를 해주기 시작했다.
"벌써 몇 년 전이야..? 그거 기억 나려나. 할머니가 말씀해주신 전설. 자기 주인을 죽을 때 까지 섬기면, 첫 눈이 오는 날 신이 소원을 들어 주신다는 거. 그럼 밍구는 첫 눈 오면 신이 소원 들어주시겠다, 그치?"
앞에서 말을 하고 있는 나를 쳐다보다 눈을 느리게 깜빡이던 밍구는 이내 잠이 들었다. 잠자리가 바뀌어서 못 잘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잠이 든 것 같아 다행이었다. 그럼 나도 조금은 맘 편하게 잘 수 있겠네. 침대 위로 올라와 밍구가 꼼지락거리지 않을 때까지 쳐다보고 있다 되려 피곤한 맘에 서둘러 잠에 들었다.
*
안냐세요~~~(쩌렁)
아낌쪄입니당.
분량 조절 실패로 인해 내용이 죠금 짧습니다...☆
맨날 늦은 시간에 오는 저를 용서해주십사...★ 이 시간이 작업하기 좋더라구요! 헤헤.
밍구라는 이름이 참 어디서 많이 들어본 거 같쥬?
멍뭉이는 밍구에서 민규로 변하지 않을까 싶네유. (스포)
이제 계속 석민이랑 투닥거릴 예정인 김칠봉씨 인데요...!
저 석민이 안 싫어해요ㅠㅠㅠㅠ 제 최애즈 중 한 명임.
칠봉쓰 집에 얹혀사는, 이모의 아들이니까 칠봉이의 사촌오빠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앙숙이기도 하고 친남매같은 사이로 진행이 될 것 같아요~
그럼 좋은 밤 되세요~♡
♡아낌쪄가 상당히 아끼는 독자님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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