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보고서 02 (부제:됴덕후 변백현)
W.청페페 |
날씨가 정말 미치기라도 한건지 올해의 여름은 작년을 비웃듯 그야말로 쏘핫했다.백현과 세훈에게 있어 아무런 의미 조차 없던 기말고사가 끝이 나고 아직 한참이나 남았던 것 같은 여름방학마저 코 앞으로 다가왔다.한편의 실미도를 방불케하는 급식소와는 달리 병사들을 내보낸 교실은 고요하기 짝이 없었다.그리고 그곳의 변백현과 오세훈.세훈은 축 늘어진채 책상에 널부러진 백현의 등을 토닥였다.
"...생각없어."
경수라는 바다에 퐁당 빠져버린 이후부터 백현은 가끔 지독한 상사병을 앓곤 했는데 그 대표적인 예로 방학을 들 수 있었다.방학을 하면 자연스레 경수를 볼 수 있는 건덕지가 사라진다.물론 대한민국 고등학생들에게 있어 방학은 방학이 아니였다.시덥잖은 보충수업이라는 이유로 학교는 학생들을 붙들어 놓는데 이는 우리의 주인공들에게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했다.
백현은 애초에 보충수업을 신청할 생각이 없었다.가방끈과는 거리가 먼 백현은 늘상 이말을 달고 살았다.내가 공부를 배신한게 아니라 공부가 날 배신한거야.하지만 경수는 달랐다.백현과 상반되게도 경수의 성적은 늘 탑클래스를 달렸으니 말이다.그럼 경수와 마찬가지로 보충 수업 신청을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작년,고등학생으로서의 첫 방학을 맞이 했을 당시에도 백현은 이와 같이 우울한 상태에 머물렀다.물론 이유는 지금과 똑같이 4주동안의 경수의 부재였다.보충수업이라도 들으면 경수를 볼 수 있겠지만 처음부터 신청할 생각이 없었던 백현은 큰 고민에 휩싸였다.경수는 엘리트니깐 보충수업 듣겠지...백현은 앞 줄에서 부터 자신에게로 넘어오는 방학보충 유인물을 바라보았다.
제일 뒷줄에 앉은 죄로 유인물 걷기 담당이 된 세훈은 제 분단의 유인물을 차근차근 걷기 시작했다.그리고 3번째 줄,백현의 책상위에 있는 종이를 잡아 올리곤 확인란을 힐끔 쳐다보았다.야 이거 뭐냐?
아침조회가 끝나고 걷은 유인물을 챙겨나가는 담임의 뒷모습을 확인한 세훈은 냅다 백현의 자리로 달려왔다.
그 후 여름방학 보충수업의 첫 날이자 대망의 보충반 편성 발표의 날이다가왔다.먼지라도 붙은거아냐?등교하는 길에 연신 마이를 털며 호들갑대는 모습에 지나가던 학생들이 한번씩 백현을 힐끗였다.
중앙현관에서 3-8반까지 순간이동해 온 백현은 제일 뒷 자리에 곱게 가방을 내려두곤 얌전히 엉덩이를 붙였다.그리곤 손톱을 잘근잘근 물어 뜯었다.백현의 이름 바로 밑에 얼마 내려가지 않아 떡하니 도경수라는 이름이 박혀있었다.그리고 도경수가 그 도경수라는 걸 백현에게 확인사살이라도 시켜주듯 옆에 1-1반이라는 글자까지 쓰여있었다.신은 제 편임에 틀림이 없다.설마설마 했지만 진짜 같은 반 일 줄이야!어쩐지 술술 잘 풀리는 상황에 백현은 몸을 배배꼬았다.
사람들이 하나둘 씩 교실로 들어섰다.정석대로라면 백현보다도 먼저 교실에 착석해 있어야만 할 것 같은 경수인데 아직도 입성하지 않았다.급기야 1교시 수업시작 종이 울리고 선생님까지 들어오는 상황이 발생했다.어쩐지 쎄한 기분에 백현은 다리를 떨었다.
"..."
"도경수 없나?"
"그래?넌 진작 말안하고 뭐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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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
룰루랄라~미흡한글이지만 사랑을 주세요(굽신굽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