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글 (설정) 링크입니당~ http://www.instiz.net/name_enter/43311259 +) 네번째 나뭇잎입니다 ㅜㅜ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읽어주시고 칭찬해주시는 모든 독자님들 덕입니다♥️ - 상반기를 갈무리하는 시점에는 없던 일도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굳이 특정 시기가 아니더라도 야근을 밥 먹듯 할 수 밖에 없는 막내의 특성상 나는 회사에 달라붙은, 음, 오징어만큼 크지도, 낙지나 주꾸미만큼 탄력있게 착착 감기지도 않는 세발낙지라고 해두자. 요 앞 중국집에서 시킨 볶음밥이 차게 식을때까지 엑셀을 들여다보다가 기어코 젓가락을 꺾었다. 쓰레기통에 처박힌 저 나무쪼가리마저 나에게 엿을 날린다. 안다, 나 무능한거. 집 앞 약국에서 산 비타민 안약 마지막 한 방울씩을 쥐어짜내듯 넣고 다시 모니터 앞에 거북이처럼 웅크린다. 이 드넓은 38층 한 층을 통틀어 여태 불이 켜진 곳은 재무팀 내 자리와 반투명한 유리창 너머의 마케팅 3팀. 우울하다. 나아져야 할텐데, 그 어떤 무엇이든. 딴 생각을 그만두고 키보드에 다시 손을 올린다. 어디보자, 기획 2팀 실적이.. 똑똑. 책상 가벽이 울려 들컹 경련이 일었다. "아, 안녕하세요.." "잠깐 나 좀 볼까?" 탕비실 문이 닫혔다. 전 팀장은 뭐가 그리도 짜증스러운지 허리에 손을 얹고 문을 향한 채 관자놀이만 문지른다. 체감상 357번쯤은 문질렀나 할 순간에, "그 새끼 이상하다니까." 고개를 숙인 전 팀장에게서 낯선 목소리가 튀어나온다. 아, 난 또 뭐라고. 점심 먹고 보안 업체 이 과장이 (무슨 영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재무 결재 좀 맡긴다고 찾아와서 지분댄걸 느낀건 일단 피해자인 내가 최초였다. 자기는 눈빛에 꿀을 발랐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그건 사실 채 다 떨어지지 못한 스티커 자국같은 부연 북어의 그것. 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해봤자 인간이 알아듣질 못하는걸 뭐.. 내 탓이야, 그게? "아니 그럼, 업무인데 어떡해요.." "재무는 걔 맡을 사람이 너밖에 없어? 네 사수는? 직급도 걔랑 동급인데 왜 시키기 더 힘든 널 찾아? 너 뭐 그렇게 딱히 할 줄 안다고." 말이 다소 거칠다. 눈썹 한 쪽이 꿈틀거린다. 애써 평온을 유지하고 일단 다독여보자. "괜찮아요. 당사자인 나도 가만 있는데," "나도 기분 나쁘다고." "회사예요." "응, 알아. 너 니꺼야. 누가 몰라? 그래서 최대한 간섭 안 하잖아. 근데, 씨발," 안경을 빼고 앞머리를 쓸어넘긴다. 심호흡 한번 후우. 긴장이 끓는 물 기포 터지듯 퐁퐁거린다. 내 말은 이미 듣고 있지 않았다. 순식간에 몸을 돌려 테이블 앞에선 나를 감싸듯 팔을 짚는다. 넥타이를 풀어내린다. 기죽지 않는다. 이런걸로 기죽이려고? "사람 관계 사이엔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예의라는게 있잖아." "다시 말한다. 회사야. 진정해." "너 그거 왜 받아주고 있냐고. 걔가 도 넘는 짓 하는거 너도 알지 않냐고. 그거 너한테만 무례한줄 알아? 나도 얕보는 짓이야, 그거. 몰라? 너 그렇게 멍청한 애였어?" "말이 세다, 전원우. 가라앉혀. 회사라고." "회사면 뭐, 씨발. 내가 다른 새끼들 너한테 침흘리는 것까지 눈 감아주고 있어야 하니? 오, 그 잘난 놈의 비밀 연애?" "그럼 나한테 이러지 말고 걔한테 가서 얘기해. 너 기분 조진게 내 탓이야? 업무도 보지 말라고?" "그래서 지금 하잖아, 그 얘기." 턱을 잡힌다. 벽 귀퉁이 모서리를 베어버릴 듯한 눈빛으로 쏘아본다. 아, 너 설마. 누가 화가 났었다고 믿을쏘냐 싶게 달디단 시간이 이어졌다. 입 안에 난만한 꽃밭을 피우더니 덩쿨처럼 자라올라 목을 받치고 허리를 감아왔다. 내 착각이었다. 너는 네가 화내야 할 대상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고, 네 감정을 그 대상에게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지도 꿰뚫고 있었다. 명석하긴. 네 그 두뇌 회전이 황홀해 녹아버리지 않는게 이상했다. 아, 역시 너는. ".. 잠시, 잠시만." "입 벌려." 너는 주문을 속삭이더니 꽃바람 훅 불어넣어 다시 곳곳에 내 이름을 딴 화분들을 심었다. 나는 스릴에 미치는 내 성격이 죽도록 원망스러우면서도 어느새 그 꽃밭 위에 드러누워 뒹굴고 있었다. "숨 차, 숨차다고. 너 어쩌자고 이래." "그건 나 아닌 걔가 일찌감치 생각했어야 할 부분 아냐? 턱 들어." 덩쿨은 성장이 가팔랐다. 아드레날린은 방향을 바꾸어 질주하고, 가지치기를 하던 새 생명력은 어느새 허벅지로 뻗어왔다. "안 돼. 진짜 안 돼." "절대 안 해, 너 아프잖아. 보여주려는거야." 얼핏 본 시선이 깨질듯 투명해 멈칫거리던 것도 잠시, 나는 CCTV 메모리가 부족해 녹화를 잘 하지 않는다던 보안 업체 직원들의 사담을 엿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고삐가 풀리는 소리가 들렸다. "너는.. 똑똑해서.. 마음에 들어." "내 대사야. 훔치지 마." "착하지, 원우. 9시에 퇴근하자. 오늘 너 고생했잖아, 그치?" 허벅다리를 스며들던 뿌리가 멈춘다. 네가 내 표정을 보고 장난스럽게 웃는다. "위험한 소리 하네, 이 아가씨." "위험한 짓 먼저 한게 누군데." 서로 씨익 웃는다. 누구랄 것 없이 서로에게 뿌리를 뻗어내린다. 볼테면 봐라. 이 게임에서 승자가 누구인지 네가 직접 확인해봐. 나는 제법 경쾌하게 외칠 수 있어졌다. 거봐, 너도 북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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