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글 (설정) 링크입니당~ http://www.instiz.net/name_enter?no=43311259&page=1&category=47&k=키스타입&stype=9 +) 승철이도 촑글 갔네요 오늘 저 죽는 날인가요 갑자기 계를 다 타게? 독자님들 영원한 사랑과 은혜 충만하소서 진짜 포인트 아깝지 않게 쓰도록 노력할게요 이 모든 영광을 승철이에게 ㅠㅠㅠㅠㅠ - [뭐냐 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한숨을 푹 쉬고 내 건너편을 바라보았다. 소주 2병을 혼자 해치운 너. 이거 데이트 맞지? [야 오늘도 안 하면 너 걍 접어 미친 놈이네] 친구의 카톡이 팔뚝을 찰싹 때렸다. 정신 차려, 기지배야, 데이트 자리에서 주량 확인하는 미친 새끼가 어딨어. 나는 조금 속상해졌다. 분위기 괜찮은거 아니었나. 고백할때도 된거 같은데 머뭇거리기만 할뿐 달싹대는 입에서 내가 원하고 네가 원하는 말 한 마디를 꺼내주지 않는 네가 야속하기도 했다. 나도 1병을 먹긴 했지만, 누가 봐도 살짝 취했구나 싶은 너는 이 자리의 의미를 잊었나보다. "이 집 곱창 맛있다." "어, 그러게." 울상이 되어 비쩍 마른 곱창 하나를 줏어먹었다. 너는 안그래도 하얀 애가 술이 들어가니 핏기가 가셔 이젠 허열 지경이었다. 아.. 집 가고 싶다. 어쩌다 내가 이런 애를 좋아하게 돼서. 유리인형 같은 눈이 신기했다. 여자애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하얀 피부도 그에 일조했다. 듣는 수업마다 팬을 어찌나 만드는지 우리 학교 대숲에는 네 제보가 끊이질 않았다. 이름 석자 단단히 새겼지, 최승철. 발렌타인데이며 화이트데이에는 트렁크를 가지고 다녀야 할 수준이었다. 그 얼굴에 그러지 않으면 이상한거다. 그러니까 내가 이 아이와 가까워지기 위해서, 친해지기 위해서 그토록 안간힘을 쓴건 당연한 이치였다. 예를 들자면 나는 원래 과 행사에 관심이라곤 없었다, 무심코 들렀던 종강 총회 자리에서 처음 보는 아름다운 동기를 발견하기 전까진. 우리 동기 중에 저런 애가 있었단 말이야? 왜, 걔 있잖아, 최승철. 아, 걔가 얘야? 처음엔 그냥 그러려니 했다가, 나중엔 잠들때 생각나는 이름으로. 짧고도 긴 시간이었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다정한 너는 알게 모르게 여자애들 사이에서 승행설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승철이의 행동은 설렌다. 승행설. 누가 몰라, 그걸. 나만 몰랐다. 어느 순간 승철이의 행동은 미묘해져 있었다. 처음 보는 선배들까지도 응원을 하고 간걸 보면 내 착각만은 아닌 모양이었다. 나는 단숨에 구름을 뛰어올라 콧노래를 불렀다. 나라고. 나란 말이지. 이유가 뭘까? 과 행사엔 얼굴도 똑바로 안 비치는데. 어찌 됐건 신나는 일이었다. 주말에 따로 만난지도 어느새 1달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이렇게 속상한 것이다. 오늘은 말하겠지 했는데, 소주 2병이라니. 장난 쳐? 화가 나 한 잔 따라 마셨다. 뭐가 그렇게 추운지 그 큰 몸을 옹크리고 자꾸 마른세수만 하는 모습이 귀여워서 더 짜증난다. 아이씨. 토끼같잖아. 결국 웃어, 내가. 못 산다. "일어날까?" "어, ㄱ, 그래." 살짝 혀가 꼬였나보다. 친구의 카톡은 안방 서랍장에 처박아넣었다. 이런 애를 어떻게 접어, 얘는. 카운터 앞에 서자 자기가 낼거라며 신경질을 부린다. 기어코 카드를 긁는다. "씨, 내가 너 밥 사줄거야." "아니 그냥 반반하지." "싫어어. 오늘은 중요한 날이란 말이야." 대체 중요한 날과 곱창 가격을 계산하는 것에 무슨 상관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사과 소주를 마셔 입에서 사과향이 폴폴 난다. 소주 냄새를 맡고 설레기는 처음이라 어처구니가 없다. 눈이 포슬포슬한 겨울길로 나서자 너는 얼굴이 금새 발개진다. 살짝살짝 발걸음을 외로 꼬며 나란히 걷는 길, 너는 기어이 나를 집에 데려다줘야겠다며 한적한 골목을 들어섰다. 이러는데 내가 어떻게 접냐고. 너는 말을 언제 할거냐고. 1달이면 길지 않나? 짜증 반, 기대 반이 섞여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너와 보조를 맞췄다. 술이 있는 겨울밤, 두려울게 없어 덥석 네 손을 잡았다. "장갑이라도 좀 끼고 나오지, 손 시리게." 너는 그 큰 눈을 끔벅대며 손을 보다, 나를 보다, 알 수 없는 표정이 된다. 움찔움찔 손가락이 떨린다. 나는 이 순간 내가 끼고 온 벙어리 장갑이 몹시도 미워졌다. 네가 잔기침을 하더니 손을 꼬물거린다. "너도 손 시리잖아." 아니, 그걸 그대로 자기 코트 주머니에 넣을 줄이야. 잡힌 손을 반대로 이끌어 나와의 거리를 좁힌다. 심장이 멎으면 이런 느낌이겠지. 주머니 속에는 언제 샀는지 따끈따끈한 캔커피 하나가 들어있다. 우리집으로 가는 길이 고무줄처럼 늘어나버렸으면 좋겠다. 이런 아이를 두고 내가 집에 들어가? 어떻게. 소주 두 병을 혼자 마셔 울고 싶던 아까의 기분은 기억도 안 난다. 그게 중요한가, 주머니 속에 캔커피를 숨겨두고 내 손을 잡아 넣은 아이에게. 골목 두 개 정도를 남겨두자 약속이나 한듯 나란히 걸음이 느려진다. 정준일 노래를 흥얼거리며 눈을 맞는 시간. 죽기 전에 단 하나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면 이게 아닐까 싶은데, 네가 무엇인가 웅얼거린다. "저기.." "어? 왜?" 느려지던 발걸음을 멈추고 나를 마주보고 선다. 콧등을 찡그렸다, 입가를 긁다, 어금니를 떨다, 코를 훌쩍거리다 말을 질겅질겅 되씹기만 하고 뱉지를 않네. 궁금증은 커지다 불안이 된다. 뭐길래 그러지? 조바심에 심장에 토끼가 콩콩 뛰어다닌다. "왜 그래.. 뭔데. 불안하게." "아, 아냐. 불안할거 아냐." 네가 허둥허둥 손사래를 친다. 겨울 바람에 빨개진 뺨이 그 와중에도 귀엽다. "그.." "말하기 힘들면 말 안 해도 돼, 괜찮아." 많이 힘든가 싶어 손을 꼭 잡자 너는 그 큰 눈으로 나를 본다. 정말 저 표정이 무슨 뜻인지 누가 좀 해설해줬으면. 토끼가 두 마리가 된다. "아냐, 말할래." 바보같이 헝 웃더니 조심스럽게 손을 빼내 다시 주머니에 넣는다. 구두코로 땅을 톡톡톡 찍는다. 시선이 따라 내려간다. 망했다. 티 났나봐. 나 또 설레발 쳤나봐. 차려고 그러나봐. 그거 아님 이렇게 뜸 들일 이유가 뭐 있어. 아, 미치겠다. 울면 안되는데. 마음의 준비를 한다. 토끼는 4마리가 되어 이젠 심장을 쾅쾅 울린다. "저기," "응, 말해. 괜찮아. 나 진짜," "나 어떻게 생각해?" 어떻게 생각하냐니 당연히, 응? 잠시만. 눈오는 소리가 아주 선명하게 들린다. 바닥에서 발이 살짝 떠오르는 느낌. 한 3cm. "응?" "아오, 이럴까봐 안 먹던 소주 2병이나 마셨는데." 네가 또 마른 세수를 한다. 내가 잘못 들은걸까 싶어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토끼는 16마리가 된다. 붉어진 얼굴을 든 울 것 같은 눈동자의 네가 눈썹을 확 꺾고 진지하게, 또렷하게 다시 말한다. "나 어떠냐구." "너 어떠냐니, 그게 무슨.." "나, 왜 그, 나는 너, 좀 괜찮은데." 네가 끝없이 뒷머리를 긁는다. "그러니까 내 말은 그 괜찮다는게 평가의 의미가 아니라," 충동적으로 입을 맞췄다. 쪽.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하여튼. 음. 뽀뽀를 하고나자 현실 감각이 더 멍해졌다. 뒷걸음질 쳐 네게서 한 걸음, 두 걸음.. 떨어졌다. 그런데 너도 나랑 표정이 똑같은 것 같네. "야아, 가지 말아봐." "너 지금 취해서 이러는거지? 내일 일어나면 기억도 못할거면서." "아니야아, 누가 그래. 나 떨려서 소주 2병이나 마셨단 말이야." 네가 헝헝 기차 소리같은 웃음을 내며 성큼성큼 나를 따라온다. 그만큼 종종거리지만 확신을 얻은 너는 잠자리채처럼 내 팔뚝을 붙잡아 선다. 눈빛이 아까와 좀 달라졌다. "사귀자." "응?" "사귀자구우." 아, 몰라. 모른다고. 취중고백 진짜 싫단 말이야. 근데 너는 왜 아니냐고. 몰라. 모르겠어. 머리속에 눈이 쌓인다. 입가가 벌어진다. 모올라아. 나도 취했나보지, 뭐. "그래!" "어?" "그렇다고. 알겠다고." "어..?" "응." "진짜로?" 강아지같은 눈이 세배는 더 커진다. 눈밭 위에서 64마리 토끼들이 통통콩콩 뛰어다니느라 정신이 어수선하다. 모른댔잖아, 내가. "진짜로." "와아아-!" 양손을 불끈 쥐고 치켜든 네가 온 골목 떠나가라 소리를 지른다. 웃음이 하얗게 팡 터진다. "야, 사람들 다 자는데-!" "아, 몰라. 몰라몰라." 나를 확 끌어안은 네가 눈밭을 어정어정 걷는다. 함께 새하얗게 웃다가 벽에 기대어 선다. "너나 취한 소리 하지마." "야, 목소리부터가 이미 술 냄새가 얼마나 뱄는데. 두병이나 마셔놓고." "내일 무르면 진짜, 나 진짜, 운다?" "아니 일단 안 무를건데?" 키들키들 사과 냄새가 온 거리를 채운다. 바닥에서 5cm, 기분 좋게 몸이 봉 뜬다. 너와 눈을 맞추면 네 품에서도 사과향이 나겠지. 초롱초롱한 홍채 두개가 그렇게 청초할 수가 없다. 그냥 네가 사과구나. 생각하는 사이, 온 세상을 담을듯 웃던 네가 무언가 스쳐간다. 뭘까? 아까 뭐였지? 코 끝에 어른거리는 사과향에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취해서 그래. 이씨. 나쁜 사과 소주. 뭘까, 뭘까. 사과 냄새는 계속 올라오고 나는 한참을 더듬어 알아차린다. 네가 뽀뽀를 했다. 헐. 뒤늦게 입술을 막는다. 한입 베어물린 청사과마냥 헤설피 웃는 너는 내 볼을 감싸쥐고 계속 향기만 흩뿌린다. 입술에 사과향, 내 뺨에 사과향, 코 끝에 사과향. 다 너였구나. 네가 뽀뽀를 했구나! 나에게 입을 맞췄어! 곱창을 먹고 이도 안 닦은게 참 빨리도 부끄럽다. 얼굴을 가리자 투정을 부린다. "왜애. 얼굴 보여줘." "아.. 너 뭐한거야." "싫어? 한 번 더 해줄까?" 대답할 새도 없이 파랑새마냥 날아든다. 이거, 이게 무슨, 뭐야, 이거. 토끼들 사이로 사과나무가 자라난다. 나무 주변을 도는 256마리 토끼들이 끼욕끼욕 운다. 샛파란 청사과가 콩콩 떨어진다. "몰라아-" "그래. 나도 모르겠다아-" 와하하 웃으며 싱그러운 향 가득한 품에 안긴다. 왜 너는 혼자 겨울이 아니야? 사과나무에 기대어 선 우리 주위로 512마리 토끼들이 뱅뱅뱅 돈다. 친구야, 아쉽지만 너는 틀렸어. 나는 오늘 승철이한테서 비밀 하나를 들었거든. 스피노자는 현자 중에 현자였음이 틀림없다. 세상이 당장 오늘 끝나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어야지. 그리고 그 그늘에서 너랑 손잡고 뽀뽀를 해야지. 1024마리 토끼들을 끌어안은 가슴이 새파랗게 물든다. 너 때문에, 최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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