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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이준혁 온앤오프 샤이니
양조간장 전체글ll조회 326l

 

  

  

  

  

  

  

  

우리 삼촌은 꽤나 색정적이다. 흰 피부에 붉은 입술, 가느다란 팔과 다리, 가끔씩 남자들을 불러들여 내는 소리들도 야하다.  

준면의 신음소리가 세훈의 이어폰을 낀 귓구멍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곧 철퍽대며 살이 맞닿는 소리와 상대남자의 거친 숨소리도 들려왔다. 세훈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얇은 샤프심이 톡- 하는 소리와 함께 부러지며 문제집에 흑연가루를 흩뿌렸다.  

확실히 거슬린다고 세훈은 생각했다.  

  

  

  

  

  

맞벌이 하시는 부모님은 이제 막 초등학생이 된 나를 자취하는 삼촌의 집에 맡겨두었다. 당시 나는 10살 그는 18살 정도 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와 나는 꼭 8살 차이가 났다. 조모께서 삼촌을 늦둥이로 낳아 길렀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삼촌은 굉장히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삼촌은 누구에게나 사랑을 받았다. 가끔씩 삼촌이 파워레인저 녹화방송을 틀어주는 날에는 어김없이 남자들이 찾아왔다. 삼촌은 항상 앓는 소리를 냈는데 그 소리가 어떤 것이었는지 내가 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삼촌은 또 열이 오른 표정으로 달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젖히고 흰 두 다리를 다른 남자의 허리에 감은채로 눈을 감은 모습일것이다. 준면의 모습이 떠오른 세훈의 아랫도리에 자연히 뜨끈한 기운이 몰렸다.   

그 남자가 나였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일순간 들었다. 세훈이 고개를 홰홰 저었다. 펼쳐진 문제집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은지 오래였다. 세훈이 머리를 헝클어뜨리고 엎드렸다. 건넛방에서는 자꾸만 감질맛나게 조금씩 준면의 신음소리가 새어나왔고, 세훈의 것은 가라앉을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옆자리에 앉은 종인이 자꾸만 말을 시켰다. 어젯밤 밤새 잠들지 못한 세훈이 피곤한 표정으로 종인을 밀어내고 엎드렸다. 남자를 배웅한 준면의 짧은 트렁크 아래의 흰 다리가 자꾸만 떠올랐다. 엎드린 세훈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종인은 눈치를 어따 팔아먹었는지 자꾸만 누워있는 세훈을 흔들었다.  

  

"아, 존나 귀찮게..."  

"야, 매점 같이 가는 게 그렇게 힘드냐?"  

"당연, 존나 힘든데?"  

"아 시발놈아...좀 같이 가주라."  

"나 어제 밤새서 존나 피곤하다고."  

  

밤샜다고? 종인이 놀란듯 안 그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뜨며 세훈을 쳐다보더니 이내 음흉한 표정으로 바뀌며 세훈에게 속삭였다. 일본?한국? 뭐? 세훈이 벌떡 일어났다. 일본,한국? 미친놈아, 그런거 아니거든? 굳이 따지자면 한국이지만, 세훈이 속으로 생각하며 파란패딩을 주워입었다. 이거 삼촌이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샀다고 줬었는데, 종인에게 이끌려 매점으로 나온 세훈이 찬 공기에 하얀 입김을 내뱉으며 투덜거렸다. 더럽게 춥네, 너는 이 추운 날씨보다 피자빵이 중요하냐?   

  

"사면 지도 먹을거면서."  

"그건 당연한거고 내 노동의 댓가지."  

"나쁜놈...어..?야, 저거 니네 삼촌아니냐?"  

  

회색코트에 손에는 무언가 바리바리 싸들고 온 그는 준면이 맞았다. 세훈의 발걸음이 멈췄다. 세훈을 본 준면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러다가 손에 든 물건이 몇개 떨어졌다.   

  

"종인아."  

"...어?"  

"먼저 매점가라."  

"왜?"  

  

세훈이 아무말 없이 종인을 바라보았다. 금방 갈테니까 먼저 가라. 종인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매점으로 달려갔다. 준면은 어느새 세훈의 앞에 서 있었다. 추워서 빨개진 코와 양볼에 웃음을 한가득 담은 그가 어제 밤의 그일까 의심이 들정도로 단정해보였다. 왜 왔어요? 으응, 너네 엄마가 이거 좀 너네 반 애들한테 돌리래서...준면이 쭈뼛대며 상자들을 세훈쪽으로 살짝 내밀었다. 이제 너 고2잖아...그러니까 예비고3! 다들 힘내라고!! 세훈이 준면의 품에 들린 상자를 빼앗아 들었다.   

  

"괜찮은데...친구따라가."  

"아까 다 떨어뜨렸으면서."  

"얼른 전해주고 갈게, 친구 기다리겠다."  

"그 새끼 빵먹느라 정신없어요."  

  

잠깐 멈칫한 준면이 웃음을 터뜨리며 저보다 한참 큰 세훈의 뒷통수를 쓰다듬었다. 어휴, 우리 세훈이 다 컸네? 기특해라. 원래 다 컸어요, 삼촌이 모른거지. 세훈이 입을 비죽이며 말하자 준면이 또 귀엽다며 웃었다. 세훈은 조금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  

  

  

  

만류하는 준면을 끝끝내 정문까지 바래다준 세훈은 수업에 조금 늦었다. 세훈의 옆자리에 앉은 종인이 불퉁한 표정으로 세훈을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기분은 좋았다.  

  

"오세훈 기분 좋아보인다?"  

"좋긴 뭐가좋냐."  

"난 니가 금방 온대서 피자빵 존나 종치기 직전까지 안 먹고 있다가 급하게 먹어서 목 맥혀 죽을 뻔했는데."  

  

이 나쁜놈아!! 종인이 세훈에게 달려들엇다. 얘 왜 이러냐, 진짜. 너 때문이라고!! 혼자 다 먹던가!! 매점에서 혼자 먹으면 쪽팔리단 말이야!! 한참 티격태격하던 둘 사이로 기다란 나무막대기가 들어왔다.   

  

"바둑돌, 너네 자주 떠든다?"  

"우리가 왜 바둑돌이에요?"  

  

종인이 궁금하다는 듯이 묻자. 민석이 막대기로 너는 흰 바둑돌, 하며 세훈의 어깨를 쿡 찌르고 막대기방향을 옮겨 종인의 머리를 땅땅 때리며 이건 까만 바둑돌했다. 세훈을 비롯한 반 학생들이 모두 웃었다. 순식간에 놀림거리가 된 종인이 울상을 지으며 쌤!!하고 소리를 질렀다. 너 지금 표정 존나 못생김, 세훈이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돌려 웃었다.   

삼촌은 지금 어디로 가고있을까, 회사? 집? 세훈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손에 턱을 기대었다. 헤어지기 직전 예쁘게 웃어보이며 인사를 하던 준면이 아른거렸다, 그러다가도 금세 어젯밤의 일이 떠올라 인상이 찌뿌려졌다. 불안정한 심리에 수업내용을 놓쳤다. 종인은 두꺼운 패딩에 싸인채 입을 헤- 벌린채 자고있었다. 어느새 수업시간은 얼마남지 않았다. 나중에 베껴야겠다. 세훈이 펜을 내려놓고 잠이라도 잘 요령으로 엎드렸다. 잠이 오지 않았다. 아, 크리스...좀 더... 준면의 목소리가 뾰족한 가시로 머리를 찌르듯이 갑작스레 파고들었다.   

  

  

  

  

  

야, 오늘 야자 쨀래? 세훈이 물었다. 야자? 웬일이야, 야자를 다 째고? 종인이 의아한듯 물으며 가방을 주섬주섬 챙겼다. 나 오늘 무용학원도 안 가는데, 잘됐다. 종인이 웃으며 가방을 챙기는 세훈의 등을 퍽퍽 쳤다. 빵빵한 패딩점퍼가 팡팡거리는 소리와 함께 볼품없이 구겨졌다. 그와중에도 준면이 생각났다. 세훈과 종인은 가벼운 가방을 덜렁거리며 밖으로 나왔다. 4시가 조금 넘은 이른 시간이었지만 해가 빨리지는 겨울이라 하늘은 흐리멍텅한 잿빛이었다.   

  

"우리 학원에 루한이라는 새끼가 있거든?"  

"어."  

"자꾸 갈구는 거야. 미친, 내가 더 춤 잘 추는데."  

"짜증나겠다."  

  

세훈이 맥주를 한 모금 들이키고 다시 게임에 집중했다. 종인은 게임을 하는 와중에도 종알거렸다. 야, 내 말 듣고 있냐? 내가 턴을 하는데, 좀 삐끗 했다? 근데 그 새끼가... 욕으로 시작해서 욕으로 끝나는 종인의 말을 듣는 세훈은 간간히 미친새끼네, 병신이다, 하는 추임새를 넣어주었다. 종인은 그에 만족한듯 더 열을 내며 루한의 뒷담을 깠다. 그나저나 게임창에 뜬 귀여운 토끼가 김준면을 닮았다.   

  

  

  

  

  

비밀번호키의 뚜껑을 밀어올리자 삐리릭- 하는 기계음과 함께 어두운 복도에 새파란 불빛이 퍼졌다. 의외로 또 이런쪽에서는 철저해서 11자리로 길게 맞춰놓은 비밀번호 때문에 처음에 세훈은 꽤나 애를 먹었더란다. 11번의 탁한 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렸다.   

  

"세훈아, 왔니?"  

  

아마도 그는 이미 한바탕 일을 치룬듯 했다. 짧은 트렁크 사이로 속 안이 다 보였다. 준면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살짝 다리를 벌린채 옆드려 누워있었다.   

  

"공부 열심히했어?"  

"네."  

  

세훈이 준면의 방에 들어갔다, 정액냄새. 세훈이 인상을 찌뿌렸다. 방이 지저분했다. 여기저기 널부러진 옷가지들과 시트에 묻어있는 마른 정액들. 준면은 세훈이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만약 야자를 째고 집으로 곧장 왔다면 준면은 다른 남자와 섹스하지 않았을까?   

쓸데없는 의문이 머리속에 가득찼다. 준면은 알고있을 것이다, 아니 알고있다. 그럼에도 그러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이유가 뭘까. 남녀사이에서도 떳떳하지 못할 관계이다.   

방에서 나온 세훈이 준면을 일으켜 세웠다. 놀란 준면이 세훈의 힘에 자연스레 이끌려 앉았다. 아직 관계를 한지 얼마되지 않아 욱신거리는 허리께에 고통이 느껴졌다. 준면이 신음했다.  

  

  

"삼촌, 또 그 남자지?"  

"뭐?"  

"크리스인지 뭔지 그 남자 맞냐고."  

"............."  

"삼촌은 내가 정말 모를거라고 생각해요?"  

  

  

준면은 말이 없었다. 세훈이 준면의 양어깨를 두손으로 각각 잡아 똑바로 앉게 했다. 높은 바이올린소리가 고음으로 치닫을즈음에 준면의 귀에 꽂힌 엠피쓰리가 힘없이 준면의 다리사이로 떨어졌다.  

  

  

"내가 바보야?"  

"진정해, 진정하자 세훈아."  

"내가 애로 보여? 무시하는거야?"  

"이거 네가 나한테 화낼일 아니야."  

  

  

네가 뭔데 나한테 화를내, 세훈아. 준면이 침착하게 자신의 어깨에 올려진 세훈의 손을 떼어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나, 나는...세훈이 바들바들 떨며 말했다. 준면과 세훈의 눈이 마주쳤다. 세훈의 눈이 이리저리 떨리는 반면에 준면의 눈은 흰자 한가운데에 정착한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준면의 어깨에서 떨어져나간 세훈의 손이 허공을 맴돌다가 세훈의 양허벅지 위에 안착했다. 세훈이 입을 열었다. 조카의 새로운 비밀을 알아버린 삼촌이 떨었다. 세훈은 방으로 들어갔다. 준면은 밤이 지나고 새벽빛이 밝을 때까지 제목도 모르는 클래식 노래를 끄지 못했다. 그 노래를 듣는 와중에도 세훈의 목소리가 맴돌았다.  

  

'나 삼촌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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