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Dream is,
또 그 아이 꿈을 꿨다. 어쩜 하루도 빠짐없이 날마다 내 꿈에 들러 날 헤집어 놓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나와 주었으면 할 땐 머리카락 하나도 보이지 않더니 이젠 오지 말라 해도 날마다 내 꿈속엔 그 아이가 있다. 그래도 하루하루 지날수록 그 아이와의 거리가 좁혀지는 것을 보니 머지않아 그 아이에게 이름 하나라도 물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이 날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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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 is gone.
결국 이야기의 끝은 해피엔딩 이였다. 이야기 속 그 아이의 상대에게 날 대입한 이상 애초에 새드엔딩은 나올 수 없었다. 친구가 모래시계를 선물해줬다. 한 번 글을 쓰기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르다보니 낮과 밤의 경계는 무뎌진지 오래였고 그로인해 내 몸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모래시계를 뒤집어 곁에 두라는 친구의 말과 함께 내 손에 쥐어진 모래시계는 그렇게 내 책상까지 왔다.
늘 글을 쓰다 정신을 차리면 해가 뜨는 시각 이였기에 잠을 자도 자는 것 같지 않아서인지 늘 내 눈 밑에는 줄넘기를 하는 다크서클이 자리했다. 그래도 그 아이가 내 꿈속에 나타나는 날이면 기분 탓인지 몰라도 꽤 좋은 컨디션을 유지했던 것 같다.
오늘도 그 아이를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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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히 널 그리워한 걸
결국 이름은 알아내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 하자면 늘 꿈에서 깨면 그 아이가 이름을 말해주는 부분만 기억해내지 못했다. 신의 장난인 것 마냥 왜 그 부분만 기억이 나지 않는 건지 너무 답답했다. 그래도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면, 아주 조금만 더 기다리면 그 아이와 현실에서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오늘은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에서 그 아이에게 백일홍을 전해줬다. 꽃을 받아들고 웃는 그 아이를 본 순간 온 세상이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늘 작업실에만 있다 보니 꽃구경 또한 자주 가지 못했지만 분홍빛으로 물든 내 세상을 둘러보자니 다신 꽃구경을 따로 가지 않아도 될 만큼 예뻤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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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멀지 않아 은하수를 건너와
오늘은 꿈속 배경이 건물들이 가득했던 평소와는 다르게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 그 아이가 서있었다. 그 아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신이 나 달려갔더니 예쁜 꽃을 주었다. 현실에선 있을 수 없던 일이기에 더욱 신이 나 정말 행복하게 웃었던 것 같다. 나도 다음엔 꽃을 전해줄까 싶다.
그 아이에게 받은 꽃이 어떤 꽃인지 궁금해 한참을 찾아 해맨 끝에 백일홍이라는 꽃이라는 걸 알아냈다. 꽃말도 참 예쁘더라, 인연. 그 아이가 꽃말을 알고 준 것인지 아니면 그냥 내가 혼자 김칫국을 한 사발 들이키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좋게 좋게 생각해야겠다.
요즘은 그 아이를 자주 본다. 오늘도 꿈 속 배경은 건물들이 가득한 곳이 아닌 예쁜 꽃들이 피어난 곳이었다. 예쁜 꽃, 내가 그리던 아이. 그 둘은 정말 잘 어울렸다. 한참을 보고 있다가 꽃을 받았던 것이 생각나 나도 주변을 둘러보다 보랏빛의 꽃을 꺾어 그 아이에게 갔다. 꽃들이 가득한 곳에서 내가 준 꽃을 받아든 그 아이는 한 편의 그림처럼 예뻤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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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더 기다려
그 아이는 내가 준 꽃이 백일홍이라는 것을 알까. 인연, 정말 너와 내가 인연이라면 현실에서 마주했으면 좋겠다. 현실에서 만날 너는 더욱 예쁠 테니까.
꽃을 받았다. 나의 세상을 분홍빛으로 물들이더니 이번엔 보랏빛으로 물들일 작정인지 보랏빛의 꽃을 나에게 안겨줬다. 사실 그 꽃의 꽃말을 난 알고 있었다.
하늘이 내린 인연, 신비한 사랑, 그리고 좋은 소식.
그래 정말 인연이라면, 너와 내가 정말 하늘이 내린 인연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