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정신과 의사 남우현 |
블라인드(Blind) wirtten By. Must
성규는 정신과 앞에서 한참이나 머뭇 거려야 했다. 말 못할 고민을 가지고있는 저라, 결국 극단의 조치로 이곳 까지 오게 된 자신이 한심했고, 왜 저는 이리도 힘이 없는지 자괴감까지 밀려오기 시작했다. 지난밤의 기억은 지금조차도 몸서리 처질정도로 끔찍했다. 침을 꿀꺽삼키자 성규의 목울대가 일렁거렸다. 불행중 다행으로 이 큰병원의 정신과는 인적이 드문곳, 사람이 별로 없는 곳에 다른과(소아과, 정형외과 등등..)와는 꽤나 동떨어진 곳에 건물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져 있을 뿐이었다. 몸이 조금씩 차가워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던 그 찰나의 순간 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서글서글한 인상의 남자가 성규에게 뭐해요, 여기 오려던거 아닌가? 날도 추운데 밖에서 그러고 있다간 얼어 죽어요? 하며 넉살 좋게 성규의 손을 잡아 기어코 정신과에 발을 들이게 했다. 저를 정신과에 발을 들이게 한 남자는 이 병원의 의사인듯했다. 하얀 가운, 그리고 가슴 왼편에 파란색으로 '정신과 전문의 남우현' 이라고 써 있었다. 정신과 의사하려면 저렇게 넉살이 좋아야 하나...하며 성규가 생각에 잠기려는 찰나 넉살좋은 남우현이란 남자가 다시금 말을 걸었다.
ㅡ 접수는 된거 같은데..어, 김성규씨. 김성규씨 맞죠? ㅡ...어..네..어어, 네?
김성규씨 아니에요? 아, 왠지 김성규씨 같아서 들어오라고 한건데. 아니면, 죄송하게 됐습니다. 하며 다시 넉살 좋게 말을 건네는 우현을 보곤 성규가 기어코 웃음을 터트렸다. 웃는 성규를 보곤 우현이 어, 웃었다. 아깐 완전 다 죽은 사람처럼 있더니..웃으니까 이쁘시네요, 튼..진짜 김성규씨 아니에요? 하며 되물었다. 성규는 한참동안이나 우현의 물음에 답하지 못했다. 우현에게 왠지 모를 이질감이 들어서 일까, 성규는 말대신 고개를 작게 끄덕이는 것으로 제 의사를 표시 했다. 아, 역시. 김성규씨 맞네. 들어와요. 하며 진료실의 문을 열어 제낀 우현의 뒤를 쫓아갔다. 문이 닫히고 성규는 문득, 제가 모르는 남자와 단 둘이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 갑작스레 숨이 막혔다. 누군가 목을 옥죄여 오는 듯한 기분까지 들었다. 하지만,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 이것도 치료의 일환 이려니 생각 할수 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여긴 병원이고 저 남자는 의사다. 저 남자에게 있어서 저는 환자일 뿐이다. 그 이상의 존재가 아니다. 성규가 속으로 자기 자신을 위로했다. 차트를 펄럭이던 우현이 성규를 보았다. 어, 여긴 처음이시네. 하긴, 정신과 오는 사람이 전적이 있어서 오는건 극히 드물죠? 우현의 물음에 성규는 다시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제 의사를 표시했다. 말을 하지 않고 고개만 까딱이는 성규에 우현이 답답함을 느낀 모양인지 김성규씨 아까는 어어 거리면서 말 되게 잘하시던데, 사실은... 벙어리? 하며 진지한 표정을 짓다 저 혼자 뭐가 그리 웃긴지 빵터져선 아하하하, 농담이에요 농담- 웃어요 응? 김성규씨 아까 웃으니까 되게 이쁘던데. 하며 우현이 손에 들려있는 차트를 내려 놓곤 하얀 종이와 펜을 집어 들어 다시금 성규의 맞은편에 앉았다.
ㅡ 자, 난 할말 끝났어요. 이제 나는 들어주는 역할. 성규씨가 말할 차례에요. ㅡ ……. ㅡ 성규씨- 전 독심술사가 아니라 그렇게 저만 쳐다보고 있는다고 제가 다 알순 없어요, 응? 괜찮으니까 천천히, 천천히 말해봐요. ㅡ ..저 그러니까..제가 여길..ㅇ..왜 왔냐면요.
어렵사리 입을 뗀 성규는 차마 그날 밤의 일을 쉽사리 꺼낼 수가 없었다. 아직도 제 눈앞에 아른 거리는 그 일을. 이 남자에게 말을 한다고 과연 제가 그 날의 악몽에서 벗어 날수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도 기억이 안나는 남자. 성규는 이틀 전 새하얀 눈이 내리던 밤, 모르는 남자에 의해서 더럽혀졌다. 제가 과연 그 일들을 이 남자, 남우현이라는 사람에게 말 할수 있을것인가. 성규는 한 참이나 했던 말들을 반복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우현이 도무지 안되겠는지 종이와 펜을 성규에게 건네며 말하기 힘들면..적어서 보여주실래요? 그래도 되는데. 아니면 그림? 어린 애들은 그림 그려서 보기도 하거든요. 우현의 말을 가만히 듣고있던 성규가 제가 심리치료를 받으러 온것인지 정신과 진료를 받으러 온것인지 분간이 안갔다. 아, 둘다 똑같은건가. 제게 종이와 펜을 건네주는 우현을 보곤 거절의 표시로 고개를 절레절레 내 저었다. 성규씨, 그럼..천천히..자세하게는 바라지도 않아요 응? 나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말하고 싶을때 말할래요? 뭐 마실거라도 줄까요? 하며 어떻게든 저를 편안하게 해주려는 우현의 노력에 눈물이 날 지경 이었다. 아, 아뇨..ㅁ..말 할테니까 그냥..들어..주시겠어요? 성규가 다시금 어렵사리 입을 떼었다. 우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언제라도 편할때 말씀하시라고 조금전에 말씀 드렸잖아요, 들을테니까 말씀해 보세요. 하며 다시금 그 특유의 넉살 좋은 웃음으로 성규를 보았다.
ㅡ 선생님, 저..는요. ㅡ 네 성규씨 ㅡ ..그러니까..하아.. ㅡ 괜찮아요 편하게 하세요. ㅡ..그,러니까..그게요.. ㅡ 네네, 편하게. 심호흡하시고. 응?
저 강간 당했어요, 며칠 전에. 그 것도 같은 남자한테.. 근데, 얼굴도 모르고..그 사람이 저한테 왜 그랬는지도 모르겠어요. 목소리도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고. 성규의 말을 듣자마자 넉살 좋게웃던 남우현이란 남자는 살짝 당황 한 듯 했다. 그럼 그렇지, 괜히 왔어. 하는 생각이 들려는 찰나, 성규씨 힘드셨죠. 그 동안 혼자 앓다가 여기 오신거 잖아요. 그쵸? 하며 다시 넉살 좋은 소리들을 늘어 놓았다. 덕분에 오히려 당황한 쪽은 의사 남우현이 아닌 환자 김성규 였다. 아, 어..그 저..더,럽지..않으세요? 되게 한심하고..남자가..남자한테 당했는데.. 성규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자 넉살 좋은 남우현이란 남자는 되려 성규를 위로했다. 아뇨, 성규씨 잘못 아닌데요 뭐. 나쁘다면 그..강..간 하신 분이 나쁜거죠. 말하기 어려웠을텐데. 말 해 줘서 고마워요 성규씨. 여전히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성규를 보는 우현에 왠지 모를 이질감이 다시 들었다. 고개를 쳐박곤 차트에 무언가를 열심히 휘갈겨 쓰던 우현이 뭔가 생각이 났다는 듯이 고개를 쳐 들고는 성규에게 되물었다. 근데, 그 사람..얼굴은 기억나요? 우현의 질문에 성규가 약간 미간을 찌푸리며 예? 그건 왜.. 하며 되받아쳤다.
ㅡ 그냥요, ㅡ ..예? 그냥이요?
그냥, 궁금하잖아요. 근데 내가 경찰도 아니고 뭐.. 알아봤자 소용은 없겠네요. 근데, 성규씨 남자라 경찰에 신고해도 썩..좋진 않겠죠? 하며 씁쓸한 웃음을 지어보이는 우현에 성규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렇죠. 아무래도 저도 남자고 상대..도 남자고. 그리고 경찰서 들락날락 거리는거 별로..좋은건 아니잖아요. 성규도 따라 씁쓸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가만히 듣던 우현이 수긍한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금 차트에 코박고 무언갈 적어내려가던 우현이 차트를 책상위에 엎어 놓고는 턱을 괴며 성규와 눈을 맞췄다. 성규 또한 우현과 눈을 맞췄다. 서글서글한 눈매. 정신과 의사 하곤 안 어울린다. 계속해서 오랜시간 눈을 맞추다 먼저 시선을 뗀 것은 성규였다. 저, 선생님. 제 진료는 끝난건가요? 하며 성규가 묻자 다시금 능글 맞게 웃으며 글쎄요, 끝났을까요 안 끝났을까요. 하며 맞받아쳤다. 선생님, 전 그렇게 시간이 많은 사람이 아닌데요. 조금은 불쾌하다는 의사 표현으로 눈썹을 꿈틀대며 인상을 찌푸린 성규가 말했다. 저도 그렇게 한가한 의사 아닙니다 성규씨. 하며 짐짓 성규 자신의 표정을 따라하고 있는 우현의 모습이 살짝이 보였다.
ㅡ 선생님. ㅡ 김성규씨. ㅡ 예? ㅡ 정말, 기억 안나요? ㅡ 뭐가요?
그날, 김성규씨를 강간한 그 남자 얼굴. 정말 기억 안나냐구요. 무섭게 그 남자의 인상에 집착하는 남우현을 보곤 성규는 생각했다. 설마, 그날 밤의 그 남자가 남우현이라던가‥. 하지만, 아무리 골백번 생각해도 우현은 아닌것 같았다. 목소리도 다르고 또..체구도 우현이 조금 더 작은 듯 했다. 의심이 가면서도 아닌 이 남자가 신경쓰였다. 안그래도 신경 쓰이는 일이 많은데 우현에게 까지 신경을 쏟아 부을 시간 따위는 없었다. 성규가 한참이나 뜸을 들이다 고갤 끄덕이며 말했다. 네, 기억..안나요. 그럼, 그날..강간 당한 건 확실 해요? 우현이 되물었다. 강간 당한게 맞냐니. 이제와 이게 무슨 소린가 싶었다. 성규가 이해가 되지 않는 다는 듯 우현에게 물었다. 그 말은..제가 지금 없는 말을 지어내서 하기라도 한단 소리세요? 우현이 어깨를 으쓱 거리며 말했다. 글쎄요. 그럴 가능 성도 있지 않나 싶어서. 피해 망상 이라던지 아니면 뭐 영화를 보고 그걸 꿈으로 생생하게 꿨다던지. 물론 지금 김성규씨 봐서는 모르겠는데 간혹, 그런 환자들이 있거든요. 하며 아무렇지 않게 되받아 치는 우현을 보곤 성규가 애꿎은 제 입술을 잘근씹어대며 삼켜내었다.
ㅡ 선생님, 다시 말씀드려요? ㅡ 뭘요? ㅡ 저, 강간당한거, 맞다구요. ㅡ 아니..뭐, 내가 뭐라 그랬나. ㅡ 지금, 저 완전 또라이로 만드셨잖아요.
아, 그런건 아니었는데. 기분 나쁘셨으면 사과드릴게요 성규씨. 우현의 사과가 무미건조하다. 미안한 사람의 어투가 아니었다. 하지만 예서 더 반박했다간 제 힘만 빠질 것 같은 성규가 입을 열었다 꾹 다물었다. 시계를 보니 벌써 두어시간 정도 우현과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정신과라 그런지 이제서야 눈에 들어오는 하얀 방안에 간간히 보이는 갈색 목재 가구들이 이질적이었다. 어떻게 이런데서 일을 하는거지 이 남우현이란 의사는. 나 같으면 온통 하얘서 돌아 버릴거 같은데. 심지어 가운도 하얗잖아. 성규가 생각했다. 그리곤 이제 자리를 떠야 겠단 생각이 들어 자리를 일어나려는 찰나 우현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ㅡ 성규씨,핸드폰. ㅡ 네? ㅡ 달라구요 핸드폰. ㅡ 핸드폰은 왜요.
내 번호 저장 해 두게요. 혹시라도 집에서나 밖에서나 혼자 있기 무섭다거나,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거나, 상담하고 싶으면 연락 하시라고. 하며 굳어있던 얼굴의 성규에게 우현이 다시금 넉살 좋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성규는 제 주머니에 있는 핸드폰을 꽉 쥐었다. 너무 꽉쥐고 있던 나머지 슬슬 땀이 차기 시작하자 머뭇거리다 핸드폰을 꺼내어들었다. 물론, 우현에게 건네지는 않았다. 핸드폰의 잠금을 풀고 우현을 보며 번호. 알려주세요 제가 받아 적을테니까. 하며 우현에게 번호를 요구했다. 조금은 당황한듯한 우현의 모습이 보였다. 왜? 뭐가 문제 인거지. 성규는 왜요?하고 물으려던 걸 애써 집어 삼키고는 번호. 안 알려주실거면 그냥 가고. 하며 다시 주머니에 핸드폰을 넣으려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ㅡ 아니에요, 불러줄테니까 저장해둬요. ㅡ 네.
우현이 번호를 부르고 차례차례 핸드폰 화면에 띄워져있는 키패드를 터치 했다. 우현의 번호를 입력하고 저장을 누르려는 순간 성규의 휴대폰 액정에 '남우현' 이름 석자가 띄워졌다.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언제? 대체 언제 저장 한거지. 흘끗 우현을 봤다. 우현의 얼굴은 왜그래요 김성규씨?하고 금방이라도 되물을 듯한 얼굴이었다. 성규는 애써 태연한 척했다. 그리곤 휴대폰을 다시 제 주머니에 찔러 넣곤 진료실의 문을 열고 말했다.
ㅡ 오늘..수고 많으셨어요. ㅡ 아니..뭐, 수고는 무슨. 다음번에 또 뵈요, 김성규씨.
혹시라도 무슨일 있으면..전화 주시고, 알았죠? 우현의 말에 성규가 고갤 끄덕이며 작게 목례를 하곤 진료실 밖으로 나섰다. 우현은 저를 뒤 따라 오지 않았다. 성규는 제 핸드폰에 우현의 이름이 떠있는 것에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물을 수는 없었다. 겁이났다. 입술을 다시금 잘근씹어대던 성규는 병원을 나섰다. 제 친구 명수에게 가 이야기를 해보는 것이 좋겠다 생각이 들어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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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익-,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진료실의 문이 닫혔다. 김성규가 나갔다. 나감과 동시에 입가에 절로 미소가 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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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
컾링은 미정입니다만, 아무래도 에피소드 이것저것에 이멤버 저멤버 넣다보면 ..성깔이 되지 않을까...생각이 됩니다만..모르겠네요 어려워요 ^_T.. 일단은 써보고 반응이 별로다 싶음 갠홈파서 갠홈에서만..ㅁ7ㅁ8.. 첫번째 에피는 현성이네요! 이게 끝은 아닌데. 현성이들 에피는 이게 끝이 아니에요~ 다음 에피는 명수와 성규입니다! ..아무쪼록 부족한 글 봐주셔서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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