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 그림자를 가진다
w.별의 그늘
오늘 밤 하늘은 유난히도 어두운 것 같았다.
승철은 벌써 30분째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고 있었다.
방에는 이미 잠든 정한과 민규, 지훈의 숨소리만 간간히 들려올 뿐이었다.
불현듯 떠오른 생각은 승철의 정신을 자꾸만깨어나게 했다.
연습생 때는 데뷔 하나만을 보고 달려왔다.
데뷔만큼 간절했던 것도 없었다.
막상 데뷔가 확정되고 리더라는 자리를 받고나니, 그 부담은 상상을 초월했다.
팀의 음악을 책임지는 지훈이나 안무를 책임지는순영에 비해 자신은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는 것같은 자괴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자괴감은 또 다른 의미로 승철을 힘들게했다.
무력감,회의감, 미안함 등등 여러 형태로 모습을 바꿔가며 승철을 조여왔다.
그래도 승철은 아무렇지 않은 척 해야했다.
리더라는 자리는 승철에게 가면을 쓰게 했다.
힘들어도 아닌 척, 괜찮은 척...
승철은 제가 다 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승철은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누군가 제게 말했던, 저 역시도 아직 어리다는 말을.
그때의 저는 그 말을 듣고 그럴리 없다고생각했으나, 지금 보니 그 말이 딱 맞았다.
멤버들 중에서 가장 연장자라고 해도 고작 23살이었다.
아무리 멤버들 앞에서 어른인 척 한대도아직 어린 나이였다.
인정하고 나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해졌다. 자리에 드러누웠다.
이것 때문에 그렇게 찝찝했던 건가...
승철은 그럴리 없다고 생각했다.
더 근본적인 무언가가 있었다.
지금껏 자신을 괴롭혔지만 제가 깨닫지 못했던, 더 심오한 무언가가 있었다.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승철 자신도 알수 없었다.
자꾸만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생각에 정신은점점 또렷해지는 듯 했다.
분명 몸은 피곤해서 얼른 자고 싶다고 하는데도정신은 점점 또렷해졌다.
애써 생각을 비워보려해도 맘처럼 되지 않았다.
뒤척임이 계속될수록 정신은 또렷해졌다.
결국 승철은 일어나 앉았다.
잠을 못 잘 바에야 가사라도 쓰는 게 낫겠다는생각에 이어폰을 꽂고 늘 머리맡에 두는 태블릿을 켰다.
불빛을 낮추고 가사를 쓰려 메모장을 켰지만도저히 비트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생각이 많아서 그래, 생각이....
30분째 진도가 나가지 않는 가사에 거칠게 이어폰을 뺀 승철이 그대로 다시 드러누웠다.
관두자,관둬….이 정신으로 무슨 가사를 쓴다고...
드러눕고 나니 또 다시 차오르는 생각에승철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문득 바라본 창문은 어느새 제법 밝아진하늘을 보여주고 있었다.
5시 40분.
슬슬 일어나야할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