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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성]blue christmas
w.운현

 


BGM :: 17171771, 자우림

 

 

 

 

[천사의 미소처럼 새들의 노래처럼]
[이토록 사랑스런 당신이 좋은걸요]
"지연아, 이 노래 제목이 뭐야?"
"글쎄, 거기 써있잖아. 17171771."
"되게 노래가 좋은데 부르는 사람도 좋다."
"뭐라고? 안 들려."
"아, 별거 아냐."

 


 이런 걸 첫 눈에 반했다고 표현하나 보다. 남자에게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도 처음일 뿐더러 저렇게 예쁘장하게 생긴 남자도 본 적은 없었다. 아니, 많이 봐왔지만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남자는 처음이었다. 진하지도 그렇다고 연하지도 않은 오렌지빛 머리카락이 살짝 열린 창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살살 흔들렸다. 성가대 부장인지 악보를 들고 새하얀 성복을 입은 남자가 마이크를 쥐며 가사에 따라 입을 움직였다. 원피스 같이 긴 성복 밑으로 보이는 남자의 청바지와 살짝 떼가 탄 운동화가 동물원의 사자를 보듯 멍하게 만들었다.

 


"어디가?"
"아, 잠시만."
"어디가냐구."
"화장실, 여기있어 금방올게."

 


 그 남자가 일어났다. 성복에 달려있는 단추들을 가뿐히, 그러고도 빠르게 끌러내고선 급하게 뒤돌아 뛰어나간다. 옆에서 계속 집중하라는 지연의 말도 무시한 채 남자의 움직임을 눈으로 쫓았다. 그리곤 사라져버린다. 순식간에 없어진 남자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벌떡 몸을 일으켜 남자가 나간 문을 쳐다봤다.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고 지연이 왜 그러냐며 팔을 끌어당긴다. 화장실을 간다는 핑계로 성전에서 나와 1층 로비부터 3층에 각종 교리실과 식당까지 그 남자를 찾아 미친 듯 뛰어다녔다. 혹시 몰라 밖으로 나와 두리번 거렸지만 이름 모를 그 남자의 발자국조차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가쁜 숨을 내쉬며 서성거리고 있을 때 교회 앞에서 누굴 기다리는지 빨간 손을 비비며 발을 동동 구르는 남자를 찾았다. 무작정 뛰어가 그의 팔을 잡아 돌렸다. 깜짝 놀란 눈을 깜빡거리며 아무 말도 못하고 서있는게 입 맞추고 싶다는 충동까지 들게 했다. 애인이라도 기다리는 건지 핸드폰 시계를 봤다 제게 잡힌 팔을 내려보다 다시 한번 저를 올려다본다. 아무말도 못하고 그 사람의 얼굴만 뚫어져라 관찰했다. 두근대는 가슴 때문에 입이 쉽게 떼어지질 않았다. 자고 일어난 듯 목소리도 갈라져 나올 것 같았다.


"저기요."
"…왜요?"
"이름 좀 물어봐도 될까요?"
"김성… 아니, 근데 그건 왜요?"
"급해서 그래요."
"김성규요."
"저는 남우현이에요."

 


 아, 네… 니가 남우현인데 어쩌라는 식으로 뚱한 표정을 지으며 저를 훑어보더니 제게 잡힌 팔을 슬그머니 빼내고 고개를 두리번거리다 멀리서 오는 남자를 발견하고선 걸음을 빨리해 멀어진다. 추워서 빨개진 손으로 가방끈을 잡고 뛰어가는게 그리 귀여울 수가 없었다. 하고싶었던 말과 해야할 말도 못 하고 놓친게 후회스러웠다. 이름이라도 알았다는 벅찬 마음에 타이밍을 놓쳤다.

 

 처음 보는 남자에게 가슴 뛰는 첫 만남을 선물로 받은 blue christmas.

 

 

 

 

*

 

 

 

 


 집에 도착해도 주체할수 없는 감정이었다. 두근두근 거리고 누군가가 등을 세게 때리 듯 그렇게 귓가에서 쿵쿵거렸다. 그렇게 급하게 갈 필요가 있었을까. 그 남자가 밴드에 맞춰 불렀던 원곡 가수는 자우림이라는 밴드였다. 가요라고는 생각도 못했던게 교회에 성전에서 성복을 입고 하얀 손으로 마이크를 잡고 그 노랠 흥얼거리는데 깜빡 성가라고 착각할 뻔 했다. 그 남자에게 너무 잘 맞는 노래였던 것 같다. 교회에 지연이도 두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데이트를 하자는 지연에게 막무가내로 헤어지자고 했다. 그 남자를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지만 못 만난다 해도 이런 감정들로 지연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었기에.

 


"없어요?"
"네. 당분간 못 나올거라고 하셨어요."
"이유는 못 들으셨나요?"
"사정이 있다는 말 뿐이었지, 구체적인건."
"그럼 여기에 와도 못 본다는 거죠?"
"네. 아무래도 그렇지 않을까요."

 


 몇 번이고 교회에 찾아가 성규를 찾았다. 왜 안 나오는지 이유라도 알면 이렇게 헛수고를 할 일도 없을텐데 그 얼굴만 볼 수 있으면 소원이 없을 것 같았다. 그 때 못했던 하고싶은 말과 해야할 말이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고 입에서만 맴돌았다. 보고싶었다. 못 본다는 생각에 지금 당장 눈물이라도 날 것 같았다. 첫 눈에 반한 남자를 보고 이런 감정도 느낄 수 있는건가 싶어 바보같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찾아와서 성규를 못 보고 집에 돌아갈 때 마다 생각했다. 잊어야되나 하는 아쉬운 생각. 마지막으로 본 성규의 모습은 의문에 남자를 보고 뛰어가 안겼던 성규의 모습. 어차피 나는 안 될텐데.

 

 다신 교회를 오지 않겠다고 성규를 찾지 않겠다고 다짐한 뒤로 일상으로 돌아왔다. 성규를 보러 교회를 안 간지도 벌써 1년이 되었다. 쉽게 말하면 다시 봄이 왔고 더운 여름을 지나 어렵사리 가을을 거쳐 12월 겨울 크리스마스가 오늘이었다. 헤어진 지연과 가끔 안부 인사도 나누며 그렇게 성규를 잊어갔다. 아니, 잊어가려 했다. 바쁘게 일을 할 때 빼곤 온통 성규의 생각 뿐이었다. 어떻게 지내는지, 이 쯤이면 교회를 나와 성복을 입고 성가대 일을 다시 할지, 궁금한 것 투성이었다. 크리스마스인데 성탄을 맞이해서라도 교회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가면 성규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서. 스스로한 약속은 한 번만 어기기로 하고.

 

 

 

 


 그럼 그렇지, 없을게 뻔했다. 성전으로 들어와 맨 뒷자리에 앉아 멍하니 크리스마스 트리만 쳐다보았다. 성복을 갈아입는 탈의실에도 성가대 무대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성전에도 로비에도 심지어 화장실에도 성규는 없었다. 괜히 왔다는 생각만 머리 속에서 뱅뱅 돌았다. 뭔가에 맞은 듯한 기분. 성탄절이라서 올 줄 알았는데 큰 실망감만 안겨주는 사람이었다. 나에게 김성규는. 자리에서 일어나 풀러놓았던 목도리를 다시 감았다. 큰 한숨만 반복하며 코트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뒤를 돌자 보이는, 보이는… 김성규?

 

"무슨 한숨을 그렇게,"
"김성규씨?"
"왜요, 남우현씨?"
"아, 여긴.. 어떻게,"
"뭘요? 노래 부르러 왔죠."

 

 

 1년 새 성숙해져 있었다. 방긋거리며 미소를 짓는 그 얼굴이 그렇게나 보고싶을 수가 없었다.
오렌지빛이었던 머리가 조금 더 어두운 고동빛이 되어있었다. 머리길이도 조금 짧아진 것 같고 여전히 귀여웠다. 뜬금없었던 1년 전에 날 기억하는건지 그 때와는 달리 제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한다. 뭘 그렇게 보냐 묻자 이제 보니 잘 생겼다며 예쁘게 웃는다. 웃는 모습이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쁘다고 생각했다. 제대로 미쳤다 남우현.

 

 무척이나 보고싶었던 그 남자를 다시 선물로 받은 merry christmas.

 

 

 

 

 fin.

 

 

 

==========================================================================================

하 숨막힌다 숨막혀ㅠㅠㅠㅠㅠ

내 친구지만 글 진짜 잘 쓰는거같아요.

이건 그 때 제가 올린 짝사랑 썰입니다.

이 친구가 지금 운명 설이랑 벽화 썰 쓸거에요!!

사랑한다 친구야.

아 맞다 여러분. 공지 하나 드리자면,

애교불러달라고 하다싸운 현성이들 kakaotalk 은 다 올리고

카카오 썰은 자주 올리지 않을 생각이에요.

언제까지나 상대 친구한테 부탁할수도 없고 서로 연락을 하는 시간도 줄어들게 되었거든요ㅠㅠ

죄송해요,,하지만 암호닉은 그대로 있을 예정이에요!

이런 썰이나 픽을 올려도 암호닉으로 말씀해 주신다면 다 기억합니다!

항상 글 읽어주시는 독자분들 감사하고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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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네?! 카카오를... 흡.. 씁쓸하네요 ㅠㅠ 그래도 썰이라니 좋아요ㅠㅠ 친구분도 대단대단
10년 전
독자2
딸기. 아 카카오를 못 본다니.. 되게 아쉽다..ㅠㅠㅠㅠㅠㅠㅠ 어플도 있는데ㅠㅠㅠㅠ 근데 베베규그대 친구 글 되게 잘 쓰신다! 베베규는 그러면 썰만 올리고 픽은 안 올릴건가보구나..
10년 전
독자3
절편이야 카카오톡을 못본다는건 아쉽지만ㅠㅠ 친구분이 글을 잘쓰시네.. 그리고 이거 저번에 올린 썰 그거 맞는거지 드디어 올라왔구만ㅠㅠ
10년 전
독자4
올 소재도 좋고 글도 잘썼다! 난 납치썰이 좀 끌리네 ㅎㅎ 거기서 만나 흐흐흐흐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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