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일 - 첫째, 25
태용 - 둘째, 22
도영 - 셋째, 19
여주 - 넷째, 18
민형 - 다섯째, 17
지성 - 막내, 13
? - 아빠
이른 아침. 수만시 영진구에 한 아파트에는 조금 특별한 가족이 살고 있다.
-
"지금 뭐 하는 거예요?"
"화장이요."
"학교에 화장하고 가면 안 혼나요?"
"혼나는데 다 몰래 하는 거죠. 하하"
김여주 (18)
제일 처음 만난 인물은 이 집에 넷째 딸 여주다. 열여덟,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화장하는 폼이 제법 전문가 못지않다.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꿈이에요?"
"아닌데요."
"......"
여주가 한창 화장에 공을 들이는 사이, 주방에선 둘째 태용이 아침 준비에 부산하다.
"지금 뭐 만드시는 거예요?"
"아, 이거 자반고등어를 어제 싸게 사서 애들 구워 주려고요!"
이태용 (22)
어린 시절, 돈을 벌어 오겠다며 아버지께서 외국으로 떠나신 이후 태용은 거의 동생들의 보호자나 다름이 없다.
"어린 나이에 동생들 돌보기 힘들지 않아요?"
"힘들죠… 힘든데 어쩌겠어요. 저 아니면 돌봐줄 사람도 없는데, 그래도 애들 크는 거 보면 뿌듯하고 그래요."
"아버지가 원망스럽거나…."
"어릴 땐 그랬는데, 이제는 저희 때문에 가신 거니까. 그냥 밥 잘 챙겨 드시고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
"(아버지가) 보고 싶진 않아요?"
".........."
"…아뇨. 보고 싶어요."
-
"얘들아 밥 먹자!"
태용이 아침 준비를 끝내자 고소한 냄새가 집안을 감싼다.
"....."
박지성 (13)
제일 먼저 식탁에 앉은 녀석은 지성. 올해로 열세 살이 된 지성은 이 집에 귀염둥이 막내다.
"지성이 일찍 일어났네."
김도영 (19)
평소 잠이 많은 도영도 오늘은 일찍 일어나 자리에 앉았다. 그저께 오디션을 보러 떠난 첫째 태일을 제외하고, 이제 여주와 민형만 나오면 온 식구가 모인 아침 식사가 시작이다.
"아, 김도영 그거 내 밥이라고."
어느새 여주도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이 녀석, 나오자마자 또 뭐가 불만인지 심통이 잔뜩 난 얼굴…
"애! 갬댸얭 걔걔 내배뱨럐걔~"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오빠 도영의 짓. 평소 장난기가 많은 도영은 유독 여주를 놀리는 맛에 산단다.
"근데 민형이는? 아직도 자?"
모두가 밥을 먹는 시간 아직도 나오지 않는 동생이 걱정되는 태용이다.
"민형이 형 엄청 피곤한가 봐. 흔들어 깨웠는데도 안 일어나."
"걔 요즘 동아리다 뭐다 해서 바쁜가 보더라. 좀 더 자라 그래."
올해로 열일곱. 고등학교에 갓 입학한 민형은 다른 형제들 보다 조금 바쁘다.
"아, 가시가 잘 안 발라져…"
"비켜 봐, 형이 해줄게."
아직 젓가락질이 서툰 도영 대신 둘째 태용이 나섰다.
"항상 형이 이렇게 도와줘요?"
"아뇨. 가끔 가시 같은 건 제가 잘 못 발라서 그럴 때만 도와줘요."
"오우, 효옹 나 왜 안 깨웠어. 지금 나 완전 지각. 아, 오바."
이민형 (17)
늦잠꾸러기 민형이 드디어 거실로 나왔다.
"뭐래. 깨워도 안 일어난 게 누군데."
"어? 민형이 일어났어? 밥 먹을래? 차려 줄까?"
"됐어. 나 지금 나가야 돼."
"그래두… 아침은 먹어야 되는데."
"쟤 알아서 뭐 사 먹든지 하겠지. 나이가 몇인데."
"맞아. 오우, 나 진짜 늦었어. 다녀오겠습니다!"
-
민형이 학교에 간 뒤. 태용은 어린 동생이 끼니를 거를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리 민형이… 빵 같은 거 먹으면 공부 안 되는데…."
"괜찮아. 어차피 이민형 쟤 밥 먹어도 공부 안 해."
"........."
"더 줘."
-
식사가 끝난 후. 도영이 남아 식탁 정리를 돕는다. 동생들을 놀릴 때면 아직 어린아이 같다가도 이럴 때 보면 제법 의젓한 게 여간 기특한 것이 아니다.
"근데 도영 군은 학교 안 가도 돼요? 지금 지각 아니에요?"
"네. 괜찮아요."
"?"
"저거 시계 고장 났어요. 한 시간 빨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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