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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세훈] 비가 오는 축축한 날(느낌)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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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를 도와주겠다는 세훈씨를 소파에 앉혀놓고 설거지를 끝냈다. 혼자 살 땐 금방했었는데 고작 사람 한명 더 있다고 설거지가 늘어난 느낌이었다. 아픈거 다 나으면 맛있는거 사달라고 해야지. 행주로 싱크대 주위를 정리했다.


"세훈씨 약 먹었어요?"


"어?아.먹었어."


그는 거짓말을 잘 못하는 사람 같았다. 왜냐면 거짓말을 할때면 너무 티가 나기 때문이다. 약을 먹었다고 말하는 세훈씨는 내 눈을 제대로 보질 못했다. 무슨 초등학생도 아니고 약을 먹기 싫어서 거짓말을 한담. 약봉지하나와 물을 가지고 세훈씨 옆에 앉았다.


"빨리 먹어요. 계속 아프고 싶어요?"


"먹었다니까?"


그가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진짜 애도 아니고 뭐야.


"거짓말할 때 티나는 거 몰라요? 연기 진짜 못해요 세훈씨. 어서 먹어요."


그는 할 수 없이 약을 넘겼다. 약이 쓴지 인상을 찌푸렸다. 많이 쓴가... 주방 어딘가에 있었던 사탕을 건냈다. 세훈씨는 사탕을 재빨리 입에 넣었다. 표정이 좀 풀렸다.


"무슨 애도 아니고 약 먹는걸 그렇게 싫어해요?"


"쓰잖아. 이 쓴걸 하루에 세번이나 먹어봐. 엄청 써."



11시에 하는 예능이 다 끝나고 아무 생각없이 광고를 응시하고 있었다. 회사가기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내일 세훈씨가 필요한 걸 사야되니까 할 수 없이 나가야했다.



"있잖아."


"네?"


"저번에 너 태워준 사람. 남자친구?"


"아니에요.같이 회사다니는 선배에요."


"아,그래?그렇구나.."


"왜요?"


"왜는 무슨..그냥. 나 오해했을 것 같아서."


"준면선배가 세훈씨 남자친구냐고 물어보긴 했어요."


"그래서..?"


"오해라고 했죠 뭐. 선배는 아직도 내가 자기 여자친구인 줄 아나봐요. 내가 막…"


아, 별로 말하기 싫은 이야기였는데 선배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냥 나와버렸다. 세훈씨가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내게 물었다.


"그 남자랑 사귀었었어?"


"아,그냥..대학생 때요."


"아..그래.."



준면선배의 이야기를 하고 나니 뭔가 어색해진 느낌이 들었다. 시간도 늦었고 세훈씨에게 잘 자라는 말을 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왜 어색해진 거지? 어색할 필요가 있나...생각하다 잠들었다. 아침에 누군가 나를 흔들어 깨우는 느낌에 힘들에 눈을 떴다. 날 깨워준 건 세훈씨였다. 난 그 때까지도 영문을 몰라 세훈씨를 쳐다보기만 했다.


"지금 일어 날 시간 지난 것 같은데."


침대 왼쪽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보니 헉. 지각이다. 너무 놀래서 일어나다가 세훈씨와 이마를 부딪혔다.


"아!"


"으..."


"어떡해! 미안해요 세훈씨."


나는 급히 욕실로 달려가 정말 빨리 씻었다. 간당간당한 시간이었지만 급하게 식탁에 세훈씨가 먹을 밥을 차렸다. 급하게 구두를 신고 세훈씨에게 밥 꼭 먹어요! 하고 나왔다.













원래 7시면 방에서 나와 냉장고에서 물 한모금을 마신 뒤 욕실로 향했던 웬디였다. 지금 7시 반이 넘었는데.. 어제 너무 늦게자서 늦잠을 자는 걸까 하고 조심스레 방문을 열었다. 파자마를 입고 색색거리며 자고 있었다. 화장한거랑 민낯이랑 별로 차이가 안나는 것 같았다. 나도 피부좋다는 소리 많이 들었었는데, 웬디는 나보다 더 하얗고...이뻤다. 시간을 보니 이제는 정말 깨워야 될 것 같아서 웬디야-하고 몇 번 불렀다. 내가 불러도 깨지않았다. 할 수 없이 팔을 잡고 흔들었다. 몸이 흔들려서 그런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눈을 떴다. 나를 멍하니 바라보는게 어찌나 귀엽던지, 일어날 시간이 지난 것 같다고 하니 시계를 보고 깜짝놀라 일어나다가 나와 이마를 부딪혔다. 좀 아팠지만 허둥대는 웬디의 뒷모습이 귀여웠다. 급하게 준비를 하고 빨리 나가야 되는데 밥을 퍼고 국을 끓이더니 나에게 밥 먹으라고 말했다. 고맙기도 했지만 너무 미안했다.




웬디가 출근하고 난 밥을 먹고 식탁을 정리하고 설거지를 했다. 먹기 싫었지만 상처가 빨리 아물지를 않아서 약을 먹었다. 소파에서 윗옷을 벗고 붕대를 풀었다. 아직도 아팠다. 오늘 쯤이면 소독해야하는데.. 몇일 째 병원도 안갔고.. 그 때는 아직 내 얼굴이알려지기 전이라 병원에 몰래 들어가서 치료를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심각했다. 뉴스를 틀면 나오는 건 온통 내 이야기뿐이었다. 파렴치한 살인마라는 타이틀이 걸린 내 사진이 모든 방송에서 나왔다. 혹시나 하고 구급약통을 찾아보았지만 수술하고 쓰는 소독약은 없었다. 저녁이 되서 날이 어두워지면 병원에 가야겠다. 어제 늦게 잔 탓인지 아침을 먹고도 잠이 많이 왔다. 몇일째 소파신세에 허리도 아팠고. 웬디에겐 미안하지만 잠깐만 침대에서 자기로 했다. 푹신한 침대에 누웠다. 베개와 이불엔 온통 웬디의 향이 베여있었다. 뭔가 달큰한 향이 났다.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금방 잠들 수 있었다.



잠깐만 자려 했는데, 벌써 어둑어둑해졌다. 겨울이라 해가 많이 짧아졌다. 옷을 입고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뒤 밖을 나왔다. 사건이 일어난 동네라 그런지 경찰차가 자주 보였다. 경찰차를 피해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들어와 몰래 방에 들어왔다. 다들 수술을 하러 간 건지 그 대 방에 숨겨두었던 드레싱할 것들과 약등을 들고 재빨리 나왔다. 화장실에 들어가 상처에 드레싱을 하고 다시 붕대로 감았다. 이제 나가는게 문제였다. 창문을 보니 밖은 아주 캄캄했다. 하지만 동기들이랑 마주치기라도 하면...


화장실을 나가려 문고리를 돌린순간 의사들이 여럿들어왔다. 목소리를 들으니 우리 동기들이었다.


"오세훈. 진짜로 사람 죽인걸까?"


"그러게..처음에 뉴스에 세훈이 나오는 거 보고 진짜 소름돋았다니까. 그 후로 병원에도 안나오고. 연락도 안되고..

이게 무슨일인가 몰라."


"야, 박찬열 지금 너 살인자 옹호하냐?오세훈 그거 생긴것부터 날카롭게 생겨가지고. 무슨 일 날 줄 알았어 난."


"넌 원래부터 싫어했잖아."




한참동안을 내 이야기를 하다 나갔다. 후..한숨만 나왔다. 이제 어떡해야될까.




병원 뒷문으로 나왔다. 다행히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빠른 걸음으로 집까지 걸어갔다. 역시 경찰차가 자주 보였다. 경찰차 피하랴 사람들 피하랴 꽤 힘들었다. 오피스텔 계단으로 올라와 문을 열었더니 거실에 웬디가 손톱을 깨물고 돌아다녔고 소파에는 쇼핑백들이 가득 올려져있었다.


"일찍왔네?"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웬디에게 인사를 하니 웬디가 나를 보고 화를 내기 시작했다.


"내가 아무데도 나가지 말랬죠? 근데 지금 어디갔다와요? 아픈사람이. 지금 경찰차가 얼마나 많은데 걸리면 어쩌려고 그래요 진짜!난 또 어디 가버린줄 알고 얼마나 놀랬는지 알아요?"


내게 버럭 화를 내고 방으로 들어갔다.

어안이 벙벙했다. 웬디가 화내는게 당황스러웠다. 내가 그렇게 잘못 한 건가..병원갔다 온건데..나도 모르게 꽉 닫힌 문 앞에 서서 이래저래 변명을 늘어놓았다.



"야.그게 병원가서 소독 좀 한다고 그래서 나간거야. 경찰차 잘 피해다녔고 아무한테도 안걸렸어. 원래 안나가려고 했는데 약도 떨어지고 그래서 할 수 없었어..어?웬디야.이웬디-"


아무리 말을 해도 대답이 없어서 소심하게 문을 약간 열었다. 침대 끝에 걸터앉아 우는 웬디였다. 큰일났네. 내가 웬디를 울렸다.



"야..왜 그런걸로 울고 그래.."


웬디 앞에 무릎을 세우고 앉아 진정시키려고했다. 웬디 무릎에손을 얹고 난 괜찮다고 계속 말했다. 웬디는 계속 울었지만.


"소독은..했어요?"


"어.어.했어.상처도 잘 아물고 있고..그러니까 걱정하지마."


"걱정시킬일을 만들지 마요 그럼.. 밥은 먹었어요?"


웬디가 훌쩍거리며 내게 물었다. 그 와중에도 내가 엄청 걱정되긴 하나 보다. 내가 웬디를 얼마나 걱정시켰으면 이렇게 울까. 웬디가 날 정말 생각 많이 해주는걸 느꼈다. 난 일어나 웬디를 꼭 안아주었다.


"밥은 내가 할게. 부르면 나와."


등을 두어번 두드려주고 나왔다. 서툰 솜씨로 계란후라이를 하고 냉장고에 있는 반찬을 꺼내 식탁에 차려냈다. 이 정도면 뭐, 나쁘지 않네. 어짜피 밥이랑 반찬은 웬디가 한 거니까..



"밥다됬어."



웬디가 쭈뼛쭈뼛 나와 식탁에 앉았다. 피부가 약한지 눈이 부어있었다. 그게 부끄러운지 자꾸 아래만 보고 밥만 먹었다.


"웬디야."


"네."


"미안해. 이제 아무데도 안나갈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없이 밥만 먹었다. 밥을 먹은 뒤 가라앉은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바꿔보려 웬디에게 말을 걸었다.


"소파에 있는거 내 옷이야?"


"네. 면도기랑 쉐이빙크림도 사왔어요."


"진짜? 착하네 웬디. 센스도 있고."




장난스레 머리를 쓰다듬었더니 그제서야 웃는 웬디였다. 웬디가 사온 것들을 구경하고 다시한번 고맙다고 말했다. 그렇게 나란히 앉아서 티비를 보고있었다. 소파 앞에 있는 탁자 위 웬디의 벨소리가 울렸다. 액정에는 준면선배라고 떴다. 아, 그 때 웬디 데려다 줬던 사람. 웬디는 아무렇지 않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선배. 네. 저요? 약속 없어요. 네.네. 내일요? 음...잘 모르겠어요. 나중에 다시 전화드릴게요.네."


"무슨 일인데 이렇게 늦은 시간에 전화를 걸어?"


"준면선배가 내일 우리 부서 사람들이랑 영화 보러간다구요."


"그래서?가?"


저거 분명히 거짓말인데. 회사 사람들이랑 다같이 영화보기로 했다고 하고 막상 내일 나가면 결국 둘밖에 없을걸? 옛날에 사귀던 사람이라고 했으니까 준면선배인지 뭔지 그 놈이 웬디를 좋아하는게 뻔히 보였다. 주말에 피곤하게 불러내서 데이트하려고 하기는.


"나중에 결정한다고 했어요. 그러고 보니 영화 안본지도 오래됬네.."


"영화관까지 가서 영화를 왜봐. 티비에 영화해주잖아."


"에이-티비로 보는 것 보단 영화관에서 팝콘먹으면서 보는게 재밌잖아요."


"집에서도 충분히 그럴 수 있어."


영화채널을 틀고 불도 끄고, 웬디가 사온 과자를 꺼냈다. 난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웬디르 쳐다봤다. 괜찮지?


"나쁘지 않지?"


"뭐에요 진짜."


웬디가 웃어보였다. 마침 영화가 시작되고 우린 영화에 집중했다. 열심히 과자를 먹으며 영화를 감상했다. 범블비를 보며 감탄하고 있을 때, 어깨에 무게감이 느껴졌다. 트랜스포머를 보면서 잘 수 가 있다는게...웬디는 열심히 자는 중이었다. 덮고 있던 담를 어깨에 덮어주었다. 한창 영화에 집중을 했을 때, 웬디의 벨소리가 시끄럽게 울렸다. 혹시나 웬디가 깰까봐 얼른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여보세요?웬디야?


"웬디 지금 자요. 이렇게 늦은 시간에 전화 하지마세요."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젠 다시 전화 안하겠지? 웬디의 머리에 기대 영화를보다, 나도 잠들었다.












하품을 하며 일어났다. 눈을 뜨니 앞에 티비가 보였다. 내가 배고있는건 세훈씨의 무릎이었다. 어제 영화를 보다 그의 무릎에서 잠이 들었나보다. 몸을 조금 돌려 그가 자고있는지 슬쩍 보려고했는데...눈이 마주쳤다. 민망한 마음에 얼른 일어났다.


"안추웠어? 트랜스포머 보다가 자는애는 처음 봤다?"


"허벅지 아프지 않아요? 깨우지 그랬어요.불편하게..."


"네가 이렇게 잘자는데 어떻게 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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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세훈아ㅠㅠㅠㅠㅠㅠㅠㅠ그냥 처음에 말하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2
이 좋은명작을 지금봤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어으 불안하면서 설레요ㅠㅠㅠ
10년 전
독자3
이번편은 스릴넘첬네요 ㅠㅠ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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