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플짤은 명수사마, 우리의 'L'님.
내가 이 짤을 보여주는 이유는?ㅋㅋㅋㅋㅋㅋ꺄륵 비밀
하얀 거짓말, 그 첫번째 거짓말 |
하얀 거짓말 W. Ir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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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얗게 떨어지는 핀 라이트 아래 녀석이 당찬 걸음으로 걸어 나온다. 유명 디자이너의 옷을 걸치고, 누구보다 당당한 얼굴을 한 네게로 장내의 모든 시선이 꽂혔다. 너는 그런 시선을 즐기는 듯, 한 마리의 검은 고양이처럼 고개를 치켜들며 플래시 세례를 온몸으로 받아냈다. 왼쪽으로의 시선 한번, 오른다리를 중심으로 가벼운 턴. 그리고 뒤태를 보여줌과 동시에 살짝 돌린 고개와 흐르는 조소. 녀석이 취했던 모든 행동에 사람들은 감탄했다. 틀림이 없을 거다. 내일 아침, 분명 김성규는 신문 일면을 화려하게 장식 할 거라고.
우현은 가만히 턱을 받쳤다. 런웨이 위의 성규는 마치 무법자 같아서, 어떤 총알로도 그를 막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손에 꼽히는 패션 디자이너였다. 그런 디자이너가 데뷔한 지 얼마 안 된 성규를 직접 지목해냈다는 건, 아마 뒤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진 거래가 있을 터. 지금 걸치고 있는 저 옷을 마치 저의 힘으로 얻어내기라도 한 것 마냥 으쓱해져 발을 옮기는 성규를 보고 우현은 미소를 지었다. 어린애가 따로 없는데, 저도 어른이라며 돈벌이를 하겠다는 게 마냥 기특해서. 성규보다 조금 더 일찍, 흑마계로 뛰어든 우현은 무대 뒤로 되돌아가는 성규의 등을 보며 만감이 교차하는 것을 느꼈다. 뒤에서 이루어지는 검은 손의 거래 같은 건 하나도 모르는 주제에, 저렇게 기가 살아있으니 우현의 입장에선 웃길 만도 했다. 사탕을 받은 스물두 살짜리 꼬마는 그 사탕이 훔친 것이라는 걸 모르는 것 같으니.
김성규를 뒤에서 봐준 사람은 알아보지 않아도 뻔했다. 김성규가 그렇게나 아끼고 아끼는 그 사람. 분명 그 사람이겠지. 그가 때맞춰 런웨이 위로 걸어 나오는 게 보인다.
“……….” “저 사람이 L이야?” “확실히 워킹이 다르긴 다르네.” “바디부터가 다르잖아. 페이스는 또 어떻고.”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사람, L. 그의 이름은 ‘김명수’였다. 현재 한국의 모델들 중 가장 탑으로 꼽히는 사람이었다. 파리와 뉴욕을 제 집처럼 드나들며 쇼를 한다. 해외의 돈 좀 있다는 수많은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컬렉션에 메인으로 그를 세우기를 원했다. 잠을 자는 시간보다 런웨이 위에서 걷는 시간이 더 많은 그를 사람들은 ‘검은 표범’이라 불렀다. 날렵하고 단단하며 또 여유가 있는 품새. 저기 멀리서부터 런웨이의 끝을 노려보며 캣워크를 하는 그는 고고한 짐승 같았다. 핏이 딱 맞아 떨어지는 슈트. 마이 안으로 아무것도 입지 않아 드러난 탄탄한 가슴까지. 터닝 포인트에 서서 마이를 살짝 열어젖힌 그는 한쪽 입 꼬리만 말아 올리며 프론트 로우에 앉아있는 나와 눈을 맞혔다. 그의 눈은 마치…
“……….” “……….”
…당신, 또 왔네?
조롱하듯 나를 바라보던 눈이 거두어지고 이내 수만은 관중들 사이로 꽂힌다.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이고 나른한 눈으로 정면을 응시한다. 객석의 수도 없이 많은 카메라가 마치 그를 찍기 위해 온 듯, 엄청난 플래시가 터졌다. 팟-하고 터지는 빛 속에서 엘은 가만히 눈을 감고 입 꼬리를 말아 올렸다. 시선에 취해 혀를 살짝 내밀며 옷깃을 살짝 털어냈다. 그리고 눈을 떠 그대로 윙크. 그는 그를 기다렸던 수많은 카메라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너무나도 쉽게 뒤돌아 무대 뒤로 사라져버렸다.
메인 모델인 만큼 아마 앞으로 몇 벌의 옷을 더 입고 등장 할 테지만, 그때마다 지금과 같은 카메라 세례가 쏟아질 거다. 엘은 미친 짐승이었다. 전의 쇼에서는 입에 담배를 물고 나왔었다. 그때의 그 파격적인 모습이 아마 지금의 위치로 그를 끌어올렸을 거다. 우현은 명수가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 가만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를 가느냐고 묻는 잡지 디렉터의 물음에 ‘화장실이요’하고 싱긋 웃으며 자리를 벗어났다.
귀를 아프게 울리는 강한 비트의 음악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백 스테이지로 걸어와 바삐 녀석을 찾았다. 분주하게 돌아가는 백 스테이지의 한 가운데에 엘이 앉아있었다. 메이크업을 수정하고 스태프들이 입혀주는 옷에 팔을 끼워 넣으며 다소 피곤한 얼굴로 거울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그의 옆엔 녀석이.
“남우현!” “다 끝났어?” “응!”
나를 먼저 발견하고는 쪼르르 달려와 내 옆에 서는 너. 힘을 준 네 머리를 헝클었다. 너는 아직 피날레가 남아있다며 울상이 되어 거울 앞으로 달려갔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앞에서 눈을 감은 채 화장을 받고 있던 녀석은 나의 인기척에 가만히 오른 손을 펼쳐 들었다. 그 손을 탁 쳐내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까 나랑 눈 마주친 거 맞지?” “아마도.” “오늘은 무슨 권한으로 프론트 로우에 앉아있었지?” “내가 이번에 VOGUE화보 메인 모델을 맡게 돼서 말이야. 잘난 메인 모델님에게서 영감을 좀 얻으러 왔는데.” “그래? 기쁜 소식이네. 그놈의 영감인지 할매인지, 잘 얻어가지고 가. 나는 이제 슬슬 나가봐야 해서.”
늘 만나면 으르렁거리기 바쁘지. 나보다 나이가 많은 인간이라는 걸 알면서도 왠지 말을 높이고 싶지 않은 종족이다. 이런 나를 그도 오래전부터 포기한 듯, 나의 반말을 이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스태프가 건네는 자켓을 걸치고 옷매무새를 다듬은 놈이 성규를 부른다. 이봐, 자기. 나 이제 나가.
명수의 부름에 한달음에 달려와 그의 품으로 안기는 성규. 그런 성규를 바라보는 우현의 시선이 마냥 곱지만은 않았다. 명수의 품에 안겨 뭐가 그렇게나 기쁜지 성규는 눈을 반으로 접고 깔깔깔 웃었다. 디렉터의 사인에 성규의 이마위로 가볍게 입을 맞춘 명수가 런웨이로 나가기 위해 준비했다. 그의 등을 바라보며 성규는 제 두 손을 가슴 앞으로 꼭 마주잡았다. 나갔던 모델이 되돌아오고 큐 사인에 환한 무대로 나간 명수를 보고 성규는 한숨을 지었다. 아무 사고 없이 잘 돌아오기를.
“그렇게나 걱정이 돼?” “어?” “매번, 늘, 항상 잘한다고 칭찬 받는 놈인데 뭐가 그렇게 걱정이 돼서 안절부절 이야?” “…그냥.” “밥은?” “아직.” “왜? 밥도 안 먹고 뭐했어?” “명수형도 안 먹었는데 뭘.”
너를 향한 내 물음에 대한 답은 언제나 ‘명수’라는 그 이름으로 끝이 났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화도 표현하지 못한다. 너무 어리고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너를 일부러 넘어뜨리고 싶지 않은 게 또 나였으니까. 잠깐 왔다 간 놈의 입술이 아쉽기라도 한 듯, 제 이마를 만지작거리는 너의 얼굴을 보고 나는 한숨을 쉬기만 했다. ‘언제 끝나?’하는 내 물음에 ‘명수형 끝나면’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끝나고 밥이나 먹자’하는 내 데이트 신청에는 ‘명수 형이랑 먹기로 했어’하는 가슴 아픈 거절이 돌아온다. 이의 무한한 반복. 그걸 알면서도 또 무한히 묻는 나도 바보.
끝나고 연락해- 하는 우현을 바라보지도 않고 고개만 끄덕여 답한다. 이런 성규에게 더 이상 아파할 가슴도 미워할 힘도 없는 우현이었다. 그저 성규의 뒷모습을 가득 담으며 테이블 위로 사왔던 베이글과 커피 두 개를 놓아두는 거. 그게 우현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사랑 표현.
“쇼 끝나는 거 기다리다가 배고프면 먹어.” “어?” “배고프면 먹으라고.” “어어. 올려두고 가.” “……….” “좀 이따 연락 할게.”
그마저도 너무 당연하다 생각하는 성규라서, 힘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 * *
“엘씨, 수고했어요. 성규씨도.” “네! 디자이너님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수고하셨어요.”
명수의 어깨를 다독이던 디자이너는 성규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돌아가는 디자이너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다가 드디어 끝났다는 생각에 성규는 큰 숨을 몰아쉬었다. 쇼가 끝나고 허무한 듯 의자위로 털썩 주저앉은 성규의 얼굴 위로 명수의 그림자가 졌다. 얼굴을 덮고 있는 진한 화장을 익숙한 듯 스스로 지워내는 명수를 올려다보다 성규는 싱긋 웃었다. 오늘 형 진짜 멋있었어요! 엄지 손가락을 치켜 드는 성규의 머리를 헝클이는 명수. 성규는 그의 큰 손이 좋아서 눈을 감았다.
너도 멋있었어. 낮게 깔리는 형의 목소리에 기분이 좋아서 배시시 웃고 말았다. 내 머리위로 비니를 씌워주는 형의 손에 가만히 눈을 뜨니 어느새 형의 얼굴은 화장이 말끔히 지워져 있었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형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아까 우현이가 두고 간 커피가 떠올랐다.
“아, 형. 아까 우현이가 커피 두고갔는데, 드실래요?” “어?” “커피랑 베이글 두 개씩 사온 걸 보니까, 형이랑 저 먹으라고 사온 것 같은데.” “……….”
저의 말에 묘하게 표정이 구겨지는 명수의 얼굴을 보며 성규는 침을 삼켰다. 방금 제가 말을 잘못 하기라도 한 건지. 심상치 않은 명수의 얼굴에 눈치를 살피며 성규는 제 손을 만지작거렸다.
말을 하고 나서 앗차 싶은 게, 형의 앞에서 우현이의 이야기를 꺼내면 표정이 심하게 구겨진다는 거였다. 나 모르는 새에 둘이 싸우기라도 한 건지 이름만 말해도 저렇게 으르렁이다. 그냥 나가서 먹자며 내 손을 잡아끄는 형에 놀라서 내 얼굴을 가리켰다. 형! 저 아직 화장 안 지웠는데? 나의 당황스러운 말투에 바람 빠지는 소리로 푸흐- 하고 웃은 형은 그 모습도 섹시하다면서 뒷머리를 끌어당겨 입을 맞추었다.
밖으로 나와 찬 공기를 잔뜩 들이마셨다. 춥지 않냐는 형의 물음에 고개를 젓고 자켓을 여미었다. 그런 내 어깨위로 걸쳐지는 형의 코트. 미약하게 올라오는 담배냄새와 함께 어우러진 향수냄새에 가만히 입 꼬리를 올렸다. 우현이에게서도 이런 냄새가 나는데.
“어디로 갈까?” “형은 뭐 먹고 싶은데요?” “아무거나.” “저도 아무거나.” “그럼 집으로.” “에? 집에서 먹게요?” “응. 집에서 김성규 먹게요.”
형은 이런 농담을 자주했다. 웃으며 장난치지 말라는 내 말에 형은 제법 진지한 얼굴로 ‘장난 아닌데?’하고 말했다. 형은 속을 알 수 없어 가늠하기 힘이 든 사람이었다. 내 손을 꼭 쥐는 형의 행동에 상황이 묘해짐을 느끼고 입술을 깨물었다. 배고픈데…. 입술을 내밀고 말했더니 형은 귀엽다며 내 볼을 꼬집었다. 장난이야 바보야. 나를 차에 태우고 어디론가 출발하는 형을 보며 배시시 웃었다. 형과 함께라면 어디든 좋다.
* * *
아무 생각 없이 패션쇼장 입구 근처에 차를 세우고 앉아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고 나서 한참 후에 손목에 채워진 시계를 보았더니 밤 열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이제쯤 아마 나올 테지. 돌아가기 전 성규의 얼굴이나 보고 갈까 싶어서 기다린 건 아니었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꼭 그래야 했던 것처럼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전화를 걸어볼까 싶어 핸드폰을 집어 들었더니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네가 나오는 게 보였다. 반가운 얼굴에 차에서 내리려고 했었다. 그때 너의 어깨를 감으며 나타나는 한사람. 김명수.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 자리에서 몸이 얼어붙고 말았었지. 그리고 나서 꼭 미친 것처럼 이곳을 찾았고.
또 김성규한테 한방 먹은 얼굴이다, 너? 나를 비웃는 이호원의 얼굴 앞으로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 올려주고 바 위로 길게 엎드렸다. 미친놈아, 너 지금 완전 진상 손님이야. 알아? 내 머리통을 후려갈기든 말든, 지금은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서 아무런 고통도 느낄 수 없었다. 내 앞에 서서 글라스를 닦던 호원이가 한숨을 쉬며 얼음을 채운 글라스에 술을 가득 따라 내 앞으로 내밀었다.
“미친 거지한테 봉사한다 치고 한잔 쏠게.” “술 생각 없어.” “술 생각 없다는 놈이 클럽에는 왜 기어들어와?” “너 보려고 왔지, 새끼야.” “지랄. 호모질은 김성규한테 하는 걸로 족해라, 좀.”
기어이 내 머리를 쥐어박은 놈이 다시 잔을 닦기 시작했다. 패션쇼장처럼 정신없이 시끄러운 음악이 한창이었다. 스테이지 위해서 조명에 취해 춤을 추는 사람이 여럿, 그 아래 끈적한 시선을 나누는 사람들이 여럿. 나는 그들 중 그 어느 곳과도 어울리지 못했다. 공인이라는 이름표가 나를 괴롭게 했다. 나도 저들처럼 술에 취해 아무렇게나 몸을 놀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내 얼굴을 알아본 호원이 녀석은 나를 불렀다.
야, 친구 놈아. 그다지 살갑지 않은 부름에도 우현은 웃으며 호원과 눈을 맞추었다. 이번에는 김성규가 또 어떻게 엿 먹였는데? 호원의 물음에 우현은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대답했다. 김성규가 나한테 엿 먹인 적 없어.
“그 손가락 다 씹어 먹기 전에 곱게 내려라.” “너는 툭하면 김성규 탓하더라.” “니가 그 새끼 일 아니면 그런 속상한 얼굴을 한 적이 없으니까 그런다, 왜. 꼽냐?” “어. 존나 꼽다.”
술을 들이켜고 확 끼쳐 올라오는 쓰디 쓴 뒷맛에 인상을 찌푸렸다. 야, 뭔지 말을 해 보라고. 내게서 뭔가를 추궁해내는 호원이 녀석의 닦달에 한숨을 내쉬었다. 어디서부터 무슨 말을 해야 하냐. 내 중얼거림에 호원이는 ‘다’라고 짧게 대답했다.
그래, 다. 김성규 이야기를 하려는데 다 하지 않고 어느 일부분만 하려는 건 뭔가 웃긴 말이지.
“그냥 오늘 좀 좆같았어.” “니 좆은 참 다양해.” “새끼야, 말을 하잖아 그래서.” “어어, 계속해.”
녀석의 태클에도 굴하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김성규가 김명수의 꼬임에 넘어가 모델 일을 시작하게 된 것. 그 일을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왠지 놈과 하루 종일 붙어있을 성규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배알이 꼴리기 시작한다는 것. 오늘 쇼의 메인은 김명수였다는 것. 유명 디자이너의 쇼에 김명수의 뒷심으로 김성규가 서게 되었다는 걸, 김성규는 전혀 알지 못한다는 것. 응원 차 찾아간 나는 안중에도 없는 건지, 내가 오든 가든 신경조차 쓰지 않는 것. 그래서 알게 모르게 서운하다는 것. 전부다 줄줄줄 쏟아냈는데도 이호원의 얼굴을 ‘그저 그럼’ 이었다. 내가 힘주어 말했던 게 괜히 하소연이 되는 것 같아 힘이 빠지려는 찰나에, 이호원이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김성규는 남우현이 자기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개 무시하고 있다. 이걸 말하고 싶은 거지? 나의 구구절절한 이야기가 한 문장으로 압축되는 걸 보고 어이가 없어 피식 하고 웃었을 뿐이었다. 시끄러운 음악소리는 멈출 생각을 안했다. 강한 비트에 아까 쇼장에서의 김성규가 떠올랐다. 당찬 걸음으로 런웨이 위를 걷던 그 오만한 얼굴이 자꾸만 머릿속에 아른거렸다. 어떻게 해야 내가 너를 가질 수 있을까. 그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한 김명수의 옆에서 너를 데려올 수 있을까.
“야.” “어?”
온갖 잡생각으로 뒤엉킨 나를 건져 올린 건 이호원의 부름이었다. 녀석의 부름에 얼빠진 바보처럼 답했다. 그런 내 앞으로 던져진 꽤 충격적인 이호원의 말.
“지금 네 얼굴 존나 악마 같아.”
그것은 꼭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말. 김성규 너를 떠올리는 내 얼굴이 악마 같아지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호원의 말에 우현의 얼굴이 무너져 내렸다. 등 뒤로 번쩍이는 조명이 한 가득이었다. 어지러움 속에서 가만히 무언가를 생각한다는 건 불가능했다. 이제 그만 일어나보라는 호원의 말을 어쩌면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얼마 마시지도 않았는데 꼭 스트레이트로 몇 잔은 마신 것처럼 속이 쓰리고 머리가 울려왔다. 크게 몸을 휘청거린 우현에 놀란 호원은 한달음에 바에서 나왔다. 집까지 가겠어? 대리 불러줘? 호원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아니, 괜찮을 거야. 애써 쿨하게 손을 젓고는 클럽을 나왔다.
“하아….”
문 하나로 클럽 안과 분리되었을 뿐인데, 밖은 너무 고요했다. 바쁘게 지나다니는 사람들만 아니었다면 무너져 내려 엉엉 울 수 있을 정도로. 지금 생각나는 사람은 단 하나. 김성규 하나.
전화를 해볼까―해서 꺼내든 전화가 너무 슬펐다. 잠금을 열어봐도 아무 연락조차 와있지 않은 핸드폰을 보고서 한숨을 내쉬었다. 클럽 입구에 세워져 있던 차체에 기대어 섰다. 쇼 끝나면 전화하겠다고 했잖아. 가볍게 혼잣말을 해도 혼잣말은 혼잣말이었다. 돌아오는 너의 대답이 없어서 그냥 한숨을 쉬고 말았다. 혼자 서있기에 너무 힘이 들어서 기대고 선 차체가 너무 시렸다.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겠지. 이 이상으로 선을 넘으면, 모두 힘이 들어지겠지. 숨을 내쉴 때마다 쓴 냄새가 올라왔다. 역겨운 냄새. 이 시간 너는 그 사람의 향기에 취해 정신없이 사랑을 나누고 있을까? 나 따위는 까맣게 잊고, 행복에 겨워하고 있을까.
“씨발.”
더는 생각하고 싶지 않아. 그런 생각이 들면 그만 하기로 하는 거다. 해봤자 아프기 만한 김성규 네 생각, 그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만 하는 거라고.
나 혼자서라도 약속 해 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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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랜만에 쓰는 연재작이라서, 분량조절 fail.
무엇보다 브금때문에 다음 내용을 이어가는데 fail.
저 경쾌하고 파워넘치는 브금에 아련아련한 우현이의 감정을 그릴수가 없었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이편으로 우현이는 데리고 올께^-^
(패션쇼의 분위기를 내기 위해서 브금을 포기할 수 없었더ㅠㅠ)
너무 간만의 연재라서 어땠는지 모르겠다 ㅠ_ㅠ
그냥 그대들이 좋아해줬으면 좋겠져..............☞☜
나는 빨리 후달달 가서 이편을 써야겠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즐겨줘!!!............................................(마무리는 항상 어려워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