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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트/현성/엘규] 하얀 거짓말 01 | 인스티즈

오늘의 플짤은 명수사마, 우리의 'L'님.

내가 이 짤을 보여주는 이유는?ㅋㅋㅋㅋㅋㅋ꺄륵 비밀

 

 

 

 

 


하얀 거짓말, 그 첫번째 거짓말

 

 

 

 

 

 

 

 

 

 

 

하얀 거짓말

W. Irara

 

 

 

 

 

 

 

 

* * *

 

 

 

 

 

 

새하얗게 떨어지는 핀 라이트 아래 녀석이 당찬 걸음으로 걸어 나온다. 유명 디자이너의 옷을 걸치고, 누구보다 당당한 얼굴을 한 네게로 장내의 모든 시선이 꽂혔다. 너는 그런 시선을 즐기는 듯, 한 마리의 검은 고양이처럼 고개를 치켜들며 플래시 세례를 온몸으로 받아냈다. 왼쪽으로의 시선 한번, 오른다리를 중심으로 가벼운 턴. 그리고 뒤태를 보여줌과 동시에 살짝 돌린 고개와 흐르는 조소. 녀석이 취했던 모든 행동에 사람들은 감탄했다. 틀림이 없을 거다. 내일 아침, 분명 김성규는 신문 일면을 화려하게 장식 할 거라고.

 

우현은 가만히 턱을 받쳤다. 런웨이 위의 성규는 마치 무법자 같아서, 어떤 총알로도 그를 막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손에 꼽히는 패션 디자이너였다. 그런 디자이너가 데뷔한 지 얼마 안 된 성규를 직접 지목해냈다는 건, 아마 뒤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진 거래가 있을 터. 지금 걸치고 있는 저 옷을 마치 저의 힘으로 얻어내기라도 한 것 마냥 으쓱해져 발을 옮기는 성규를 보고 우현은 미소를 지었다. 어린애가 따로 없는데, 저도 어른이라며 돈벌이를 하겠다는 게 마냥 기특해서. 성규보다 조금 더 일찍, 흑마계로 뛰어든 우현은 무대 뒤로 되돌아가는 성규의 등을 보며 만감이 교차하는 것을 느꼈다. 뒤에서 이루어지는 검은 손의 거래 같은 건 하나도 모르는 주제에, 저렇게 기가 살아있으니 우현의 입장에선 웃길 만도 했다. 사탕을 받은 스물두 살짜리 꼬마는 그 사탕이 훔친 것이라는 걸 모르는 것 같으니.

 

김성규를 뒤에서 봐준 사람은 알아보지 않아도 뻔했다. 김성규가 그렇게나 아끼고 아끼는 그 사람. 분명 그 사람이겠지. 그가 때맞춰 런웨이 위로 걸어 나오는 게 보인다.

 

 

 

 

 

 

 

“……….”

“저 사람이 L이야?”

“확실히 워킹이 다르긴 다르네.”

“바디부터가 다르잖아. 페이스는 또 어떻고.”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사람, L. 그의 이름은 ‘김명수’였다. 현재 한국의 모델들 중 가장 탑으로 꼽히는 사람이었다. 파리와 뉴욕을 제 집처럼 드나들며 쇼를 한다. 해외의 돈 좀 있다는 수많은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컬렉션에 메인으로 그를 세우기를 원했다. 잠을 자는 시간보다 런웨이 위에서 걷는 시간이 더 많은 그를 사람들은 ‘검은 표범’이라 불렀다. 날렵하고 단단하며 또 여유가 있는 품새. 저기 멀리서부터 런웨이의 끝을 노려보며 캣워크를 하는 그는 고고한 짐승 같았다. 핏이 딱 맞아 떨어지는 슈트. 마이 안으로 아무것도 입지 않아 드러난 탄탄한 가슴까지. 터닝 포인트에 서서 마이를 살짝 열어젖힌 그는 한쪽 입 꼬리만 말아 올리며 프론트 로우에 앉아있는 나와 눈을 맞혔다. 그의 눈은 마치…

 

 

 

 

 

 

 

“……….”

“……….”

 

 

 

 

 

 

 

…당신, 또 왔네?

 

조롱하듯 나를 바라보던 눈이 거두어지고 이내 수만은 관중들 사이로 꽂힌다.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이고 나른한 눈으로 정면을 응시한다. 객석의 수도 없이 많은 카메라가 마치 그를 찍기 위해 온 듯, 엄청난 플래시가 터졌다. 팟-하고 터지는 빛 속에서 엘은 가만히 눈을 감고 입 꼬리를 말아 올렸다. 시선에 취해 혀를 살짝 내밀며 옷깃을 살짝 털어냈다. 그리고 눈을 떠 그대로 윙크. 그는 그를 기다렸던 수많은 카메라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너무나도 쉽게 뒤돌아 무대 뒤로 사라져버렸다.

 

메인 모델인 만큼 아마 앞으로 몇 벌의 옷을 더 입고 등장 할 테지만, 그때마다 지금과 같은 카메라 세례가 쏟아질 거다. 엘은 미친 짐승이었다. 전의 쇼에서는 입에 담배를 물고 나왔었다. 그때의 그 파격적인 모습이 아마 지금의 위치로 그를 끌어올렸을 거다. 우현은 명수가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 가만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를 가느냐고 묻는 잡지 디렉터의 물음에 ‘화장실이요’하고 싱긋 웃으며 자리를 벗어났다.

 

귀를 아프게 울리는 강한 비트의 음악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백 스테이지로 걸어와 바삐 녀석을 찾았다. 분주하게 돌아가는 백 스테이지의 한 가운데에 엘이 앉아있었다. 메이크업을 수정하고 스태프들이 입혀주는 옷에 팔을 끼워 넣으며 다소 피곤한 얼굴로 거울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그의 옆엔 녀석이.

 

 

 

 

 

 

 

“남우현!”

“다 끝났어?”

“응!”

 

 

 

 

 

 

 

나를 먼저 발견하고는 쪼르르 달려와 내 옆에 서는 너. 힘을 준 네 머리를 헝클었다. 너는 아직 피날레가 남아있다며 울상이 되어 거울 앞으로 달려갔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앞에서 눈을 감은 채 화장을 받고 있던 녀석은 나의 인기척에 가만히 오른 손을 펼쳐 들었다. 그 손을 탁 쳐내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까 나랑 눈 마주친 거 맞지?”

“아마도.”

“오늘은 무슨 권한으로 프론트 로우에 앉아있었지?”

“내가 이번에 VOGUE화보 메인 모델을 맡게 돼서 말이야. 잘난 메인 모델님에게서 영감을 좀 얻으러 왔는데.”

“그래? 기쁜 소식이네. 그놈의 영감인지 할매인지, 잘 얻어가지고 가. 나는 이제 슬슬 나가봐야 해서.”

 

 

 

 

 

 

 

늘 만나면 으르렁거리기 바쁘지. 나보다 나이가 많은 인간이라는 걸 알면서도 왠지 말을 높이고 싶지 않은 종족이다. 이런 나를 그도 오래전부터 포기한 듯, 나의 반말을 이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스태프가 건네는 자켓을 걸치고 옷매무새를 다듬은 놈이 성규를 부른다. 이봐, 자기. 나 이제 나가.

 

명수의 부름에 한달음에 달려와 그의 품으로 안기는 성규. 그런 성규를 바라보는 우현의 시선이 마냥 곱지만은 않았다. 명수의 품에 안겨 뭐가 그렇게나 기쁜지 성규는 눈을 반으로 접고 깔깔깔 웃었다. 디렉터의 사인에 성규의 이마위로 가볍게 입을 맞춘 명수가 런웨이로 나가기 위해 준비했다. 그의 등을 바라보며 성규는 제 두 손을 가슴 앞으로 꼭 마주잡았다. 나갔던 모델이 되돌아오고 큐 사인에 환한 무대로 나간 명수를 보고 성규는 한숨을 지었다. 아무 사고 없이 잘 돌아오기를.

 

 

 

 

 

 

 

“그렇게나 걱정이 돼?”

“어?”

“매번, 늘, 항상 잘한다고 칭찬 받는 놈인데 뭐가 그렇게 걱정이 돼서 안절부절 이야?”

“…그냥.”

“밥은?”

“아직.”

“왜? 밥도 안 먹고 뭐했어?”

“명수형도 안 먹었는데 뭘.”

 

 

 

 

 

 

 

너를 향한 내 물음에 대한 답은 언제나 ‘명수’라는 그 이름으로 끝이 났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화도 표현하지 못한다. 너무 어리고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너를 일부러 넘어뜨리고 싶지 않은 게 또 나였으니까. 잠깐 왔다 간 놈의 입술이 아쉽기라도 한 듯, 제 이마를 만지작거리는 너의 얼굴을 보고 나는 한숨을 쉬기만 했다. ‘언제 끝나?’하는 내 물음에 ‘명수형 끝나면’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끝나고 밥이나 먹자’하는 내 데이트 신청에는 ‘명수 형이랑 먹기로 했어’하는 가슴 아픈 거절이 돌아온다. 이의 무한한 반복. 그걸 알면서도 또 무한히 묻는 나도 바보.

 

끝나고 연락해- 하는 우현을 바라보지도 않고 고개만 끄덕여 답한다. 이런 성규에게 더 이상 아파할 가슴도 미워할 힘도 없는 우현이었다. 그저 성규의 뒷모습을 가득 담으며 테이블 위로 사왔던 베이글과 커피 두 개를 놓아두는 거. 그게 우현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사랑 표현.

 

 

 

 

 

 

 

“쇼 끝나는 거 기다리다가 배고프면 먹어.”

“어?”

“배고프면 먹으라고.”

“어어. 올려두고 가.”

“……….”

“좀 이따 연락 할게.”

 

 

 

 

 

 

 

그마저도 너무 당연하다 생각하는 성규라서, 힘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 * *

 

 

 

 

 

 

“엘씨, 수고했어요. 성규씨도.”

“네! 디자이너님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수고하셨어요.”

 

 

 

 

 

 

 

명수의 어깨를 다독이던 디자이너는 성규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돌아가는 디자이너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다가 드디어 끝났다는 생각에 성규는 큰 숨을 몰아쉬었다. 쇼가 끝나고 허무한 듯 의자위로 털썩 주저앉은 성규의 얼굴 위로 명수의 그림자가 졌다. 얼굴을 덮고 있는 진한 화장을 익숙한 듯 스스로 지워내는 명수를 올려다보다 성규는 싱긋 웃었다. 오늘 형 진짜 멋있었어요! 엄지 손가락을 치켜 드는 성규의 머리를 헝클이는 명수. 성규는 그의 큰 손이 좋아서 눈을 감았다.

 

너도 멋있었어. 낮게 깔리는 형의 목소리에 기분이 좋아서 배시시 웃고 말았다. 내 머리위로 비니를 씌워주는 형의 손에 가만히 눈을 뜨니 어느새 형의 얼굴은 화장이 말끔히 지워져 있었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형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아까 우현이가 두고 간 커피가 떠올랐다.

 

 

 

 

 

 

 

“아, 형. 아까 우현이가 커피 두고갔는데, 드실래요?”

“어?”

“커피랑 베이글 두 개씩 사온 걸 보니까, 형이랑 저 먹으라고 사온 것 같은데.”

“……….”

 

 

 

 

 

 

 

저의 말에 묘하게 표정이 구겨지는 명수의 얼굴을 보며 성규는 침을 삼켰다. 방금 제가 말을 잘못 하기라도 한 건지. 심상치 않은 명수의 얼굴에 눈치를 살피며 성규는 제 손을 만지작거렸다.

 

말을 하고 나서 앗차 싶은 게, 형의 앞에서 우현이의 이야기를 꺼내면 표정이 심하게 구겨진다는 거였다. 나 모르는 새에 둘이 싸우기라도 한 건지 이름만 말해도 저렇게 으르렁이다. 그냥 나가서 먹자며 내 손을 잡아끄는 형에 놀라서 내 얼굴을 가리켰다. 형! 저 아직 화장 안 지웠는데? 나의 당황스러운 말투에 바람 빠지는 소리로 푸흐- 하고 웃은 형은 그 모습도 섹시하다면서 뒷머리를 끌어당겨 입을 맞추었다.

 

밖으로 나와 찬 공기를 잔뜩 들이마셨다. 춥지 않냐는 형의 물음에 고개를 젓고 자켓을 여미었다. 그런 내 어깨위로 걸쳐지는 형의 코트. 미약하게 올라오는 담배냄새와 함께 어우러진 향수냄새에 가만히 입 꼬리를 올렸다. 우현이에게서도 이런 냄새가 나는데.

 

 

 

 

 

 

 

“어디로 갈까?”

“형은 뭐 먹고 싶은데요?”

“아무거나.”

“저도 아무거나.”

“그럼 집으로.”

“에? 집에서 먹게요?”

“응. 집에서 김성규 먹게요.”

 

 

 

 

 

 

 

형은 이런 농담을 자주했다. 웃으며 장난치지 말라는 내 말에 형은 제법 진지한 얼굴로 ‘장난 아닌데?’하고 말했다. 형은 속을 알 수 없어 가늠하기 힘이 든 사람이었다. 내 손을 꼭 쥐는 형의 행동에 상황이 묘해짐을 느끼고 입술을 깨물었다. 배고픈데…. 입술을 내밀고 말했더니 형은 귀엽다며 내 볼을 꼬집었다. 장난이야 바보야. 나를 차에 태우고 어디론가 출발하는 형을 보며 배시시 웃었다. 형과 함께라면 어디든 좋다.

 

 

 

 

 

 

 

 

 

 

 

 

 

* * *

 

 

 

 

 

 

아무 생각 없이 패션쇼장 입구 근처에 차를 세우고 앉아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고 나서 한참 후에 손목에 채워진 시계를 보았더니 밤 열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이제쯤 아마 나올 테지. 돌아가기 전 성규의 얼굴이나 보고 갈까 싶어서 기다린 건 아니었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꼭 그래야 했던 것처럼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전화를 걸어볼까 싶어 핸드폰을 집어 들었더니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네가 나오는 게 보였다. 반가운 얼굴에 차에서 내리려고 했었다. 그때 너의 어깨를 감으며 나타나는 한사람. 김명수.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 자리에서 몸이 얼어붙고 말았었지. 그리고 나서 꼭 미친 것처럼 이곳을 찾았고.

 

또 김성규한테 한방 먹은 얼굴이다, 너? 나를 비웃는 이호원의 얼굴 앞으로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 올려주고 바 위로 길게 엎드렸다. 미친놈아, 너 지금 완전 진상 손님이야. 알아? 내 머리통을 후려갈기든 말든, 지금은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서 아무런 고통도 느낄 수 없었다. 내 앞에 서서 글라스를 닦던 호원이가 한숨을 쉬며 얼음을 채운 글라스에 술을 가득 따라 내 앞으로 내밀었다.

 

 

 

 

 

 

 

“미친 거지한테 봉사한다 치고 한잔 쏠게.”

“술 생각 없어.”

“술 생각 없다는 놈이 클럽에는 왜 기어들어와?”

“너 보려고 왔지, 새끼야.”

“지랄. 호모질은 김성규한테 하는 걸로 족해라, 좀.”

 

 

 

 

 

 

 

기어이 내 머리를 쥐어박은 놈이 다시 잔을 닦기 시작했다. 패션쇼장처럼 정신없이 시끄러운 음악이 한창이었다. 스테이지 위해서 조명에 취해 춤을 추는 사람이 여럿, 그 아래 끈적한 시선을 나누는 사람들이 여럿. 나는 그들 중 그 어느 곳과도 어울리지 못했다. 공인이라는 이름표가 나를 괴롭게 했다. 나도 저들처럼 술에 취해 아무렇게나 몸을 놀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내 얼굴을 알아본 호원이 녀석은 나를 불렀다.

 

야, 친구 놈아. 그다지 살갑지 않은 부름에도 우현은 웃으며 호원과 눈을 맞추었다. 이번에는 김성규가 또 어떻게 엿 먹였는데? 호원의 물음에 우현은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대답했다. 김성규가 나한테 엿 먹인 적 없어.

 

 

 

 

 

 

 

“그 손가락 다 씹어 먹기 전에 곱게 내려라.”

“너는 툭하면 김성규 탓하더라.”

“니가 그 새끼 일 아니면 그런 속상한 얼굴을 한 적이 없으니까 그런다, 왜. 꼽냐?”

“어. 존나 꼽다.”

 

 

 

 

 

 

 

술을 들이켜고 확 끼쳐 올라오는 쓰디 쓴 뒷맛에 인상을 찌푸렸다. 야, 뭔지 말을 해 보라고. 내게서 뭔가를 추궁해내는 호원이 녀석의 닦달에 한숨을 내쉬었다. 어디서부터 무슨 말을 해야 하냐. 내 중얼거림에 호원이는 ‘다’라고 짧게 대답했다.

 

그래, 다. 김성규 이야기를 하려는데 다 하지 않고 어느 일부분만 하려는 건 뭔가 웃긴 말이지.

 

 

 

 

 

 

 

“그냥 오늘 좀 좆같았어.”

“니 좆은 참 다양해.”

“새끼야, 말을 하잖아 그래서.”

“어어, 계속해.”

 

 

 

 

 

 

 

녀석의 태클에도 굴하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김성규가 김명수의 꼬임에 넘어가 모델 일을 시작하게 된 것. 그 일을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왠지 놈과 하루 종일 붙어있을 성규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배알이 꼴리기 시작한다는 것. 오늘 쇼의 메인은 김명수였다는 것. 유명 디자이너의 쇼에 김명수의 뒷심으로 김성규가 서게 되었다는 걸, 김성규는 전혀 알지 못한다는 것. 응원 차 찾아간 나는 안중에도 없는 건지, 내가 오든 가든 신경조차 쓰지 않는 것. 그래서 알게 모르게 서운하다는 것. 전부다 줄줄줄 쏟아냈는데도 이호원의 얼굴을 ‘그저 그럼’ 이었다. 내가 힘주어 말했던 게 괜히 하소연이 되는 것 같아 힘이 빠지려는 찰나에, 이호원이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김성규는 남우현이 자기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개 무시하고 있다. 이걸 말하고 싶은 거지? 나의 구구절절한 이야기가 한 문장으로 압축되는 걸 보고 어이가 없어 피식 하고 웃었을 뿐이었다. 시끄러운 음악소리는 멈출 생각을 안했다. 강한 비트에 아까 쇼장에서의 김성규가 떠올랐다. 당찬 걸음으로 런웨이 위를 걷던 그 오만한 얼굴이 자꾸만 머릿속에 아른거렸다. 어떻게 해야 내가 너를 가질 수 있을까. 그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한 김명수의 옆에서 너를 데려올 수 있을까.

 

 

 

 

 

 

 

“야.”

“어?”

 

 

 

 

 

 

 

온갖 잡생각으로 뒤엉킨 나를 건져 올린 건 이호원의 부름이었다. 녀석의 부름에 얼빠진 바보처럼 답했다. 그런 내 앞으로 던져진 꽤 충격적인 이호원의 말.

 

 

 

 

 

 

 

“지금 네 얼굴 존나 악마 같아.”

 

 

 

 

 

 

 

그것은 꼭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말. 김성규 너를 떠올리는 내 얼굴이 악마 같아지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호원의 말에 우현의 얼굴이 무너져 내렸다. 등 뒤로 번쩍이는 조명이 한 가득이었다. 어지러움 속에서 가만히 무언가를 생각한다는 건 불가능했다. 이제 그만 일어나보라는 호원의 말을 어쩌면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얼마 마시지도 않았는데 꼭 스트레이트로 몇 잔은 마신 것처럼 속이 쓰리고 머리가 울려왔다. 크게 몸을 휘청거린 우현에 놀란 호원은 한달음에 바에서 나왔다. 집까지 가겠어? 대리 불러줘? 호원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아니, 괜찮을 거야. 애써 쿨하게 손을 젓고는 클럽을 나왔다.

 

 

 

 

 

 

 

“하아….”

 

 

 

 

 

 

 

문 하나로 클럽 안과 분리되었을 뿐인데, 밖은 너무 고요했다. 바쁘게 지나다니는 사람들만 아니었다면 무너져 내려 엉엉 울 수 있을 정도로. 지금 생각나는 사람은 단 하나. 김성규 하나.

 

전화를 해볼까―해서 꺼내든 전화가 너무 슬펐다. 잠금을 열어봐도 아무 연락조차 와있지 않은 핸드폰을 보고서 한숨을 내쉬었다. 클럽 입구에 세워져 있던 차체에 기대어 섰다. 쇼 끝나면 전화하겠다고 했잖아. 가볍게 혼잣말을 해도 혼잣말은 혼잣말이었다. 돌아오는 너의 대답이 없어서 그냥 한숨을 쉬고 말았다. 혼자 서있기에 너무 힘이 들어서 기대고 선 차체가 너무 시렸다.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겠지. 이 이상으로 선을 넘으면, 모두 힘이 들어지겠지. 숨을 내쉴 때마다 쓴 냄새가 올라왔다. 역겨운 냄새. 이 시간 너는 그 사람의 향기에 취해 정신없이 사랑을 나누고 있을까? 나 따위는 까맣게 잊고, 행복에 겨워하고 있을까.

 

 

 

 

 

 

 

“씨발.”

 

 

 

 

 

 

 

더는 생각하고 싶지 않아. 그런 생각이 들면 그만 하기로 하는 거다. 해봤자 아프기 만한 김성규 네 생각, 그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만 하는 거라고.

 

나 혼자서라도 약속 해 보는 거다.

 

 

 

 

 

 

 

 

 

 

 

 

너무 오랜만에 쓰는 연재작이라서, 분량조절 fail.

무엇보다 브금때문에 다음 내용을 이어가는데 fail.

저 경쾌하고 파워넘치는 브금에 아련아련한 우현이의 감정을 그릴수가 없었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이편으로 우현이는 데리고 올께^-^

(패션쇼의 분위기를 내기 위해서 브금을 포기할 수 없었더ㅠㅠ)

너무 간만의 연재라서 어땠는지 모르겠다 ㅠ_ㅠ

그냥 그대들이 좋아해줬으면 좋겠져..............☞☜

나는 빨리 후달달 가서 이편을 써야겠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즐겨줘!!!............................................(마무리는 항상 어려워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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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남군이에요! 패션쇼라니!모델이라니! ㅠㅠ제가 제일 좋아하는 소재란 말입니다... 고마워요 그대
그대한테 제 나이를 밝히고 나서 왠지 엄청난 존칭을 써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왠지 싫어하실 것 같아서 ㅋㅋ 이번 편 패션쇼에 브금이 참 잘 어울리는것 같아요!! ㅎㅎ 분량조절 FAIL이라는 말을 처음 보고 읽었는데 응?했다가 마지막에 아련아련한 부분이 나와서 아...그렇구나 하면서 브금을 껐지요 ㅋㅋ 끄면 되는 거였어요 우현이 데리고 갔다가 빨리 돌려주셔야 되요!! ㅋㅋ 인티 나갈라고 했는데 갑자기 신알신이 딱 떠가지고 막 난리쳤는데 ^^안나가길 잘했네요 기다릴테니까 우현이 데리고 빨리오세요★

11년 전
Irara
남군, 편하게 대해주세요. 옆집 동네 오빠를 대하듯, 그게 어렵다면 동네 바보를 대하듯 편하게요ㅋㅋㅋㅋㅋㅋㅋㅋ 모델물을 좋아하신다니 정말 ㅠㅠㅠㅠㅠ 불행중 다행.........제가 잘 쓸 수있을지는 의문이지만 그래도 소재빨을 받아서 열심히 써보렵니다!!!^0^ 그대, 읽어주어 고마워요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2
제나에요 아 명수..표범이라니 뭔가 서열왕 때 그 사진이 생각이 나yo 으르렁왈왈거릴 것 같아.....아니 이건 개같ㄴㅔ여.....여튼 우효니의 그 쉐끼는 명수였구나 흑흑 왜 성규에게 다가가질 못해 왜..!! 호원이도 참 무심무심 우효니가 이르케 막 아련하고 짝사랑하고....낯선데 좋네여ㅠㅠㅠ흐잉 그대 금손 흑흑.....루팡이란 단어는 식상하시죠? 그러니까 그대 내가 보쌈
11년 전
Irara
ㅋㅋㅋㅋㅋㅋㅋ제나, 나 그대에게 보쌈당해요? 아직 살 덜빼서 좀 무거울 텐데....ㅋㅋㅋㅋㅋㅋㅋ;;;;;; 저는 호원이랑 우현이랑 무심한 듯 하면서도 돈독한 '우애'가 왜이렇게 발리는지 ㅠㅠㅠㅠ 또 제취향을 제 글속에 꾸깃꾸깃 집어 넣어 버렸네요^_T;;;; 앞으로 우현이 아련아련한 짝사랑 많이 나오니까 그대, 날 버리지 마시떼!!!!!*_<
11년 전
독자3
댕열이에요 아련한우현이군요ㅠㅠㅠㅠ근데 움짤이참적절한눈빛ㅎㅎㅎㅎ 잘읽구강ㅎ!!
11년 전
Irara
ㅋㅋㅋㅋㅋㅋㅋ댕열 어솨요 내 사랑!!! 우현이의 아련은 사랑이죠ㅠㅠㅠㅠㅠ 잘나가는 공의 아련한 짝사랑은 역시 발리는 거 아니겠어요 ㅠㅠ?
11년 전
독자3
라자럭무무럭자라예요!ㅋㅋㅋ 아 명수의저 표정 !진짜 당신또왔네? 같아요 우와우와!! 원빈님은 딸바보 .우현이는성규바보.성규는명수바보 저는 라라님바보 ㅋㅋ이 바보들!!!!! 성규앞에 바리케이트같은 명수땜에 우현이가 악마가될지경이라니... 악마되기전에 어서 아련아련한 우현이데려오세요!!⊙△⊙
11년 전
Irara
ㅋㅋㅋㅋㅋㅋㅋ라라바보 무럭자라 이리 오세요ㅋㅋㅋ 내바보니까 내 마음대로 해도 되졍???^_^♡ 조끔만 기다리세요 금방 우현이 대령할게요ㅋㅋㅋㅋㅋㅋㅋ내사랑 오늘도 봐서 반가워요
11년 전
독자4
현성 사이에서 또 엘은 버림을 받겠죠ㅠㅠ 그치만 여기선 엘이 넘 오만하니까 현성인걸로ㅋ
11년 전
Irara
ㅋㅋㅋㅋㅋㅋㅋ엘은 버림을 받을까요?(의미심장)
11년 전
독자5
냐용이라고 해요 ... 현성 사이의 엘은 항상 불쌍해요 ..
11년 전
Irara
ㅠㅠㅠㅠㅠ저도 현성엘 구도를 좋아하는데ㅠㅠㅠㅠㅠㅠ 그럴때마다 왠지 엘의 편...........;;;ㅋㅋㅋㅋㅋㅋㅋㅋㅋ
11년 전
독자5
후우, 뭔가 허무해졌어요!! 나 분명 댓글을 올렸는데 올라가지는 않고 사라졌어ㅠㅠㅠㅠㅠ 어쩔꺼야!! 그대에게 했던말이 기억이 안나요ㅠㅠ 우선 저 움짤 대박!! 런웨이 걷는 명수를 상상했는데 딱 저 표정일듯!! 뭔가 오만하고 나 잘랐음 포스를 풀풀 풍기는ㅋㅋ 근데 그게 정말 잘 어울린다는게 명수의 치명적 매력, 그 모습마져 멋있쪄ㅠㅠ 진짜 엘포스를 제대로 풀풀!! 아련한 우현이라, 뭔가 상상은 안되는 건,, 항상 멍뭉이만 보여줘서ㅋㅋ 근데 그래서 더 기대됩니다!!ㅎ 우왕우왕, 아련한 우현이 얼른 데리고 오실께요~* 프롤볼때 뭔가 성규가 명수에게 양보하는? 메인으로 만들어주는? 그런걸까 예상했는데 반대네요? 그쵸, 라라님 상상력과 제 진부한 생각이 같을리 없죠ㅠ 엉엉엉ㅠㅠ 나 라라님 사..사.. 좋아해여. 라라님이 싫다고해도 그냥 좋아할꺼예요!! 뭔래 양방향사랑보다 한방향사랑이 더 즐겁고, 재밌고.. 저 뭐라고 하는걸까요? 흠, 요즘들어 진짜 인증 자주ㅠㅠ 쨋든! 우리 언제 또보죠?ㅎ 얼른봐요!! 아, 그리고 뿅뿅규로 기억해주시면 더 사랑하겠습니당~*
11년 전
Irara
뿅뿅규, 그 암호닉 뿅뿅라라로 바꾸지않으면 삐질거에요-3- 그나저나 댓글 올렸는데 올라가지 않은거 ........으응;;;;;;;;;;;;;진짜 싫어.요.......;;;;; 그대의 고통을 다 이해해요 ㅠㅠㅠㅠㅠㅠ 우리 김엘군은 잘난맛에 세상 사는거죠ㅠㅠ 그얼굴을 갖고 있는데 그러지 않고 베기나요ㅠㅠㅠㅠ 그대가 접한 아련한 우현이의 처음이 저라서 괜히 설레고 두근두근/////3////아잉 몰랑ㅋㅋㅋㅋㅋㅋㅋ 현성엘의 관계에대해서는 어떻게 될지는 저도 몰라요. 제 뇌만이 압니다..;;ㅋㅋㅋㅋㅋㅋㅋ 우리 뿅뿅이 그대 저도완전좋으니까 우리 함께 좋아하실게요 =3= 다음에 또 보실게요!!!
11년 전
독자5
안녕하세요 작가님! 저 암호닉을... 음.. 제가 신청했었던 가요? 맨 처음작때;; 아닌가? 아무튼 아니라면 연두로 재신청하겠습니다ㅎㅎ
패션쇼라니요ㅎㅎㅎ 작가님 자꾸 이렇게 좋은 소재 선전하시면 저 설레서 쮸금;;;>_<;;;;
설레서 죽어도되요;; 작가님 글을 볼 수 만 있다면요^^:;
분량조절?;;; 뭔 소리지 하다가요 마지막 부분에 이해했어요ㅋㅋㅋ 브금은 살포시 꺼주시고......
빨리 우현이랑 성규랑 이어지게 되겠죠? 다음편 기대많이많이 하겠습니다!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화이팅하실게요!

11년 전
Irara
우리 연두 그대..... 우현이랑 성규의 럽라를 기대하신다면 아마 많이 아픈 글이 될 듯 해요 ㅠㅠ 우리 우현이는 애초에 아픈 사랑을 할것이었기 때문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허나 중간중간 러브씬은 있겠죠 ㅠㅠ 우리 성규가 바보는 아니니까요 ^0^...........는 너무 스포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1년 전
독자5
gjf... 신알신 하고 갈게요! 암호닉 받으시면 귱으로 신청해도 될까요? ㅠㅠ
11년 전
Irara
귱님!!! 우리 자주자주 봐요*_<
11년 전
독자6
who에여... 주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모델물이라니 엉엉 울고싶어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좋아좋ㅇㅏㅠㅠㅠㅠㅠㅠ 김성규 나뻐ㅓ.. 어떠ㅎ게 우현이를 무시할수가 잇어여?! 프흐 현성엘은 사랑임니다..ㅁ7ㅁ8 다음편 기대할게여 그댕ㅠㅠㅠㅠ!
11년 전
Irara
후ㅠㅠㅠㅠㅠㅠㅠㅠ 후왔쎠여ㅠㅠㅠㅠㅠㅠ 모델물을 제가 잘 풀어 나갈 수 있겠끔 힘을 주셔요!!T^T
11년 전
독자7
감성 이에요 와우 엘규현이다 에루가연상 이야 ㅠㅠ 규가 형 이아니야 감동이야 ㅠㅠ으헝
11년 전
Irara
감성 그대는 엘이 연상인 것에 대하여 무척이나 감동을 받은듯 *_< 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엘 얼굴로는 어떤것이든 다 소화할 수 이쓰니까요///ㅅ///
11년 전
독자8
암호닉 독특한 익명인이에요 !ㅋㅎ... 모델..물이라니 많이 읽어보기 어려운 소재라 ㅠㅠㅠㅠㅠㅠㅠ원하고만 있었는데 드디어 보네요 고마워요 ㅋㅎㅎㅎ 거기다 명수가 연상으로 나오다니.. 신선하고 좋네요ㅎㅎㅎ거기다가 아련한 남우현 ㅠㅠㅠㅠㅠㅠㅠㅠ앞으로도 뭔가 자주 아련할 것같다는 느낌은 저만 느끼는거겠죠?ㅠㅠㅠ 앞으로 러브라인이 어떻게 이어질지 기대되네요ㅎ 다음편기대할게요 ㅎㅎ
11년 전
Irara
익명이뉴ㅠ 왜 안오나 기다렸어요ㅠㅠㅠㅠㅠㅠ 모델물이라고 해서 전문적인 모델을 그리지는 못하지만......T^T 나름 모델물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연재 해보려고 해요 ㅠㅠㅠ 헝헝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련..........그러쳐 제 주특기는 모두모두 에블바디 아련을 만드는 것!!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대도 제 아련의 늪으로 빠지실게요=3=
11년 전
독자9
롱롱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엉엉 늦게나마 1편을 보게 되네요ㅠㅠㅠㅠㅠㅠ 왜이렇게 슬프죠ㅠㅠㅠㅠㅠ우혀니 아련아련......... 근데 브금이랑 같이 보니 진짜 패션쇼에 있는듯한 기분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눈앞에 다 그려져요!!!!!!!! 작가님 최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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