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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백도] 너와의 기억 한 장이 나에겐 : 백현 (조각글)

 

 

 

 

 

 

 

 

 

 

 

 

 

 

 

 


 AM 7:00

 

 

 


 웬일인지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알람시계가 울린 것도 아니었고, 누군가를 만날 약속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며, 악몽을 꾼 것 또한 아니었다. 백현은 그냥 정말 아무 이유 없이 아침 일찍 눈을 떴다. 뭐하지. 친구 찬열을 만나기로 한 시간은 오후 한 시. 아직 여섯 시간이나 남아있었다. 지금 씻는다 치기엔 저가 찬열과의 만남을 기다리는 것 같아 싫었고, 밥을 먹는다 치기엔 그닥 배가 고픈 것이 아니었다. 티비를 보기엔 이렇게 이른 시간에 볼 게 뭐가 있겠나, 싶기도 했고 컴퓨터를 하기엔 어젯밤 밤을 새워 그림을 그리던 탓에 허리가 아팠다. 결국 선택한 것은 책. 발을 들이지도 않은지 벌써 몇 달이 되어가는 서재로 들어서며 오늘따라 참 안 어울리는 짓 하는구나, 하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몇 달동안 들어가본 적이 없는 서재는 생각했던 것보다 깨끗했다. 들어오는 햇살과 책꽂이에 꽂혀 있는 많은 책들이 그럴싸한 풍경을 만들어 내었고, 공기청정기를 늘 틀어놓은 탓에 먼지도 없었다. 옛날에는 여기서 그림 그리는 거 되게 좋아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렸다, 싶은 저의 고등학생 때를 추억하며 백현은 슬쩍 웃었다. 한 발짝 안으로 들어서며 백현은 고등학생 때의 저를 마주했다. 해맑게 웃으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저와, 그 앞의…

 

 

 


"…경수. 도경수."

 

 

 

 

 오랜 시간 동안 부르지 않았음에도 전혀 낯설지 않은 그 이름을 저의 입 안에서 궁글렸다. 간간히 인물화를 그리게 될 때면 늘 경수를 그렸다. 책을 붙들고 공부를 하는 경수, 노래를 부르는 경수, 피아노를 치는 경수, 웃는 경수, 곤히 잠을 자는 경수…. 괜스레 우울해지는 것만 같은 기분에 백현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내고는 책을 하나 꺼냈다. 저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 몸이 지쳐감을 느끼면 꼭 꺼내어 읽고는 했던 책. 그 책을 읽을 때에도 곁에는 늘 경수가 있었다. 책을 읽는 저의 옆에서 영어단어를 외우거나 모의고사를 풀거나. 가끔은 경수도 책을 읽었다. 오늘은 정말 공부할 기분이 아니야,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책을 펼친 백현은 책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30분 쯤이 지났을까. 퉁, 퉁, 하며 들리는 소음에 백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뭐야. 어느 미친 새끼가 꼭두새벽부터 못을 쳐박아, 씨발. 백현은 짜증이 났다. 저는 소음을 굉장히 싫어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런 면에서 경수와 잘 맞기도 했고. 사람과 어울리는 것은 좋아하지만 사람들 사이의 대화 소리가 아닌, 사람들이 모임으로써 나는 소음은 싫어했다. 그런 저에게 책을 읽는 중의 소음은 쥐약이였다. 그러고보니 오늘 옆집에 누가 이사온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 사람이 못 박나.

 

 

 


 어쨌든 간에 다시 책을 읽는 건 무리라 생각한 백현이 그동안 그린 그림이나 볼 생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백현은 저가 중, 고등학생 때 그린 그림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순수했던 시절, 순수한 마음으로 그린 저의 그림들. 오늘은 이유 없이 경수를 담은 그림들을 보고싶었다. 서재로 들어서는 순간 잊고 있던 이름이 떠올라서였을까. 백현은 걸음을 옮겨 제일 구석의 책꽂이로 향했다. 이 쯤에 있을 것이리라. 저가 그린 경수의 그림들이. 구석구석을 뒤지다 시선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저 오른쪽부터 까만 스프링의 스케치북 하나, 그리고 그 외에 색색깔의 스케치북들과 전문 서적들까지. 그 중 백현은 까만 스프링의 스케치북을 꺼냈다.

 

 

 

 

 첫 번째 페이지에는 이리저리 낙서가 되어 있었다. 곧고 반듯반듯한 까만 글씨와, 흐르는 듯한 파란 글씨가 대화를 나누듯 일렬로 끄적여놓은 낙서가. 스케치북에 낙서하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했던 저였지만 이상하게 경수와의 낙서는 오히려 스케치북에 남겨놓고 싶었다. 그래서 야간자율학습 시간이면 그림을 그리다 말고 경수와 스케치북에 낙서를 해가며 대화를 하는 것이 습관 아닌 습관이기도 했고.

 

 

 


[집 가는 길에 떡볶이 사먹고 갈까?]
[사 먹는 거 말고. 해줘.]
[어디서? 너희 집? 우리 집?]
[너희 집. 나 오늘 너희 집에서 자고 갈래. 안 그래도 학원에서 인물화 하나 그려오랬어. 너 그릴 거야.]
[그래. 그러면 마치고 집 가는 길에 마트 들리자.]
[응.]

 

 

 

 

 그 날, 경수가 만들어준 떡볶이를 먹고 백현은 온갖 울상은 다 지었던 것 같다. 너무 매운 바람에. 매운 것을 잘 먹는 경수는 그런 저를 보고 웃었고. 선명하게 피어오르는 기억에 백현은 마음 한 켠이 저릿해짐을 느꼈다. 그림을 뒤로 넘기면 넘길수록 그림체가 다듬어지는 것이 눈에 보였다. 이렇게 나이를 먹다가,

 

 

 


"…헤어졌지."

 

 

 

 

 자연스럽게. 스케치북을 다 채우지 못하고 끊긴 그림을 보며 백현은 중얼거렸다. 눈물이 날 것만 같아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스케치북을 제자리에 꼽아두고는 서재에서 나왔다. 시계를 보니 벌써 점심을 먹고도 남을 시간이다. 변백현, 도대체 몇 시간이나 그 안에 있었던거냐. 이 기분에 나가기는 글렀다. 찬열에게 다음에 만나자는 문자를 남기며 백현은 뭘 먹을까 고민했다.

 

 

 

 

 띵동ㅡ

 

 

 

 

 누구지. 올 사람 없는데.

 

 

 


"누구세요?"
"옆집인데요ㅡ"

 

 

 

 

 인터폰을 뚫고 들어오는 옆집 사람의 목소리는 꽤나 또랑또랑해 상태가 그닥 좋지 않은 인터폰임에도 귓가에 쏙쏙 박혔다. 백현은 문을 열었다.

 

 

 


"옆집에서 이사와서요. 떡 좀 드시라…,"
"…도경수?"
"…고요."
"……."
"…변백현."

 

 

 

 

 그 때 백현은 생각했다. 그닥 좋지 않은 인터폰임에도 옆집 남자의 목소리가 잘 들렸던 건, 또랑또랑한 목소리 때문만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고. 잊은 척 했지만 사실 마음 한 켠에 여전히 묻어둔 경수의 목소리를, 저의 몸이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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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세상에..ㅠㅠㅠㅠㅠㅠ오 ㅏ진짜 백도 아련하다..근데 만약에 고등학교때부터 사귀였어도..진짜 와ㅠㅠㅠ얼마나 오래 만났다 헤어진거야..근데 마음이란 게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기억하잖아요..와 근데 너무 아련한데요ㅠㅠㅠㅠㅠㅠ근데 어쩜 이사하는 사람이 경수라니..와 이런 우연이 우연도 없다ㅠㅠㅠㅠㅠㅠ와 세상에 이건..
10년 전
Hyde
정확히 몇 년을 사귀었는지는 계산은 하지 않았지만 꽤 오래 사귀었다고 잡았어요!
10년 전
독자2
헐헐.....왜 이렇게 아련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좋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신알신할께요♥
10년 전
Hyde
정말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 무려 신알신이라니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3
아 울고싶다 몸이 기억한대.....몸이 사랑했던 그리고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을 기억하고 그에 반응하는건 당연한일일지모르지만....너무 멀리 돌고돌아 마주친 둘에겐 와진짜..기다린보람있습니다ㅜㅜ
10년 전
Hyde
오래 기다리게 한 것 같아 죄송합니다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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