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사 최승철X생계형 마법사 너봉_02
"원우는?"
하는 내 물음에 어...하고 잠시 고민하더니
"아까 나가시던데...?"
하는 승철이다.
원체 혼자 집에서 나가지를 않는 원우인데, 어째서 혼자, 어딜 간걸까. 걱정되는 마음에 현관문을 열고 원우를 찾아 나서려는데 저 앞 담벼락 꼭대기에서 초승달을 보며 부드럽게 꼬리를 움직이며 앉아있는 검은 고양이 한마리다.
"원우야"
하고 부르자 이내 뒤를 돌아보더니 냐옹-하고 심술부리는 그다. 노란 눈동자에 달빛이 어려 어쩐지 슬퍼보이는 그에 내 키만한 담벼락 위로 올라가 앉았다.
"아깐, 미안해. 생각할게 너무 많았어. 네가 한말 다 사실이야, 알고있어서, 어쩌면 그래서 더 부끄러웠나보다. 괜히 성질내서 미안해"
작은 말에도 상처받고 혼자 끙끙대며 마음 아파할 원우의 모습을 너무도 잘 아는 나였기에, 먼저 손을 내밀 뿐이였다. 내민 손 위를 부드럽게 흝고 지나가는 그 검정색 꼬리가 그를 미워할 수 없게 만드노라.
"오늘 날 맑네. 하늘 색이 꼭 우리 전에 살던 곳 같다. 그치?"
하고 묻자 금방 갸르랑 거리며 긍정의 대답을 돌려주는 그다.
"우리 여기도 참 오래 있었는데. 한 180년 됐나?"
하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뜨자 담벼락 밑에 내려가 사람의 모습으로 날 지그시 바라보는 원우다.
"213년"
오래있었다. 그치, 그립기도 하고, 어쩌면. 응, 그냥 그리운 것 같아. 춥다, 들어가자. 하는 원우에 잠깐 달을 올려다봤다.
"고양이들은 다들 달을 좋아하더라"
하고 우스갯소리를 꺼내보았는데, 덩달아 달을 올려다보며
"예쁘니까. 노랗고"
하며 느리게 눈을 깜빡거리는 그에 어쩐지 가슴 한켠이 시려왔다. 그래, 들어가자- 하고 담벼락 위에서 뛰어내려와 익숙한듯 어색하게 원우와 팔짱을 끼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 빨리오셨네요...?"
집안에서 무얼 하고 있던건지, 어딘가 어색한 폼으로 주방 바닥에 앉아있는 승철이다.
"뭐하고 있었어요...?"
"아, 그...저, 설탕을 흘려서..."
하고 이야기 하는 그에 주방 바닥을 둘러보니 어김없이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설탕 알갱이들이다. 이 사람을 어찌할꼬, 한숨을 푹, 내쉬자 때마침 말도 안되는 변명을 늘어놓는 승철이다.
"아니 정말 그게 아니구요, 이건 정말 전 아무것도 안했어요 정말...! 저기 위에있던 장미가 혼자 움직였다니까요? 아, 아니, 제가 생각해도 제가 정말 미친 것 같긴 한데, 아, 아니다, 이것도 설마 마술인건가? 그런거예요?"
"장미가 자기 혼자 움직일 리가 없잖아요. 괜찮아요, 제가 치울테니까 들어가봐요."
하고 이야기하는데, 가만히 서있던 원우가 선반 위의 화분에 홀로 펴있는 장미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더니 장미를 향해 이빨을 꺼내보이며 위협하는 것이다. 아직 파악이 덜 된 분위기를 애써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러자 그때 장미꽃 잎이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곤 이내 가시를 쭉 뻗어올리더니, 그마저도 원우가 꺼내 위협하는 손톱을 발견하고는 바닥으로 투두둑 떨어졌다.
"피큘리...?"
아직도 멍한 가운데서 원우가 얕게 고개를 끄덕였다.
"피클, 뭐요...? 아, 아니 그것보다, 방금 보셨죠?? 방금 장미가 자기 혼자...!"
"마술 맞아요. 다음 공연 연습중이였어요. 아직 많이 모자라니까 다 완성하고 나면 승철씨한테도 알려줄게요. 알았죠? 그러니까 오늘은 방에 좀 들어가줄래요?"
하고 이야기하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더는 묻지 않고 방으로 들어가는 그다. 그가 방에 들어가자마자 주방에 결계를 쳐버리곤 원우의 옆으로 다가가 섰다.
"망각의 능력을 가지고 있어, 별 시덥잖은 장미가 다있네."
그러고보니 주방에서 처음 보는 화분인데, 어째서인지 너무도 자연스럽게 선반 위에 올라가있다. 망각의 능력을 가진 꽃이라...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참으로 뻔뻔하기 그지 없는 *앤이다(*동물이나 식물의 형태를 한 피큘리로, 다른 형태로 변형할 수 없다).
"뭐야 너. 뭔데 뻔뻔하게 거기 앉아있어?"
하고 묻는 원우에 이내 뿌리를 들어올려 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장미였다.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 듯, 소름 돋는 소리였으나 어쩐지 인간의 언어로 대답하는 듯 했다.
"어제, 왔다. 이곳, *스벳카타로부터(*인간 세계 이외의 평행 세계로, 피큘리들이 존재하는 세계이다). 당신들, 유명. 그곳, 관찰, 지시."
"뭐라는거야, 골때리는 피큘리네"
그 새를 못참고 장미를 꺾어버리려는 나의 행동에 왜인지 내 팔목을 붙들고 식물의 말에 집중하는 원우다.
"어제 스벳카타로부터 이곳에 왔다. 당신들은 그곳에서 유명하며, 당신들을 관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대략 이런 내용 같은데?"
"우리가 유명한건 유면한거고, 그거랑 관찰 지시랑 무슨 상관이야?"
어이없어하는 나에 원우도 잇따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러게- 하며 손톱을 꺼내드는 원우에 가만히 팔짱을 끼고 장미가 하는 냥을 지켜보았다.
"상부 지시. 알 수 없다. 이유. 그러나, 젠데르. 보고받은, 같은 구역의 피큘리로부터."
상부지시여서 이유를 알 수는 없는데,...같은 구역의 피큘리로부터 젠데르를 보고 받았다. 라는 앤의 말에 머리를 망치로 한대 맞은듯 댕, 했다. 같은 구역에 나랑 원우 말고 피큘리가 존재한다고...?
"원우야,"
당황한 듯한 내 목소리에도 돌아보지 않고 딱딱하게 굳은 원우의 모습에서 그 또한 당황했으리라는 것을 짐작 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우리 둘 말고 이 주변에 피큘리가 또 있다는 말인데, 젠데르와 나 사이에 일어난 일을 알고 있고 그를 상부에 보고했을 정도의 피큘리라면 낌새가 보였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헌데 그렇게 촉이 좋은 원우 조차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니, 혼란스러움에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앞으로, 이 자리. 관찰, 일정기간 이후. 돌아가는."
"우와, 헐...저것도 마술이예요? 아니 그렇다 치기에는 너무 리얼한데...? 대박, 마술사님 진짜 엄청난 분이셨네요...진짜 마술계의 한 획을 그을만 한데요? 이거 제가 처음 본거 맞죠???"
갑작스럽운 그의 등장에 놀란 듯 한 장미는 뿌리로 사이렌 소리 비슷한 비명을 질러댔고 이내 꽃 봉오리를 접고 움츠러들었다. 아니, 그것보다, 결계를 쳐 놨는데...? 여길 볼 수가 없을텐데 저 사람은? 허공보고 이야기 하는건가? 아니, 그렇다기엔 방금 이야기 한 내용이,...
그 순간 날아간 원우의 주먹 뒤에는 정신을 잃고 바닥에 엎질러진 승철 뿐이였다.
"그러니까, 결계도 안먹히고 젠데르도 막을 수 있고, 그렇다고 피큘리거나 젠데르 인 것도 아냐. 아무리 봐도 이건 인간이잖아?"
하고 이야기하는 나에 입을 꾹 다물고 고개만 끄덕-하는 원우다.
"같은 구역에 피큘리가 또 있다는 것도 충격적이지만, 아니, 하...요즘 일이 왜 이렇게 다들 꼬이냐... 이것도 상부에 보고해야겠지?"
"아니, 기다려봐. 또 무슨 명령이 내려올 줄 알고. 일단 그냥 가만히 둬"
하곤 또 다시 깊은 고민에 빠진 듯 꼬리를 꺼내들곤 쇼파 팔걸이에 걸터앉는 그다. 이내 무언가가 생각난 듯 쇼파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진 승철에게 다가가더니 긴 꼬리로 귀를 간지럽히는 원우다.
"으, 으흐, 고양이 싫어..."
잠꼬대인지 진심인건지 모를 그의 말에 원우는 적잖이 충격 받은 듯 했다. 고양이에게 고양이가 싫다니, 어쩐지 첫 만남부터 둘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더니, 결국 스파크처럼 터져버린 듯 하다. 부드럽게 귀를 흝던 꼬리는 어딜가고 금방 채찍이 되어 승철의 등을 찰싹찰싹 때리기 시작하는 원우의 꼬리다. 그러자 소스라치게 놀라며 토끼눈이 되어서는 나와 원우를 번갈아보는 그다.
"ㅇ,왜, 왜 엉덩이에 꼬리가, 아니, 손톱두, 이빨두, 아니, 지금 이게 무슨...?"
"닥치고 앉아. 긁히기 싫으면"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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