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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스톤 전체글ll조회 2097l 25

학교

01

 

 

“병신새끼.”

 

나는 그 날의 기억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 도망칠수만 있다면 그러고 싶었다. 가난한것도 모잘라서 매일 술에 쩔어서 사고만 치는 아버지지루하기만 한 학교생활. 그 속에서 만난 친구였다, 흥수는. 가장 친했고, 아무에게도 보여지 않은 아픔도 보였을 정도로 믿고, 좋아했고, 많이 아낀 친구였다. 어쩌면 아버지보다도 더 좋아했던 그런 친구였다. 나는 그런 친구를 두고 버렸다. 참 웃긴거지 그게. 그렇게 아꼈던 친구였음에도 불구하고 난 박흥수를 버리고 도망쳤다. 그리고, 박흥수는 모든것을 잃었다. 나는 뒤늦게나마 그 소식을 듣고 그 날의 기억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다. 매일 밤 꿈에서 괴롭혔으며, 죄책감과 피에 젖은 얼굴, 흥수가 보물처럼 여겼던 다리. 난 그 모든것을 기억했기에 가장 소중한 사람이 모든것을 잃는 장면을 봤기에 난 고개조차 들지 못하고 살았다.

그래서 겨우 겨우 벗어난게 바로 중학교 자퇴였다. 중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봐 승리고등학교에 입학 해, 졸업장이라도 따기 위해 있는 둥 없는 둥 살고 있는데 마주쳐버린 것이다. 아버지를 대신해서라도 내가 돈을 벌어야했기에 들어온 고등학교였다. 이곳에는 박흥수도, 박흥수를 아는 사람도 내 과거를 아는 사람도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도 난 그 날의 기억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었다. 나는 마치 내가 살인자같다고 생각했다. 박흥수의 꿈을 뺐었다. 박흥수의 미래를 뺐었다. 박흥수의 모든것인 다리를 뺐었다. 그게 죽인거나 다름없지않나.

 

“전학생이야, 인사해”

“박흥수다, 잘 부탁한다.”

 

박흥수가 예전과는 달리 나를 보고 웃어주지 않았다. 장난스레 올라가던 입꼬리도 보이지 않으며 개구지게 키득거리던 웃음소리도 없다. 박흥수는 변했다. 내가 저렇게 만들었다. 내 가장 소중한 친구를 저렇게 만들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다리를 어느 정도 나았는지 절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것에도 안도를 하는데 이미 3년이나 지난 일임을 깨닳았다. 마치 어제 일 같은데도 불구하고.

 

“고회장, 인사”

 

멍하니 박흥수를 바라만 보는데 내 뒤에있던 애가 어깨를 툭 툭, 친다. 어? 멍청한 얼굴을 하고 뒤를 돌으니 인사 안 해? 아. 그제서야 일어났다.

 

“차렷…… 경례.”

 

힘없이 의자에 앉았다. 애들은 무슨 이유때문인지 교실 밖으로 몰려가고, 박흥수가 나를 쳐다본다. 나는 그 시선을 피할 수도 없이 그저 뜨거워지는 눈가를 느꼈다.

 

“회장?”

“… ….”

“잘사네……,좋냐?”

 

흥수가 어이가 없다는 듯 실소를 내뱉고 비꼰다. 나는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나한테 유독이나 다정했더 너를 이렇게 만든건 나니까. 모두 내 책임이다. 니가 내게 욕해도 당연하다. 니가 나를 때려도 당연하다. 모두 괜찮다. 나는 너를 두고 도망간 새끼니까.

 

“어? 이게 누구야? 이 새끼가 지 발로 걸어 들어왔네?”

“야, 담배 좀 있냐?”

“…끊었다.”

 

오정호였다. 이제 학교를 온건지 가방을 들지 않은 채로 흥수의 명찰을 뒤적거리고 가슴팍을 손으로 툭,툭 건드린다. 흥수 건드리면 안되는데.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들어오는 선생님에 안도를 했다. 오정호가 건드리지 않는 수학선생님이었다. 엄포스랬나? 오정호가 자리로 가자 옆에 있던 두 놈들도 자리로 돌아간다. 다시 흥수랑 눈이 마주쳤다. 화가 난 얼굴이었다. 화가났을때 박흥수 특유의 버릇이 보인다. 사나운 눈초리로 화를 달래는듯 허어, 실소를 내뱉고 고개를 살짝 저어보인다. 화가 났구나. 눈주위가 뜨거워지는게 지금 정말 웃긴 얼굴을 하고 있을 것이다. 흥수가 화가 난 것을 이해한다. 그 일이 있고나서 흥수가 어떻게 변했을지도 예상이 간다. 아주 무섭게도 다 머릿속에 그려진다. 흥수는 멀쩡하게 살고 있는 내게 화가 났을 것이다. 그래, 다 이해해. 그런데 왜이렇게 마음이 아픈지 모르겠다. 정말 갈기 갈기 찢기는 기분이다. 사나운 눈초리가 훑는 끝마다 모조리 다 산산조각이 나버리는 기분이다. 괜찮다. 이해한다. 이해해야한다. 이해 할 것이다. 그래도. 그래도, 흥수야. 난. 남순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할 말이 없었다.

 

 

 

***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 수업 시간 내내 쳐다보는 고남순때문에 열이 조금 올라 있었다. 하필이면 이 새끼랑 같은 학교, 같은 반? 흥수는 다시 전학 갈 생각을 하며 짜증으로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누나의 우는 얼굴이 생각이 났다. 아 씨발, 담배. 담배가 피고싶어졌다. 괜히 전학왔나? 아까보니까 왠 파리새끼가 윙윙거리던데. 오정호의 자는 모습을 쳐다보곤 짜증으로 또 얼굴을 일그러트린다. 씨발 진짜 학교 좆같네. 종이 울리고 반 애들은 달리기라도 하는 듯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뒷문을 열고 사라져간다. 고남순도 일어나는지 옆에서 의자끄는 소리가 들렸다. 새끼, 점심 때 잘꺼라면서 밥 안먹더니. 자신도 모르게 생각난 과거에 쓴웃음이 지어진다. 고남순이 뒷 문을 열고 나간 후 얼마나 지났을까, 자리에서 일어났다. 밥 한번 먹어보자.

어딜가나 급식실을 시끄럽다. 원래 시끄러운 분위기를 싫어하는 탓에 조금 머리가 아파오긴 했는데 때마침 고남순이 식판에 점심밥을 받고 있었다. 피해서 돌아가려다 그대로 마주쳤다. 고남순이 나를 보더니 재수없는 입꼬리를 올린다. 중학교 때, 고남순이 잘 때 옆에서 같이 자곤 했었다. 빌어먹을 과거. 고남순이 내게 식판을 건넨다. 허, 이젠 셔틀? 받아드니 또 재수없게 입꼬리를 올린다. 가슴이 부글 부글 끓어오르는걸 무시하고 식판을 받아들고 자리에 앉아 오랜만에 밥을 먹어볼까 하는데 고남순이 식판을 받지않고 그대로 나가는 것이 보였다. 씨발, 무슨 상관이야. 저 새끼가 쳐먹던 말던. 수저를 들긴 들었으나 영 입맛이 없다. 까끌한게 담배나 한까치 태우고 싶은 충동이 올라온다.

 

“아, 씨발.”

 

작게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이 새끼들은 또 이 지릴이네. 아까봤던 새끼들이 식판을 들고 주위를 둘러싸 앉았다.

 

“우리 서열 정리 해야지, 언제 할까?”

 

유치한 새끼들.

 

“그냥 니가 짱 먹어라.”

“그렇겐 못하지.”

“학교안에서 판 벌리면 뭐하게.”

… ….”

“선생들 존나게 개떼처럼 모여들라고?”

“허, 그럼 밖에서 하면 되지”

 

열이 오르는지 아니면 할 말이 없는지 굳어가는 표정을 보아하니 제대로 판 벌려 본 새끼도 아닌 것 같았다. 씨발, 별 거지같은게 다 꼬이네. 실소를 내뱉었다.

 

“좋으실대로.

 

역시나 표정이 잔뜩 굳어져서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 같은 얼굴이다. 읽기 쉬운 새끼네, 이거. 의자 끄는 소리가 들리고 일어서서 나가는가 싶더니 식판을 들고 국물을 내 식판에 붓기 시작했다. 순간 고남순의 얼굴이 생각났다. 식판을 줄 때 그 재수없는 표정말이다. 그리고, 식판을 주고 자기는 먹지도 않고 나가던 병신같은 뒷 모습까지. 머리에 핏대가 솟는게 느껴지면서 가슴에 일렁이는것이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고남순 새끼 지가 쳐먹든가 하지 씨발, 왜 나한테 줘서는.

마음같아선 배를 존나게 걷어차주고 싶지만 일단은 참았다. 졸업 해야하니까. 졸업장 따야하니까. 애써 바람빠진 웃음소리를 내며 식판을 들고 일어나 오정호랑 오정호 따까리 두명뒤에 따라갔다.

 

“야.”

 

오정호가 뒤를 돌아보는 타이밍에 식판을 던져버리니 따까리새끼들이 호들갑을 떨며 뒤로 물러선다.

 

“잘 보고 다녀라.”

 

담배가 절실하게 피고 싶어졌다.

 

 

.

.

 

 

 

“왜? 빵도 좀 사와보지그래?”

 

비꼬는게 확연한 말투였다. 일부러 비꼰것이 맞았고, 그냥 고남순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서서 셔틀짓이나 하고, 회장따위나 하고. 이래 저래 좆같았다. 근데 더 기분 좆같은건 고남순이 이 말에 알겠다며 교실을 나갔다는 것이었다. 멍청한건지 청순한건지 예나 지금이나…. 자기도 모르게 혀를 찰 뻔 하곤 이내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원망감? 솔직히 든다. 근데 사람마음이 그렇게 쉬운가? 남아있는 이 병신같은 감정이 문제였다. 친구라기엔 서로를 너무 좋아했고, 그렇다고 사귄다기엔 우리는 남자였고, 또 서로를 그런식으로 원했던건 아니었다. 아 씨발, 이제 하다 하다 추억팔이까지 하게 되는 구나. 진짜 병신됬네, 박흥수.

 

“설마 지금 고남순 진짜 빵사러 간거야?”

“야, 설마! 오정호도 고회장 셔틀시키려고 존나 패도 패도 안되니까 포기했잖아.”

 

아까 그 파리새끼? 저절로 헛웃음이 나온다. 그런 새끼한테 존나게 맞고 다녔다고 고남순이? 허,허. 뒤이어 타이밍도 좋게 정말 빵과 우유를 사온 고남순이 내 책상위에 올려둔다. 또 재수없는 그 표정. 마치 내 친구인냥 짓는 표정.

 

“쟤 지금 기는거 맞지?”
“지 혼자 쎈척은 다 하더니…….”
“기어도, 너-무 기어.”

 

기집애들이 조잘거린다. 한 대 치면 나가떨어질 것 같은 파리새끼한테 쳐맞고 다니질 않나, 회장이란 새끼가 회장이라도 할꺼면 반을 잡던가 하지 앞에서 쳐씹히고 있질 않나, 좆같은 셔틀질이나 하면서 기질않나. 열이 오른다. 정말 마음같아서는 저 기집애들부터 어떻게 하고 싶은데 일단은 참는다. 고남순일인데 내가 알바인가. 아까부터 시끄럽게 조잘거리는 애한테 빵과 우유를 넘겼다. 너 쳐먹어라.

 

 

***

 

종례 끝이다. 말소리가 떨어지기 무섭게 나가버리는 흥수를 따라 나왔다. 언제 이사온거지…다리는 괜찮은건가? 뒤에서 몰래 훑어보는게 흥수가 멈춰섰다. 그 바람에 얼결에 멈춰서니 짜증으로 잔뜩 일그러진 얼굴이다. 아, 가방. 들은 것도 없어보이는 가방이었지만 일단은 들고 봤다. 가볍네. 중학생때는 아예 들고 다니지도 않았는데 이 정도면 용한거지….


“집 어디로 이사왔냐? 가자.”


가방 두개를 매고 앞서 걸었다. 그러나 역시나 흥수는 따라오지 않고 화난 얼굴로 서 있다.


“지금 친한 척이냐? 감히?”
“… ….”
“니가 갈래, 내가 갈까?”
“… ….”
“어차피 우리 같이 못다녀, 내가 너만 보면 씨발 때리고 싶거든.”


말 한마디, 한마디가 비수가 되어 날아왔다. 가방을 든 어깨가 갑자기 무겁게 짓눌러지는 것 같다.


“야! 고남순!”
“이건 또 뭐야….”


귀찮다는 듯 머리를 마구잡이로 헝클인다. 눈치를 살짝 보곤 뒤를 돌으니 이강주가 씩 씩 거리며 뛰어와 내 어깨에 매어있던 흥수 가방을 잡아 들어 흥수에게 던졌다.


“회장이란 놈이 급식셔틀로도 모잘라서 어디서 쌍가방질이냐?!”


흥수가 귀찮다는 듯 가방을 들고 먼저 가버린다. 따라가려는데 그걸 또 이강주가 잡아세운다.


“그런거 아니야.”
“빌빌 거리지 좀 말라구, 친구란 것들이 하나같이! 어우 짜증나!”


이미 저 멀리 앞서가는 흥수가 보였다. 다행인건가 다리를 괜찮아 보이네. 그때의 기억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나는 그 기억속에서 아직도 묶여있다. 아마도 영원히?


 

 

 

학교

02

 

 

조금 늦은 시간이다 싶을 때 였다. 역시나 밥도 먹지 못하고 귀찮음에 빈둥거리며 지난 알바에 고된 피로에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교문을 막 통과하려는데 흥수가 저만치에서 보인다.


“들어가려고?”


아무 대답이 없으니 흥수가 그대로 교문에서 벗어나려 한다. 이번에도 짤리면 정말 갈 곳 없다는 엄포스의 말이 생각 나 머리가 아파왔다.


“…내가, 가.”


그제서야 뒤를 돌아보는 흥수 녀석에 웃음이 나왔다. 나는 그대로 교문을 벗어 나 가까이 있는 버스를 타고는 창문 밖으로 쳐다보니 흥수가 잠시 서 있는가 싶더니 교문으로 들어섰다. 빨리 올라가야지 지각처리 안될텐데. 느릿 느릿. 다리가 조금 신경쓰인다.

 


***

 


이 병신새끼가 오지말라고 진짜 안오네? 수업 시간 내내 다리를 떨었다. 조금 불편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감각도 예전같지 않고 느릿 느릿했다 모든것이. 대신 다치지 않은 왼발로 다리를 달달 떨며 고남순의 빈 자리를 봤다가 이내 고개를 돌렸다. 알게뭐야 씨발. 근데 왜이렇게 교문 앞에서 본 표정이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시무룩하게 질린 얼굴. 재수없는 새끼다 정말.


1교시가 끝나고서야 올 줄 알았는데 2교시가 끝나가도 오질 않는다. 멍청한새끼. 시계만 확인하다가 시간은 정처없이 흘러가고 쉬는 시간이 종이 치고서 몇분이 지나고서야 고남순이 들어온다. 쓱 쳐다보는 얼굴에 미안함이 담겨있어서 괜히 기분이 나빠 고개를 돌렸다. 이 새끼가 다시 와? 묘하게 두 감정이 뒤섞여서 어지러웠다.

결국 올꺼면서 씨발. 작은 욕소리를 들었는지 표정이 볼품없이 굳어진다. 앞에서 의자끄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안경 쓴 놈이네.


“하,학교 안와서 걱,걱정했,어….”


고남순이 웃는다. 다정하게 웃으며 미안. 하고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그리고 어제 본 그 여자애도 뛰어와 고남순의 머리를 잡고 장난을 친다. 이강주랬나, 짜증나네.


“송하경 어딨어? 불어!”


이 상황들이 왜이렇게 화가 나느지 모르겠다. 고남순이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어서? 아, 1년 꿇은지도 모르나 보네 막 친구먹네? 고작 그렇게 도망치고 산다는게 이런 새끼들이랑 어울리는거? 존나게 쳐맞고 다니는거? 열이 올라 일어서 교실을 나왔다. 역시나 씨발. 고남순이 쫒아오는게 느껴졌다.


익숙하게 담배 한 까치를 입에 물고 라이터를 찾아서 뒤적거렸다. 이런 씨발. 절로 욕이 새어나왔다. 담배가 피고싶은게 정말 절실한데 중요한 순간에 이 빌어먹을 라이터는 보이지를 않는다. 집에가면 존나게 있는데…. 막 바지 주머니를 뒤적거리는데 고남순이 입에 물린 담배를 뺏어가 바닥에 버려버린다.


“끊었다며.”
“아 씨발.”


고남순이 턱짓으로 CCTV를 가리킨다.


“가라 맞기 전에.”
“미안하다 내가 학교말곤 갈 곳이 없다.”
“이 씨발 신파쓰냐?”


고남순이 고개를 돌린다. 속이 부글 부글 끓어올라 그냥 반으로 올라가려다 아까 반 애들이 말을 트던 것이 생각 나 쳐다보니 고남순이 약간 움찔거렸다. 허.


“너 연기 잘 하더라? 애들은 니가 멀쩡한 새끼인지 아는 것 같던데.”
“… ….”
“나이도 속였냐? 너한테 막 친구먹더라? 조마조마 하겠다. 나 때문에 니 쓰레기같은 과거 들통날까봐.”


눈에 띄게 떤다. 바들 바들 떠는 모습이 우스워 웃어보였다.


“……상관없어….”
“비밀 간수 잘- 해라? 끝까지 지켜지는 비밀이란게 있겠냐?”


고남순은 우리가 친구였던 그때를 잊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그저 지우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괜히 기분이 더러워졌다. 나는 그 때를 잊고 싶었던 적도 지우고 싶었던 적도 없었다. 지금은 너를 싫어하고 증오하지만 그때의 기억은 내가 학교를 다니면서 가장 행복했던 때였으니까. 그런데 지금 고남순, 니 반응을 보니까 존나 좆같잖아 그 기억들.

 


***

 


“왔냐?”
“귀찮게 왜 부르고 지랄이냐?”
“서열 정리 해야지.”
“허, 씨발.”


귀찮아서 가려고 하니 그걸 또 붙잡는다. 상황파악이 안되는 새끼네 이거.


“어디가냐?”
“도망간다 이 새끼야, 파리새끼 윙윙거리는거 존나 귀찮아서.”


가면서 담배나 한 대 필 심산으로 주머니를 뒤적거리는데 오토바이 소리가 들리더니 한대가 떡하니 들어왔다. 저건 또 뭐야. 담배를 피려던 손을 내려놓고 짜증으로 머리를 헝클이는데 불빛이 조금 익숙해진다 싶으니 얼굴이 보였다.


“…고남순?”


이 병신새끼가….


“나중에 개발리고나서 쪽수안맞았다고 핑계될까봐 니 똘마니 내가 불렀다. 괜찮지?”


아니지, 아니야. 고남순과 오정호, 그리고 옆에 있는 오정호 따까리까지. 번갈아보면서 웃어보였다. 이거 존나 재밌겠네. 그 생각을 하는 순간 오정호의 배를 발로 차 뒤로 넘어트리고 오정호 따까리가 달려드는것을 제압해 팔을 그대로 꺾어 던져보였다. 화가 난 오정호가 욕을 내뱉으며 일어섰고 난 고남순에게 보란듯이 손을 보이고 주머니에 당당하게 꽂아보였다.

보고싶어졌다. 고남순이 나를 위해 싸우는거. 그때 고남순이 도망갔던 그 순간을 한번 재연해보자고. 오정호가 발로 내 배를 찼고 난 힘없이 그대로 넘어졌다. 주먹을 쓰지않고 일부러 맞기만 했다. 이번에도 지금처럼 도망갈껀가? 고남순의 눈동자가 잔뜩 흔들리는게 여기까지도 다 보여 웃음이 새어나왔다.


“너 다리병신이라매?”


입에 피가 고여 내뱉고 웃어보이니 오정호가 옆에 있던 돌을 들고 찍을 듯한 포즈를 취한다. 하나. 둘. 셋. 그리고 예상과 같이 고남순이 꼭지가 돈 표정으로 오정호에게 달려들어 돌을 발로 쳐보였다.


“박흥수 냅두라고 이 새끼야.”


싸움이 시작되고, 그제서야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 살짝 걸터앉아 구경을 하니 오정호가 존나 발린다. 역시 저 새끼는 진짜 싸워본적이 없는 새끼네. 주먹이 영.


“안죽었네, 고남순.”


오정호 따까리가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경찰에 신고하는게 보였다. 곧 지리겠다 저 새끼는. 낄낄거리며 낮게 웃다가 고남순과 오정호를 보니 점점 고남순이 미쳐가는게 보였다. 한번 꼭지가 돌면 꼭 그 끝을 보고마는 새끼였다. 경기도 쓰나미? 처음 들었을때 웃었던 그 별명이 떠올랐다. 꼭지돌면 쓰나미지 뭐. 가만 보고 있자니 문득 걱정이 되기 시작한건 무슨 심보일까. 때마침 저만치서 담임이 보인다. 그만하라며 소리를 치시는데 들리겠어? 그리고 타이밍도 좋게 짭새들이 들이닥쳤다.

그리고 나는 그제서야 비로소 고남순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어때 그때랑 똑같은 상황이지? 나는 희열을 느낄 줄 알았다. 고남순 이 새끼가 그때와 같은 상황에서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했다. 그런데, 왜. 혼란으로 가득 차 진정이 되지 않는 얼굴에 허망해보이는 고남순을 보니 희열보다는 누군가에게 가슴을 난도질 당하는 것 같을까.


“남순아?!”


경찰들이 내려 고남순과 오정호 주위를 둘러싸더니 오정호 상태를 보고 고남순이 위험하다고 판단됬는지 수갑을 채우려는 제스쳐를 취한다. 안되. 수갑은 씨발! 고남순이 멍청하게 보고만 있다.


“제가 가해자입니다!”


경찰들이 나를 쳐다본다.


“내가 가해자라구요.”


그딴거 고남순한테 채우지말라고. 어쩌면 나는 이미 고남순을 용서했을지도 모른다는 무서운 상상을 했다. 내가 그만큼이나 이 새끼를 좋아했던걸까? 내 전부였던 걸 뺏은 새끼인데? 그래도 여전히 고남순이 좋았다. 인정한다.

 


.
.
.

 

“따라오지마라.”
“…왜 그랬냐?”
“뭐 이 새끼야.”
“가해자 왜 니가 도장찍냐고”


뒤를 돌아보니 제법 진지한 얼굴을 하고 서 있다. 병신새끼.


“어쩌냐? 은퇴했는데 다시 주먹을 써버려서. 너 아닌 척 하고 사니까 좋냐?”
“… …지금은. 지금은 이게 나다.”


그런 내 옆에 있을 때 넌? 이미 버린 과거?


“그래? 그럼 난 모르는 놈이네.”


가슴이 저릿해지는게 기분이 더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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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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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드디어 나온 흥순커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잘보고 갑니당
11년 전
체리스톤
넹넹!ㅎㅎ
11년 전
독자2
아 드라마 원내용에 각자생각붙여서 진짜얘네가 이런생각하는것같음...자까님사랑해용 흥순행쇼! 암호닉은 뽀 로신청할게요!
11년 전
체리스톤
넹넹 뽀 로 님!
11년 전
독자24
아잌 뽀 로가아니라 뽀에여ㅠㅠ
11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11년 전
체리스톤
감사감사!
11년 전
독자4
암호닉 오정호 걸고 갈게요ㅎㅎ
11년 전
체리스톤
정호!!ㅋㅋ 넹!
11년 전
독자5
헐.. 글 엄청 잘쓰세요ㅜㅜㅜ
11년 전
체리스톤
감사해요ㅠㅠㅠ
11년 전
독자5
암호닉 남수니 걸고 갈게요ㅠㅠㅠㅠㅠㅠㅠ진짜원햇어욬ㅋㅋㅋㅋㅋㅠㅠㅠㅠㅠㅠ사랑합니다ㅠㅠㅠ
11년 전
독자7
신알신도할겟슴다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체리스톤
남수니님! 신알신 감사해요!
11년 전
독자6
헐...신알신 할거야..........작가님 초면에 죄송하지만 제 사랑을 받으세요.....암닉은 새벽반으로....어ㅓ엌.....저 너무 좋아서 죽어요..........
11년 전
체리스톤
신알신 감사해요..제 사랑을 받아주세요..
11년 전
독자8
헐신알신이요......대박ㅋㅋㅋㅋ아진짜재밋어요ㅠㅠㅠㅠ진짜드라마에서도이대로갓으면ㅋㅋㅋㅋ엉엉새벽에조은글보고가네염ㅎㅎ
11년 전
체리스톤
드라마보다가 이대로 가면 얼마나 좋아! 싶어서 쓴거에욬ㅋㅋㅋㅋ
11년 전
독자9
헐대박....ㅠㅠㅠㅠㅠㅠ이건 걍 바로 신알신이요.... 아진짜대박ㅋㅋㅋ잘보구가요 ㅠㅠ
11년 전
체리스톤
감사해요 신알신!
11년 전
독자10
신알신누르고가요ㅠㅠㅠㅠ아대박좋으다!!!!ㅜㅜ
11년 전
체리스톤
신알신 감사해용!
11년 전
독자11
행쇼!!!!!!!!!!!!!!!!!!!!!!!!
11년 전
체리스톤
행쇼!!!!!
11년 전
독자12
와 흥순이 얘네 감정이 섬세하게 드러나 있어서 좋네요 ㅎㅎㅎ 신알신하고 가요!!!! 좋은글 감사합니당!
11년 전
체리스톤
신알신 감사해용!ㅋㅋ
11년 전
독자13
우와 대박이다 진짜같아요ㅠㅠ 암호닉신의퀴즈, 줄여서신퀴로해줘요!신알신도하고갑니당~
11년 전
체리스톤
신퀴님 신알신 감사해요!
11년 전
독자14
헉...흥순행쇼ㅜㅜ 글 진짜 잘쓰시네요... 신알신하고가용!
11년 전
체리스톤
신알신 감사합니다!ㅠㅜ
11년 전
독자15
아ㅠㅠ...신알신하고가요!진짜대박 암호닉 흥슈로 신청이요
11년 전
체리스톤
흥슈님 신알신 감사!ㅎㅎ
11년 전
독자16
그리고 난 신알신을 한다. 대받ㄷㄷㄷㄷㄷㄷㄷ
11년 전
체리스톤
그리고 난 감사를 한닼ㅋㅋㅋ
11년 전
독자17
무조건 신알신ㅠㅠㅠㅠ작가님 진짜 금손이세요ㅠㅠ대박이세요ㅠㅠㅠ암호닉 한영우로 할게요!!!!!!
11년 전
체리스톤
영우님! 신알신 감사!ㅎㅎ
11년 전
독자18
ㅠㅠㅠㅠㅠㅠㅠㅠㅠ와ㅜㅜㅜㅜㅜㅠㅠㅠㅠㅍㅍㅍㅍㅍㅍㅍㅍㅍㅍㅍ퓨ㅠㅠㅜㅠㅜㅜ
11년 전
체리스톤
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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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체리스톤
제 취향을 반영해서 쓰다보니 원작이랑 똑같이 가네욬ㅋㅋㅋ
11년 전
독자20
작가님..신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와진짜너무말이안나오네요작가님진짜진짜금손내가깨물어볼꺼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암호닉멍뭉이로신청해도될까요?ㅠㅠㅠㅠㅠㅠㅠ저작가님사랑해도될까요?!?!?
11년 전
체리스톤
멍뭉이님!! 저를 사랑하세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알신 감사!
11년 전
독자21
헐작가님신알신할께유ㅜㅠㅠㅜㅠㅠㅜㅠㅠ흥수남순진짜너무좋아요작가님문체도좋규ㅠㅠㅠㅠㅠㅠㅠㅠㅜㅠㅠ사랑해요ㅠㅠㅠㅜㅜㅜㅜㅠㅜㅜ암호닉치킨으로할께유ㅠㅜㅠㅠ!!
11년 전
체리스톤
내가 좋아하는..치킨님! 신알신 감사!ㅎㅎ
11년 전
독자22
흥수커플 행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1년 전
체리스톤
행숔ㅋㅋㅋㅋ
11년 전
독자23
신알신ㅠㅠ
11년 전
체리스톤
신알신감사해요!
11년 전
독자25
헐 신알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재밋어ㅠㅛㅛ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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