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사람02
"다녀왔습니다" 그 아이의 얼굴을 곱씹으며 집에 돌아오니 할머니는 이미 집에 도착해 저녁을 준비하고 계셨다. 된장찌개 냄새가 역하게 났다. 난 된장찌개 별로 안좋아하는데. "얼른 손씻고 와서 밥 먹어" "네" 식탁엔 온통 나물이었다. 배가 고프진 않았지만 할머니에게 음식투정을 부릴 정도로 친하지 않았기에 아무말하지 않고 식탁 의자에 앉았다. 둘다 한참 아무말이 없이 찌개랑 밥만 퍼먹다가 할머니가 입을 먼저 뗏다. "그래서 학교는 어떤것 같어?" ".... 그냥 그랬어요." 대화가 끊겼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할까. "그.. 지민이라는 애를 만났어요. 자기랑 말하면 할머니가 싫어하실 거라던대.. 무슨말이에요?" 할머니는 밥그릇에 고정됬던 시선을 올려 나와 눈을 맞추었다.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다시 밥을 먹으며 말했다. "걔랑 놀지마라." "대체 왜요? 착해보이던데" "부모를 잘못만났지. 아빠라는 작자가 알코올 죽독에 술취해서 부인이랑 딸내미를 죽이고 감옥갔다 온 놈이야. 괜히 엮였다가 골치 아파진다. " 말을 마치자마자 할머니는 밥그릇을 싱크대에 넣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셨다. 방에 들어가면서 내일 학교갈 준비는 해놓고 자라고 말했다. 다음날 난 아침에 일어나 씻고 교복을 입어봤다. 하얀 블라우스에 까만 주름치마였다. 마음에 썩 들진 않았지만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교복을 입고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가방을 맨후 입에 토스트를 물고 등교길에 올랐다. 학교 내부는 들어가본적이 없어서 교무실의 위치를 알리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앞서 걸어가는 남자아이의 손목을 잡으니 그 아이가 나를 돌아봤다. 내 명찰 색을 보고 자신과 동갑인걸 깨닫고 큰 눈으로 왜 불렀냐는 표정을 하고 날 쳐다봤다. "교무실이 어디야?" "전학왔어?" 그 남자아이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니 반대로 내 손목을 잡고는 시원하게 웃으며 자기만 믿고 따라오라고 한다. 무표정일땐 약간 무서워보였지만 웃으니 개구진 소년같았다. 어제 만났던 지민이와는 조금 다른 느낌의 웃음이었다. "여기야, 교무실" "고마워 데려다줘서" 그 아이는 내 고맙다는 인사에 부끄러운 듯 웃으며 자신의 이름인 김태형이라며 명찰을 가리켰다. 그러고는 친구들이 자신을 기다린다며 가봐야한다고 말하고는 큰 손을 흔들며 왔던길로 다시 뛰어갔다. 교무실에 가니 담임이 날 바로 알아보고는 내쪽으로 손을 흔들었다. 담임은 바로 날 3학년 5반, 그니까 내 반으로 날 데려갔다. "애들아! 이 친구는 내가 저번에 말한 전학생이다. 서울에서 왔다고 괴롭히지말구! 이쁘게 생겼다고 괴롭히지말고 잘해줘라 알겠지?" 담임쌤은 나에게 가벼운 소개를 시키고는 내가 앉을 자리를 고민하는듯 싶었다. 그리고 난 맨뒷자리에 있는 너와 눈이 마주쳤다. 운명처럼 선생님은 네 옆자리에 앉으라는 말을 꺼냈다. "여주는 지민이 옆자리가 비었으니까 거기에 앉자." 그때 깨달았어야 했다. 너는 이미 내 운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