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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데 얼른 코트나 입지"
내게 목도리를 둘러준 우지호의 신발앞 코가 내 앞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숙였던 고개를 들수가 없었다. 가만히 있는 나를 보며 우지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한숨을 폭 내쉰 우지호가 내 손에 들린 코트를 뺏어들었다. 흡. 갑자기 가까워진 우지호때문에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너무 가까워. 얘 왜이래 진짜. 숨도 못 쉬겠고 고개도 못들겠다. 나를 감싸 안은 우지호는 내게 코트를 대신 입혀주었다. 한쪽 팔을 들어 소매에 꿰어넣고 그런 다음엔 반대 팔. 마지막으론 단추까지 잠궈준다. 그러더니 말한다. 고개 좀 들어.
"자꾸 그러면 내가 미안하잖아."
"..."
"보기도 싫을만큼 내가 싫어?"
"..."
"난 아닌데."
무슨 소리였을까. 무슨 뜻이지. 뻑뻑한 눈을 두어번 깜박였다. 자기가 지금 무슨 말을 한건지는 알고있나? 우지호는 어떤 얼굴을 하고있을까. 고개를 들었다. 끝까지 마주치치 않으리라 생각했던 그의 얼굴과 마주했다. 추워서인지 아님 술기운 때문인지 붉어진 얼굴을 하고있었다. 으슬으슬 추웠다. 둘 사이에 바람이 불었다 눈을 몇번 깜박이니 우지호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난 너 안미워. 너가 나 미워해도 난 너 안 밉다고."
"..."
"대꾸라도 해라, 제발"
"..."
그의 말에 딱히 해줄수 있는 대답이 없었다. 취기 오른 뺨은 붉었고, 밖은 추웠고, 우지호 앞에있는 내 꼴이 어떤지 생각하니 웃겼다. 그러면서도 잠이 와 눈꺼풀이 무거워 다시 두어번 눈을 깜박였다. 꿈벅꿈벅. 눈을 감았다 뜰때마다 우지호의 표정이 일그러지고. 꿈벅 눈을 감았다 뜨니. 얼굴이 가까워졌다. 꿈벅. 다시 눈을 감았다 뜨니 우지호가 웃었고, 다시 감았다 뜨니 그와 난 입을 맞추고있었다. 바람에 차가워진 입술을 맞대고 있었다. 푸스스 웃는것같았다. 우지호가 웃었다. 나와 입을 맞댄 채로 그 때의 그 웃음 지어주었다. 그리고 나서 우지호가 말했던가. 날 좀 좋아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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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때 이야기 아직 끝난거 아냐."
끝나지 않았다라니. 난 할말이 없었다. 그 날 이후 그도 아무런 말이 없었고, 이제가 되서야 이렇게 다가오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왜 그래, 너. 우지호 너 나한테 왜그래.
"난 할말 없어."
"난 있어. 그러니까 들어"
"난 없다고 했잖아!"
화가났다. 왜 화가났지? 모르겠다 하지만 화가났다. 우지호가 동그랗게 눈을 떴다. 놀란건지 눈으로 나를 내려다봤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굳게 닫힌 입술이 열리고 그와 동시에 사무실이 시끄러워졌다. 웅성웅성 하나둘 사람이 모이는 소리였다. 점심시간이었다. 우지호 다시 입을 굳게 다물고 나를 지나쳐 갔다. 그가 지나쳐 가자마자 힘이 빠졌다.
"어머, 여기서 뭐해?"
"아.."
"점심 먹으러 가자. 오늘은 일식 어때?"
"아, 전 오늘 안먹을게요. 선배 드시고 오세요."
도저히 밥을 먹을수 있을거 같진않았다. 함께 먹는 동료들을 먼저 보내곤 자리로 돌아왔다. 가만히 앉아있으려니 자꾸 우지호의 다문 입술이 생각났다. 더 피곤해지는 것만 같았다. 일이나 해야지, 일. 타닥.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텅빈 사무실 안에 울렸다. 보고서에 몇 줄을 채 써내려가지도 못한 채로 드르륵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확인했다. 발신인.
[ 우지호
퇴근후에, 얘기 좀 해. 오전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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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케 3편이 나왔습니다.
읽어주신 분들 고맙습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