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 소년
여섯 살 때, 처음으로 열병에 걸렸었다.
몸이 불덩이처럼 뜨겁게 달아올랐고, 열에 취해 눈조차 제대로 뜨기 힘들었다. 난 간신히 숨만 색색 뱉어내면서도 걱정하는 부모님의 손을 꽉 잡아 주며 억지로 웃음을 내보였다고 했다. 열병의 원인은 찾을 수 없었고, 그 때문에 완치가 될 수도 없었다.
그렇게 열여덟이 된 지금, 나 홀로 시골로 내려가게 되었다. 맞벌이를 하시는 부모님이 시골로 함께 내려가는 건 무리라고 생각해 내린 결정이었다. 시골행을 선택한 이유는 딱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요양. 그리고 두 번째로는 어릴 적 딱 한 번 가 봤던 할머니의 집이 계속 생각이 났었기 때문이었다.
몸이 약해 여행은 커녕 집 밖에 나가는 일도 드물었던 내가 난생 처음으로 집이 아닌 곳을 가 보게 된 날이었다. 강원도 어느 산골짜기 어드메에 있는 할머니의 집은 지금은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할머니께 선물로 지어준 것이라고 했다. 그곳엔 커다란 강아지가 한 마리 살았었고, 집 뒤로는 나무가 빽빽한 숲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난 그 숲을 좋아했다. 시골에 도착해 짐을 내려놓자마자 찾아간 곳이 그곳이었을 정도로 난 그 숲을 꽤나 그리워했다. 밤마다 날 괴롭히던 도시의 소음이 모두 죽고 숲의 생생한 기운이 가득한 그곳이 난 좋았다.
그 숲의 한 가운데에는 잔디밭과 함께 커다란 나무가 하나 있었다. 그 나무를 유난히 좋아했던 나를 위해 부모님은 나무에 줄을 매달아 커다란 그네를 하나 만들어 주셨었다.
천천히 발을 옮겨 숲의 중앙으로 향했다. 여름이 성큼 다가온 터라 숲의 모든 나무들은 생생히 녹색 빛을 뿜어내고 있었고, 잔디와 함께 색색의 꽃들이 날 반겨 주고 있었다. 꽤 차갑게 불어오는 바람에 살짝 몸을 떨며 팔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
그때였다.
"······."
그곳에서 난 널 처음 만났다.
*
다시 그 아이를 만나게 되기까지 그다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무리 요양차 시골로 내려왔다지만 난 열여덟, 즉 나이로 따지자면 고등학생의 신분이었고 학업을 포기할 수는 없었기에 할머니 집과 그리 멀리 떨어져있지 않은 작은 고등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시골 고등학교의 교복이라 무지 촌스러울 것이라 예상했었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그렇게 세련되지도, 촌스럽지도 않은 무난한 밤색의 교복이었다.
인구가 워낙 적은 터라 각 학년마다 반도 하나씩밖에 없었고, 학교 건물도 금방 무너져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낡아있었다. 지금까지 건강 때문에 쭉 홈 스쿨링을 받았기 때문에 교복이나 학교, 친구들 모두 나에게는 첫 경험이었다. 난생 처음 학교라는 곳에 발을 들여 놓는다는 생각에 새벽까지 잠을 설쳤다. 할머니께서 그만 자라고 호통을 치시는 바람에 곧 잠이 들게 되었지만.
"서울에서 왔고, 이름은 김여주. 잘 부탁해. "
난생 처음 해 보는 자기소개에 목소리를 덜덜 떨며 인사를 했지만 반 아이들은 그런 건 신경도 쓰지 않는 듯 '서울이래, 서울.' 하며 웅성거리다 우레와 같은 박수로 날 반겨주었다. 담임 선생님께서는 빈 자리가 어디에 있나 둘러 보시다가 이내 나에게 '우진이 옆에 앉으면 되겠다.' 하며 창가 맨 끝 자리로 가라고 했다.
"······."
그리고 그곳에 그 아이가 있었다.
*
재빠르게 도망가던 그때와는 달리 그 아이는, 아니 우진이는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 시선이 뜨거워 힐끔거리며 그 아이를 쳐다 보자 눈이 마주쳤음에도 불구하고 내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수업이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는 책이 아닌 나에게 시선을 고정하는 터라 괜히 내가 더 눈치가 보여 그 아이를 툭툭 치며 말했다.
"···저기."
"······."
"···아니야."
'나 좀 그만 쳐다 보면 안 될까···' 라고 말하고 싶은 걸 꾹 참고는 고개를 숙여 책에 시선을 고정했다. 쟤는 왜 계속 나만 쳐다 보는 거야, 얼굴 뚫어지겠네. 괜히 얼굴이 화끈거려 손 부채질을 여러 번 하고는 수업에 집중하려고 하는데 벌써 수업이 끝났는지 스피커를 통해 종소리가 울렸다. 아, 첫 수업인데···
"······."
원망스럽다는듯이 올려다 봐도 그 아이는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듯 계속해서 날 뚫어져라 쳐다 보았다. 입이 대빨 나와 툴툴 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날 둘러싸며 반 아이들이 말을 걸어 왔다.
"서울에서 왔다고 했지. 왜 시골로 온 거야?"
"서울에 잘생긴 애 많지! 소개 좀 해 주라."
"잘생긴 애만 많겠냐. 예쁜 애도 많지."
"여주야, 나 서울 구경 좀 시켜 주라!"
쏜살같이 질문을 퍼부어대는 반 아이들 때문에 당황해 입을 어버버 거리고 있는데 누군가 갑자기 내 손목을 잡아 채고 내 몸을 일으켰다. 그렇게 반에서 빠르게 빠져 나와 숨을 고르고는 고개를 들었다.
"···나 왜 끌고 나왔어?"
"······."
"···저기, 우진아."
이유를 물어도 입을 꾹 다물고 내 눈만 쳐다 보는 것 때문에 답답해 내 손목을 잡고 있던 손을 빼 내려고 하는데 갑자기 그 아이가 내 손목을 고쳐 잡고는 말했다.
"······싫어서."
"······?"
"···다른 사람이 너 보는 거 싫어서."
내 손목을 잡은 네 손이 아주 뜨거웠고, 또 조금씩 떨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 . .
1. 오랜만에 나타나서 연애의 온도 말고 다른 걸 들고 온 9569 ,,
2. 늑대 우진이가 넘 보고 싶었기에 ,, 어쩔 수 없었다고 ,, 변명을 ,, ㅎ
3. 연애의 온도도 빠른 시일 내에 가지고 올게유 !!!
4. 요것도 반응 좋으면 연재 할게요 !! ♡
5. 우진아, 아프지 말고 데뷔하자 !! ම້_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