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아빠 박지훈
삼 년 전에는, 고등학교도 온전히 나오지않은데다가, 몇 년 만이라서 처음에는 학교를 다닌다는 것이 두렵기도했고, 잘 적응 할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새로 만난 사람들 중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아, 그리고 대학교를 들어가고 학교와 원래 살던 집이 너무 멀어─일부러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게 멀리 떨어진 곳으로 학교를 선택했다─ 난 집에서 독립을 했다. 말이 독립이지, 항상 내곁에는 아이가 있었다. 박지훈과 그런 일이 있고 난 이후로, 사람을 깊게 사귀지는 않았다. 그래서, 내게 아이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알려져봤자 좋을 것이 없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기때문에 말조차 꺼내지 않았다.
지금 사는 집에 엄마도 안 계시는데 아이는 어떻게 했냐함은, 아이는 지금 6살이다. 태어날 때 한 살을 먹고 태어나니까 우리나라 나이 기준으로는, 6살이다. 너무 어려서 어디에 맞기든 마음이 걸렸지만, 어쩔 수 없이 맞벌이 가정을 위해 있는 어린이를 돌봐주기만 하는 곳─어린이집보다는 한 단계 밑─에 맡겼다. 학교가 끝나면 다른 길로 새지않고, 아이를 데리러 가야하기때문에, 학교 과 모임은 참석하지 못했고, 동아리같은 경우는 애초부터 들지않았다. 그래서, 경제적으로도 많이 어려웠다. 알바를 할 수 있는 시간조차 없어서, 엄마가 생활비를 보내주시는데, 그걸로 두 명이 먹고 살기에 충분하긴 하지만, ─엄마한테 너무 미안해서─ 집에서 부업을 한다.
아, 아이의 이름은 박정훈이다. 출생신고는 해야했고, 그때 당시 아직 어려 이름을 어떻게 지어야할지 몰라 '박지훈'과 비슷한 이름으로, '뜰 정'에 '향초 훈'이라는 한자로, 궁궐에서 나는 향기라는 말로, 엄마 말에 의하면 향기로운 사람이 되어라… 이런 뜻이라고 했다. 이런 부분에서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내가 결정하지 않아서 생각이 없다고 할 수 있지만, 당시에 난, 미성년자였다.
──
" 들었어? "
" 뭐? "
" 박지훈! 복학했대! "
" 박지훈? "
" 왜, 그 있잖아. 1학년때 입학해서 잘생겼다고 소문났었는데 바로 군대갔다가 제대하고 휴학한 애! 이번에 복학했대! "
오늘은 힘든 월요일. 오후에는 정훈이를 봐야하기때문에 시간표를 오전에 다 채워놨더니, 이 건물가랴, 저 건물가랴 쉴 틈이 없었다. 심지어, 밥 먹을 시간도 없어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요동쳤다. 어쩔 수 없이 5분 안에 먼 거리를 가야해서 뛰어가고 있는데, 앞에서 무언가 얘기하고 있는 여자 무리들이 보였다. 내가 상관할 얘기 아니겠지 싶어 그냥 지나쳐 뛰어가려 하는데, 들어버렸다. 그 이름을. 박지훈이라는 이름을. 그 이름을 듣고 뛰어가던 발걸음을 멈췄다. 박지훈이라는 이름이 세상에 얼마나 흔한데. 설마 내가 아는 그 박지훈이겠어? 싶었다. 왜, 그 있잖아. 1학년때 입학해서 잘생겼다고 소문났었는데 바로 군대갔다가 제대하고 휴학한 애! 이번에 복학했대! 내 기억 속의 박지훈도 잘… 생기긴 했었다. 그렇지만, 다시 생각했다. 이 세상에 박지훈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잘생긴 남자는 수도 없이 널렸을거라고. 그렇게, 멈췄던 발걸음에 다시 시동을 붙여 강의실로 뛰었다.
다행히, 늦진 않았다. 교수님이 출석을 부를 때 도착해, 긁히지는 않았다. 오늘도 지루한 수업을 듣는데, 배에서는 계속 꼬르륵거려 배고픈것도 배고픈거지만, 창피했다. 그래도 정훈이를 생각하면. … 나도 꽃다운 20대를 즐기고 싶은데. 생각하며 사람들이 다 나가기 기다렸다가 짐을 챙겨 나왔다.─원래 습관이 그랬다 시선을 받는게 두렵기도 했고, 마지막으로 나가는 것이 편하기도 해서 무조건 맨 마지막으로 나갔다─ 일기예보에서는 분명 비가 온다고 했었는데, 햇빛 쨍쨍한 하늘을 보니 역시 우리나라 일기예보는 믿을게 안 되구나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가방에 고이 넣어둔 접이우산은 한 번도 펴지 못한채, 건물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바로 그때, 생각하고 싶지 않다면, 생각하기 싫은 몇 년 전의 일이 다시 떠올랐다. 나의 그 고생이 수면 위로 다시 올라오는 것 같았다. …박지훈.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냥, 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려고 했는데 옆에 있는 동기─처럼 보이는 여자─가 지훈아, 오늘은 뭐 먹으러갈까? 라고 말하는 순간 오늘 내린다고 했는데, 오지 않던 그 비가 내 마음 속에서 내렸다. 더불어, 천둥 번개도 내려쳤다. 나도 모르게 숨어버렸다. 아니, 지금 이 상황에서 숨는게 당연했다. 몇 년을 숨어 살았는데. 들키지 않으려고 몇 년을 혼자 외롭게 숨어 살았는데, 이렇게 들킬 수는 없었다. 다행히 나를 못 본 것인지 박지훈은 동기와 함께 걸어갔다. …박지훈은, 여자 동기와 함께 걸어갔다. 그것도 행복하게 웃는 모습을 보인 채로.
──
" 이름아, 진짜 오늘도 안 가? "
" 아… 나 원래 그런데 잘 안 가는 거 알잖아. "
" 그래도… 너랑 같이 술마시고 싶은데.. "
" 그래, 그럼. 나중에. 나중에 꼭 마시자. "
오늘도 과 모임이 있는 것 같았다. 과에서 제일 친한 수정이가 오늘도 안 가냐고 딱 달라붙어서 매달린채로 물어보는데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평소같으면 가고싶기라도 했을텐데, 오늘 오전에 그런 일이 있고 나서 기분이 급하락했다. 아니, 이건 급하락도 아니고 이제 내 미래가 달린 문제라고 생각하니 또 불안했다. 걸리면… 진짜 들키면.. 답이 없다. 박지훈한테 내 정체가 들키는 날은, 그 날은 정말 생각하기도 싫다.
그래서 안 보였구나. 오전에 절대 내가 아는 박지훈은 아닐거라고 생각했던 그 말이 떠올랐다. 입학하고 학교를 한 두달 다니다가 바로 군대를 가서 제대한 다음에도 휴학을 했으니 나와 마주칠 일은 전혀 없었다. 심지어, 나는 1년 늦게 입학했으니, 더더욱. 그렇다는 말은, 박지훈은 1학년이라는 말이다. 정훈이를 데리러 가려고 버스를 기다리면서 내 나름대로 생각을 했다. 어떻게하면 박지훈과 마주치지 않고, 1년을 버텨 졸업을 할 수 있을지. 난 정말 1년만 버티면 됐었다. 아니, 정확히는 1년 반이겠구나.
내가 내린 버스정류장과 정훈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거리가 좀 있었다. 빠른 걸음으로 걸어도 대략 8분정도 걸렸다. 이런 우울한 날에 정훈이라도 빨리 보고싶어 최대한 걸음을 재촉해서 걸었다. 이제, 신호등 하나만 건너면 됐었다. 정말, 신호등 하나만 건너면 됐었는데, 그 신호등 반대편에 박지훈이 보였다. 몇 년 만에 봤다고 드디어 헛것이 보이는 건가 싶어 눈을 비비고, 부릅뜨고 봤는데, 헛것이 아니었다. 아까 박지훈 옆에 있던 그 여자도 같이 보였다. 눈이 마주칠 것 같아, 최대한 고개를 숙였다. 신호등이 바뀌자 나는 재빨리 뛰어갔다. 아, 재빨리 뛰어가려고 했는데 뛰다가 횡단보도에서 주머니에 아슬하게 넣어져있던 교통카드가 빠져버렸다. 빨리 주우려고 하는데, 마음이 급해서인지, 계속 손에서 미끄러졌다. 박지훈이 어디있는지도 모르고 혼자 당황해서 속으로 '얼른 잡혀라'만 외치고 있었는데, 내 교통카드가 내 손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 의해 들려졌다.
" … 여기.. "
" ……! "
정말, 설마했는데, 머리카락 틈 사이로 살짝 보이는 것은, 박지훈이었다. 얼른 머리로 얼굴을 더 가리고 교통카드만 건네받고는 무작정 뛰었다. 넘어질정도로 뛰었다는것이 맞는 표현이겠다. 너무 놀래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한 번 눈물이 나오기 시작하자, 멈출줄을 몰랐다. 심지어, 다리에 힘도 풀렸다. 그렇게, 주저앉아 몇 분을 울었을까, 정훈이를 데리러 가야한다는 생각이 팍 들었다. 시계를 보니 원래 데리러가야하는 시간보다 20분이나 늦어져있었다. 안그래도 어린이집에서 정훈이가 제일 늦게 나오는데. 이 시간이면 닫을 시간인데. 마음이 급해졌다.
+ 예,, 이제부터 본격 찌통이 시작될것입니다..
전 문과라 수학 계산 나이 계산 이런거 진짜 못하는데 저게 맞는지 모르겠어요ㅠㅠㅠ
그러니까 성이름 = 23살, 대학교 3학년 / 박지훈 = 23살, 대학교 1학년 / 박정훈 = 6살 입니다!
또 궁금한거 있으시면 댓글로 슝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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