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아빠 박지훈
분명 여긴 우리 동네 마트인데. 박지훈을 만날 리가 없는데. 박지훈을 보고 놀란 내 몸은 이내 풀어져 박지훈에게 물었다. 여긴 왜왔어? 왜 왔냐니. 여기가 우리집 앞인데. …우리집 앞인데? 박지훈에게 어디쯤에 사냐고 물어보니까 이 마트 뒤에 있는 아파트에 산다고 했다. 아파트… 생각해보니, 고등학생때 박지훈의 집은 생각보다 잘살았다. 아무리 그래도 이 뒤에 있는 아파트는 집 값이 꽤 나가는 걸로 알고있는데.. 가족이랑 같이 사나? 박지훈도 외동인걸로 알고있는데. 부모님이랑 따로 사나? 아,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장보고 있는데 나만 속으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기는 뭐해서, 이내 들고있던 치즈를 장바구니에 넣었다. 마트는 왜 온거야? 장보러. 장을 본다고? 네가? 너 도시락 싸줄 반찬 사려고. … 아. 그럼 매번 장을 볼때마다 이 마트에 온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동안 마주치지 않은게 신기했다. 내가 매번 마트에 온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우리집 앞이기도 하니까. 박지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정훈이를 내려달라고 했더니,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 그건 안 되지. 너가 언제 또 보여줄지 모르는 내새끼인데. "
" … 너 힘들지 않아? 얘 은근히 무거울텐데. "
" 지금 내 걱정 해주는거야? "
" 아니, 정훈이 걱정. 너가 나중에 무겁다고 팽개쳐서 다칠까봐. "
지금 자기 걱정 해주는 거냐고 묻는 박지훈에 나는 단호하게 정훈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겉으로는 그렇지, 아마 속으로는 박지훈의 걱정도 했을것이다. 아마도… 박지훈은 정훈이를 안은채, 내게 더 다가오더니 내 어깨를 남은 한 손으로 안고 가자. 라고 말했다. 어딜 가? 장보러 가야지. 아직 다 안 본거 아니야? 사실 박지훈에게 줄 것을 만드려고 마트를 온 건데, 이렇게 박지훈을 만나버렸으니 내 계획은 무너져버렸다. 아, 왜 하필 오늘. 좀 잘해주려고 해도 얘가 그렇게 안 만든다니까?
결국, 박지훈은 나에게 만들어 줄 것을, 나는 박지훈에게 만들어 줄 것을 각자 사고는 마트를 나왔다. 다행히, ─모르는 척을 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박지훈은 내가 산 재료를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트를 나올때까지, 박지훈은 정훈이를 놓지않았다. 단지 어린 애가 좋은 것인지, 아님 저의 핏줄이라 이렇게 잘챙겨주는 것인지. 전자는 아닌 것 같았다. 그럼 나에게도 이렇게 잘해주지 않았겠지.
" 집 갈거야? "
" 어. 넌? "
" 나도. "
마트 앞에서 박지훈이 집으로 갈 것이냐고 묻자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고 대답했다. 박지훈이 먼저 발걸음을 떼자, 나도 그를 뒤따랐다. 이 앞까지는 가는 길이 같아서 가운데에 있는 정훈이의 양 손을 서로가 잡고 걸었다. 마치, 부부같았다. 아무 말없이 그냥 걷다가, 이 코너를 꺾으면 박지훈이 그 코너를 따라 가야했다. 박지훈의 집을 가보지도 않았으면서 어떻게 아냐고? 사실, 아파트가 너무 좋아보여서 언제 한 번 그 아파트 가는 길을 따라가보았던 적이 있다. 입주민이 아니면 들어가지 못해 아파트 주변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나와야했지만. 그런 박지훈이 코너를 한참 지났는데도 가지 않자,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물었다.
" 너 집간다고 하지 않았어? "
" 집 가고 있는데? "
" 근데 왜 여기로 가? "
" 우리집 간다고 안 했어. "
박지훈이 '우리집 간다고 안 했어.' 라고 말했을 때도, 그게 무슨 의미인지 잘 알지 못했다. 친구 집을 간다던가, 아니면 다른 집이 있다던가─박지훈은 나름 내 기준 부자 축에 속하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라고 생각했다. 그래, 그럼. 그렇게 대답하고, 또 걸었다. 그렇게 2분 좀 더 걸었을까, 우리집이 나왔다. 그때까지 가지않는 박지훈을 보고 친구 집이 여긴가? 라고 생각했다. 잘 가라고 말하려고 인사를 하려고 몸을 틀었는데, 박지훈의 그다음 말에 충격을 먹지 않을 수가 없었다.
" 아무리 내가 좋아도 그렇지. "
" … … ? "
" 평소에도 이렇게 남자 막 들이는 건 아니지? "
그 말을 듣자 약간의 화가 올라와 표정이 구겨졌다. 그런 일이 있고 난 후로, 나는 남자가 무서워 남자의 옆에는 얼씬도 안 했는데, 뭐? 남자 막 들인건 아니냐고? 내 기준에선 이해가 가지않았다. 내 구겨진 표정을 보고, 박지훈은 당황한건지, 어쩔줄 몰라했다.
" 아니, 아니. 난 그런 뜻이 아니라. 내가 네 집 간다고 했을 때 안 말려서 … 그냥 뭔가 질투나서 … 장난인데.. "
아, 그러니까 박지훈의 말을 다시 곱씹어보자면, 자기 집을 안 간다는 것이, 친구 집도 아니고, 박지훈의 다른 집도 아니라, 우리집이었다는 소리지…? 그때, 수정이가 한 말이 떠올랐다. '너처럼 눈치없는 년은 이세상에 또 없을거야.' 응. 나도 그 말에 백번 동의한다. 아니 어떻게 이런 말을 못 알아먹지? 나도 당황해서 표정 관리를 못하고 있자, 박지훈은 내 양 볼을 저의 손으로 잡고는, 배시시 웃었다.
" 이렇게 예쁜 이름이 누가 데리고 갈까봐 무섭다. "
" … … "
" 그치, 정훈아? 아빠 없을 때 정훈이가 엄마 잘 지켜줘야돼. "
" 응! "
박지훈이 '예쁜 이름이' 라고 말하자마자,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아마, 박지훈도 느꼈겠지. 내 볼에 자기 손을 대고 있었으니까. 그 사실조차 부끄러워 더욱 얼굴이 빨개지는게 느껴졌다. 박지훈은 그럴 나를 보고 놀리지도 않고, 오히려 더 예쁘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기분이 좋았다. 뭔가, 되게, 사랑받고있는 느낌이었다.
──
어젠 그렇게 박지훈이 돌아가고,─당연한 것이지만, 정말 다행스럽게도 집 안으로 들어오지는 않았다─ 집안일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몇 번씩 얼굴이 빨개졌다. 정훈이는 나를 홍당무같다며 놀렸고, 거울을 보자 정말 홍당무가 서있었다. …이런, 박지훈. 거울을 보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이런 내 모습이 웃기기도 하고, 박지훈의 생각이 나 좋기도 하고. 그러다, 순간, 박지훈과 관계 정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다. 남자친구, 여자친구도 아니고, 부부도 아닌 이 애매한 사이. 다른 사람들에게 무어라 말하기도 애매한 그런 사이. 그리고, 제일 걱정되는 것은 박지훈의 부모님이었다. 혹시라도, 나때문에 박지훈이 미움을 받을 일이 있을까봐. 그것이 제일 걱정이었다.
" 이름아. "
" 어? "
"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해? "
사실 방금 그 생각은 박지훈과 같이 밥을 먹고 있을 때, 했던 생각이다. 멍을 때리고 있는 내 모습에 박지훈은 내 이름을 부르더니,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냐고 물었다. 어… 그게.. 너희 부모님이 날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어. 이런 말을 했다간, 왜 혼자 오바하냐고 할 것 같아서 무어라 변명할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박지훈이 먼저 입을 열었다.
" 이름아. "
" 왜? "
" 우리 합칠까? "
" … 뭘? "
" 집. "
박지훈은 나를 몇 번이나 당황하게 한다. 여태까지 나를 몇 번 당황시킨지 모르겠다. 고등학교때 처음 만났을 때도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 당황하게 한 것부터, 수도 없이 많았다. 그런데, 이것은, 급이 다른 당황이었다. 순간 내 귀를 의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뭘 합쳐? 집? 집을 합치자고? 지금… 나랑 같이 살자는 거야? 일어나는 것도 같이 일어나서 아침에 서로 누추한 모습을 보고, 잘때도 같… 또 얼굴이 화끈거리는게 느껴졌다.
" 무슨 생각 하는 거야.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져. "
" 그런거 아니야. "
" 그럴 줄 몰랐는데, 이름이 변태네. "
아니, 시작은 자기가 했으면서 왜 나한테 뭐래?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도 안 믿을거 같아서 변명을 하는 것은 포기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생각을 했다. 박지훈과 지금 집을 합치는 게 맞는 것인가. 조금 이른 것은 아닌가. 혹시라도, 이게 학교에 퍼진다면 다른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 것인가. 소문은 어떻게 날 것인가. 또, 제일 중요한 박지훈의 부모님은 날 어떻게 생각할것인가. 온갖 물음표들이 내 머리를 에워쌌다.
" 내가 원래 강요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
" … 응. "
" 이건 좀 고집 부릴래. "
" … … "
" 같이 살자. 하루 종일, 너랑 정훈이랑 같이 있고싶어. "
박지훈의 그 진실한 눈동자에 흔들렸던것일까,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 진짜 여러분 댓글 보고 광광 울어요.... 그리고 완전 광대승천....
제 광대 없어졌잖아요... 하늘로 올라가서............
댓글 너무 사랑합니다!!!!!!!!!!!! 지훈이 만큼 사랑해요!!!!!!!!!!! 여러분도 지훈이 만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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