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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홍일점] 방탄소년단 홍일점 08-10(재업) | 인스티즈






!”




이른 새벽. 여주가 배를 움켜잡고 몸을 말았다. 계속해서 다 같이 거실에서 잘 순 없었음으로 여주는 정국이 쓰던 옷 방을 넘겨받아 옷 방에서 생활했다. 방에 홀로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여주가 어기적거리며 움직여 제 숙소에서 가져온 트렁크를 열었다.




다행이다.”




깊숙이 숨겨둔 여성용품과 속옷을 꺼내 잠옷 주머니에 넣은 여주가 발소리를 죽이고 나와 화장실로 향했다. 아니길 바랐건만 매달 찾아오는 그분이 여주를 반기고 있었다. 작은 한숨과 함께 뒤처리를 한 여주가 변기에 앉아 앞으로 일주일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생각했다. 남자들만 있는 곳에서 여성용품을 어떻게 처리 할지 고민하던 여주가 날카롭게 배를 쑤셔오는 고통에 배를 움켜잡고 허리를 숙였다 재빨리 일어섰다. 빠르게 화장실을 나온 여주가 부엌으로 들어가 까만 봉투를 꺼내 더러워진 속옷과 여성용품 포장지를 넣고 꽉 묶어 쓰레기통에 버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여기서 제 속옷을 빨아 너는 건 무리인 것 같았다. 평소에는 속옷을 한 번에 모아 동전세탁소에 가서 세탁했는데 지금은 그럴 수도 없었다. 결국 속옷을 쓰레기통에 버린 여주가 손을 씻고 방으로 들어와 누웠다. 몸을 말아 눕자 고통이 좀 사라지는 것 같았다여주는 눈을 감았다.




누나! 일어나요! 연습 가야 해요!”

.”




조금 자고 일어나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몸이 더 아파왔다여주는 저를 부르는 지민의 목소리에 힘겹게 대답했지만 일어날 수가 없었다. 일어나려 몸을 움직여봤지만 가위에 눌린 것처럼 움찔거리기만 할 뿐 몸이 움직이지가 않았다.




누나! 가야 한다니까요?”




나가야 한다고 불렀음에도 나오지 않는 여주에 지민이 옷 방으로 들어왔다. 옷더미 속에서 여주를 찾은 지민이 기겁하며 멤버들을 찾아 거실로 나갔다.




누나 아픈가 봐요!!!”




지민이 다급한 소리침에 멤버들이 우르르 옷 방으로 들어왔다. 방에는 구석 한 쪽에 몸을 뉘인 여주가 창백해진 얼굴로 땀을 삐질 흘리고 있었다. 석진이 여주의 어깨를 살살 흔들었다.




많이 아파? 병원 갈래?”




석진의 말에 여주가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여주의 대답에 지민과 정국이 발을 동동 굴렀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호석과 남준, 태형이 석진과 지민, 정국을 데리고 방을 나갔다여주가 나가지 않고 있는 윤기를 바라봤다여주의 시선에 윤기가 두꺼운 옷들을 이불 위에 올렸다여주가 윤기의 행동에 비식 웃었다.




이럴 때는 눈치 빠른 게 좋네.”

아무 말 말고 쉬어라. 회사엔 우리가 말할게.”

. 부탁할게.”




윤기가 나가자 조금의 소란스러운 소리와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며 집이 조용해졌다여주는 눈을 떴을 때 멤버들이 모두 집에 도착해있길 바라며 고요함 속에 다시 눈을 감았다.






이거.”




소란스러운 분위기와 웅성거리는 목소리에 여주는 잠에서 깨 눈을 떴다. 흐릿한 시야로 저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고 있는 멤버들이 보였다. 멤버들은 눈을 뜬 여주를 보자 누가 먼저랄 새도 없이 각자 손에 쥐고 있던 봉투를 건네고 우르르 방을 빠져나갔다. 순식간에 여러 봉투를 받은 여주가 봉투 안을 들여 봤다.




.”




봉투 안에는 핫 팩과 여러 군것질 거리가 수북했다여주의 얼굴에 어색한 웃음이 번졌다. 고마우면서도 부끄러운 기분이었다.






꼭 잘라야 해요?”

.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노래에 긴 머리는 아니야.”

그렇게 긴 머리도 아닌데.”

이 노래에는 짧은 머리가 잘 어울려.”




직원이 여주의 머리를 만지며 말했다. 컴백이 다가올수록 멤버들은 노래 분위기에 맞게 머리를 다듬고 새로 염색을 했지만 여주의 머리는 그대로였다. 오랜 시간 여주의 머리를 두고 대화의 장을 열던 회사에서 마침내 결론이 내려왔다.




저 숏 컷 안 어울릴 것 같은데.”

아니야! 어울릴 거야. 우리만 믿어.”




두 주먹을 불끈이며 말하는 직원에 여주가 어깨까지 오는 제 머리를 손으로 한번 만져보고 고개를 끄덕였다여주의 끄덕임에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미용사가 여주에게 다가왔다. 가위가 서걱거리는 소리를 끝으로 여주는 눈을 감았다.




다 됐어여주야!”




잠시 눈만 감는다고 했던 것이 깊은 잠으로 이어졌다여주는 자신의 어깨를 흔드는 손길에 무거운 눈꺼풀을 힘겹게 올렸다. 들어 올린 눈꺼풀 사이로 거울 속의 자신이 보였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으악!”

너무 예쁘지?”

아니요!”

? 진짜 예쁜데?”

너무, 너무! 양아치 같잖아요!”




여주가 울상이 된 얼굴로 은색으로 물든 제 짧은 머리를 잡았다. 머리를 보고 여주가 울상을 짓고 있는 동안 같이 온 직원은 미용사에게 머리가 너무 잘 나와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있었다여주가 다시 거울을 들여 봤다.




이 머리로, 교복을 입는다고?”




도무지 그려지지 않는 모습에 여주가 고개를 젓는 사이 직원은 여주를 데리고 숙소로 향했다. 회사에서는 여주의 그 날 이후 대대적으로 집을 알아봐 기적적으로 멤버들의 숙소 앞집에 여주의 숙소를 마련해 주었다. 얼마 멀지 않은 거리를 지나 차에서 내린 여주가 머리를 최대한 가리고 빠르게 숙소로 들어갔다.




우와! 은발이다.”

남준이 형이랑 같네요?”

뭐야! 나랑 같은 색으로 하지!”




숙소를 갈라졌지만 식사는 같이 하자는 석진의 말에 밥을 먹을 때면 멤버들의 숙소로 건너온 여주의 머리를 보고 석진과 정국, 태형이 말했다. 태형은 제 주황머리와 여주의 은발머리를 번갈아 보다 입술을 불퉁하게 내밀었다.




이상하지 않아요?”




여주가 석진에게 물었다여주의 물음에 석진이 눈을 가늘게 뜨고 여주를 바라보다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완전 상남자 같고 좋은데. 태형이 다음으로 양아치 같아 보이기도 하고.”

진짜 양아치 같아 보여요?”

상남자처럼 보인다니까?”

양아치라면서요!”

양아치 취소할게. 그래.”




여주를 놀리 듯 말한 석진이 부엌으로 쏙 들어갔다여주가 시무룩해진 얼굴로 짧아진 제 머리를 잡아당겼다.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지민이 소매로 입을 가려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누나, 근데 진짜 잘 어울려요.”

그래?”

. 그리고 짧은 머리도 예뻐요.”




진심을 담아 말하는 지민에 기분이 좀 나아지는 것 같았다.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여주의 머리색에 대해 말이 많았지만 더 이상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컴백이 정말 코앞으로 다가왔다. 멤버 모두 바뀐 머리로 새로 익힌 안무를 몇 번이고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마침내 컴백일이 밝아왔다. 무대의상으로 갈아입은 여주가 익숙하지 않은 교복에 자꾸만 몸을 움직이자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윤기가 말했다.




왜 자꾸 움직여.”

그냥 느낌이 이상해서.”

바지가?”

아니. 내가 남자 교복을 입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럼 뭐 치마 입고 그 격한 춤출래?”

하긴, 그것도 그렇지.”




일리 있는 윤기의 말에 여주가 수긍하는 듯 말했으나 속은 그렇지 않았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학교를 다니지 않았기에 교복치마를 입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중학교 이후로 치마를 입어본 적이 없었다여주의 손이 아쉽다는 듯 바지를 긁었다.




방탄소년단 대기하세요.”




저마다 몸을 풀며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대기실로 들려오는 차례를 알리는 소리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로 향했다. 팬들을 볼 생각하니 설렘에 몸이 떨려왔다. 앞 무대가 끝나고 방탄소년단이 무대로 오르자 팬들의 함성소리가 커졌다.




둘 셋 방탄! 안녕하세요. 방탄소년단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인사 후에 시작된 무대는 팬들과 대중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무대가 끝나고 포털사이트에서는 여주에 대한 얘기가 넘쳐났고 그 결과 팬덤에는 많은 팬들이 입성했다.






몇 일째 두통이 낫질 않았다. 불면증이라도 온 모양인지 쉽게 잠을 청하지 못하는 탓에 온 두통 인 것 같았다여주가 하던 연습을 멈추고 벽에 기대앉았다. 같이 연습하던 석진이 거울을 통해 여주를 쳐다봤다.




힘들어?”

아니요. 그냥 좀 머리가 아파서요.”

감기야? 약은 먹었어?”

그냥 두통이에요. 진통제를 먹었는데도 낫질 않네요.”




다시 지끈거리는 머리를 누르며 답하는 여주에 석진이 하던 연습을 멈추고 여주에게로 다가와 이마 위에 손을 얹었다. 손바닥 위로 약간 뜨듯한 기운이 느껴졌다.




오늘은 그냥 가서 쉬어.”

괜찮아요.”

더 하면 열 날 것 같으니까 가서 쉬어.”




괜찮다는 말에도 단호하게 말하는 석진에 여주가 앉아있던 몸을 일으켰다.




애들한테 먼저 가서 미안하다고 전해주세요.”

알겠으니까 넌 가서 푹 쉬기나 해.”

. 내일 봐요. 오빠.”




여주가 텅 빈 연습실을 보며 말했다. 윤기와 남준, 호석은 각자 곡 작업을 위해 작업실에 틀어박혀 있었고 같이 춤 연습하던 동생들은 오랜 연습으로 배가 고프다며 군것질을 위해 밖으로 나가 자리에 없었다. 홀로 남아 연습할 석진을 보고 망설이는 여주를 알아챘는지 석진이 여주의 등을 떠밀었다. 석진에게 등 떠밀려 나온 여주가 숙소로 향했다. 연습실에서 나와 숙소로 갈 때면 항상 SNS에 들어가 팬들이 보낸 글을 확인하던 여주가 오늘은 그저 멍한 얼굴로 숙소로 발을 옮겼다.




힘들다.”




오늘 한 일이라곤 평소처럼 방송하고 연습하는 일 밖에 없었는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힘든 건지 모를 일이었다. 도저히 다른 무언가를 할 힘이 없어 여주는 별 수 없이 씻고 침대에 몸을 뉘였다.






오늘 팬 사인회 있는 거 알지?”

!”

여주. 머리 아픈 건 괜찮아?”

. 괜찮아요.”




눈을 감았다 떴을 뿐인데 아침이었다. 스케줄을 하러 가기 위해 멤버 모두 차에 탄 것을 확인한 매니저가 말했다. 오늘 있을 스케줄을 말해주고 난 후 여주의 상태를 묻는 말에 멤버들의 시선이 여주에게로 쏠렸다여주는 아직 두통이 남아 있었지만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픈 티가 나지 않는 평소와 같은 얼굴에 매니저도 알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시동을 걸어 차를 출발시켰다.




한번만 더 부탁드립니다!”

. 한 번 더 갑니다.”




수차례 실수가 연속되고 있었다. 카메라 감독과 스태프의 얼굴에 짜증이 가득했다. 멤버들의 얼굴에도 마찬가지였다. 남준이 여주의 어깨를 토닥였다. 계속되는 실수로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숙이고 있는 고개 위로 남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나 아직 아파요? 그래도 조금만 힘내요. 이거 끝나면 조금 쉴 수 있으니까, 아주 조금만 더 힘내줘요.”




차라리 화를 내면 덜 미안하겠건만 어깨를 토닥이며 달래듯 말하는 목소리에 여주의 기분이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이 이상 실수하면 큰 사달이 날 것 같은 분위기에 여주가 정신 차리고 안무에 집중했다. 다행히 그 후로는 실수 없이 사전 녹화와 본방송을 좋은 분위기 속에 마칠 수 있었다.




여주야. 아직 아파? 팬 사인회 할 수 있겠어?”

. 할 수 있어요. 아까 계속 실수해서 죄송해요.”

아니야. 아픈데 그럴 수도 있지.”




음악방송을 마치고 팬 사인회 장소로 가는 길에 석진이 말했다여주가 미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말하자 그가 괜찮다며 여주의 얼굴을 제 어깨에 기대게 했다. 가는 길에 좀 자. 석진의 말에 여주는 눈을 감았지만 잠에 들지는 않았다. 팬이, 늘었다. 과연 좋은 일인걸까.






안녕하세요. 이름이 뭐에요?”

.”

.”




팬이 증가한 것에 마냥 좋아할 수 없다고 느끼는 건 팬 사인회를 할 때다. 10명 중 1명꼴로 여주의 앞에만 서면 입을 꾹 다물어 버리는 팬이 생겼다. 질문이나 하고 싶은 말을 적는 포스트잇에는 욕이 적혀 있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지금 하고 있는 팬 사인회도 예외는 아니었다여주는 제 앞에 앉아 입을 꾹 다물고 있는 팬을 한번 보고 앞 멤버가 적은 여주를 확인하고 여주를 적어 사인을 했다. 다음 멤버로 넘어가는 순간까지도 팬은 여주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언니.”

?”

언니 왜 방탄소년단에서 탈퇴 안 해요?”

?”

언니 없는 게 오빠들한테 더 도움 될 것 같은데 왜 안 나가냐고요.”




차라리 아무 말하지 않고 넘어가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여주는 저에게만 들릴 정도로 소곤거리며 말하는 팬을 얼빠진 얼굴로 바라봤다. 뭐라고 답해야 할지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넋 나간 얼굴을 한 여주의 뒤로 다음 멤버로 넘어가라는 말이 들려왔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무표정으로 있던 팬이 활짝 웃으며 옆으로 몸을 옮겼다. 몸이 차갑게 굳는 기분이었다.






누나 많이 아픈가보다.”

얼른 들어가서 쉬어요. 누나.”




여주는 숙소로 돌아오는 순간까지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서로의 숙소 앞에 서 인사를 하는 중에도 여주는 멍했다. 지민과 태형이 문을 열어주고 집으로 들여보내 주고서야 제가 지금 서 있는 곳이 숙소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




여주가 문 앞에 주저앉았다. 팬이 늘었다는 것은 안티도 늘었다는 것과 다름없었다. 인터넷엔 저를 가리키는 찌라시들이 떠 돌았고 SNS엔 저의 탈퇴를 바라는 태그가 올라오곤 했다. 온 몸에 힘이 빠졌다.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존재가 된 것 같았다. 멤버들에게 민폐나 끼치는 도움 안 되는 존재. 그 팬의 말대로 탈퇴하는 게 멤버들에게 더 도움 되는 일 일지도 모른다여주가 손톱을 물어뜯었다. 이대로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고 싶었다.






동이 터 오르고 있었다여주는 전날 주저앉은 그 모습 그대로였다. 정신이 멍했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자괴감이 정신을 좀먹고 있었다. 느릿하게 눈만 깜빡이던 여주의 눈으로 반짝이는 무언가가 비춰졌다.




.”




한 곳만 바라보고 있던 여주의 시선이 반짝이는 곳으로 향했다. 햇빛에 비춰진 그것은 찬란히 반짝였다여주가 몸을 일으켜 반짝이는 곳으로 발을 옮겼다.




예쁘다.”




장시간 닫혀있던 목에서 잔뜩 갈라진 목소리가 새어나왔다여주는 반짝이고 예쁜 그것을 손에 쥐었다. 손으로 세게 쥐니 붉은 색의 액체가 묻어 더욱 빛났다여주는 손목을 타고 흐르는 붉은 색의 액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웃었다. 불면증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왜 전화를 안 받지?”




스케줄을 가기 위해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매니저가 핸드폰을 보며 중얼거렸다. 벌써 몇 통째 전화를 걸고 있는지 모를 정도였다. 다른 멤버들은 준비 다했다며 연락을 받았지만 여주는 계속 연락이 되지 않았다.




늦잠이라도 자나.”




흘끗 아파트를 올려본 매니저가 차에서 내려 아파트로 들어갔다. 입구를 거쳐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자 타이밍 좋게 멤버들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보이는 매니저에 석진이 말했다.




기다리다 지쳐 올라오는 거예요?”

아니여주가 연락을 안 받아서 올라가 보려고.”

여주요? 늦잠이라도 자나?”

그러게. 차에 타 있어. 데리고 내려올게.”

.”




졸음이 깨지 않았는지 잔뜩 졸린 얼굴로 차에 타는 멤버들을 지켜본 매니저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여주가 사는 층으로 올라갔다. 매니저는 층수가 올라갈수록 알 수 없는 불안을 느꼈다. 이유 없이 싸한 기운에 매니저가 팔을 문지르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그리고 여주의 집 앞에서 벨을 누르며 여주를 불렀다.




“성여주!




들려오는 대답이 없었다. 자꾸 불안했다. 매니저가 있는 힘껏 문을 두드려도 반응은 없었다.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반응이 없자 매니저가 떨리는 손으로 집 비밀번호를 눌렀다. 띠링-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매니저는 쉽사리 문을 열수가 없었다. 문이 열렸음에도 집에서 들려오는 반응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




불안한 마음을 감추기 위해 숨을 깊게 내쉬고 문을 연 매니저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는 곧장 집으로 달려 들어가 쓰러져 있는 여주의 몸을 일으켰다.




“#성여주!!!”




몸을 일으킨 반동으로 여주의 손에서 피에 젖은 칼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누나 많이 아프대요?”




여주를 빼고 스케줄을 소화하러 온 지민이 새로 온 매니저에게 물었다. 그는 담당매니저의 연락을 받고 급히 투입된 직원이었다. 지민의 물음에 매니저가 난처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어물쩍 거렸다. 매니저의 표정에 태형과 정국이 지민의 곁으로 다가와 여주의 상태를 함께 물었다.




열이, 좀 많이 난대.”




사실 매니저도 전해들은 내용이 없었기에 멤버들에게 확실한 대답을 해줄 수가 없었다. 열이 많이 난다는 대답에 멤버들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어제도 아픈 것 같았는데.”

늦게라도 병원에 데려갈 걸 그랬어요.”




호석과 남준이 중얼거렸다. 석진과 윤기도 어제 좋지 않던 여주의 안색을 떠올렸다. 저마다 여주를 떠올리자 자연스레 말이 없어지고 함께 있으면 신나하던 분위기도 가라앉았다. 무대에 서기 위해 대기실을 나가는 멤버들의 어깨가 아래로 축 쳐졌다.






.”

.”

왜 그랬니.”

뭐가요?”

! 칼 말이야!”




여주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다는 말을 전해 듣고 바로 병원으로 달려온 방시혁 피디가 소리쳤다. 병원으로 오는 내내 떨렸던 손이 여태 떨리고 있었다. 소리친 후에도 다스려지지 않은 숨에 피디의 몸이 크게 들썩거렸다여주는 물끄러미 손에 감긴 붕대를 바라봤다.




칼인 줄 몰랐어요.”

?”




꿈에 있는 듯한 몽롱한 목소리였다.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있던 피디가 고개를 들어 여주를 봤지만 여주는 자신의 손을 신기하다는 듯 보고 있을 뿐이었다.




정말, 칼인 줄 몰랐어요. 그냥 예뻐서.”

.”

반짝거리는 게 너무 예뻐서 그래서 잡았어요. 손에 쥐면 제 것이 될 것 같았거든요.”




여주의 말에 피디가 입을 다물었다. 우울증이라 했다. 지금이라도 알게 된 일이 다행이라 했다. 무엇이 이 아이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나인가, 대중인가. 그도 아니면 이 아이 자신인가. 피디는 서성거리던 몸을 멈추고 간이의자에 앉았다.




힘들면 말하지 그랬니.”

누구한테요?”

나나 매니저나 멤버들한테나.”




피디의 말에 여주가 작게 웃었다. 비웃음 보다 자조적인 웃음에 가까웠다.




멤버들.”

그래. 멤버들.”

질투 나서 못 말해요.”

질투?”

하루에도 수십 번은 더 생각해요. 좋겠다. 좋겠다. 좋겠다. 그리고 끝은 항상 부럽다로 끝나죠. 남자로 태어나서 부럽고 같이 연습해도 덜 힘들어해서 부럽고 많은 팬들이 좋아해줘서 부럽고 서로 의지할 수 있어서 부럽고 능력이 뛰어나서 부럽고- 물론 멤버들이 저를 따돌림 하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하지만 동성끼리의 그런 거 있잖아요. 당연히 이성보다는 동성이 더 편하단 걸 알고 있는데도 어쩔 때는 서럽고 나도 동성 멤버가 있었으면 좋겠고 나도 날 좋아해주는 팬들이 많았으면 좋겠고, 그런 생각들이 많아지다 보니 멤버들 탓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괜히 멤버들이 미워지고 질투하고 그러다 같은 멤버를 미워하고 질투하는 내 자신을 발견하니 더 초라해지고 쪽팔리고 무모한 선택이었나 하는 생각도 들고 난 이 정도 밖에 안 되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면 갑자기 내가 너무 비참해져서.”

미안하다.”

피디님 탓 아니에요. 그냥 제가 약해서 그런 건데요. .”




힘없이 웃는 모습에 피디가 고개를 떨궜다. 그것은 문 밖에 있던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병실로 들어가기 위해 살짝 열어둔 문 틈새로 들려오는 말에 멤버들의 몸이 굳었다. 열이 많이 났다기에 괜찮은지 물으러 온 병원에서 이런 말을 들을 것이라곤 상상조차 못했다여주를 병원으로 데려온 매니저는 말없이 바닥만 보는 멤버들의 어깨를 토닥이고 조용히 인적 드문 복도로 멤버들을 데리고 왔다.




우울증이래.”

.”

그렇게 심하진 않대. 지금 여주가 아파서 그런 거니까 여주가 한 말에 상처 받지 말고 알았지?”

제 탓이에요. 더 신경 썼어야 했는데.”




남준이 무겁고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목소리에 자책이 가득 담겨있었다. 매니저가 남준의 어깨를 토닥이며 고개를 저었다. 네 탓이 아니라는 무언의 위로였다. 그럼에도 멤버들의 얼굴은 풀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다물고 있던 입술을 연 석진이 물었다.




그럼 활동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

아마 너네만 하지 않을까 싶어.”

그럼 방탄소년단이 아니잖아요!”

맞아요! 누나까지 함께 있어야지 방탄소년단이 완성되는 건데!”




잔뜩 울상인 태형의 외침 뒤로 정국이 거들었다. 둘 다 울상으로 얼굴이 엉망이었다. 매니저는 멤버들을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여주는 아프니까 치료가 우선이야.”

그래, 치료가 우선이지.”

피디님!”




살살 멤버들을 달래는 매니저의 뒤로 피디가 다가오며 말했다. 멤버들과 매니저의 시선이 피디에게로 향했다. 치료가 우선이라는 피디의 말에 멤버들의 얼굴에 더 큰 울상이 그려졌다. 그런 멤버들을 보던 피디가 매니저에게로 시선을 돌려 말했다.




기사 내여주는 후속곡 활동에서 빠진다고.”

피디님!”

그리고 나머지 멤버들은 그대로 활동 이어간다고도 적고.”




여주를 빼고 활동을 이어가라니. 멤버들이 할 말을 잃었다. 힘들 때 곁에 있어줄 수 없다. 가족과도 같은 멤버가 힘들어하는데 곁에 있어주지도 못하고 활동을 해야 한다는 말에 멤버들이 입술을 짓이겼다. 얼굴에 하나같이 분함을 적고 있는 멤버들에 피디가 말했다.




여주 뜻이야. 혼자 있고 싶다고 했어.”

그래도!”

생각 정리 되면 다시 활동한다고 했어. 지금은 아무 생각 없이 치료에만 집중하는 게 옳아.”




더 이상 토 달지 말라는 강력한 어투에 멤버들이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힘든 활동여주가 빠진 7명의 후속곡 Danger 활동이 시작되었다.







P.S. 비회원 댓글을 기다리는 일은 참 힘든 일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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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헝 ㅠㅠㅠㅠㅠㅠㅠㅠ 속상해 ㅠㅜㅠㅠㅠㅠ ㅠㅠㅠㅠ 마음아프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여주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6년 전
비회원36.87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었어요?!!(충격
암튼 너무 재밌어요
여주야ㅜㅠㅠㅠㅠ아프지마ㅠㅠㅠ

6년 전
독자2
작가님 글 너무너무 좋아요 정말.. 신알신 기다리고 있었는데 감사합니다
6년 전
독자3
작가님 다시 보니까 너무 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
6년 전
비회원18.208
속상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빨리 같이 활동했으면 좋겠는데 ㅠㅠㅠㅠ
6년 전
독자4
너만보여에요 우리여주가 아픈게 빨리 다 나아서활발하게 얼른 같이 활동했으면 좋겠어요ㅠㅠㅠ아무래도 그룹을 하면서 사람들의 시선과 팬들의 마음으로 상처많이받았을건데 이틈을 타서 빨리 완쾌했으면 좋겠어요ㅠㅠㅠㅠ
6년 전
비회원196.172
하 ㅠㅠㅠㅠㅠ 진짜 이 편도 여주 힘든 게 딱 보여서 슬픈데 그만큼 또 애들 끈끈한게 보여서 너무 좋아했어요 ㅠㅠㅠㅠㅠㅠ 생리라든지 악플, 안티같은 현실적인 소재들을 다뤄주셔서 더 현실같이 몰입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ㅠㅠㅠㅠ 그래도 역시 꽃길 걸어줬으면 해요....ㅠㅠㅠㅠㅠㅠㅠ 오늘도 감사합니다ㅠㅠㅠㅠ
6년 전
독자5
너만볼래♡예요!
이번화도 여주가 더 많이 힘들어하네요ㅠㅠㅠㅠ 저반화가 너무 침울해서 이번화는 괜찮겠지 했는데... 연예계가 그렇고 소수일수도 다수일수도 있는 사람들이 혼성그룹을 좋게 생각하고 그러진 않는것같아서 속상하네요..ㅠㅠ 저기상에서는... 여주가 너무 많이 힘들어해서 맘아프고 멤버들도 힘들어해서 속상하고ㅠㅠㅠ 여주ㅠㅠㅠㅠ 이쁜ㅇ ㅕ쥬ㅠㅠㅠㅠㅠ 뭔 고생이으냐ㅠㅠㅠㅠ

6년 전
독자6
이쁜여주가.....이제꽃길걷는줄알았는데 또다른 시련이...왔네요ㅠㅠㅠ 어카노ㅠㅠㅠ
6년 전
독자8
강한사람 같다가도 여린 여주.. 아니 처음부터 여주는 강한사람이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해요. 강해지려고 노력한 느낌이랄까. 여주가 행복해지기르루ㅜㅜㅜ
6년 전
독자9
여주가 너무 많이 고생했을 거 같아요 홍일점으로 힘들었던 일도 많고 그랬을 텐데도 잘 버텨주던 여주가 너무 대견하기도 하고 지금 힘들어하는 여주가 얼른 힘을 되찾길 바라요
6년 전
독자11
이런글을 이제서야 읽다니......너무 재밌어요!!!ㅎㅎㅎ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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